“깨끗한 용산을 돌리도”…미군 오염물 누가 치우나?

입력 2018.06.29 (17:52) 수정 2018.06.2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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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사령부가 용산 시대를 끝내고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했다. 1945년 8월 광복 직후 일본 오키나와에 있던 미 7사단 병력을 한국으로 이동시키면서 용산에 주둔한 지 73년 만이다.미군은 새롭고 넓은 곳으로 이전해 기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남겨진 용산 미군기지의 상처는 여전하다.미군이 주둔하는 동안 발생한 지하수와 토양오염이 문젠데 누가 정화 작업을 해야 할지 또 비용은 누가 내야 할지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연관 기사] [뉴스9] 용산기지 오염 사고 90여 건…‘오염물’ 누가 치우나?


미군이 떠난 용산 '오염물 투성이'

시민사회단체(녹색연합,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는 미국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 FOIA)에 따른 절차를 거쳐‘1990년~2015년 용산 미군기지 내부 유류유출사고 기록’을 입수했다.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유류유출사고는 총 84건이다. 이 가운데 주한미군 자체 기준으로 최악의 유출량으로 분류되는 3.7톤 이상의 기름 유출 사고가 7건, 심각한 유출량에 해당하는 400ℓ 이상의 사고가 32건이 포함되어 있다. FOIA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기존에 알려진 사고 6건이 빠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25년간 용산 미군기지 내부 유류유출사고 건수는 총 90건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다. 환경부가 지난해 1월 18일에서 2월 23일까지, 또 지난해 8월 4일에서 25일까지 2차례 걸쳐 용산기지 내·외부 지하수 관정을 조사한 결과 충격적인 오염실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환경조사 결과를 보면 유류 오염을 의미하는 THP는 기지 내부 조사에서 기준치(1.5ppm)를 넘어선 지점이 각각 11곳으로 파악됐는데 기준치를 12.5배 넘는 18.8ppm이 검출된 곳도 있었다.기지 외부 조사에서는 기준치 17배를 넘는 최고 25.7ppm이 검출된 곳도 있었다.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의 경우 기준치(0.015ppm)를 웃돈 지점이 내부 조사에서 11곳으로 집계됐다. 내부 한 지점의 경우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기준치 550배를 넘는 8.258ppm이, 지난해 8월에는 기준치의 671배를 웃도는 10.077ppm이 나오기도 했다.

벤젠은 인화성이 매우 강한 물질로 흔히 휘발유 성분으로 알려졌다. 화염성 폭약의 원료인 네이팜으로 사용되고 있다. 방향성 냄새가 특징이며, 무색의 투명한 액체이다. 혈액암 등 인체 발암 물질로 국제적으로 분류돼 있다. 실험동물에서는 생식 독성도 확인된 바 있다.

톨루엔은 지난해 1∼2월과 8월 조사에서 각각 4곳과 5곳에서 기준치(1ppm)를 넘어 검출됐다. 지난해 1∼2월 기지 내부 조사에서 기준치의 7.6배를 넘는 7.614ppm이 나온 곳도 있었다.
톨루엔은 방출되는 공간에서 오래 머무르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우며 구토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신경계통을 손상시켜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

에틸벤젠은 기준치(0.45ppm)를 초과해 검출된 곳이 지난해 1∼2월과 8월 각각 8곳이었고, 크실렌(기준치 0.75ppm)도 각각 9곳으로 나왔다.

특히 이같은 자료는 정부가 미군 측과의 협의를 이유로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녹색연합 등 시민·환경단체들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정보 공개로 얻어낸 내용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정화 비용... '미국은 나 몰라라'

2001년 녹사평역 터널 내부에 기름이 유출된 이래 서울시는 그동안 녹사평역과 캠프 킴 주변 부지에 흘러나오는 유류오염 지하수를 정화해왔다. 그 정화비용으로 2016년까지 61억 원이 지출되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는 알 수 없다.

2010년 반환된 부산 하야리아 기지의 경우, 3억 원을 예상했지만 50배 이상 늘어난 143억 원이 들었다. 2013년 반환된 동두천 캠프 캐슬의 경우, 전체 면적 15만㎡의 40%가 오염되었는데 196억 원의 정화 비용이 지출되었다.

국토부 용산공원추진기획단은 환경부가 미군으로부터 통보받은 5건의 오염사고를 근거로 용산의 오염정화로 책정한 비용은 1,030억 원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264만㎡ 용산 미군기지에 1조 원 이상의 오염정화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주한미군은 과거 기름 유출로 심각한 지하수와 토양 오염이 확인되자 "SOFA 규정에 따라, 인간에게 해가 되는 급박하고 상당한 오염을 모두 제거해 용산기지를 좋은 모습으로 돌려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지만 실현되지 않고 있다.


한미 동맹과 환경 오염 정화는 별개

한·미 주한미군 지위협정(SOFA)의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주한미군에 의하여 야기되는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하며, 그리고 인간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추가적 치유조치를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환경오염과 정화에 관한 모호한 문구만 있을 뿐, 책임을 강제할 조항은 없다. 과연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이 없는 걸까? 모호한 협정 문구를 근거로 미국은 지금까지 70년 이상 한국땅을 사용하고 오염을 유발하면서도 오염정화 비용을 단 한 차례도 부담하지 않았다.

국방부나 외교부 또 환경부도 국가 안보 때문인지 적극적으로 미국에 오염 정화나 비용부담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의 오염상황이 드러난 뒤에도 우리 환경부가 주한미군과 합의한 내용은, 구체적인 오염제거 작업이나 사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가 전부였다.

미군은 평택시대를 연다며 기지 이전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더 늦기 전에 주한미군지위협정이든 국내법이든 관련 근거를 찾고 미국 측에 강력한 오염정화 명령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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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29 17:52:53
    • 수정2018-06-29 21:12:19
    취재K
주한미군사령부가 용산 시대를 끝내고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했다. 1945년 8월 광복 직후 일본 오키나와에 있던 미 7사단 병력을 한국으로 이동시키면서 용산에 주둔한 지 73년 만이다.미군은 새롭고 넓은 곳으로 이전해 기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남겨진 용산 미군기지의 상처는 여전하다.미군이 주둔하는 동안 발생한 지하수와 토양오염이 문젠데 누가 정화 작업을 해야 할지 또 비용은 누가 내야 할지가 아직 분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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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떠난 용산 '오염물 투성이'

시민사회단체(녹색연합,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는 미국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 FOIA)에 따른 절차를 거쳐‘1990년~2015년 용산 미군기지 내부 유류유출사고 기록’을 입수했다.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유류유출사고는 총 84건이다. 이 가운데 주한미군 자체 기준으로 최악의 유출량으로 분류되는 3.7톤 이상의 기름 유출 사고가 7건, 심각한 유출량에 해당하는 400ℓ 이상의 사고가 32건이 포함되어 있다. FOIA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기존에 알려진 사고 6건이 빠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25년간 용산 미군기지 내부 유류유출사고 건수는 총 90건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다. 환경부가 지난해 1월 18일에서 2월 23일까지, 또 지난해 8월 4일에서 25일까지 2차례 걸쳐 용산기지 내·외부 지하수 관정을 조사한 결과 충격적인 오염실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환경조사 결과를 보면 유류 오염을 의미하는 THP는 기지 내부 조사에서 기준치(1.5ppm)를 넘어선 지점이 각각 11곳으로 파악됐는데 기준치를 12.5배 넘는 18.8ppm이 검출된 곳도 있었다.기지 외부 조사에서는 기준치 17배를 넘는 최고 25.7ppm이 검출된 곳도 있었다.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의 경우 기준치(0.015ppm)를 웃돈 지점이 내부 조사에서 11곳으로 집계됐다. 내부 한 지점의 경우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기준치 550배를 넘는 8.258ppm이, 지난해 8월에는 기준치의 671배를 웃도는 10.077ppm이 나오기도 했다.

벤젠은 인화성이 매우 강한 물질로 흔히 휘발유 성분으로 알려졌다. 화염성 폭약의 원료인 네이팜으로 사용되고 있다. 방향성 냄새가 특징이며, 무색의 투명한 액체이다. 혈액암 등 인체 발암 물질로 국제적으로 분류돼 있다. 실험동물에서는 생식 독성도 확인된 바 있다.

톨루엔은 지난해 1∼2월과 8월 조사에서 각각 4곳과 5곳에서 기준치(1ppm)를 넘어 검출됐다. 지난해 1∼2월 기지 내부 조사에서 기준치의 7.6배를 넘는 7.614ppm이 나온 곳도 있었다.
톨루엔은 방출되는 공간에서 오래 머무르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우며 구토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신경계통을 손상시켜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

에틸벤젠은 기준치(0.45ppm)를 초과해 검출된 곳이 지난해 1∼2월과 8월 각각 8곳이었고, 크실렌(기준치 0.75ppm)도 각각 9곳으로 나왔다.

특히 이같은 자료는 정부가 미군 측과의 협의를 이유로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녹색연합 등 시민·환경단체들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정보 공개로 얻어낸 내용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정화 비용... '미국은 나 몰라라'

2001년 녹사평역 터널 내부에 기름이 유출된 이래 서울시는 그동안 녹사평역과 캠프 킴 주변 부지에 흘러나오는 유류오염 지하수를 정화해왔다. 그 정화비용으로 2016년까지 61억 원이 지출되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는 알 수 없다.

2010년 반환된 부산 하야리아 기지의 경우, 3억 원을 예상했지만 50배 이상 늘어난 143억 원이 들었다. 2013년 반환된 동두천 캠프 캐슬의 경우, 전체 면적 15만㎡의 40%가 오염되었는데 196억 원의 정화 비용이 지출되었다.

국토부 용산공원추진기획단은 환경부가 미군으로부터 통보받은 5건의 오염사고를 근거로 용산의 오염정화로 책정한 비용은 1,030억 원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264만㎡ 용산 미군기지에 1조 원 이상의 오염정화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주한미군은 과거 기름 유출로 심각한 지하수와 토양 오염이 확인되자 "SOFA 규정에 따라, 인간에게 해가 되는 급박하고 상당한 오염을 모두 제거해 용산기지를 좋은 모습으로 돌려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지만 실현되지 않고 있다.


한미 동맹과 환경 오염 정화는 별개

한·미 주한미군 지위협정(SOFA)의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주한미군에 의하여 야기되는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하며, 그리고 인간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추가적 치유조치를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환경오염과 정화에 관한 모호한 문구만 있을 뿐, 책임을 강제할 조항은 없다. 과연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이 없는 걸까? 모호한 협정 문구를 근거로 미국은 지금까지 70년 이상 한국땅을 사용하고 오염을 유발하면서도 오염정화 비용을 단 한 차례도 부담하지 않았다.

국방부나 외교부 또 환경부도 국가 안보 때문인지 적극적으로 미국에 오염 정화나 비용부담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의 오염상황이 드러난 뒤에도 우리 환경부가 주한미군과 합의한 내용은, 구체적인 오염제거 작업이나 사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가 전부였다.

미군은 평택시대를 연다며 기지 이전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더 늦기 전에 주한미군지위협정이든 국내법이든 관련 근거를 찾고 미국 측에 강력한 오염정화 명령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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