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 안 치우고 가는 미군…누가 치우나?

입력 2018.06.30 (06:39) 수정 2018.06.3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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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용산기지에 생태 국가공원을 만들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이 부지의 환경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는 건데요.

용산기지는 국내 미군기지 가운데 가장 많은 환경오염 사고가 난 곳으로 미군이 인정한 것만 90여 건입니다.

이 오염을 정화하는 것은 누구의 몫일까요?

류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화 <괴물>의 모티브가 된 '미군의 포름알데히드 한강 방류' 사건.

주한미군 스스로 '최악의 기름 유출'이라고 부른 이태원 녹사평역의 지하수 오염 사고.

미군이 인정한 용산기지의 오염사고만 90여 건에 달합니다.

2004년 주한미군 고위 인사가 나서 "반환 전에 모두 치유하겠다" "용산기지를 좋은 상태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환경부와 미군이 함께 가장 최근에 조사한 용산기지의 지하수 오염 수치입니다.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최고 10.077ppm, 우리나라 지하수 수질기준의 670배에 달하는 독성 수치입니다.

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는 '톨루엔'도 최고 7배 넘게 나왔습니다.

지하수 상태를 봤을 때 토양 오염도 심각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결과를 놓고 2016년 환경부와 주한미군은 사고 책임이나 오염 제거 작업에 대한 내용 없이 "건설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합니다.

2년이 다 돼가는 시점, 오염물 정화는 얼마나 이뤄졌을까?

책임 부처인 환경부는 이에 대한 인터뷰를 거부하고, 다양한 경로로 대화는 하고 있다는 말만 남겼습니다.

[신수연/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 : "주한미군측과 협상하는 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오염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거나 향후 계획에 대해 정보를 확인해서 공개한 적이 없어요."]

현행 주한미군지위협정, 이른바 SOFA로 미군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는 "인간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추가 치유조치를 검토한다"라고만 돼 있습니다.

우리가 미군의 책임을 사실상 강제할 권한이 없는 겁니다.

이 때문인지 지금까지 돌려받은 미군기지 54곳 가운데 미군이 오염물을 정화하고 반환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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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염물 안 치우고 가는 미군…누가 치우나?
    • 입력 2018-06-30 06:41:37
    • 수정2018-06-30 08:35:48
    뉴스광장 1부
[앵커]

용산기지에 생태 국가공원을 만들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이 부지의 환경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는 건데요.

용산기지는 국내 미군기지 가운데 가장 많은 환경오염 사고가 난 곳으로 미군이 인정한 것만 90여 건입니다.

이 오염을 정화하는 것은 누구의 몫일까요?

류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화 <괴물>의 모티브가 된 '미군의 포름알데히드 한강 방류' 사건.

주한미군 스스로 '최악의 기름 유출'이라고 부른 이태원 녹사평역의 지하수 오염 사고.

미군이 인정한 용산기지의 오염사고만 90여 건에 달합니다.

2004년 주한미군 고위 인사가 나서 "반환 전에 모두 치유하겠다" "용산기지를 좋은 상태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환경부와 미군이 함께 가장 최근에 조사한 용산기지의 지하수 오염 수치입니다.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최고 10.077ppm, 우리나라 지하수 수질기준의 670배에 달하는 독성 수치입니다.

신경을 마비시킬 수 있는 '톨루엔'도 최고 7배 넘게 나왔습니다.

지하수 상태를 봤을 때 토양 오염도 심각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결과를 놓고 2016년 환경부와 주한미군은 사고 책임이나 오염 제거 작업에 대한 내용 없이 "건설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합니다.

2년이 다 돼가는 시점, 오염물 정화는 얼마나 이뤄졌을까?

책임 부처인 환경부는 이에 대한 인터뷰를 거부하고, 다양한 경로로 대화는 하고 있다는 말만 남겼습니다.

[신수연/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 : "주한미군측과 협상하는 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오염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거나 향후 계획에 대해 정보를 확인해서 공개한 적이 없어요."]

현행 주한미군지위협정, 이른바 SOFA로 미군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는 "인간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추가 치유조치를 검토한다"라고만 돼 있습니다.

우리가 미군의 책임을 사실상 강제할 권한이 없는 겁니다.

이 때문인지 지금까지 돌려받은 미군기지 54곳 가운데 미군이 오염물을 정화하고 반환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KBS 뉴스 류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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