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日파출소 무장습격…경찰 등 2명 희생

입력 2018.06.30 (11:08) 수정 2018.06.3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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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혼슈 도야마 현과 나가노 현 등에 걸쳐 있는 히다산맥. 해발 3천 미터 이상의 고봉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북알프스’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도야마 시의 JR도야마 역은 북알프스 행 관광객들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日파출소 흉기난동·권총 탈취…2명 사망 

최근 도야마 역에서 불과 500미터 떨어진 파출소에서 총기 난동이 벌어져 경찰관 등 2명이 숨졌다. 인근 초등학교도 공격을 받았다.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날 뻔했다. 총기 탈취와 공공기관 난동, 초등학교 난입 등 비슷한 종류의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도야마 오쿠다 파출소도야마 오쿠다 파출소

지난 6월 26일 오후 2시쯤 20대 초반의 남성이 도야마 시 오쿠다 파출소 뒷문으로 여러 개의 흉기를 들고 침입했다. 파출소장 ‘이나이즈미 겐이치 경위(46세)’를 흉기로 찔러 쓰러드린 뒤, 권총을 빼앗아 발사했다. 곧이어 밖으로 뒤쳐나가 100여 미터 떨어진 오쿠다 초등학교로 접근했다. 학교 정문 인근에서 공사 차량 안내 등을 하고 있던 경비원 ‘나카무라 신이치(68세)’ 씨를 향해서도 권총을 발사했다. 총상을 입은 두 사람은 결국 모두 숨졌다.

도야마 오쿠다 초등학교도야마 오쿠다 초등학교

긴급 출동한 경찰관 2명을 향해서 범인은 칼과 망치를 들고 달려들었다. 경찰관들은 각각 1발의 사격으로 범인을 제압했다. 범인은 배에 총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사건 발생 약 20분이 지난 시점이다. 권총에 들어있던 총알 5발은 모두 발포된 상태였다. 희생자 2명에게 각각 한 발씩, 나머지 3발은 근처 간판과 학교 건물 등에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범행 직전 파출소 앞을 탐색하듯 지나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고, 범행 직후 권총을 들고 주택가를 배회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휴대하고 있던 배낭에서든 여러 종류의 흉기가 나왔다. 경찰은 피의자 자택에서 여러 개의 칼과 수십 점의 모형 총기, 무기관련 서적 등 물품 100여 개를 압수했다.

■ 초등학교 난입 시도 … 어린이 400명 공포의 시간 

경찰 출동 당시 범인은 학교 관내에 진입해 있었다. 학교 안에는 초등학생 400여 명이 하교를 앞두고 있었다. 범인의 흥분 상태로 봤을 때, 자칫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주민들은 큰 공포를 느꼈다. 학교 측은 흉기를 지닌 남성이 학교 입구에 있다는 연락을 경찰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출입구를 지키면서 학생들을 체육관으로 모이도록 한 뒤, 안전이 확인된 뒤에야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시 교육위는 필용한 상담 전문가를 파견하기로 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심리적 충격을 고려해 3일 연속 휴교에 들어갔다. 범인이 총기를 갖고 있다는 정보가 학교 측에 신속하게 전달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오쿠다 초등학교 오쿠다 초등학교

문부과학상은 권총을 지닌 외부인이 학교에 침입한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라면서 대응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99년 교토 시, 2000년 와카야마 현, 2001년 오사카 부, 2003년 교토 부, 2005년 오사카 부 등에서 학교 습격사건이 벌어져 어린이들이 숨지거나 다쳤다. . 특히 2001년 6월 오사카 부 이케다 시에서는 어린이 8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 난동범은 前자위관…난동 직전 아르바이트 점장 폭행

경찰 조사와 언론 취재 등을 통해 범인의 신원과 행적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총기난동 피의자는 21살의 시마즈 게에타. 2015년 3월부터 2년 동안 육상 자위대 자위관으로 근무했다. 소총 등을 취급하는 보병 부대 소속이었다. 2017년 6월, 유사시 소집돼 후방 지원 등을 담당하는 ‘예비자위관’이 됐다. 지난 4월, 연 30일 가량 훈련을 받으면서 비상시 현역 자위관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즉응 예비자위관’으로 채용됐다. 지역 홍보 잡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범인 시마즈범인 시마즈

시마즈는 동료와의 갈등으로 잠시 학교를 쉬기도 했지만,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위대 근무도 무난하게 잘 마쳤고 예비자위관 자격에도 하자가 없었다. 그러나, 사건 직전에는 아르바이트 음식점의 점장에게 폭력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뒤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주의를 주는데 반발해 말다툼을 벌인 뒤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체포 당시 중상을 입은 시마즈는 사흘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 조사를 서두르고 있다.

■경찰 총기 탈취 반복…파출소 인력난 

경찰의 총기 관리 문제가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다. 도야마 현 경찰본부장은 사건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관 총기 탈취 사건은 이미 일본 경찰의 해묵은 골칫거리이다. 1982년 아이치 현, 1984년 교토, 1994년 도쿄 부, 2000년 아오모리·사이타마 현, 2003년 지바 현, 2005년 기후 현, 2007년 후쿠오카 현, 2008년 가나가와 현, 가깝게는 2014년 5월 아이치 현, 2017년 10월 후쿠오카 현, 2018년 4월 아이치 현에서 비슷한 사건이 잇따랐다. 도쿄 경시청 관할에서 벌어진 사건은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렵다.

경찰 권총 경찰 권총

경찰관은 권총을 휴대할 때 가죽 케이스에 넣어 허리띠에 장착하고 신축형 연결끈으로 고정하도록 돼 있다. 2005년 이후 연결끈 속에 특수 금속을 넣었지만 탈취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이번 탈취 사건 때는 금속선이 들어간 연결끈이 절단돼 있었다. 경찰은 휴대한 본인 이외의 각도에서는 권총을 뺄 수 없는 개량형 케이스를 개발해 2년 뒤부터 배포할 예정이었다. 경찰청 장관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훈련과 유효한 장비의 조기 배치”를 약속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일본 전국의 파출소는 2017년 4월 기준으로 6천256곳, 주재소는 6천380곳이다. 파출소는 3교대 24시간 근무체제로, 2명 이상 동시 근무가 원칙이다. 불가피하게 한 명이 외근을 나갈 경우 혼자 파출소를 지킬 수밖에 없다. 민원인을 가장해 접근한 뒤 흉기 난동을 벌일 경우, 혼자 제압하기는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상담원을 배치하기도 하지만, 전국적으로 경찰관이 부족한 상태이다. 훈련을 반복하며 갖가지 상황에 대비하고는 있지만,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민생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총기난동 현장 총탄 흔적총기난동 현장 총탄 흔적

파출소 앞에는 주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60대 여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이들이 무사한 것은 숨진 2명이 지켜준 덕분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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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30 11:08:29
    • 수정2018-06-30 13:14:22
    특파원 리포트
일본 혼슈 도야마 현과 나가노 현 등에 걸쳐 있는 히다산맥. 해발 3천 미터 이상의 고봉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북알프스’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도야마 시의 JR도야마 역은 북알프스 행 관광객들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日파출소 흉기난동·권총 탈취…2명 사망 

최근 도야마 역에서 불과 500미터 떨어진 파출소에서 총기 난동이 벌어져 경찰관 등 2명이 숨졌다. 인근 초등학교도 공격을 받았다.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날 뻔했다. 총기 탈취와 공공기관 난동, 초등학교 난입 등 비슷한 종류의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도야마 오쿠다 파출소
지난 6월 26일 오후 2시쯤 20대 초반의 남성이 도야마 시 오쿠다 파출소 뒷문으로 여러 개의 흉기를 들고 침입했다. 파출소장 ‘이나이즈미 겐이치 경위(46세)’를 흉기로 찔러 쓰러드린 뒤, 권총을 빼앗아 발사했다. 곧이어 밖으로 뒤쳐나가 100여 미터 떨어진 오쿠다 초등학교로 접근했다. 학교 정문 인근에서 공사 차량 안내 등을 하고 있던 경비원 ‘나카무라 신이치(68세)’ 씨를 향해서도 권총을 발사했다. 총상을 입은 두 사람은 결국 모두 숨졌다.

도야마 오쿠다 초등학교
긴급 출동한 경찰관 2명을 향해서 범인은 칼과 망치를 들고 달려들었다. 경찰관들은 각각 1발의 사격으로 범인을 제압했다. 범인은 배에 총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사건 발생 약 20분이 지난 시점이다. 권총에 들어있던 총알 5발은 모두 발포된 상태였다. 희생자 2명에게 각각 한 발씩, 나머지 3발은 근처 간판과 학교 건물 등에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범행 직전 파출소 앞을 탐색하듯 지나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고, 범행 직후 권총을 들고 주택가를 배회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휴대하고 있던 배낭에서든 여러 종류의 흉기가 나왔다. 경찰은 피의자 자택에서 여러 개의 칼과 수십 점의 모형 총기, 무기관련 서적 등 물품 100여 개를 압수했다.

■ 초등학교 난입 시도 … 어린이 400명 공포의 시간 

경찰 출동 당시 범인은 학교 관내에 진입해 있었다. 학교 안에는 초등학생 400여 명이 하교를 앞두고 있었다. 범인의 흥분 상태로 봤을 때, 자칫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주민들은 큰 공포를 느꼈다. 학교 측은 흉기를 지닌 남성이 학교 입구에 있다는 연락을 경찰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출입구를 지키면서 학생들을 체육관으로 모이도록 한 뒤, 안전이 확인된 뒤에야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시 교육위는 필용한 상담 전문가를 파견하기로 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심리적 충격을 고려해 3일 연속 휴교에 들어갔다. 범인이 총기를 갖고 있다는 정보가 학교 측에 신속하게 전달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오쿠다 초등학교
문부과학상은 권총을 지닌 외부인이 학교에 침입한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라면서 대응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99년 교토 시, 2000년 와카야마 현, 2001년 오사카 부, 2003년 교토 부, 2005년 오사카 부 등에서 학교 습격사건이 벌어져 어린이들이 숨지거나 다쳤다. . 특히 2001년 6월 오사카 부 이케다 시에서는 어린이 8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 난동범은 前자위관…난동 직전 아르바이트 점장 폭행

경찰 조사와 언론 취재 등을 통해 범인의 신원과 행적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총기난동 피의자는 21살의 시마즈 게에타. 2015년 3월부터 2년 동안 육상 자위대 자위관으로 근무했다. 소총 등을 취급하는 보병 부대 소속이었다. 2017년 6월, 유사시 소집돼 후방 지원 등을 담당하는 ‘예비자위관’이 됐다. 지난 4월, 연 30일 가량 훈련을 받으면서 비상시 현역 자위관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즉응 예비자위관’으로 채용됐다. 지역 홍보 잡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범인 시마즈
시마즈는 동료와의 갈등으로 잠시 학교를 쉬기도 했지만,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위대 근무도 무난하게 잘 마쳤고 예비자위관 자격에도 하자가 없었다. 그러나, 사건 직전에는 아르바이트 음식점의 점장에게 폭력을 휘둘러 중상을 입힌 뒤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주의를 주는데 반발해 말다툼을 벌인 뒤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체포 당시 중상을 입은 시마즈는 사흘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 조사를 서두르고 있다.

■경찰 총기 탈취 반복…파출소 인력난 

경찰의 총기 관리 문제가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다. 도야마 현 경찰본부장은 사건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관 총기 탈취 사건은 이미 일본 경찰의 해묵은 골칫거리이다. 1982년 아이치 현, 1984년 교토, 1994년 도쿄 부, 2000년 아오모리·사이타마 현, 2003년 지바 현, 2005년 기후 현, 2007년 후쿠오카 현, 2008년 가나가와 현, 가깝게는 2014년 5월 아이치 현, 2017년 10월 후쿠오카 현, 2018년 4월 아이치 현에서 비슷한 사건이 잇따랐다. 도쿄 경시청 관할에서 벌어진 사건은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렵다.

경찰 권총
경찰관은 권총을 휴대할 때 가죽 케이스에 넣어 허리띠에 장착하고 신축형 연결끈으로 고정하도록 돼 있다. 2005년 이후 연결끈 속에 특수 금속을 넣었지만 탈취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이번 탈취 사건 때는 금속선이 들어간 연결끈이 절단돼 있었다. 경찰은 휴대한 본인 이외의 각도에서는 권총을 뺄 수 없는 개량형 케이스를 개발해 2년 뒤부터 배포할 예정이었다. 경찰청 장관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훈련과 유효한 장비의 조기 배치”를 약속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일본 전국의 파출소는 2017년 4월 기준으로 6천256곳, 주재소는 6천380곳이다. 파출소는 3교대 24시간 근무체제로, 2명 이상 동시 근무가 원칙이다. 불가피하게 한 명이 외근을 나갈 경우 혼자 파출소를 지킬 수밖에 없다. 민원인을 가장해 접근한 뒤 흉기 난동을 벌일 경우, 혼자 제압하기는 쉽지 않다. 일부에서는 상담원을 배치하기도 하지만, 전국적으로 경찰관이 부족한 상태이다. 훈련을 반복하며 갖가지 상황에 대비하고는 있지만,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민생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총기난동 현장 총탄 흔적
파출소 앞에는 주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60대 여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이들이 무사한 것은 숨진 2명이 지켜준 덕분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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