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강풍 ‘쁘라삐룬’, 18년 만에 돌아온 이유는?

입력 2018.07.0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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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큰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태풍 이름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쁘라삐룬(Parapiroon)은 태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비의 신'을 의미한다. 국가태풍센터에 의하면 쁘라삐룬이란 이름의 태풍은 18년 전 한반도를 한 차례 할퀴고 지나간 적이 있다.

2000년 8월에 발생한 제12호 태풍에는 쁘라삐룬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채 한반도에 상륙해 큰 피해를 안겼다. 특히 쁘라삐룬은 역대급 강풍으로 기록돼 있다.

그해 8월 31일 흑산도에서 관측된 쁘라삐룬의 최대 순간풍속은 58.3m/s로 역대 2위에 해당한다. 가장 강력한 바람으로 부산의 대형 크레인 11대를 넘어뜨린 악명높은 2003년 태풍 매미의 최대 순간풍속((제주, 60m/s)에 육박할 정도다.

2000년에 왔던 쁘라삐룬이 다시 돌아온 이유는 뭘까. 이는 태풍의 명명(命名)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태풍은 원래는 이름이 없고 번호만 부여했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온 태풍은 일제 강점기 시절이던 1936년 8월 태풍과 1923년 태풍이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태풍 이름은 없이 번호만 있다. 1936년 8월 태풍(인명피해 1,232명)은 3693호 태풍으로, 1923년 8월 태풍(인명피해 1,157명)은 2353호 태풍으로 불릴 뿐이다.

[연관 기사] 대형크레인 넘어뜨린 역대급 태풍 이야기

■ 아내나 애인 이름을 붙였던 태풍

하지만 태풍은 피해가 광범위한 데다 태풍 예보를 혼동할 수 있어 이름을 붙일 필요성이 생겼다. 2차 대전 후 미 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예보관들이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런 전통에 따라 1978년까지는 태풍 이름이 여성이었지만 이후부터는 남자와 여자의 이름을 번갈아 사용했다.


북서 태평양에서의 태풍 이름은 1999년까지 괌에 위치한 미국 태풍 합동경보센터(JTWC)에서 정한 이름을 썼다. 2000년 1월부터는 제32차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아시아 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태풍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태풍 이름을 서양식에서 아시아 지역 14개국의 고유 이름으로 변경하기로 한다.

이에 따라 14개국 회원국에서 각각 10개씩 태풍 이름을 제출했다. 이들 140개 이름을 5개 조로 나눠 1개 조에 28개씩을 구성됐다. 1조부터 5조까지 차례로 사용된다. 140개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한다. 태풍이 연간 약 30여 개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 이름을 다 쓰려면 4~5년이 걸린다.


2000년에도 왔던 태풍 ‘쁘라삐룬’은 1조에 있는 이름이다. 따라서 다음에 발생한 8호 태풍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제출한 ‘마리아(Maria)’를 붙일 차례다.

■ 한글 이름 태풍은 20개

우리나라와 북한에서도 각각 10개씩의 태풍 이름을 제출했다. 즉 한글 이름이 붙는 태풍은 모두 20개다. 대체로 성품이 순한 동물이나 고유 식물의 이름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 독수리’ 등을 제출했다. 북한에서는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수리개’ ‘메아리’ ‘종다리’ ‘버들’ ‘노을’ ‘민들레’ ‘날개’ 등의 이름을 제출했다.

■ ‘나비’가 퇴출당한 이유

퇴출당한 태풍 이름도 있다. 매년 개최되는 태풍위원회 총회에서는 그 해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에 대해서는 앞으로 유사한 피해가 없도록 해당 이름의 퇴출을 결정한다. 태풍 이름의 변경은 퇴출당한 태풍 이름을 제출한 국가에서 결정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태풍 ‘나비’의 경우 2005년에 일본을 강타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면서 ‘독수리’라는 이름으로 대체되었다.

우리나라에 최악의 피해를 안겼던 2002년의 태풍 ‘루사’와 2003년의 '매미' 이름도 퇴출당해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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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급 강풍 ‘쁘라삐룬’, 18년 만에 돌아온 이유는?
    • 입력 2018-07-02 13:39:32
    취재K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면서 큰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태풍 이름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쁘라삐룬(Parapiroon)은 태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비의 신'을 의미한다. 국가태풍센터에 의하면 쁘라삐룬이란 이름의 태풍은 18년 전 한반도를 한 차례 할퀴고 지나간 적이 있다.

2000년 8월에 발생한 제12호 태풍에는 쁘라삐룬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채 한반도에 상륙해 큰 피해를 안겼다. 특히 쁘라삐룬은 역대급 강풍으로 기록돼 있다.

그해 8월 31일 흑산도에서 관측된 쁘라삐룬의 최대 순간풍속은 58.3m/s로 역대 2위에 해당한다. 가장 강력한 바람으로 부산의 대형 크레인 11대를 넘어뜨린 악명높은 2003년 태풍 매미의 최대 순간풍속((제주, 60m/s)에 육박할 정도다.

2000년에 왔던 쁘라삐룬이 다시 돌아온 이유는 뭘까. 이는 태풍의 명명(命名)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태풍은 원래는 이름이 없고 번호만 부여했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온 태풍은 일제 강점기 시절이던 1936년 8월 태풍과 1923년 태풍이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태풍 이름은 없이 번호만 있다. 1936년 8월 태풍(인명피해 1,232명)은 3693호 태풍으로, 1923년 8월 태풍(인명피해 1,157명)은 2353호 태풍으로 불릴 뿐이다.

[연관 기사] 대형크레인 넘어뜨린 역대급 태풍 이야기

■ 아내나 애인 이름을 붙였던 태풍

하지만 태풍은 피해가 광범위한 데다 태풍 예보를 혼동할 수 있어 이름을 붙일 필요성이 생겼다. 2차 대전 후 미 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예보관들이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런 전통에 따라 1978년까지는 태풍 이름이 여성이었지만 이후부터는 남자와 여자의 이름을 번갈아 사용했다.


북서 태평양에서의 태풍 이름은 1999년까지 괌에 위치한 미국 태풍 합동경보센터(JTWC)에서 정한 이름을 썼다. 2000년 1월부터는 제32차 태풍위원회 총회에서 아시아 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태풍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태풍 이름을 서양식에서 아시아 지역 14개국의 고유 이름으로 변경하기로 한다.

이에 따라 14개국 회원국에서 각각 10개씩 태풍 이름을 제출했다. 이들 140개 이름을 5개 조로 나눠 1개 조에 28개씩을 구성됐다. 1조부터 5조까지 차례로 사용된다. 140개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1번부터 다시 사용한다. 태풍이 연간 약 30여 개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 이름을 다 쓰려면 4~5년이 걸린다.


2000년에도 왔던 태풍 ‘쁘라삐룬’은 1조에 있는 이름이다. 따라서 다음에 발생한 8호 태풍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제출한 ‘마리아(Maria)’를 붙일 차례다.

■ 한글 이름 태풍은 20개

우리나라와 북한에서도 각각 10개씩의 태풍 이름을 제출했다. 즉 한글 이름이 붙는 태풍은 모두 20개다. 대체로 성품이 순한 동물이나 고유 식물의 이름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 독수리’ 등을 제출했다. 북한에서는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수리개’ ‘메아리’ ‘종다리’ ‘버들’ ‘노을’ ‘민들레’ ‘날개’ 등의 이름을 제출했다.

■ ‘나비’가 퇴출당한 이유

퇴출당한 태풍 이름도 있다. 매년 개최되는 태풍위원회 총회에서는 그 해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에 대해서는 앞으로 유사한 피해가 없도록 해당 이름의 퇴출을 결정한다. 태풍 이름의 변경은 퇴출당한 태풍 이름을 제출한 국가에서 결정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태풍 ‘나비’의 경우 2005년에 일본을 강타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면서 ‘독수리’라는 이름으로 대체되었다.

우리나라에 최악의 피해를 안겼던 2002년의 태풍 ‘루사’와 2003년의 '매미' 이름도 퇴출당해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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