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견주 vs 건설사 줄다리기…공사판에 방치된 개들

입력 2018.07.04 (08:33) 수정 2018.07.0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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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파트 개발 중이라 아무도 살지 않는 도시 외각.

버려진 건물처럼 보이는 공간에 개 200여 마리가 방치된 채 있다면 어떨까요?

견주들은 건설사가 보상을 해주면 농장을 철거하고 나가겠다고 하는데, 건설사 측은 보상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이같은 줄다리기는 벌써 5년째, 그 사이 고통을 받은 건 다름아닌 방치된 개들이었습니다.

위태한 여름 나기를 하고 있는 현장을 지금부터 함께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입니다.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장소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풀이 우겨져 마치 버려진 폐가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개들이 인기척을 느끼고 내다봅니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충격적인 모습이 드러납니다.

대형견들이 작은 우리 안에 여러 마리 들어있는가 하면, 털이 빠져 앙상한 몸이 그대로 드러난 개의 피부는 붉게 달아올라 있습니다.

개들의 건강 상태가 위태로워 보이는 현장.

한 동물보호 단체에 제보가 온 건 지난달 말쯤입니다.

[박소연/동물권리단체 '케어' 대표 : "멀리서도 개 짖는 소리가 나고 음식물 부패하는 냄새들이 나니깐 지역 주민들이 와봤다가 알게 된 것이고요."]

살아있는 생명의 보금자리라곤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 이 공간엔 참혹한 모습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박소연/동물권리단체 '케어' 대표 : "그냥 거의 지옥이에요. 지금 굶어서 죽은 사체랑 뒤엉켜서 예전에 있었던 배설물에 다 곰팡이가 피고..."]

발 디들 틈 없이 섞여있는 배설물과 오물 사이로 눈에 띈 정체불명의 물체 개의 사쳅니다.

그런가하면,

["바닥에 이건 뭔가요?"]

[박소연/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 "굶어 죽은 개들 사체 뼈에요. 군데군데 지금 사체가 같이 있어요."]

죽은 지 오래된 듯 뼈가 드러난 개 사체가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방치된 개의 사체, 그리고 그 가운데서 살아있는 개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개들은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됐을까?

[박소연/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 "음식물이 썩어서 마치 개 사체 썩은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언제 줬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최소 20일, 30일은 된 것 같아요."]

더운 여름이지만 목을 축일 깨끗한 물은 보기 힘든 상황.

하지만, 누군가 먹이를 줬다면 일단 돌보는 사람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박소연/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 "일주일에 한두 번은 온다고 하는데요. 이런 더운 여름날 이미 부패된 음식물 쓰레기를 가지고 오고 놓자마자 음식물이 그때부터 더 심하게 부패하는 거죠."]

하지만, 앙상하게 말라 허기져 보이는 개들은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하고 맴돌기만 할뿐입니다.

이처럼 우리에 갇힌 채 방치된 개들은 200여 마리가 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곳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이지고 있는 걸까요?

처음 제보가 들어왔을 때 그 내용은 좀 특이했다고 합니다.

[박소연/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 "처음에는 이 사람들 시위를 한다고 해서 아마 거리에 개들을 이렇게 조그마한 장에다 구겨놓고서 시위를 하나 (했어요)."]

대체 어떤 내용의 시위였을까요?

현장에 붙어있는 현수막들.

동물단체 측은 토지 개발과 보상을 둘러싸고 개들을 가둬놓은 견사가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당초 보상 과정에는 없던 견사가 이후에 대거 들어섰다는 게 개발을 맡고 있는 측의 설명입니다.

[김영대/한국토지주택공사 하남사업본부 차장 : "토지 소유주들한테 이미 모든 보상절차가 완료된 상황입니다. 일차적으로 2012년도에 지장물들에 대해서 기본 조사를 했었는데요. (당시에는) 견사라든지 이런 것들이 대규모로 들어서 있지 않았습니다."]

LH공사 측은 견주들이 이곳 부지를 약 5년간 무단 점거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견주 60여 명은 어떤 보상을 요구하고 있을까요?

[김영대/한국토지주택공사 하남사업본부 차장 : "생활대책용지인데요. 저희 현장 개발 사업으로 인해서 피해를 입고 생활터전을 잃었던 사람들에게 생활 대책 보존 차원에서 주는 상가용지 우선 분양권입니다. (생활대책용지를) 준다고 각서를 쓰라고 요구를 하는 거죠."]

하지만, 보상을 받을 조건에 충족되지 안는다는 입장입니다.

[김영대/한국토지주택공사 하남사업본부 차장 : "과거부터 여기에서 영업을 했다고 말로만 주장하는 거예요. 여기 토지주하고 어떤 (거래를 한) 서류들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견주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박소연/동물권리단체 '케어' 대표 : "(인근 시장의) 상인들이 갑자기 여기 공간이 비어있는 걸 알고 동물들을 볼모로 데리고 와서 상호 하나씩을 걸어놓았어요."]

해당 견주들은 제작진에게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양측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오랜 기간 피해를 봐온 건 보셨던 것처럼 방치된 개들입니다.

[박소연/동물권리단체 '케어' 대표 : "동물들은 일단 여기를 지켜주고만 있으면 되는 것이고 죽으면 또다시 어디선가 쓸모없는 개들을 데려다 놓고 또 여기서 그냥 방치하면서 보상을 요구하는 거죠."]

그동안 죽어나간 개들이 얼마나 되는지 앞으로 또 얼마가 희생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박소연/동물권리단체 '케어' 대표 : "굶어서 죽는 거뿐만 아니라 전염병이 돌 수가 있죠. 지금 계속 장마철이고 습하고 이러면서 여기 홍역이라든가 파보라든가 이런 것도 만약에 돌 수가 있고 그렇게 되면 집단으로 폐사할 수도 있는 거고..."]

관할 지자체는 해당 견주협회 총무를 만나 입장을 듣고 사태 해결에 나섰습니다.

[하남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는 이 개가 유기견이라는 거예요. 밥을 주면 와서 먹고 있길래 모아놨다는 거예요. 그럼 유기견이면 시에서 조치하게끔 해야지 왜 여기에다가 이렇게 방치를 하느냐 그랬더니 그렇게 하는 절차를 몰라서 그랬다. 그러면 가져가라."]

지자체는 견주들에 대해 동물 학대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방치된 개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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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견주 vs 건설사 줄다리기…공사판에 방치된 개들
    • 입력 2018-07-04 08:42:02
    • 수정2018-07-04 09: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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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파트 개발 중이라 아무도 살지 않는 도시 외각.

버려진 건물처럼 보이는 공간에 개 200여 마리가 방치된 채 있다면 어떨까요?

견주들은 건설사가 보상을 해주면 농장을 철거하고 나가겠다고 하는데, 건설사 측은 보상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이같은 줄다리기는 벌써 5년째, 그 사이 고통을 받은 건 다름아닌 방치된 개들이었습니다.

위태한 여름 나기를 하고 있는 현장을 지금부터 함께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입니다.

건물이 들어서고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장소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풀이 우겨져 마치 버려진 폐가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개들이 인기척을 느끼고 내다봅니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충격적인 모습이 드러납니다.

대형견들이 작은 우리 안에 여러 마리 들어있는가 하면, 털이 빠져 앙상한 몸이 그대로 드러난 개의 피부는 붉게 달아올라 있습니다.

개들의 건강 상태가 위태로워 보이는 현장.

한 동물보호 단체에 제보가 온 건 지난달 말쯤입니다.

[박소연/동물권리단체 '케어' 대표 : "멀리서도 개 짖는 소리가 나고 음식물 부패하는 냄새들이 나니깐 지역 주민들이 와봤다가 알게 된 것이고요."]

살아있는 생명의 보금자리라곤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 이 공간엔 참혹한 모습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박소연/동물권리단체 '케어' 대표 : "그냥 거의 지옥이에요. 지금 굶어서 죽은 사체랑 뒤엉켜서 예전에 있었던 배설물에 다 곰팡이가 피고..."]

발 디들 틈 없이 섞여있는 배설물과 오물 사이로 눈에 띈 정체불명의 물체 개의 사쳅니다.

그런가하면,

["바닥에 이건 뭔가요?"]

[박소연/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 "굶어 죽은 개들 사체 뼈에요. 군데군데 지금 사체가 같이 있어요."]

죽은 지 오래된 듯 뼈가 드러난 개 사체가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방치된 개의 사체, 그리고 그 가운데서 살아있는 개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개들은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됐을까?

[박소연/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 "음식물이 썩어서 마치 개 사체 썩은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언제 줬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최소 20일, 30일은 된 것 같아요."]

더운 여름이지만 목을 축일 깨끗한 물은 보기 힘든 상황.

하지만, 누군가 먹이를 줬다면 일단 돌보는 사람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박소연/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 "일주일에 한두 번은 온다고 하는데요. 이런 더운 여름날 이미 부패된 음식물 쓰레기를 가지고 오고 놓자마자 음식물이 그때부터 더 심하게 부패하는 거죠."]

하지만, 앙상하게 말라 허기져 보이는 개들은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하고 맴돌기만 할뿐입니다.

이처럼 우리에 갇힌 채 방치된 개들은 200여 마리가 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곳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이지고 있는 걸까요?

처음 제보가 들어왔을 때 그 내용은 좀 특이했다고 합니다.

[박소연/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 "처음에는 이 사람들 시위를 한다고 해서 아마 거리에 개들을 이렇게 조그마한 장에다 구겨놓고서 시위를 하나 (했어요)."]

대체 어떤 내용의 시위였을까요?

현장에 붙어있는 현수막들.

동물단체 측은 토지 개발과 보상을 둘러싸고 개들을 가둬놓은 견사가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당초 보상 과정에는 없던 견사가 이후에 대거 들어섰다는 게 개발을 맡고 있는 측의 설명입니다.

[김영대/한국토지주택공사 하남사업본부 차장 : "토지 소유주들한테 이미 모든 보상절차가 완료된 상황입니다. 일차적으로 2012년도에 지장물들에 대해서 기본 조사를 했었는데요. (당시에는) 견사라든지 이런 것들이 대규모로 들어서 있지 않았습니다."]

LH공사 측은 견주들이 이곳 부지를 약 5년간 무단 점거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견주 60여 명은 어떤 보상을 요구하고 있을까요?

[김영대/한국토지주택공사 하남사업본부 차장 : "생활대책용지인데요. 저희 현장 개발 사업으로 인해서 피해를 입고 생활터전을 잃었던 사람들에게 생활 대책 보존 차원에서 주는 상가용지 우선 분양권입니다. (생활대책용지를) 준다고 각서를 쓰라고 요구를 하는 거죠."]

하지만, 보상을 받을 조건에 충족되지 안는다는 입장입니다.

[김영대/한국토지주택공사 하남사업본부 차장 : "과거부터 여기에서 영업을 했다고 말로만 주장하는 거예요. 여기 토지주하고 어떤 (거래를 한) 서류들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견주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박소연/동물권리단체 '케어' 대표 : "(인근 시장의) 상인들이 갑자기 여기 공간이 비어있는 걸 알고 동물들을 볼모로 데리고 와서 상호 하나씩을 걸어놓았어요."]

해당 견주들은 제작진에게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양측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오랜 기간 피해를 봐온 건 보셨던 것처럼 방치된 개들입니다.

[박소연/동물권리단체 '케어' 대표 : "동물들은 일단 여기를 지켜주고만 있으면 되는 것이고 죽으면 또다시 어디선가 쓸모없는 개들을 데려다 놓고 또 여기서 그냥 방치하면서 보상을 요구하는 거죠."]

그동안 죽어나간 개들이 얼마나 되는지 앞으로 또 얼마가 희생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박소연/동물권리단체 '케어' 대표 : "굶어서 죽는 거뿐만 아니라 전염병이 돌 수가 있죠. 지금 계속 장마철이고 습하고 이러면서 여기 홍역이라든가 파보라든가 이런 것도 만약에 돌 수가 있고 그렇게 되면 집단으로 폐사할 수도 있는 거고..."]

관할 지자체는 해당 견주협회 총무를 만나 입장을 듣고 사태 해결에 나섰습니다.

[하남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자기는 이 개가 유기견이라는 거예요. 밥을 주면 와서 먹고 있길래 모아놨다는 거예요. 그럼 유기견이면 시에서 조치하게끔 해야지 왜 여기에다가 이렇게 방치를 하느냐 그랬더니 그렇게 하는 절차를 몰라서 그랬다. 그러면 가져가라."]

지자체는 견주들에 대해 동물 학대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방치된 개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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