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죽음의 집’에서 나온 ‘살인 매뉴얼’…11구 시신의 비밀은?

입력 2018.07.04 (15: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인도 뉴델리 주택에서 일가족 시신 11구 발견

인도 수도 뉴델리 북쪽에 중산층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부라리(Burari)라는 마을이 있다. 현지시각 1일, 한가로운 일요일 오전 이곳에 있는 3층 주택에서 인도를 뒤흔드는 미스터리 한 사건이 발생했다.

구차란 싱(Gurcharan Singh)씨는 우유를 사기 위해 이날 아침 이 건물 1층에 있는 식료품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랫동안 단골로 거래하며 상점 주인과도 가까운 이웃이었던 싱씨는 평소와 다른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고 상점과 이어진 집안으로 들어갔다. 인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미스터리 일가족 집단 사망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제가 집안에 들어갔을 때 그들은 집안에 있었지만, 모두 숨을 쉬지 않고 있었어요. 너무 놀라고 충격을 받아서 집으로 달려갔어요.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어요."

시신 10구는 눈 가린 채 발견...누가? 도대체 왜?

3층 건물 안에서 발견된 시신은 모두 11구였다. 이 가운데 10구는 같은 방법으로 숨을 거뒀고, 70대 여성만 침대에 누운 채 발견됐다. 시신들은 모두 천으로 눈이 가려져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한가족인데, 70대 여성인 나라얀 데비와 2남 1녀를 비롯해 며느리 두 명, 손주 5명으로 대부분 3층짜리 이 집에서 함께 살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는 충격에 휩싸였다. 언론들은 온갖 추측 보도를 쏟아내면서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가족들이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이웃들은 나라얀 데비 일가가 누구에게 원한을 사거나 주변과 마찰을 빚은 일이 없었다고 죽음을 애도했다.

뉴델리 남쪽 라자스탄에 살다 부라리로 온 이들 가족은 20년째 3층 건물에서 살면서 1층에 식료품 가게와 합판 가게를 운영하며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 이웃인 TP 샤르마씨는 BBC와 인터뷰에서 "그들은 누구와도 문제가 없었어요. 우리는 그들이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웃들은 이 가족이 지역공동체의 정상적인 구성원이었고 종교적으로도 행복하고 재정적으로도 안정된 사람들이어서 피살되거나 자살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침입흔적 없고 도난품 발견 안 돼…주술행위 연관성 수사

그런데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우선 경찰은 이 집에서 외부의 침입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내부의 어떤 물건도 손을 댄 흔적이 없었다. 여성들이 착용하고 있던 금 장신구도 그대로 남아 있었고 휴대전화 등 다른 고가의 전자제품도 집에 남아 있었다. 가족 구성원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은 '재키'라고 불리는 애완견이었는데, 끔찍한 현장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일까? 누군가에 의해 옥상 테라스로 보내졌다. 주변에 설치된 CCTV 영상도 확인됐는데, 이 가족들은 밤에 20개의 로티(인도 전통빵)를 주문했고, 오후 10시 40분쯤 배달되었다.

집안에서 일기장 형식 노트 두 권 찾아…사건 미궁으로

경찰이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노트 두 권은 이 사건을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현지 언론인 PTI(Press Trust of India)통신은 경찰을 인용해 집단의식에 의한 집단 자살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이 숨진 시신 10구 중 8구에 대한 조사를 마쳤는데 모두 동일한 방법으로 숨진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고, 침대 위에서 발견된 나라얀 데비 할머니도 부검 결과 유사한 방법으로 숨을 거둔 뒤 침대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PTI통신에 따르면 경찰이 발견한 일기장에는 "육체는 일시적이다. 눈과 입을 가림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는데. 실제 발견된 10구의 시신에 행해진 것과 매우 유사했다.

알록 쿠마 경찰청 차장은 일기장에는 '이 의식은 구원으로 이끈다'는 말이 나오는데, 산스크리트어로 구원(Salvation)을 의미하는 'Moksha'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언급됐다고 밝혔다.

인도 언론, "'죽음의 집'에서 '살인 매뉴얼' 나와"

인도 수도의 평범한 가정집에서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자 현지 언론은 연일 대서특필하며 후속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티아스의 집을 '죽음의 집'이라고 언급하는 현지언론은 발견된 메모를 '살인 매뉴얼'이라고 부르며 집안에서 발견된 일기장 내용을 취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숨진 가족의 친척인 한 남성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경찰에 털어놓았다. 올해 45살인 라릿 바티아(Lalit Bhatia)가 10년 전에 죽은 그의 아버지에 대한 환각을 겪어 왔다는 것이다. 바티아는 그의 아버지가 가족을 구원으로 이끌길 원한다고 믿었고 2015년부터 아버지의 지시사항을 적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견된 일기장에는 "모두가 손을 묶고 크리야(의식)가 끝나면 서로가 손을 풀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적혀 있었고, 결정적으로 의식을 거행한 날짜도 계획된 것을 경찰이 밝혀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일기장에 '바비(bebbe)'라고 묘사된 나라얀 데비 할머니는 침대에서 발견됐는데 옆에 스카프와 벨트가 놓여 있었다. 경찰은 그녀가 숨을 거둔 후에 누군가가 그녀를 침대 위에 눕혀 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데로 사건 전날 밤 20개의 로티가 배달되었는데, 일기장에는 나라얀 데비가 모두에게 로티를 먹일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기장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일기장에 적힌 대로 의식이 거행됐고, 일기장에 적힌 대로 이들은 이승에서의 최후를 맞은 것이다. 물론 구원을 믿고 벌였을 것으로 보인다.


"모두 행복해했다. 자살할 이유 없어" 타살 주장..사건은 갈수록 미궁으로

그러나 이들과 떨어져 살던 다른 가족들은 자살일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라얀 데비의 딸인 스자타 바티아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은 모두 너무 행복해했다"며 "누군가가 내 가족을 죽였고 경찰은 그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웃들도 이 가족이 지역공동체의 정상적인 일원이었고 종교적, 재정적으로도 편안한 사람들이어서 집단 자살을 했다면 왜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증언하며 이들이 사교 집단에 속해 있었다는 어떠한 낌새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숨진 사람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손녀인 33살의 프리안카는 불과 2주 전에 약혼했고 사람들을 초대해 성대한 파티를 열며 기쁨을 함께했다며 올해 말 결혼 날짜까지 잡은 프리안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너무나 평범했던 일가족의 집단 사망과 집 안에서 발견된 '살인 매뉴얼', 공포영화의 모든 요소가 담긴 실제 사건이 인도 수도 뉴델리 한복판에서 벌어지면서 경찰과 언론,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금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델리 ‘죽음의 집’에서 나온 ‘살인 매뉴얼’…11구 시신의 비밀은?
    • 입력 2018-07-04 15:52:06
    취재K
인도 뉴델리 주택에서 일가족 시신 11구 발견

인도 수도 뉴델리 북쪽에 중산층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부라리(Burari)라는 마을이 있다. 현지시각 1일, 한가로운 일요일 오전 이곳에 있는 3층 주택에서 인도를 뒤흔드는 미스터리 한 사건이 발생했다.

구차란 싱(Gurcharan Singh)씨는 우유를 사기 위해 이날 아침 이 건물 1층에 있는 식료품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랫동안 단골로 거래하며 상점 주인과도 가까운 이웃이었던 싱씨는 평소와 다른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고 상점과 이어진 집안으로 들어갔다. 인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미스터리 일가족 집단 사망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제가 집안에 들어갔을 때 그들은 집안에 있었지만, 모두 숨을 쉬지 않고 있었어요. 너무 놀라고 충격을 받아서 집으로 달려갔어요.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어요."

시신 10구는 눈 가린 채 발견...누가? 도대체 왜?

3층 건물 안에서 발견된 시신은 모두 11구였다. 이 가운데 10구는 같은 방법으로 숨을 거뒀고, 70대 여성만 침대에 누운 채 발견됐다. 시신들은 모두 천으로 눈이 가려져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한가족인데, 70대 여성인 나라얀 데비와 2남 1녀를 비롯해 며느리 두 명, 손주 5명으로 대부분 3층짜리 이 집에서 함께 살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는 충격에 휩싸였다. 언론들은 온갖 추측 보도를 쏟아내면서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가족들이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이웃들은 나라얀 데비 일가가 누구에게 원한을 사거나 주변과 마찰을 빚은 일이 없었다고 죽음을 애도했다.

뉴델리 남쪽 라자스탄에 살다 부라리로 온 이들 가족은 20년째 3층 건물에서 살면서 1층에 식료품 가게와 합판 가게를 운영하며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 이웃인 TP 샤르마씨는 BBC와 인터뷰에서 "그들은 누구와도 문제가 없었어요. 우리는 그들이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웃들은 이 가족이 지역공동체의 정상적인 구성원이었고 종교적으로도 행복하고 재정적으로도 안정된 사람들이어서 피살되거나 자살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침입흔적 없고 도난품 발견 안 돼…주술행위 연관성 수사

그런데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우선 경찰은 이 집에서 외부의 침입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내부의 어떤 물건도 손을 댄 흔적이 없었다. 여성들이 착용하고 있던 금 장신구도 그대로 남아 있었고 휴대전화 등 다른 고가의 전자제품도 집에 남아 있었다. 가족 구성원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은 '재키'라고 불리는 애완견이었는데, 끔찍한 현장을 보여주기 싫었던 것일까? 누군가에 의해 옥상 테라스로 보내졌다. 주변에 설치된 CCTV 영상도 확인됐는데, 이 가족들은 밤에 20개의 로티(인도 전통빵)를 주문했고, 오후 10시 40분쯤 배달되었다.

집안에서 일기장 형식 노트 두 권 찾아…사건 미궁으로

경찰이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노트 두 권은 이 사건을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현지 언론인 PTI(Press Trust of India)통신은 경찰을 인용해 집단의식에 의한 집단 자살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이 숨진 시신 10구 중 8구에 대한 조사를 마쳤는데 모두 동일한 방법으로 숨진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고, 침대 위에서 발견된 나라얀 데비 할머니도 부검 결과 유사한 방법으로 숨을 거둔 뒤 침대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PTI통신에 따르면 경찰이 발견한 일기장에는 "육체는 일시적이다. 눈과 입을 가림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는데. 실제 발견된 10구의 시신에 행해진 것과 매우 유사했다.

알록 쿠마 경찰청 차장은 일기장에는 '이 의식은 구원으로 이끈다'는 말이 나오는데, 산스크리트어로 구원(Salvation)을 의미하는 'Moksha'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언급됐다고 밝혔다.

인도 언론, "'죽음의 집'에서 '살인 매뉴얼' 나와"

인도 수도의 평범한 가정집에서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자 현지 언론은 연일 대서특필하며 후속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티아스의 집을 '죽음의 집'이라고 언급하는 현지언론은 발견된 메모를 '살인 매뉴얼'이라고 부르며 집안에서 발견된 일기장 내용을 취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숨진 가족의 친척인 한 남성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경찰에 털어놓았다. 올해 45살인 라릿 바티아(Lalit Bhatia)가 10년 전에 죽은 그의 아버지에 대한 환각을 겪어 왔다는 것이다. 바티아는 그의 아버지가 가족을 구원으로 이끌길 원한다고 믿었고 2015년부터 아버지의 지시사항을 적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견된 일기장에는 "모두가 손을 묶고 크리야(의식)가 끝나면 서로가 손을 풀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적혀 있었고, 결정적으로 의식을 거행한 날짜도 계획된 것을 경찰이 밝혀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일기장에 '바비(bebbe)'라고 묘사된 나라얀 데비 할머니는 침대에서 발견됐는데 옆에 스카프와 벨트가 놓여 있었다. 경찰은 그녀가 숨을 거둔 후에 누군가가 그녀를 침대 위에 눕혀 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데로 사건 전날 밤 20개의 로티가 배달되었는데, 일기장에는 나라얀 데비가 모두에게 로티를 먹일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기장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일기장에 적힌 대로 의식이 거행됐고, 일기장에 적힌 대로 이들은 이승에서의 최후를 맞은 것이다. 물론 구원을 믿고 벌였을 것으로 보인다.


"모두 행복해했다. 자살할 이유 없어" 타살 주장..사건은 갈수록 미궁으로

그러나 이들과 떨어져 살던 다른 가족들은 자살일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라얀 데비의 딸인 스자타 바티아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은 모두 너무 행복해했다"며 "누군가가 내 가족을 죽였고 경찰은 그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웃들도 이 가족이 지역공동체의 정상적인 일원이었고 종교적, 재정적으로도 편안한 사람들이어서 집단 자살을 했다면 왜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증언하며 이들이 사교 집단에 속해 있었다는 어떠한 낌새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숨진 사람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손녀인 33살의 프리안카는 불과 2주 전에 약혼했고 사람들을 초대해 성대한 파티를 열며 기쁨을 함께했다며 올해 말 결혼 날짜까지 잡은 프리안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너무나 평범했던 일가족의 집단 사망과 집 안에서 발견된 '살인 매뉴얼', 공포영화의 모든 요소가 담긴 실제 사건이 인도 수도 뉴델리 한복판에서 벌어지면서 경찰과 언론,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금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