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안전하게? “구급차 사고 처벌 안 돼요” 국민 청원

입력 2018.07.05 (09:30) 수정 2018.07.0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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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제공 : 광주 북부소방서

빠르고 안전하게? "구급차 사고 처벌하지 말아주세요" 국민 청원

지난 2일 오전 11시쯤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의 한 교차로에서 구급차가 승합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났습니다. 구급차는 당시 신호가 빨간불이었지만, 이를 위반하고 주행했습니다. 교차로를 빠져나가려던 순간, 옆에서 달려오던 승합차가 그대로 들이받았습니다.

당시 구급차엔 식사 도중 음식물이 기도에 걸리면서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던 90대 할머니가 타고 있었습니다. 구급차 내부 블랙박스 카메라에는 환자의 몸 위에서 흉부 압박을 하며, 환자의 입으로 숨을 불어넣는 구급대원들의 긴박했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사고의 충격으로 구급차는 옆으로 넘어졌고 뒷문이 열리면서 구급대원들과 응급구조학과 실습생 그리고 환자가 밖으로 튕겨 나왔습니다. 사고를 당한 구급대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할머니에게 기어가 상태를 살폈지만, 결국 할머니는 숨졌습니다.

구급차 신호 위반 사고...구급대원 과실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 중요한 구급차가 신호 위반을 해도 될까요? 네, 가능합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구급차와 소방차는 '긴급 자동차'로 분류됩니다. 긴급상황일 때 신호나 속도위반을 해도 됩니다. 경우에 따라선 도로의 중앙이나 갓길로 통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현행법에선 긴급차량의 교통사고에 대한 면책권은 보장하지 않습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차의 교통으로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범한 경우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한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긴급 차량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신호위반 등 11대 중과실 사고가 나면 일반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처벌 받습니다.

종합해보면 구급대원은 응급환자를 빠르게 이송하는 것만큼 '안전'하게 이송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교통 상황이 복잡한 도로에서 "빠르고 안전하게"라는 말은 무리한 말 아닐까요? 그래서 경찰도 내부지침을 마련했습니다.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사고라도 전치 3주 이상의 중상을 입히지 않았다면 정당성과 긴급성을 고려해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이 지침을 적용해보면 구급차에 타고 있던 90대 할머니의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운전자의 처벌 여부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경찰은 할머니의 사인이 사고에 의한 것인지, 기존의 질병 때문인지 부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해 평균 245건...과실 비율 75%

이번에 발생한 사고가 드문 일은 아닙니다. 올해 1월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대교 남단 네거리에서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태우고 병원으로 이동하던 사설 구급차가 신호위반을 해 음주 운전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가 났습니다. 지난달 14일에도 경기도 파주에서 뇌경색으로 인한 70대의 심정지 환자를 이송하던 구급 차량이 신호 위반을 하고 직진하다 군용트럭과 충돌했습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4년 동안 119구급차 교통사고 건수는 한 해 평균 245건입니다. 이 가운데 교통법규 위반 등으로 인한 구급차 과실 비율은 75%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카레이서가 직접 구급차 운전요원을 대상으로 위기상황 대처법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구급차 운전요원의 안전운행 역량을 키우기 위한 취지였지만, 일각에선 "오죽하면..."이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법률 개정은 수년째 제자리...국민청원으로 탄력받을까?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합니다. 그런데 타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구급대원들에게도 예외 없이 똑같은 법이 적용돼야 할까요? 법원에서 구급대원의 사정을 고려해 무죄가 나오길 바라는 게 최선일까요?

구급 차량 사고가 잇따르자 국회에서도 법률 개정안이 나왔습니다. 2016년에는 위급상황에서 발생한 긴급자동차의 사고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습니다. 올해 2월에도 소방차와 구급차, 경찰차 등 긴급자동차가 사고를 냈을 경우 운전자 책임을 감면하는 내용이 담긴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법률 개정안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광주 구급대원 경찰 조사 및 처벌 억제

이번엔 국민 청원이 등장했습니다. 국민청원 글을 보면 작성자는 "응급 환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음에도 불구하고 처벌 위기에 놓인 구급대원들을 위한 면책 조항을 만들고 구급대원들의 조사가 이루어지되 처벌은 받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청원엔 오늘(5일) 오전 6시 기준, 1만 2천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30일 안에 20만 명 이상이 서명하면, 청와대는 답변해야 합니다. 그동안 공전을 거듭했던 법률 개정이 이번 청원을 통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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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7-05 09:33:00
    취재K
▲화면제공 : 광주 북부소방서

빠르고 안전하게? "구급차 사고 처벌하지 말아주세요" 국민 청원

지난 2일 오전 11시쯤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의 한 교차로에서 구급차가 승합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났습니다. 구급차는 당시 신호가 빨간불이었지만, 이를 위반하고 주행했습니다. 교차로를 빠져나가려던 순간, 옆에서 달려오던 승합차가 그대로 들이받았습니다.

당시 구급차엔 식사 도중 음식물이 기도에 걸리면서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던 90대 할머니가 타고 있었습니다. 구급차 내부 블랙박스 카메라에는 환자의 몸 위에서 흉부 압박을 하며, 환자의 입으로 숨을 불어넣는 구급대원들의 긴박했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사고의 충격으로 구급차는 옆으로 넘어졌고 뒷문이 열리면서 구급대원들과 응급구조학과 실습생 그리고 환자가 밖으로 튕겨 나왔습니다. 사고를 당한 구급대원들이 아픈 몸을 이끌고 할머니에게 기어가 상태를 살폈지만, 결국 할머니는 숨졌습니다.

구급차 신호 위반 사고...구급대원 과실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이 중요한 구급차가 신호 위반을 해도 될까요? 네, 가능합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구급차와 소방차는 '긴급 자동차'로 분류됩니다. 긴급상황일 때 신호나 속도위반을 해도 됩니다. 경우에 따라선 도로의 중앙이나 갓길로 통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현행법에선 긴급차량의 교통사고에 대한 면책권은 보장하지 않습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차의 교통으로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범한 경우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한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긴급 차량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신호위반 등 11대 중과실 사고가 나면 일반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처벌 받습니다.

종합해보면 구급대원은 응급환자를 빠르게 이송하는 것만큼 '안전'하게 이송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교통 상황이 복잡한 도로에서 "빠르고 안전하게"라는 말은 무리한 말 아닐까요? 그래서 경찰도 내부지침을 마련했습니다.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사고라도 전치 3주 이상의 중상을 입히지 않았다면 정당성과 긴급성을 고려해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이 지침을 적용해보면 구급차에 타고 있던 90대 할머니의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운전자의 처벌 여부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경찰은 할머니의 사인이 사고에 의한 것인지, 기존의 질병 때문인지 부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해 평균 245건...과실 비율 75%

이번에 발생한 사고가 드문 일은 아닙니다. 올해 1월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대교 남단 네거리에서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태우고 병원으로 이동하던 사설 구급차가 신호위반을 해 음주 운전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가 났습니다. 지난달 14일에도 경기도 파주에서 뇌경색으로 인한 70대의 심정지 환자를 이송하던 구급 차량이 신호 위반을 하고 직진하다 군용트럭과 충돌했습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4년 동안 119구급차 교통사고 건수는 한 해 평균 245건입니다. 이 가운데 교통법규 위반 등으로 인한 구급차 과실 비율은 75%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카레이서가 직접 구급차 운전요원을 대상으로 위기상황 대처법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구급차 운전요원의 안전운행 역량을 키우기 위한 취지였지만, 일각에선 "오죽하면..."이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법률 개정은 수년째 제자리...국민청원으로 탄력받을까?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합니다. 그런데 타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구급대원들에게도 예외 없이 똑같은 법이 적용돼야 할까요? 법원에서 구급대원의 사정을 고려해 무죄가 나오길 바라는 게 최선일까요?

구급 차량 사고가 잇따르자 국회에서도 법률 개정안이 나왔습니다. 2016년에는 위급상황에서 발생한 긴급자동차의 사고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습니다. 올해 2월에도 소방차와 구급차, 경찰차 등 긴급자동차가 사고를 냈을 경우 운전자 책임을 감면하는 내용이 담긴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법률 개정안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광주 구급대원 경찰 조사 및 처벌 억제

이번엔 국민 청원이 등장했습니다. 국민청원 글을 보면 작성자는 "응급 환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음에도 불구하고 처벌 위기에 놓인 구급대원들을 위한 면책 조항을 만들고 구급대원들의 조사가 이루어지되 처벌은 받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청원엔 오늘(5일) 오전 6시 기준, 1만 2천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30일 안에 20만 명 이상이 서명하면, 청와대는 답변해야 합니다. 그동안 공전을 거듭했던 법률 개정이 이번 청원을 통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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