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 비핵화?’ 그건 볼턴 당신 생각이고…화난 미 국무부 ‘부글부글’

입력 2018.07.0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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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시간표' 놓고 폼페이오 vs 볼턴 또 충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확하게는 백악관 안에서 국가안보 정책을 이끄는 양대 사령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비핵화 시간표를 놓고 다시 충돌하고 있다.

시작은 이번에도 존 볼턴 보좌관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일정이 확정되자 볼턴 보좌관이 현지 시각 1일 CBS 방송과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이 전략적 결정을 이미 내렸고, 핵과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한 공개에 협력한다는 전제 아래 1년 내 폐기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했다"고 말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이어질 것만 같았던 후속협상이 3주 가까이 열리지 않으면서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나 진정성을 의심하는 기류가 커져 왔는데, 볼턴의 발언이 나오면서 현지언론들은 이를 백악관의 비핵화 전략으로 받아들였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비핵화 시간표가 논의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미 국무부, 볼턴을 '일부 인사들'로 부르며 "비핵화 시간표 제시하지 않을 것" 확인

그러나 정작 대북 협상을 이끌고 있는 폼페이오의 국무부는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현지시간 3일 정례브리핑에서 볼턴 보좌관의 '1년 내 비핵화'발언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부 인사들(some individuals)이 시간표를 제시한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비핵화)에 대해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의 발언에 대한 질문임을 분명히 알고 있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볼턴 보좌관을 일부 인사들(individual)이라고 표현한 것은 무례하게 비칠 수도 있는데 이를 개의치 않고 "국무부는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We are not going to provide a timeline for that)"고 밝힌 것이다. 공식 브리핑에서 백악관 안보사령탑인 볼턴 보좌관을 가리키며 언급했다는 점에서 국무부가 볼턴 보좌관을 견제하거나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려는 시도라는 해석을 낳기 충분했다.

국무부가 이렇게 발끈한 것은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지난달 25일 방송된 CNN 인터뷰에서 밝혔는데도 볼턴 보좌관이 '1년 내 비핵화'를 마치 백악관의 공식 의견인 것처럼 언론에 알렸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애초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는 2020년 이내에 북한의 '주요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당시 CNN 인터뷰에서는 "2개월이든 6개월이든 북한 비핵화에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북미 정상이 제시한 것들을 달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샹그릴라 호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미 정상회담 숙소 샹그릴라 호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미 정상회담 숙소

볼턴은 왜? ... 북미정상회담의 목표였지만 합의 못 한 '비핵화 시간표' 공략

볼턴 보좌관이 '1년 내 비핵화'라는 비핵화 시간표를 들고 나온 것은 왜일까?
단서를 찾기 위해 6월 11일에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억해냈다. KBS 취재진은 당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머물렀다. KBS 특별취재팀은 이때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에서 미국 대표단의 핵심 관계자와 만나 북미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전략을 자세하게 들었다.

당시 미국 측 핵심 관계자는 내일(6월 12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핵심은 사찰도 중요하지만, 비핵화 시간표(타임 테이블)에 합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 당일까지 비핵화 시간표는 합의되지 않았다. 볼턴이 파고든 것이 바로 이 '비핵화 시간표'이다.

물론 폼페이오와 볼턴 두 사람이 강온 양면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역할 분담을 꾀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을 상대로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려는 이른바 '굿 캅-베드 캅'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자 할 때 유효하다. 하지만 이번처럼 한쪽은 "시간표가 없다", 다른 한쪽은 "1년 이내"라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이는 역할 분담이라기보다 메시지의 혼선에 가깝다.

폼페이오 vs 볼턴...북미 정상회담 직전에도 '리비아모델' 놓고 첫 충돌

폼페이와 볼턴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전 '리비아모델'을 놓고 한 차례 크게 충돌한 적이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볼턴 보좌관이 5월 13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리비아식 핵 폐기 모델을 거론하자 "북미 정상회담을 무산시키려는 것이냐"며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 때 볼턴 보좌관의 참석을 배제했다.

미 국무부, 북한과 비핵화 협상 긍정적 시각으로 기대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진정성에 신뢰감 나타내

국무부는 사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1년 전 내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뉴욕에서 가족들과 불꽃놀이를 즐기려는 계획이었는데 이른 비행기로 워싱턴으로 돌아가야 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호를 발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많은 사람은 혼란에 빠졌고, 북미 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 세계가 우려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석 달 동안 북한과 이제 4번째 회담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 사실만 봐도 우리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의 대화를 낙관하고 있다. 그는 트위터에서 "북한과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대화가 잘 돼가고 있다"며 "오직 가짜뉴스를 비롯한 야당만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고 밝히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진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신뢰를 표했다.


미국 주류 언론·정보당국·관련 연구단체...북한 진정성에 의구심 쏟아내

그러나 미국에서는 주류 언론과 정보당국, 관련 연구단체를 중심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지시간 3일 '트럼프 대통령, 대북 샴페인 들고 다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의심과 검증"이라며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도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비핵화 의도가 의심되는 상태에서 평양으로 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CNN 방송은 현지시간 2일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위성사진과 도청, 정보 등을 종합한 결과 북한은 현재로써는 완전한 비핵화 프로그램을 이행할 의도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매트도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NASIC)의 평가를 인용해 북한이 올 상반기에도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이동식발사차량(TEL)과 지원장비 생산을 계획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산하 비확산연구센터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 진행 중에도 함흥 미사일 제조공장을 확장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더 네이션, "북미 협상 탈선 등 위해 의도적 여론 기만" 우려도

물론 이런 주류 언론의 시각에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더 네이션'은 최근 미국 정보기관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 활동에 관한 정보를 언론에 유출하고 이를 토대로 언론과 전문가들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 결여 등을 비판하고 나선 데 대해 "이라크 침공을 앞뒀을 때 언론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량살상무기 개발 등을 들어 미국은 2003년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대량살상무기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던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어 "아직 북한의 핵과 관련해 신고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시점에서 '위반'이라는 용어에 구체적으로 합의할 상황도 아니다"란 전문가의 말을 전하면서, 북미 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북미 간 대화의 실제 상황에 대해 의도적으로 여론을 기만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기류 속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현지시간 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3차 방북길에 오른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의 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북한 비핵화 자체의 첫 단계 즉, '북한핵의 신고·검증'과 관련한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면 미국 정치권과 언론의 공격은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방북길에 오르는 폼페이오 장관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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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05 12: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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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시간표' 놓고 폼페이오 vs 볼턴 또 충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확하게는 백악관 안에서 국가안보 정책을 이끄는 양대 사령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비핵화 시간표를 놓고 다시 충돌하고 있다.

시작은 이번에도 존 볼턴 보좌관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일정이 확정되자 볼턴 보좌관이 현지 시각 1일 CBS 방송과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이 전략적 결정을 이미 내렸고, 핵과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한 공개에 협력한다는 전제 아래 1년 내 폐기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했다"고 말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이어질 것만 같았던 후속협상이 3주 가까이 열리지 않으면서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나 진정성을 의심하는 기류가 커져 왔는데, 볼턴의 발언이 나오면서 현지언론들은 이를 백악관의 비핵화 전략으로 받아들였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서 비핵화 시간표가 논의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미 국무부, 볼턴을 '일부 인사들'로 부르며 "비핵화 시간표 제시하지 않을 것" 확인

그러나 정작 대북 협상을 이끌고 있는 폼페이오의 국무부는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현지시간 3일 정례브리핑에서 볼턴 보좌관의 '1년 내 비핵화'발언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부 인사들(some individuals)이 시간표를 제시한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비핵화)에 대해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의 발언에 대한 질문임을 분명히 알고 있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볼턴 보좌관을 일부 인사들(individual)이라고 표현한 것은 무례하게 비칠 수도 있는데 이를 개의치 않고 "국무부는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We are not going to provide a timeline for that)"고 밝힌 것이다. 공식 브리핑에서 백악관 안보사령탑인 볼턴 보좌관을 가리키며 언급했다는 점에서 국무부가 볼턴 보좌관을 견제하거나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려는 시도라는 해석을 낳기 충분했다.

국무부가 이렇게 발끈한 것은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지난달 25일 방송된 CNN 인터뷰에서 밝혔는데도 볼턴 보좌관이 '1년 내 비핵화'를 마치 백악관의 공식 의견인 것처럼 언론에 알렸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애초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는 2020년 이내에 북한의 '주요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당시 CNN 인터뷰에서는 "2개월이든 6개월이든 북한 비핵화에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으려 한다"며 "북미 정상이 제시한 것들을 달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샹그릴라 호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미 정상회담 숙소
볼턴은 왜? ... 북미정상회담의 목표였지만 합의 못 한 '비핵화 시간표' 공략

볼턴 보좌관이 '1년 내 비핵화'라는 비핵화 시간표를 들고 나온 것은 왜일까?
단서를 찾기 위해 6월 11일에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억해냈다. KBS 취재진은 당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머물렀다. KBS 특별취재팀은 이때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에서 미국 대표단의 핵심 관계자와 만나 북미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전략을 자세하게 들었다.

당시 미국 측 핵심 관계자는 내일(6월 12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핵심은 사찰도 중요하지만, 비핵화 시간표(타임 테이블)에 합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 당일까지 비핵화 시간표는 합의되지 않았다. 볼턴이 파고든 것이 바로 이 '비핵화 시간표'이다.

물론 폼페이오와 볼턴 두 사람이 강온 양면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역할 분담을 꾀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을 상대로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려는 이른바 '굿 캅-베드 캅'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자 할 때 유효하다. 하지만 이번처럼 한쪽은 "시간표가 없다", 다른 한쪽은 "1년 이내"라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이는 역할 분담이라기보다 메시지의 혼선에 가깝다.

폼페이오 vs 볼턴...북미 정상회담 직전에도 '리비아모델' 놓고 첫 충돌

폼페이와 볼턴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전 '리비아모델'을 놓고 한 차례 크게 충돌한 적이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볼턴 보좌관이 5월 13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리비아식 핵 폐기 모델을 거론하자 "북미 정상회담을 무산시키려는 것이냐"며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 때 볼턴 보좌관의 참석을 배제했다.

미 국무부, 북한과 비핵화 협상 긍정적 시각으로 기대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진정성에 신뢰감 나타내

국무부는 사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1년 전 내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뉴욕에서 가족들과 불꽃놀이를 즐기려는 계획이었는데 이른 비행기로 워싱턴으로 돌아가야 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4호를 발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많은 사람은 혼란에 빠졌고, 북미 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 세계가 우려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석 달 동안 북한과 이제 4번째 회담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 사실만 봐도 우리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의 대화를 낙관하고 있다. 그는 트위터에서 "북한과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대화가 잘 돼가고 있다"며 "오직 가짜뉴스를 비롯한 야당만 불평을 늘어놓고 있다"고 밝히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진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신뢰를 표했다.


미국 주류 언론·정보당국·관련 연구단체...북한 진정성에 의구심 쏟아내

그러나 미국에서는 주류 언론과 정보당국, 관련 연구단체를 중심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현지시간 3일 '트럼프 대통령, 대북 샴페인 들고 다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의심과 검증"이라며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도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비핵화 의도가 의심되는 상태에서 평양으로 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CNN 방송은 현지시간 2일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위성사진과 도청, 정보 등을 종합한 결과 북한은 현재로써는 완전한 비핵화 프로그램을 이행할 의도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매트도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NASIC)의 평가를 인용해 북한이 올 상반기에도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이동식발사차량(TEL)과 지원장비 생산을 계획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산하 비확산연구센터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 진행 중에도 함흥 미사일 제조공장을 확장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더 네이션, "북미 협상 탈선 등 위해 의도적 여론 기만" 우려도

물론 이런 주류 언론의 시각에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더 네이션'은 최근 미국 정보기관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 활동에 관한 정보를 언론에 유출하고 이를 토대로 언론과 전문가들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 결여 등을 비판하고 나선 데 대해 "이라크 침공을 앞뒀을 때 언론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량살상무기 개발 등을 들어 미국은 2003년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대량살상무기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던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어 "아직 북한의 핵과 관련해 신고 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시점에서 '위반'이라는 용어에 구체적으로 합의할 상황도 아니다"란 전문가의 말을 전하면서, 북미 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북미 간 대화의 실제 상황에 대해 의도적으로 여론을 기만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기류 속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현지시간 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3차 방북길에 오른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과의 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북한 비핵화 자체의 첫 단계 즉, '북한핵의 신고·검증'과 관련한 구체적인 성과가 없다면 미국 정치권과 언론의 공격은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방북길에 오르는 폼페이오 장관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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