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강간놀이’하는 무슬림이 한국 이슬람화를 꿈꾼다?

입력 2018.07.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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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여 어떻게 됐나 보세요"
"타하루시라는 말을 한번 인터넷에 쳐보세요"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이면 한국은 급속도로 이슬람화가 될 겁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무슬림 난민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조장하는 근거 없는 주장들이 확산하고 있다. 여러 갈래의 인터넷 소문에서 일치되는 건 이슬람에 대한 혐오다.
여러 언론에서 이미 가짜뉴스로 규정한 내용들도 여전히 유포되고 있다. 난민 수용에 대한 거부감이 확증편향을 강화해 믿고 싶은 것만 믿게 하는 분위기 속에 가짜 정보가 곰팡이 피듯 번져나가고 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는 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판단의 기준이 근거 없는 가짜 정보에 기반하고 있다면 문제가 있다. 이에 KBS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난민 관련 정보의 진위를 따져봤다.

스웨덴이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여서 강간 천국이 됐다?

포털사이트의 한 ‘맘카페’에 게시된 글.포털사이트의 한 ‘맘카페’에 게시된 글.

인터넷 맘카페에 게시된 글이다. 난민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폈던 스웨덴에 무슬림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전 세계적인 성범죄 국가가 됐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주장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 아니다.

스웨덴이 `강간 세계 1위'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2012년 UN 자료가 따라다닌다. 2012년 UN 국가의 10만명당 강간 범죄 비율 데이터를 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온다. 과연 그럴까?

사진: UN 마약 및 범죄 사무소 보고서사진: UN 마약 및 범죄 사무소 보고서

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63개 나라의 데이터가 빠져 있다. 국제 비교 자체가 안된다는 얘기다.더구나 스웨덴에 16만여 명이 난민 신청을 하고 11만 명 넘는 난민이 국경을 넘은 건 2015년의 일이다. 해당 통계는 2012년에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난민과 관련된 강간 통계로 볼 수도 없다. 또한 보고된 강간 범죄가 이슬람 난민이 저지른 범죄라는 분류조차 없다.

범죄 통계를 국가 간 단순 비교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은 범죄학자와 통계학자들 사이에선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EU의 통계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로스태트(Eurostat)는 아래와 같은 유의 사항을 명시해두었다. 범죄 통계는 각국의 다양한 법률 시스템과 관행, 통계 계산 규칙, 범죄 유형 등의 차이 때문에 추세만 볼 뿐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특히 스웨덴은 성범죄를 강간, 성추행 뿐 아니라 성적인 강요, 성 착취 등 넓은 범주를 포괄해 정의하는 국가다. 이는 2005년 성범죄법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또 스웨덴은 성범죄 신고율이 높고 사법당국도 가급적 많은 피해 사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경향이 있어 전체적으로 성범죄 통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집계된다는 분석이 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스웨덴의 성범죄 추이는 어떻게 변했을까?

스웨덴 법무부 산하기구인 스웨덴 범죄 예방 협회(Swedish National Council for Crime Prevention)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집계한 `신고된 성범죄 건수' 그래프를 보면 꾸준히 상승하다 2014년 최고점을 찍은 뒤 2015년에 뚝 떨어졌다 이듬해 다시 2014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이후 성범죄 건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스웨덴 정부가 2005년에 이어 2013년에도 성범죄의 법적 정의를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논란의 핵심인 강간 건수는(보라색 그래프로 표시) 지난 10년간 눈에 띨만한 변화가 없었다. 무슬림 이민자가 몰렸던 2015년 이후 소폭 상승했지만(20,284건) 이는 2014년(20,326건)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스웨덴이 무슬림 이민자 때문에 `강간 천국'이 됐다는 인식은 2010년 일어난 한 강간‧살인 사건이 인터넷을 통해 왜곡돼 퍼지면서 강화됐다. 당시 27살의 모델이었던 엘린 크란츠가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범인이 19살의 무슬림 난민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자아냈다. 더군다나 엘린은 평소 다문화 정책을 옹호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희생된 故 엘린 크란츠.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 조화가 놓여있다. (사진:www.gp.se)희생된 故 엘린 크란츠.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 조화가 놓여있다. (사진:www.gp.se)

하지만 이는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주한스웨덴대사관은 해당 사건의 범인이 무슬림이 아닌 에티오피아 출신 기독교인이라고 밝혔다. 범행 당시 그는 외국인 노동자 취업 거주 허가를 받아 스웨덴에 체류 중이었다.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이 사건을 반이민주의와 연관시켜 정치에 이용하면서 비난을 받았다.

무슬림 난민들은 재미삼아 `강간 놀이'를 자행한다?

유럽에서 무슬림 난민들이 `강간 놀이'을 자행한다는 내용도 성범죄 관련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대표적인 뉴스다. 일부 해외 매체는 물론 국내 언론에서도 강간 놀이를 뜻하는 `타하루시'(아랍어‧taharrush gamea)가 무슬림의 일탈적인 문화로 소개되고 있다. 여러 명의 무슬림 남성들이 재미삼아 여성을 에워싸고 집단으로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타하루시란 용어는 2011년 2월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 발표가 있던 날 타흐리르 광장에서 이를 보도하던 미국 CBS방송국의 라라 로건 기자를 군중이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방 언론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사진: nymag.com사진: nymag.com

2015년에 독일 쾰른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력 사건은 타하루시를 무슬림의 왜곡된 문화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쾰른 집단 성폭력 사건은 2015년 마지막 날 새해맞이를 위해 쾰른역 주변에 모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난민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집단 성폭력과 강‧절도, 폭행 등의 범죄를 일으킨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북아프리카와 중동계 남성으로 이뤄진 범죄자 천 여 명이 범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슬림의 강간 놀이로 알려진 타하루시는 알려진 것처럼 이슬람 문화나 유행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중동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중동에 거주하거나 연구를 했어도 타하루시라는 용어가 매우 낯설다고 말한다.

1990년부터 이집트와 요르단 등 아랍 이슬람 지역에서 20여 년을 지내며 선교활동을 한 김동문 목사는 과거 국내의 한 기독교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타하루시는 집단 강간 문화를 일컫는 말이 아니고 그런 이슬람 문화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용어의 오역 문제도 지적했다. 아랍어 타하루시 가마이(taharrush gamea)는 이집트 사투리로 `집단 따돌림'또는 `괴롭힘'을 뜻한다고 밝혔다. `집단'을 뜻하는 단어 `gamea'가 영문 매체를 거쳐 한글로 재차 옮겨지면서 `놀이'를 뜻하는 영어 `game’으로 오역됐다는 설명이다.

타하루시가 중동에서 자행되는 집단 강간 문화를 일컫는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어떤 사회에나 있는 성폭력 사건일 뿐 하나의 문화나 유행으로 자리 잡은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언론이 자극적인 용어와 제목을 달아 선정적인 내용을 유포하는 건 이슬람 세계와 무슬림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는 부적절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은 일부 외신 기사를 통해서도 전해진다.
(☞ 허핑턴 포스트 “타하루시와 성차별주의는 아랍의 문화적 관행이 아니다”)

대표적인 중동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도 타하루시란 문화는 없다고 말했다.

인 교수는 “오랫동안 아랍과 중동을 연구했고 교류해왔지만 타하루시란 용어는 참 낯설다”며 “이지메와 비슷한 개념인 것 같은데, 이를 집단 성폭력 놀이로 해석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남성 우위 사회의 영향으로 아랍의 시골이나 빈민촌에서 일부 남성이 여성에게 친근덕거리거나 희롱하는 습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성폭력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집단적으로 실행하는 건 권위적인 이슬람 문화에서 오히려 금기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자칫하면 중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극단적인 케이스를 일반화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도 했다.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퍼져 이슬람에 대한 막연한 혐오와 공포를 조장할 경우 한국 사회가 급진적 이슬람 세력의 새로운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친미 국가로 알려진 한국이 이슬람에 대한 혐오국으로 인식될 경우 재외국민이나 해외 공관 주재원 등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슬림 난민이 한국의 이슬람화를 꿈꾼다?

모로코에 있는 이슬람 사원에서 등에 태극기를 붙인 신도들이 “한국을 달라”며 단체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알려진 사진이다.

“한국을 달라”고 기도한 모습으로 알려진 사진.“한국을 달라”고 기도한 모습으로 알려진 사진.

이 사진은 무슬림들이 한국을 이슬람국가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포장돼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 벌써 3년 전 일이다. 그런데 이 사진이 최근 들어 다시 돌고 있다.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은 "이슬람의 다음 공격지가 유럽에 이어 한국"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사진은 특히 기독교인 사이에서 널리 공유되면서 `기도와 선교 맞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했다.

하지만 위 사진은 2014년 10월 한국에 있는 무슬림들이 이태원의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원에서 사우디 메카 성지순례를 가기 전에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슬람교중앙회는 인터넷에 퍼져있는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고, 옷에 태극기를 수놓은 이유에 대해선 "한국에서 왔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긴 교인들이 단체로 옷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이 찍어 SNS에 올린 사진을 누군가 다른 내용으로 변조해 확산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가짜뉴스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이 사진은 제주도 예멘인들이 한국의 이슬람화를 위해 거짓으로 난민신청을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감초'로 이용되고 있다. 난민들이 이슬람교 전파를 위해 나서고 있다는 뚜렷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위 세 가지 내용에 대한 진위를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난민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는 경계해야"

유럽의 많은 국가가 늘어나는 난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한국도 고민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난민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려운 지점이 바로 여기다.

설사 불안의 근거가 가짜뉴스라고 해도 국민들은 쉽게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불안감은 본능에 가까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부 세력은 이런 불안감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유럽에서 무슬림과 난민에 대한 온갖 억측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근거 없는 가짜뉴스를 증폭시키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분석이 많다.

결국 사회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이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일도 아니다. 오랫동안 불안과 억측이 계속될 수도 있는 이유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람들은 처음 접한 하나의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정부와 언론, 전문가 집단이 가짜뉴스에 대해선 가짜라고 계속 얘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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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 ‘강간놀이’하는 무슬림이 한국 이슬람화를 꿈꾼다?
    • 입력 2018-07-08 10:00:06
    취재K
"스웨덴은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여 어떻게 됐나 보세요"
"타하루시라는 말을 한번 인터넷에 쳐보세요"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이면 한국은 급속도로 이슬람화가 될 겁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무슬림 난민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조장하는 근거 없는 주장들이 확산하고 있다. 여러 갈래의 인터넷 소문에서 일치되는 건 이슬람에 대한 혐오다.
여러 언론에서 이미 가짜뉴스로 규정한 내용들도 여전히 유포되고 있다. 난민 수용에 대한 거부감이 확증편향을 강화해 믿고 싶은 것만 믿게 하는 분위기 속에 가짜 정보가 곰팡이 피듯 번져나가고 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는 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판단의 기준이 근거 없는 가짜 정보에 기반하고 있다면 문제가 있다. 이에 KBS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난민 관련 정보의 진위를 따져봤다.

스웨덴이 무슬림 난민을 받아들여서 강간 천국이 됐다?

포털사이트의 한 ‘맘카페’에 게시된 글.
인터넷 맘카페에 게시된 글이다. 난민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폈던 스웨덴에 무슬림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전 세계적인 성범죄 국가가 됐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주장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이 아니다.

스웨덴이 `강간 세계 1위'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2012년 UN 자료가 따라다닌다. 2012년 UN 국가의 10만명당 강간 범죄 비율 데이터를 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온다. 과연 그럴까?

사진: UN 마약 및 범죄 사무소 보고서
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63개 나라의 데이터가 빠져 있다. 국제 비교 자체가 안된다는 얘기다.더구나 스웨덴에 16만여 명이 난민 신청을 하고 11만 명 넘는 난민이 국경을 넘은 건 2015년의 일이다. 해당 통계는 2012년에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난민과 관련된 강간 통계로 볼 수도 없다. 또한 보고된 강간 범죄가 이슬람 난민이 저지른 범죄라는 분류조차 없다.

범죄 통계를 국가 간 단순 비교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은 범죄학자와 통계학자들 사이에선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EU의 통계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로스태트(Eurostat)는 아래와 같은 유의 사항을 명시해두었다. 범죄 통계는 각국의 다양한 법률 시스템과 관행, 통계 계산 규칙, 범죄 유형 등의 차이 때문에 추세만 볼 뿐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특히 스웨덴은 성범죄를 강간, 성추행 뿐 아니라 성적인 강요, 성 착취 등 넓은 범주를 포괄해 정의하는 국가다. 이는 2005년 성범죄법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또 스웨덴은 성범죄 신고율이 높고 사법당국도 가급적 많은 피해 사례를 기록으로 남기는 경향이 있어 전체적으로 성범죄 통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집계된다는 분석이 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스웨덴의 성범죄 추이는 어떻게 변했을까?

스웨덴 법무부 산하기구인 스웨덴 범죄 예방 협회(Swedish National Council for Crime Prevention)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집계한 `신고된 성범죄 건수' 그래프를 보면 꾸준히 상승하다 2014년 최고점을 찍은 뒤 2015년에 뚝 떨어졌다 이듬해 다시 2014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이후 성범죄 건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스웨덴 정부가 2005년에 이어 2013년에도 성범죄의 법적 정의를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논란의 핵심인 강간 건수는(보라색 그래프로 표시) 지난 10년간 눈에 띨만한 변화가 없었다. 무슬림 이민자가 몰렸던 2015년 이후 소폭 상승했지만(20,284건) 이는 2014년(20,326건)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스웨덴이 무슬림 이민자 때문에 `강간 천국'이 됐다는 인식은 2010년 일어난 한 강간‧살인 사건이 인터넷을 통해 왜곡돼 퍼지면서 강화됐다. 당시 27살의 모델이었던 엘린 크란츠가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범인이 19살의 무슬림 난민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자아냈다. 더군다나 엘린은 평소 다문화 정책을 옹호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희생된 故 엘린 크란츠. 시신이 발견된 현장에 조화가 놓여있다. (사진:www.gp.se)
하지만 이는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주한스웨덴대사관은 해당 사건의 범인이 무슬림이 아닌 에티오피아 출신 기독교인이라고 밝혔다. 범행 당시 그는 외국인 노동자 취업 거주 허가를 받아 스웨덴에 체류 중이었다.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이 사건을 반이민주의와 연관시켜 정치에 이용하면서 비난을 받았다.

무슬림 난민들은 재미삼아 `강간 놀이'를 자행한다?

유럽에서 무슬림 난민들이 `강간 놀이'을 자행한다는 내용도 성범죄 관련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대표적인 뉴스다. 일부 해외 매체는 물론 국내 언론에서도 강간 놀이를 뜻하는 `타하루시'(아랍어‧taharrush gamea)가 무슬림의 일탈적인 문화로 소개되고 있다. 여러 명의 무슬림 남성들이 재미삼아 여성을 에워싸고 집단으로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타하루시란 용어는 2011년 2월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 발표가 있던 날 타흐리르 광장에서 이를 보도하던 미국 CBS방송국의 라라 로건 기자를 군중이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서방 언론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사진: nymag.com
2015년에 독일 쾰른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력 사건은 타하루시를 무슬림의 왜곡된 문화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쾰른 집단 성폭력 사건은 2015년 마지막 날 새해맞이를 위해 쾰른역 주변에 모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난민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집단 성폭력과 강‧절도, 폭행 등의 범죄를 일으킨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북아프리카와 중동계 남성으로 이뤄진 범죄자 천 여 명이 범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슬림의 강간 놀이로 알려진 타하루시는 알려진 것처럼 이슬람 문화나 유행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중동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중동에 거주하거나 연구를 했어도 타하루시라는 용어가 매우 낯설다고 말한다.

1990년부터 이집트와 요르단 등 아랍 이슬람 지역에서 20여 년을 지내며 선교활동을 한 김동문 목사는 과거 국내의 한 기독교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타하루시는 집단 강간 문화를 일컫는 말이 아니고 그런 이슬람 문화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용어의 오역 문제도 지적했다. 아랍어 타하루시 가마이(taharrush gamea)는 이집트 사투리로 `집단 따돌림'또는 `괴롭힘'을 뜻한다고 밝혔다. `집단'을 뜻하는 단어 `gamea'가 영문 매체를 거쳐 한글로 재차 옮겨지면서 `놀이'를 뜻하는 영어 `game’으로 오역됐다는 설명이다.

타하루시가 중동에서 자행되는 집단 강간 문화를 일컫는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어떤 사회에나 있는 성폭력 사건일 뿐 하나의 문화나 유행으로 자리 잡은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언론이 자극적인 용어와 제목을 달아 선정적인 내용을 유포하는 건 이슬람 세계와 무슬림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는 부적절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은 일부 외신 기사를 통해서도 전해진다.
(☞ 허핑턴 포스트 “타하루시와 성차별주의는 아랍의 문화적 관행이 아니다”)

대표적인 중동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도 타하루시란 문화는 없다고 말했다.

인 교수는 “오랫동안 아랍과 중동을 연구했고 교류해왔지만 타하루시란 용어는 참 낯설다”며 “이지메와 비슷한 개념인 것 같은데, 이를 집단 성폭력 놀이로 해석하는 건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남성 우위 사회의 영향으로 아랍의 시골이나 빈민촌에서 일부 남성이 여성에게 친근덕거리거나 희롱하는 습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성폭력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집단적으로 실행하는 건 권위적인 이슬람 문화에서 오히려 금기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자칫하면 중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극단적인 케이스를 일반화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도 했다.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퍼져 이슬람에 대한 막연한 혐오와 공포를 조장할 경우 한국 사회가 급진적 이슬람 세력의 새로운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친미 국가로 알려진 한국이 이슬람에 대한 혐오국으로 인식될 경우 재외국민이나 해외 공관 주재원 등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슬림 난민이 한국의 이슬람화를 꿈꾼다?

모로코에 있는 이슬람 사원에서 등에 태극기를 붙인 신도들이 “한국을 달라”며 단체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알려진 사진이다.

“한국을 달라”고 기도한 모습으로 알려진 사진.
이 사진은 무슬림들이 한국을 이슬람국가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포장돼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 벌써 3년 전 일이다. 그런데 이 사진이 최근 들어 다시 돌고 있다.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은 "이슬람의 다음 공격지가 유럽에 이어 한국"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사진은 특히 기독교인 사이에서 널리 공유되면서 `기도와 선교 맞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했다.

하지만 위 사진은 2014년 10월 한국에 있는 무슬림들이 이태원의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원에서 사우디 메카 성지순례를 가기 전에 찍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슬람교중앙회는 인터넷에 퍼져있는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고, 옷에 태극기를 수놓은 이유에 대해선 "한국에서 왔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긴 교인들이 단체로 옷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이 찍어 SNS에 올린 사진을 누군가 다른 내용으로 변조해 확산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가짜뉴스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이 사진은 제주도 예멘인들이 한국의 이슬람화를 위해 거짓으로 난민신청을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감초'로 이용되고 있다. 난민들이 이슬람교 전파를 위해 나서고 있다는 뚜렷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위 세 가지 내용에 대한 진위를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난민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는 경계해야"

유럽의 많은 국가가 늘어나는 난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한국도 고민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난민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려운 지점이 바로 여기다.

설사 불안의 근거가 가짜뉴스라고 해도 국민들은 쉽게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불안감은 본능에 가까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부 세력은 이런 불안감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유럽에서 무슬림과 난민에 대한 온갖 억측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근거 없는 가짜뉴스를 증폭시키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분석이 많다.

결국 사회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이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일도 아니다. 오랫동안 불안과 억측이 계속될 수도 있는 이유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람들은 처음 접한 하나의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정부와 언론, 전문가 집단이 가짜뉴스에 대해선 가짜라고 계속 얘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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