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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사랑 받는 국정원’은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
입력 2018.07.09 (14:08) 수정 2018.07.09 (14:11) 취재후
[취재후] ‘사랑 받는 국정원’은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
국가정보원이 국민들에게 '사랑받은 적'이 있었던가. '예스'라고 대답하긴 힘들 것이다. 물론 그나마 요즘이 가장 평판이 낫다고는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 배경에 국정원의 물밑 접촉이 있었다는 게 중론이며, 따라서 국정원이 남북 간 화해 분위기 조성의 일등공신처럼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나쁠 건 없다. 국정원이 진작부터 이런 것을 잘했어야 했다. 선거 개입하고 여론 조작하고 불법 사찰하고...이런 것 말고 말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과거 정부에서 자신들이 저질렀던 불법 행위들에 대해 정말로 낱낱이 공개하고 뜯어고칠 생각인가를 묻는다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기자의 독단적 판단이 아니다. 지난해 국정원 개혁위원회 공보간사를 맡았던 장유식 변호사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요즘 국민들한테 사랑받는 국정원이 개혁 속도를 높이지 않는 것 같다"

KBS가 입수한 국정원 문건KBS가 입수한 국정원 문건

KBS 탐사보도부는 단독 입수한 국정원 문건을 지난주 인터넷에 공개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한 시민사회·학계·종교계 사람들을 전방위적으로 사찰하고 그들에게 불이익을 준 사실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는 문서다. 반대로 찬성 교수나 단체에게는 지원금을 주며 지식인 사회를 편가르기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의 이런 일탈 행위가 청와대 수석들에게 일일이 보고됐다는 사실도 처음 드러났다.

이 문서는 지난 3월 작성됐다. 환경부가 국정원에 자료를 요청했고 국정원이 다량의 자료를 간추려 요약본의 형태로 환경부에 건넸다. 그래서 제목이 '국정원 회신 내용'이다. 취재진은 이걸 5월에 입수했다.

물론 국정원을 이해하자면 이해할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고 북미정상회담도 있었다. 6·13 지방선거도 있었다. 국정원 입장에선 바쁜 시기였고, 과거 불법 행위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기에 부담스러웠거나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9시 뉴스 보도 캡처9시 뉴스 보도 캡처

그러나 국정원은 애당초 4월 초에 관련 내용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4대강 사찰'을 비롯해 ▲'제3 노총 불법지원',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부당 개입' 등 각종 추가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했었다. 그게 지켜지지 않았다.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나중에 언제 밝히겠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냥 흐지부지 넘어갔다.

[KBS 9시 뉴스]의 연속 보도 이후 국정원은 이번 문건의 실체를 시인하는 한편,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다량의 추가 자료를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사실상 '그렇게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수사가 진행되려면 누군가의 고발이 있거나 검찰 스스로가 나서야 한다. 전례로 볼 때 국정원이 형사고발까지 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로 이어질지, 그래서 '이명박 청와대 사람들'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지, 궁극적으론 국정원 개혁이 중단되지 않고 전진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 아직 많이 남았다. 청산과 개혁은 끝이 없다.
  • [취재후] ‘사랑 받는 국정원’은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
    • 입력 2018.07.09 (14:08)
    • 수정 2018.07.09 (14:11)
    취재후
[취재후] ‘사랑 받는 국정원’은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
국가정보원이 국민들에게 '사랑받은 적'이 있었던가. '예스'라고 대답하긴 힘들 것이다. 물론 그나마 요즘이 가장 평판이 낫다고는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 배경에 국정원의 물밑 접촉이 있었다는 게 중론이며, 따라서 국정원이 남북 간 화해 분위기 조성의 일등공신처럼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나쁠 건 없다. 국정원이 진작부터 이런 것을 잘했어야 했다. 선거 개입하고 여론 조작하고 불법 사찰하고...이런 것 말고 말이다.

그러나 국정원이 과거 정부에서 자신들이 저질렀던 불법 행위들에 대해 정말로 낱낱이 공개하고 뜯어고칠 생각인가를 묻는다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기자의 독단적 판단이 아니다. 지난해 국정원 개혁위원회 공보간사를 맡았던 장유식 변호사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요즘 국민들한테 사랑받는 국정원이 개혁 속도를 높이지 않는 것 같다"

KBS가 입수한 국정원 문건KBS가 입수한 국정원 문건

KBS 탐사보도부는 단독 입수한 국정원 문건을 지난주 인터넷에 공개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한 시민사회·학계·종교계 사람들을 전방위적으로 사찰하고 그들에게 불이익을 준 사실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는 문서다. 반대로 찬성 교수나 단체에게는 지원금을 주며 지식인 사회를 편가르기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의 이런 일탈 행위가 청와대 수석들에게 일일이 보고됐다는 사실도 처음 드러났다.

이 문서는 지난 3월 작성됐다. 환경부가 국정원에 자료를 요청했고 국정원이 다량의 자료를 간추려 요약본의 형태로 환경부에 건넸다. 그래서 제목이 '국정원 회신 내용'이다. 취재진은 이걸 5월에 입수했다.

물론 국정원을 이해하자면 이해할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고 북미정상회담도 있었다. 6·13 지방선거도 있었다. 국정원 입장에선 바쁜 시기였고, 과거 불법 행위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기에 부담스러웠거나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9시 뉴스 보도 캡처9시 뉴스 보도 캡처

그러나 국정원은 애당초 4월 초에 관련 내용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4대강 사찰'을 비롯해 ▲'제3 노총 불법지원',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부당 개입' 등 각종 추가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고 했었다. 그게 지켜지지 않았다.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나중에 언제 밝히겠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냥 흐지부지 넘어갔다.

[KBS 9시 뉴스]의 연속 보도 이후 국정원은 이번 문건의 실체를 시인하는 한편,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다량의 추가 자료를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사실상 '그렇게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수사가 진행되려면 누군가의 고발이 있거나 검찰 스스로가 나서야 한다. 전례로 볼 때 국정원이 형사고발까지 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로 이어질지, 그래서 '이명박 청와대 사람들'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지, 궁극적으론 국정원 개혁이 중단되지 않고 전진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 아직 많이 남았다. 청산과 개혁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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