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파티 연 펜션 운영자가 무죄인 이유

입력 2018.07.11 (11:20) 수정 2018.07.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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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누드 펜션의 모습은 놀라웠다. 남녀가 알몸으로 모여 일광욕과 식사는 물론 배드민턴 등 운동과 물놀이를 하는 자극적인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충북 제천에서 누드 펜션을 운영해온 A 모(51) 씨는 나체주의 동호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아내 소유로 돼 있는 2층 펜션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차례 정도 다른 회원들과 모임을 했다. 펜션 안에서는 물론 펜션 앞마당에서도 알몸으로 바비큐 파티와 일광욕, 캠프파이어, 배드민턴 등의 놀이도 했다.

이런 사실이 마을에 알려지자 주민들은 “누드족은 물러가라”며 반발했고, 누드 펜션이 방송에까지 보도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적용 법률이 마땅치 않아 고심했다.

경찰은 공연음란죄를 적용하려 했지만, 검토 결과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펜션이 민가와는 100m 이상 떨어진 산 중턱에 있어, 산에 올라가지 않는 한 마을에서 펜션은 보이지 않는다. 형법에 규정된 공연음란죄의 요건인 ‘공개된 장소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음란한 행위’를 충족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보건복지부 “누드 펜션은 숙박업소”

경찰은 결국 고심 끝에 공중위생관리법과 풍속영업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이 누드 펜션에 대해 '미신고 숙박업소'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가능해졌다.

보건복지부는 “(누드) 동호회 회원이 되는 데 특별한 장벽이 없고, 회비만 내면 시설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누드 펜션)은 숙박업소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회원들로부터 가입비 10만 원과 연회비 24만 원을 받았고, 펜션에서 모임을 할 때마다 침구와 생필품을 제공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누드 펜션은 숙박업소로 봐야 한다는 것이 행정당국의 법 해석이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행정기관에 신고도 없이 숙박업소를 운영한 만큼 공중위생관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공공장소인 숙박업소에서 이용객이 전라 상태로 노출, 풍속을 해쳤다며 풍속영업규제법도 적용했다. 풍속영업규제법상 숙박업소 운영자는 음란행위를 하게 하거나 알선 또는 제공해서는 안 된다.


A씨는 재판에 넘겨졌고,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원고 측과 검찰은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결국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경제적 이득 목적 아니다"

청주지법 제천지원 형사2단독 하성우 판사는 공중위생관리법과 풍속영업규제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나체주의 동호회 회장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무죄 이유는 뭘까.

법원의 논리는 이렇다. A 씨의 장소 제공 행위가 현행법상 숙박업으로 볼 수 없으므로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중위생관리법과 풍속영업법의 적용 되려면 ‘영업’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펜션에서 한 일이 음란행위인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하 판사는 "피고인이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펜션 숙박 등을 대가로 회원들에게 가입비와 연회비를 받았다는 점을 명백하게 증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회원비를 받은 것을 '영업'이 아닌 동호회 참가비로 본 것이다.

검찰은 영리성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달 27일 항소했다. 검찰의 항소로 A 씨에 대한 2심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서양에서는 흔한 누드 클럽

A 씨는 2층 구조의 이 펜션(연면적 1천590㎡)에서 나체주의 동호회 모임을 2008년부터 열어왔다. 한때 주민 반발로 문을 닫았지만, 지난해 영업을 재개했다. 그가 운영한 나체주의 동호회는 연간 회원이 40여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주민들은 누드 펜션이 마을 분위기를 해친다며 진입로를 막고 반대 집회를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자 A 씨는 지난해 8월 건물을 매각해 처분했다.

이런 나체주의 모임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누드 클럽, 누드 비치 등의 형태로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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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드파티 연 펜션 운영자가 무죄인 이유
    • 입력 2018-07-11 11:20:28
    • 수정2018-07-11 11:36:00
    취재K
지난해 8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누드 펜션의 모습은 놀라웠다. 남녀가 알몸으로 모여 일광욕과 식사는 물론 배드민턴 등 운동과 물놀이를 하는 자극적인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충북 제천에서 누드 펜션을 운영해온 A 모(51) 씨는 나체주의 동호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아내 소유로 돼 있는 2층 펜션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차례 정도 다른 회원들과 모임을 했다. 펜션 안에서는 물론 펜션 앞마당에서도 알몸으로 바비큐 파티와 일광욕, 캠프파이어, 배드민턴 등의 놀이도 했다.

이런 사실이 마을에 알려지자 주민들은 “누드족은 물러가라”며 반발했고, 누드 펜션이 방송에까지 보도되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적용 법률이 마땅치 않아 고심했다.

경찰은 공연음란죄를 적용하려 했지만, 검토 결과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펜션이 민가와는 100m 이상 떨어진 산 중턱에 있어, 산에 올라가지 않는 한 마을에서 펜션은 보이지 않는다. 형법에 규정된 공연음란죄의 요건인 ‘공개된 장소에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음란한 행위’를 충족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보건복지부 “누드 펜션은 숙박업소”

경찰은 결국 고심 끝에 공중위생관리법과 풍속영업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이 누드 펜션에 대해 '미신고 숙박업소'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가능해졌다.

보건복지부는 “(누드) 동호회 회원이 되는 데 특별한 장벽이 없고, 회비만 내면 시설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누드 펜션)은 숙박업소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회원들로부터 가입비 10만 원과 연회비 24만 원을 받았고, 펜션에서 모임을 할 때마다 침구와 생필품을 제공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누드 펜션은 숙박업소로 봐야 한다는 것이 행정당국의 법 해석이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행정기관에 신고도 없이 숙박업소를 운영한 만큼 공중위생관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공공장소인 숙박업소에서 이용객이 전라 상태로 노출, 풍속을 해쳤다며 풍속영업규제법도 적용했다. 풍속영업규제법상 숙박업소 운영자는 음란행위를 하게 하거나 알선 또는 제공해서는 안 된다.


A씨는 재판에 넘겨졌고,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원고 측과 검찰은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결국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경제적 이득 목적 아니다"

청주지법 제천지원 형사2단독 하성우 판사는 공중위생관리법과 풍속영업규제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나체주의 동호회 회장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무죄 이유는 뭘까.

법원의 논리는 이렇다. A 씨의 장소 제공 행위가 현행법상 숙박업으로 볼 수 없으므로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중위생관리법과 풍속영업법의 적용 되려면 ‘영업’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펜션에서 한 일이 음란행위인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하 판사는 "피고인이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펜션 숙박 등을 대가로 회원들에게 가입비와 연회비를 받았다는 점을 명백하게 증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회원비를 받은 것을 '영업'이 아닌 동호회 참가비로 본 것이다.

검찰은 영리성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달 27일 항소했다. 검찰의 항소로 A 씨에 대한 2심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서양에서는 흔한 누드 클럽

A 씨는 2층 구조의 이 펜션(연면적 1천590㎡)에서 나체주의 동호회 모임을 2008년부터 열어왔다. 한때 주민 반발로 문을 닫았지만, 지난해 영업을 재개했다. 그가 운영한 나체주의 동호회는 연간 회원이 40여 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주민들은 누드 펜션이 마을 분위기를 해친다며 진입로를 막고 반대 집회를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자 A 씨는 지난해 8월 건물을 매각해 처분했다.

이런 나체주의 모임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누드 클럽, 누드 비치 등의 형태로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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