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북핵 위협 더 없어” “강도적 요구”…6·12 한 달 ‘말말말’

입력 2018.07.12 (10:30) 수정 2018.07.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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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적대관계 청산과 새 북미 관계 출발을 선언했던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오늘로 꼭 한 달을 맞았다. 북미 정상의 세기적 악수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물론 북핵 방정식을 일순간에 대결에서 대화로, 전쟁에서 평화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벌써 '허니문은 끝났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기대를 모았던 북미의 후속 협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치열한 신경전과 힘겨루기 속에 협상은 다시 2라운드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포스트 싱가포르' 한 달, 북미 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양측이 쏟아낸 발언들을 통해 북미 관계의 현주소를 진단해본다.


◆"더 이상 북한의 핵 위협은 없다..오늘밤은 푹 주무시라!"
(트럼프 대통령 트윗, 6월 13일)


북미 회담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간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 직후 첫 트윗을 통해 "더 이상 북한의 핵 위협은 없다(There is no longer a Nuclear Threat from North Korea)"고 선언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흥미롭고 매우 긍정적인 경험(interesting and positive experience)이었다"면서 "북한은 장래에 매우 큰 잠재력을 가진 국가"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올린 두 번째 트윗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북한이 가장 크고 가장 위험한 문제라고 말했다(President Obama said that North Korea was our biggest and most dangerous problem)"고 언급한 뒤 "더 이상은 아니다. 오늘 밤은 푹 주무시라!(No longer - sleep well tonight!)"며 북미회담이 자신의 치적임을 과시했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그만큼 회담 결과에 고무돼 있었고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 자신감이 넘쳐있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발언이다. 전 세계의 기대 또한 한껏 부풀어 올랐다.

북미회담을 마치고 싱가포르에서 서울로 이동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앞으로 2년 반 안에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길 희망한다"며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0년 말을 비핵화 시간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 "한미훈련 중단은 내 제안..김정은에게 직통 전화번호 줬다"
(6월 15일,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 발언)


북미 회담 이후 남북관계도 순풍을 타며 각종 회담을 이어가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 등 각종 뒷얘기를 털어놓으며 적극적으로 북미회담 세일즈에 나섰다.

싱가포르 회담 사흘 뒤인 6월 15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몰려든 기자들에게 "북핵 문제가 대체로 해결됐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한미 훈련 중단은 내 제안이었다" "한미훈련은 너무 도발적이고 비싸다(provocative and expensive)" "김정은에게 직통 전화번호를 줬고, 일요일(17일)에 전화 걸 것이다" "한국 전쟁 때 실종된 미군들의 유해송환이 시작됐다" 등 온갖 파격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한미 군사 당국은 19일 실제로 8월 실시 예정이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의 유예(suspend) 조치를 공식 발표했고, 주한미군은 미군 유해 송환에 대비해 이송용 나무상자를 판문점으로 보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한미군사훈련 중단 조치는 '동맹 약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이나 미사일 시험장 폐쇄 조치 등과 맞교환하기 위한 북미 정상회담의 1단계 후속 조치이자 신뢰구축 조치로 해석됐다.

하지만 임박해 보였던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 조치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기대를 모았던 미사일 시험장 폐쇄 조치 등 북한의 추가적인 '선의의 조치'도 나오지 않았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순항하던 북미 관계에 이상 징후가 처음 감지된 것도 이 시점이다.


◆"북·중, 새로운 정세 하에서 전략 전술적 협동 더욱 강화할 것"
(6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진핑 면담 때 발언)


북미 관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던 시점인 지난달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다시 중국을 찾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2차례 방중에 이은 3번째 중국 방문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적극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역사적인 여정에서 중국 동지들과 한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할 것"이라며 북·중 공조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새로운 정세 하에서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전략 전술적 협동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이 토의되었다"고 회담 상황을 전했다. '새로운 정세'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형성된 새로운 한반도 상황과 북미 협상 국면을 일컫는 말로, 이 과정에서 북한과 중국이 전략적 이해를 같이 하며 대응 전략을 긴밀하게 조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 정부는 다시 북·중 밀착 움직임에 경계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고, 이틀 전(10일)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중국 배후론을 다시 꺼내 들어 경고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北과 핵 프로그램 1년 내 해체 논의할 것"
(7월 1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CBS 방송 인터뷰)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일정이 확정된 시점, 트럼프 행정부 내 양대 사령탑인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비핵화 시간표를 놓고 다시 충돌했다.

트럼프 행정부내 '슈퍼 매파'로 분류되는 볼턴 보좌관은 지난 1일 미국 CBS 방송과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이 전략적 결정을 이미 내렸고, 핵과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한 공개에 협력한다는 전제 아래 1년 내 폐기할 방안을 고안했다"면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1년 이내에 해체하는 방법에 대해 조만간 북한과 논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 시 '1년 내 해체' 시한 제시와 비핵화 시동을 위한 초기 조치로 북한의 일부 핵·미사일 반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앞서 "북한 비핵화에 시간표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던 폼페이오 장관과는 온도 차가 큰 발언이었다.


볼턴의 재등판을 전후해 미국 언론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던지는 이른바 정보당국 발(發) 대북 기사가 쏟아졌다.

ABC방송은 지난달 29일 정보당국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최근 몇 달간 여러 곳의 비밀 장소에서 핵무기의 재료인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고, 30일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미 국방정보국(DIA)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새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는 대신 핵탄두와 관련 장비·시설 은폐를 추구하고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최근 펴냈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서 인프라 공사 속도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기사를 내놨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 와중에도 핵심 미사일 제조공장을 확장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 VS "우리 요구가 강도 같으면 전 세계가 강도"
(7월 7~8일, 북한 외무성 비난 담화와 폼페이오 장관의 반박)


포스트 싱가포르의 국면 전환을 확인시킨 결정적 장면은 폼페이오의 '빈손 방북'과 뒤이은 북한 외무성의 대미 비난 담화였다.

북한은 지난 7일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직후 발표한 외무성 담화를 통해 "첫 조미 고위급회담에서 나타난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면서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다음날 진행된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으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맞받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분명히 말하겠는데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확인했다"면서 "대북 제재는 김정은 위원장이 동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가 있을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외무성 담화와 폼페이오 장관의 반박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합의 이행 방법론을 둘러싼 양측의 현격한 입장 차를 공식 확인시켜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아울러 폼페이오 장관의 '빈손 방북'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미국 언론과 정치권의 회의론을 더욱 확산시켰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가 서명한 계약, 악수를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
(7월 9일,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트윗)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진행되던 시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신뢰 입장을 다시 표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트윗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가 서명한 계약, 더 중요하게는 우리의 악수를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I have confidence that Kim Jong Un will honor the contract we signed &, even more importantly, our handshake)"고 밝혔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끝난 지 이틀 만에 나온 첫 입장 표명으로, 미국 내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협상 국면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비핵화 후속 조치를 조속히 이행하라는 압박의 성격을 띤 메시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폼페이오 장관에 이어, 오늘(12일)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까지 나서 "북한 외무성 소속 누군가가 발표한 성명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한 싱가포르 합의가 우리가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약속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트 싱가포르 한 달, 북미는 다시 종전선언과 비핵화 시간표 등 핵심 의제를 둘러싼 기싸움을 벌이며 협상 2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하지만 오늘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의 미군 유해 송환 협상마저 불발됨에 따라 향후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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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2 10:30:49
    • 수정2018-07-12 17: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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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적대관계 청산과 새 북미 관계 출발을 선언했던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오늘로 꼭 한 달을 맞았다. 북미 정상의 세기적 악수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물론 북핵 방정식을 일순간에 대결에서 대화로, 전쟁에서 평화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벌써 '허니문은 끝났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기대를 모았던 북미의 후속 협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치열한 신경전과 힘겨루기 속에 협상은 다시 2라운드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포스트 싱가포르' 한 달, 북미 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양측이 쏟아낸 발언들을 통해 북미 관계의 현주소를 진단해본다.


◆"더 이상 북한의 핵 위협은 없다..오늘밤은 푹 주무시라!"
(트럼프 대통령 트윗, 6월 13일)


북미 회담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간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 직후 첫 트윗을 통해 "더 이상 북한의 핵 위협은 없다(There is no longer a Nuclear Threat from North Korea)"고 선언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흥미롭고 매우 긍정적인 경험(interesting and positive experience)이었다"면서 "북한은 장래에 매우 큰 잠재력을 가진 국가"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올린 두 번째 트윗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북한이 가장 크고 가장 위험한 문제라고 말했다(President Obama said that North Korea was our biggest and most dangerous problem)"고 언급한 뒤 "더 이상은 아니다. 오늘 밤은 푹 주무시라!(No longer - sleep well tonight!)"며 북미회담이 자신의 치적임을 과시했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그만큼 회담 결과에 고무돼 있었고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 자신감이 넘쳐있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발언이다. 전 세계의 기대 또한 한껏 부풀어 올랐다.

북미회담을 마치고 싱가포르에서 서울로 이동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앞으로 2년 반 안에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길 희망한다"며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0년 말을 비핵화 시간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 "한미훈련 중단은 내 제안..김정은에게 직통 전화번호 줬다"
(6월 15일,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 발언)


북미 회담 이후 남북관계도 순풍을 타며 각종 회담을 이어가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 등 각종 뒷얘기를 털어놓으며 적극적으로 북미회담 세일즈에 나섰다.

싱가포르 회담 사흘 뒤인 6월 15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몰려든 기자들에게 "북핵 문제가 대체로 해결됐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한미 훈련 중단은 내 제안이었다" "한미훈련은 너무 도발적이고 비싸다(provocative and expensive)" "김정은에게 직통 전화번호를 줬고, 일요일(17일)에 전화 걸 것이다" "한국 전쟁 때 실종된 미군들의 유해송환이 시작됐다" 등 온갖 파격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한미 군사 당국은 19일 실제로 8월 실시 예정이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의 유예(suspend) 조치를 공식 발표했고, 주한미군은 미군 유해 송환에 대비해 이송용 나무상자를 판문점으로 보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한미군사훈련 중단 조치는 '동맹 약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이나 미사일 시험장 폐쇄 조치 등과 맞교환하기 위한 북미 정상회담의 1단계 후속 조치이자 신뢰구축 조치로 해석됐다.

하지만 임박해 보였던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 조치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기대를 모았던 미사일 시험장 폐쇄 조치 등 북한의 추가적인 '선의의 조치'도 나오지 않았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순항하던 북미 관계에 이상 징후가 처음 감지된 것도 이 시점이다.


◆"북·중, 새로운 정세 하에서 전략 전술적 협동 더욱 강화할 것"
(6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진핑 면담 때 발언)


북미 관계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던 시점인 지난달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다시 중국을 찾았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2차례 방중에 이은 3번째 중국 방문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적극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역사적인 여정에서 중국 동지들과 한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할 것"이라며 북·중 공조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새로운 정세 하에서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전략 전술적 협동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이 토의되었다"고 회담 상황을 전했다. '새로운 정세'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형성된 새로운 한반도 상황과 북미 협상 국면을 일컫는 말로, 이 과정에서 북한과 중국이 전략적 이해를 같이 하며 대응 전략을 긴밀하게 조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 정부는 다시 북·중 밀착 움직임에 경계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고, 이틀 전(10일)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중국 배후론을 다시 꺼내 들어 경고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北과 핵 프로그램 1년 내 해체 논의할 것"
(7월 1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CBS 방송 인터뷰)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일정이 확정된 시점, 트럼프 행정부 내 양대 사령탑인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비핵화 시간표를 놓고 다시 충돌했다.

트럼프 행정부내 '슈퍼 매파'로 분류되는 볼턴 보좌관은 지난 1일 미국 CBS 방송과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한이 전략적 결정을 이미 내렸고, 핵과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한 공개에 협력한다는 전제 아래 1년 내 폐기할 방안을 고안했다"면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1년 이내에 해체하는 방법에 대해 조만간 북한과 논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 시 '1년 내 해체' 시한 제시와 비핵화 시동을 위한 초기 조치로 북한의 일부 핵·미사일 반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앞서 "북한 비핵화에 시간표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던 폼페이오 장관과는 온도 차가 큰 발언이었다.


볼턴의 재등판을 전후해 미국 언론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던지는 이른바 정보당국 발(發) 대북 기사가 쏟아졌다.

ABC방송은 지난달 29일 정보당국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최근 몇 달간 여러 곳의 비밀 장소에서 핵무기의 재료인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고, 30일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미 국방정보국(DIA)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새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는 대신 핵탄두와 관련 장비·시설 은폐를 추구하고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최근 펴냈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는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서 인프라 공사 속도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기사를 내놨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 와중에도 핵심 미사일 제조공장을 확장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 VS "우리 요구가 강도 같으면 전 세계가 강도"
(7월 7~8일, 북한 외무성 비난 담화와 폼페이오 장관의 반박)


포스트 싱가포르의 국면 전환을 확인시킨 결정적 장면은 폼페이오의 '빈손 방북'과 뒤이은 북한 외무성의 대미 비난 담화였다.

북한은 지난 7일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직후 발표한 외무성 담화를 통해 "첫 조미 고위급회담에서 나타난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면서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다음날 진행된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으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맞받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분명히 말하겠는데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확인했다"면서 "대북 제재는 김정은 위원장이 동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가 있을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외무성 담화와 폼페이오 장관의 반박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합의 이행 방법론을 둘러싼 양측의 현격한 입장 차를 공식 확인시켜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아울러 폼페이오 장관의 '빈손 방북'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미국 언론과 정치권의 회의론을 더욱 확산시켰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가 서명한 계약, 악수를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
(7월 9일, 북미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트윗)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진행되던 시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대한 신뢰 입장을 다시 표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트윗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가 서명한 계약, 더 중요하게는 우리의 악수를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I have confidence that Kim Jong Un will honor the contract we signed &, even more importantly, our handshake)"고 밝혔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끝난 지 이틀 만에 나온 첫 입장 표명으로, 미국 내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협상 국면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비핵화 후속 조치를 조속히 이행하라는 압박의 성격을 띤 메시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폼페이오 장관에 이어, 오늘(12일)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까지 나서 "북한 외무성 소속 누군가가 발표한 성명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한 싱가포르 합의가 우리가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약속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트 싱가포르 한 달, 북미는 다시 종전선언과 비핵화 시간표 등 핵심 의제를 둘러싼 기싸움을 벌이며 협상 2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하지만 오늘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의 미군 유해 송환 협상마저 불발됨에 따라 향후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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