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3년째 두집 살림”…노량진 시장 갈등 해법은?

입력 2018.07.13 (08:33) 수정 2018.07.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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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닷가에 가지 않아도 전국에서 모여든 다양한 수산물을 사고, 맛볼 수 있는 곳 바로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입니다.

하지만, 이곳 가보신 분들을 알겠지만 뭔가 어수선한 분위깁니다.

새로 개장한 신 시장과 구 시장의 두집 살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거죠,

어제는 강제 철거 집행이 시도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노량진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어제 아침,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수백 명의 사람들이 대치중에 있습니다.

[“나가라! 나가라!”]

고성이 오고가고 몸싸움도 이어집니다.

[“그런 식으로 살지 말라고. 당신들 정말 그렇게 살지 말라고!”]

신시장 이전 문제로 2년 이상 반발해온 구시장 상인들에 대한 강제 집행 시도 현장입니다.

구시장에 남아있는 270여개 점포중 90여개의 점포가 강제 집행될 예정이었는데요.

법원집행관과 용역 등 250명이 강제 집행에 나섰지만 상인들의 반발 끝에 오전 9시 반 철수했습니다.

[이연우/수협 노량진주식회사 현대화TF팀장 : “오늘 7시 30분부터 집행을 해서 9시 30분에 집행이 끝났습니다. 진입하는데 막혀서 진입을 못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집행은 불능처리가 됐습니다.”]

벌써 2년이 반이 지났지만 두 개로 나눠진 시장은 합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요.

이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3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봅니다.

국책사업으로 시작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수협은 노량진 냉동창고를 부수고 지하 2층 지상 6층의 현대식 건물을 지었습니다.

신시장 건물은 2015년 10월 완공돼 2016년 3월 개장했는데요.

[이연우/수협 노량진주식회사 현대화TF팀장 :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를 결정했고 정부 자금을 통해서 국민과 고객들한테 쇼핑 편의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현대화가 시작됐던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완공 후, 상인들의 상당수가 신시장에 입주하길 거부했습니다.

처음에는 임대료와 점포 크기가 문제의 쟁점이었다고 합니다.

[이일옥/노량진 수산시장 대책위원장 : “사람이 지나가질 못 해요. 흥정도 못 하고 가운데로 들어가지도 못 해요. 너무 좁기 때문에….”]

[소백수/신시장 입주 상인 : "이쪽에 들어와서 매월 내는 임대료가 저쪽보다 A급 자리가 약 한 4배 정도 됩니다. 4배 정도….”]

수협측은 매장의 크기나 임대료 모두 이미 합의가 되었던 문제인데 황당하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이연우/수협 노량진주식회사 현대화TF팀장 : “임시 총회에서 결정했던 사안이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전혀 문제가 안 됐던 것이었는데 입주하는 시점에 느닷없이 좁다, 임대료가 비싸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계속 안 들어오고 2년 반 동안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고요.”]

상인들의 주장은 또 있습니다.

믿고 맡겼는데 막상 지어진 시장이 40년 이상 이어온 물류 시스템을 무시한 구조라는 겁니다.

[윤헌주/노량진 수산시장 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 : “기존에 했던 방식과 다른 그런 방식의 건물이 지어지다 보니까 서울시민들한테도 불편하고 우리 상인들도 생존권을 위협받는 아주 이상한 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양측의 입장차는 줄어들지 않았고 어느새 2년 반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서울시에서 5번의 갈등조정협의회를 열었지만 갈등 봉합에는 실패했습니다.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수협측과 상인들은 몇 번의 충돌을 겪기도 했습니다.

구시장은 수협과의 대치 속에서 흉물스럽게 변해갔고,

[이일옥/노량진 수산시장 대책위원회 위원장 : “용역이 많이 있어서 지금 보시면 아시겠지만 낙서를 엄청나게 했어요.”]

상인들이 덜 찬 신 시장은 군데군데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싸움이 길어지면서 상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소백수/신시장 입주 상인 : “마지막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이하다가 들어왔습니다. 구 시장의 상인 동료들을 보면 마음이 좀 아프고…….”]

[구시장 상인 : ”1차에 못 들어간 걸 후회하고 있어요. 사실. 좁아도 그냥 아무렇게나 하려고 그랬는데 그렇게 되다 보니까 늦춰진 거예요.”]

갈등 상황이 계속되면서 손님들도 부쩍 줄었습니다.

가끔 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극명하게 의견이 나뉩니다.

[전희숙/서울시 금천구 : ”구시장의 이 느낌이 좋아요. 신시장의 새로운 그것보다도. 여기는 열려 있잖아요.”]

[이윤복/서울시 마포구 : “여기는 깔끔하고 어쨌든 주차도 굉장히 잘 되어있고 가끔 와요. 가끔 오는데 구시장보다 여기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현재 구시장 상인들이 요구하는 건 구시장의 복원.

[윤헌주/노량진 수산시장 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 : “예전 그대로 복원하고 리모델링 해서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경제적인 논리로 나름대로 잔여부지는 수협이 개발할 수 있게 하고 동시대에 신시장과 구시장이 공존하는…….”]

하지만 수협측은 최근 정전등 노후화로 인한 문제와 사업 계획 등을 고려해 구시장 복원은 어렵다는 입장.

대신, 신시장에 300여 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요.

[이연우/수협 노량진주식회사 현대화TF팀장 : "우리는 3백억 원이라는 돈을 투자해서 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구시장 상인들은 제시가 일절 없습니다. 국민들의 식품안전을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구시장은 정리가 되어야 하는 이런 상황입니다.”]

수협측은 조만간 일정을 잡아 다시 강제집행을 진행할 예정인데요.

3년째 이어져온 팽팽한 갈등이 과연 극적으로 봉합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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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3년째 두집 살림”…노량진 시장 갈등 해법은?
    • 입력 2018-07-13 08:35:41
    • 수정2018-07-13 0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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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닷가에 가지 않아도 전국에서 모여든 다양한 수산물을 사고, 맛볼 수 있는 곳 바로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입니다.

하지만, 이곳 가보신 분들을 알겠지만 뭔가 어수선한 분위깁니다.

새로 개장한 신 시장과 구 시장의 두집 살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거죠,

어제는 강제 철거 집행이 시도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노량진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따라가보시죠.

[리포트]

어제 아침,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수백 명의 사람들이 대치중에 있습니다.

[“나가라! 나가라!”]

고성이 오고가고 몸싸움도 이어집니다.

[“그런 식으로 살지 말라고. 당신들 정말 그렇게 살지 말라고!”]

신시장 이전 문제로 2년 이상 반발해온 구시장 상인들에 대한 강제 집행 시도 현장입니다.

구시장에 남아있는 270여개 점포중 90여개의 점포가 강제 집행될 예정이었는데요.

법원집행관과 용역 등 250명이 강제 집행에 나섰지만 상인들의 반발 끝에 오전 9시 반 철수했습니다.

[이연우/수협 노량진주식회사 현대화TF팀장 : “오늘 7시 30분부터 집행을 해서 9시 30분에 집행이 끝났습니다. 진입하는데 막혀서 진입을 못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집행은 불능처리가 됐습니다.”]

벌써 2년이 반이 지났지만 두 개로 나눠진 시장은 합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요.

이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3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봅니다.

국책사업으로 시작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수협은 노량진 냉동창고를 부수고 지하 2층 지상 6층의 현대식 건물을 지었습니다.

신시장 건물은 2015년 10월 완공돼 2016년 3월 개장했는데요.

[이연우/수협 노량진주식회사 현대화TF팀장 :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를 결정했고 정부 자금을 통해서 국민과 고객들한테 쇼핑 편의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현대화가 시작됐던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완공 후, 상인들의 상당수가 신시장에 입주하길 거부했습니다.

처음에는 임대료와 점포 크기가 문제의 쟁점이었다고 합니다.

[이일옥/노량진 수산시장 대책위원장 : “사람이 지나가질 못 해요. 흥정도 못 하고 가운데로 들어가지도 못 해요. 너무 좁기 때문에….”]

[소백수/신시장 입주 상인 : "이쪽에 들어와서 매월 내는 임대료가 저쪽보다 A급 자리가 약 한 4배 정도 됩니다. 4배 정도….”]

수협측은 매장의 크기나 임대료 모두 이미 합의가 되었던 문제인데 황당하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이연우/수협 노량진주식회사 현대화TF팀장 : “임시 총회에서 결정했던 사안이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전혀 문제가 안 됐던 것이었는데 입주하는 시점에 느닷없이 좁다, 임대료가 비싸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계속 안 들어오고 2년 반 동안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고요.”]

상인들의 주장은 또 있습니다.

믿고 맡겼는데 막상 지어진 시장이 40년 이상 이어온 물류 시스템을 무시한 구조라는 겁니다.

[윤헌주/노량진 수산시장 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 : “기존에 했던 방식과 다른 그런 방식의 건물이 지어지다 보니까 서울시민들한테도 불편하고 우리 상인들도 생존권을 위협받는 아주 이상한 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양측의 입장차는 줄어들지 않았고 어느새 2년 반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서울시에서 5번의 갈등조정협의회를 열었지만 갈등 봉합에는 실패했습니다.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수협측과 상인들은 몇 번의 충돌을 겪기도 했습니다.

구시장은 수협과의 대치 속에서 흉물스럽게 변해갔고,

[이일옥/노량진 수산시장 대책위원회 위원장 : “용역이 많이 있어서 지금 보시면 아시겠지만 낙서를 엄청나게 했어요.”]

상인들이 덜 찬 신 시장은 군데군데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싸움이 길어지면서 상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소백수/신시장 입주 상인 : “마지막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같이하다가 들어왔습니다. 구 시장의 상인 동료들을 보면 마음이 좀 아프고…….”]

[구시장 상인 : ”1차에 못 들어간 걸 후회하고 있어요. 사실. 좁아도 그냥 아무렇게나 하려고 그랬는데 그렇게 되다 보니까 늦춰진 거예요.”]

갈등 상황이 계속되면서 손님들도 부쩍 줄었습니다.

가끔 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극명하게 의견이 나뉩니다.

[전희숙/서울시 금천구 : ”구시장의 이 느낌이 좋아요. 신시장의 새로운 그것보다도. 여기는 열려 있잖아요.”]

[이윤복/서울시 마포구 : “여기는 깔끔하고 어쨌든 주차도 굉장히 잘 되어있고 가끔 와요. 가끔 오는데 구시장보다 여기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현재 구시장 상인들이 요구하는 건 구시장의 복원.

[윤헌주/노량진 수산시장 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 : “예전 그대로 복원하고 리모델링 해서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경제적인 논리로 나름대로 잔여부지는 수협이 개발할 수 있게 하고 동시대에 신시장과 구시장이 공존하는…….”]

하지만 수협측은 최근 정전등 노후화로 인한 문제와 사업 계획 등을 고려해 구시장 복원은 어렵다는 입장.

대신, 신시장에 300여 억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요.

[이연우/수협 노량진주식회사 현대화TF팀장 : "우리는 3백억 원이라는 돈을 투자해서 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는데도 불구하고 구시장 상인들은 제시가 일절 없습니다. 국민들의 식품안전을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구시장은 정리가 되어야 하는 이런 상황입니다.”]

수협측은 조만간 일정을 잡아 다시 강제집행을 진행할 예정인데요.

3년째 이어져온 팽팽한 갈등이 과연 극적으로 봉합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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