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비핵화 vs 종전 선언…삐걱대는 후속 협상

입력 2018.07.14 (07:49) 수정 2018.07.1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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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미정상회담 뒤 2라운드에 돌입한 북한 비핵화 협상이 순탄치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강도적 요구만 내세웠다고 비판했고, 미국도 최대 압박이라는 표현을 다시 꺼내며 맞받았습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서로에게 신뢰, 악수 등의 단어를 써가며 협상의 끈을 이어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는데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두 나라를 조율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역할이 또다시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지난 7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군 유해송환을 위한 북미 실무회담이 12일쯤 판문점에서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7월 7일 : "우리는 7월 12일 혹은 하루 이틀 뒤 판문점에서 유해 송환 책임자들의 실무 회의를 열 계획입니다."]

하지만 12일, 북한 측은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내일 장성급 회담을 열자고 유엔사 측에 제안했습니다.

유해송환 문제를 협의하는 격을 높이자는 취지로 장성급 회담을 제의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회담 준비가 돼 있다며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북미 두 나라가 6.25 전쟁 중 숨진 미군 유해를 즉각 송환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북미 양국은 미군 유해 송환 외에도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쇄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급 회담을 조만간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워킹 그룹, 즉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협상을 지속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중요한 것은 이 논의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과 미국 그러니까 두 지도자 간의 여전한 신뢰가 이제 최소한 수준이긴 하지만 교환됐다는 측면이 하나 있고 두 번째는 북미 간에 중요한 의제와 관련해서 실무후속회담을 이어나갈 수 있는 그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 그게 이제 북한과 미국 간의 워킹그룹이 만들어 진 그런 측면들. 그런 측면들을 주목해 봐야 돼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미 정상회담 뒤 첫 번째 방북은 향후 협상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한 달 넘게 지났지만 비핵화 후속 협상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데요.

특히 비핵화와 체제 보장 방식을 놓고 북미 두 나라가 확연한 입장차를 거듭 확인하면서 향후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됩니다.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 이틀째 날.

[김영철/부위원장 : "편하게 주무셨는지..."]

[마이크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 : "편안한 숙소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하자, 김영철 부위원장은 미국의 입장을 언급하며 날을 세웁니다.

[김영철/부위원장 : "미국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세계가 우리 이 자리를 주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김영철 부위원장이 “명백히 할 문제가 있다”며 본론에 들어가자, 폼페이오 장관도 “나 역시 분명히 할 것들이 있다”고 맞서는 등 신경전도 이어졌습니다.

북미 간 미묘한 기류는 다른 곳에서도 감지됐습니다.

처음으로 평양에서 하룻밤을 보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끝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직후 외무성 담화를 통해 회담 결과에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미국이 CVID와 신고, 검증 같은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만 내세웠다며,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까지 미뤄 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또 비핵화 문제는 신뢰조성을 앞세우면서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에 따라 하나씩 풀어나가는 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 :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입니다."]

완전한 비핵화와 연계된 검증이 있을 것이라며, 무기 시스템에서부터 핵분열 물질과 생산, 농축시설 등 모두가 비핵화 대상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또, 완전한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체제 보장과 경제 제재는 별개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두 나라의 반응에 대해 미국 주요 언론들은 협상에서 가시적인 비핵화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북미가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방법론에 대한 시각차 때문입니다.

북한이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주고받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행동 원칙을 주장했고, 미국은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대전제 하에 신고와 검증에 방점을 두면서도, 북한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카드는 내놓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외무성이 미국 측이 CVID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서도 이런 분석이 가능합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지난번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항에 보면 북미관계개선부분 그 다음에 체제보장과 관련된 내용들 특히 북한이 얘기한 거는 종전선언 부분입니다. 이 부분들에 대해서 미국은 아무런 준비도 해 가지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북한이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고요. 특히 이제 미국이 비핵화 부분에 대해서 신고와 검증 문제에 초점을 맞추게 되자 요번 외무성 담화에 보면 미국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서 강도 같다 이렇게 표현까지 썼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반대급부로 미국으로부터 기대했던 것은 무엇일까?

바로 종전선언입니다.

북한은 외무성 담화에서 종전선언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 신뢰조성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런저런 구실을 대면서 관련 논의를 미루려 한다고 비난하는 등 비핵화 과정의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종전선언을 통해 전쟁 재발방지에 대한 보장을 받고 한반도 평화를 불가역적 상태로 만들자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평화협정이 최대한의 목표이긴 하지만 우선 거기까진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지금 단계에서는 종전선언을 통해서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판단을 북한은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조만간, 실제로 종전이 있을 것입니다."]

지난 북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조속한 종전선언을 공식화한 트럼프 대통령.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습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낸 뒤에야 종전선언이란 카드를 사용하겠다는 속내가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종전선언 외에 당분간 북한에 사용할 수 있는 협상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미국이 떠안고 있는 딜레마 중 하나입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이번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보여준 태도는 종전선언은 일단 북한의 비핵화의 조치가 어느정도 진행됐을 때 종전선언을 해 줄 수 있다. 이런 입장으로 보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이 상당한 불만을 가졌고 특히 외무성 담화에 주요한 내용에 보면 종전선인이 여러 번 강조되는 걸 봤을 때 아마 이 부분들에 대한 타협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 선언의 시기와 형식에 대해 남북한과 미국이 추가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판문점 선언대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는 게 우리 정부 목표라고 거듭 밝혔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회의론이 계속 불거지는 가운데 후속 협상에 대한 기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키리라 믿는다고 화답했는데요.

북미 정상이 서로 신뢰를 재확인하면서 비핵화 세부 사항을 논의할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북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ICBM 실험장 폐기, 미군 유해발굴을 위한 실무협상을 미국에 먼저 제안했다고 강조하며 대화기조는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에서서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계약과 악수를 존중할 것으로 믿는다며 북한의 신뢰에 화답을 보냈습니다.

또, 이달 초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공개하면서 대단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우리가 매우 좋은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미사일 시험이나 연구가 없었습니다."]

베트남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도 이른바 베트남의 길 방안을 거론하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과거 베트남전 미군 유해 송환을 계기로 국교 정상화의 물꼬를 텄던 베트남 사례를 강조하며, 북한이 비핵화하면 경제 번영과 체제안전을 돕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 :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베트남의 길을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기회를 잡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것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미국과 베트남 간의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미군유해송환 문제였고 이 미군유해송환을 통해서 북미 간의 신뢰가 빠르게 진전이되고 그리고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지고 그러면서 베트남이 추진했던 경제개발의 결정적인 어떤 도움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똑같은 그런 어떤 방식의 결단과 북한의 결단과 또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비핵화라든지 유해송환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협력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가 있는 거죠."]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놓고 힘겨루기 2라운드에 돌입한 북한과 미국.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보인 불만과 태도는 협상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전략이라며 북미 간 협상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북한이 비핵화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고 한미 두 나라가 상응하는 조치를 추진하면 평화체제가 이뤄져 경제 협력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이른바 포스트 북미정상회담 구상도 내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싱가포르 렉쳐’ 연설/7월 13일 :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70년 적대관계 청산을 알렸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지 한 달.

신뢰와 협력을 모두 거론하면서도 북미 두 나라 협상에선 파열음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북미 간 인식 차를 조율해 한반도 비핵화 여정에 속도를 내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이 다시 필요한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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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비핵화 vs 종전 선언…삐걱대는 후속 협상
    • 입력 2018-07-14 07:59:51
    • 수정2018-07-14 08: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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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미정상회담 뒤 2라운드에 돌입한 북한 비핵화 협상이 순탄치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강도적 요구만 내세웠다고 비판했고, 미국도 최대 압박이라는 표현을 다시 꺼내며 맞받았습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서로에게 신뢰, 악수 등의 단어를 써가며 협상의 끈을 이어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는데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두 나라를 조율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역할이 또다시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지난 7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군 유해송환을 위한 북미 실무회담이 12일쯤 판문점에서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7월 7일 : "우리는 7월 12일 혹은 하루 이틀 뒤 판문점에서 유해 송환 책임자들의 실무 회의를 열 계획입니다."]

하지만 12일, 북한 측은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내일 장성급 회담을 열자고 유엔사 측에 제안했습니다.

유해송환 문제를 협의하는 격을 높이자는 취지로 장성급 회담을 제의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회담 준비가 돼 있다며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북미 두 나라가 6.25 전쟁 중 숨진 미군 유해를 즉각 송환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북미 양국은 미군 유해 송환 외에도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쇄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급 회담을 조만간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워킹 그룹, 즉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협상을 지속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중요한 것은 이 논의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과 미국 그러니까 두 지도자 간의 여전한 신뢰가 이제 최소한 수준이긴 하지만 교환됐다는 측면이 하나 있고 두 번째는 북미 간에 중요한 의제와 관련해서 실무후속회담을 이어나갈 수 있는 그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 그게 이제 북한과 미국 간의 워킹그룹이 만들어 진 그런 측면들. 그런 측면들을 주목해 봐야 돼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미 정상회담 뒤 첫 번째 방북은 향후 협상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한 달 넘게 지났지만 비핵화 후속 협상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데요.

특히 비핵화와 체제 보장 방식을 놓고 북미 두 나라가 확연한 입장차를 거듭 확인하면서 향후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됩니다.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 이틀째 날.

[김영철/부위원장 : "편하게 주무셨는지..."]

[마이크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 : "편안한 숙소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하자, 김영철 부위원장은 미국의 입장을 언급하며 날을 세웁니다.

[김영철/부위원장 : "미국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세계가 우리 이 자리를 주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김영철 부위원장이 “명백히 할 문제가 있다”며 본론에 들어가자, 폼페이오 장관도 “나 역시 분명히 할 것들이 있다”고 맞서는 등 신경전도 이어졌습니다.

북미 간 미묘한 기류는 다른 곳에서도 감지됐습니다.

처음으로 평양에서 하룻밤을 보냈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끝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직후 외무성 담화를 통해 회담 결과에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미국이 CVID와 신고, 검증 같은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만 내세웠다며,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까지 미뤄 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또 비핵화 문제는 신뢰조성을 앞세우면서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에 따라 하나씩 풀어나가는 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 :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입니다."]

완전한 비핵화와 연계된 검증이 있을 것이라며, 무기 시스템에서부터 핵분열 물질과 생산, 농축시설 등 모두가 비핵화 대상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또, 완전한 비핵화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체제 보장과 경제 제재는 별개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두 나라의 반응에 대해 미국 주요 언론들은 협상에서 가시적인 비핵화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북미가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방법론에 대한 시각차 때문입니다.

북한이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주고받는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행동 원칙을 주장했고, 미국은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대전제 하에 신고와 검증에 방점을 두면서도, 북한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카드는 내놓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외무성이 미국 측이 CVID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서도 이런 분석이 가능합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지난번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항에 보면 북미관계개선부분 그 다음에 체제보장과 관련된 내용들 특히 북한이 얘기한 거는 종전선언 부분입니다. 이 부분들에 대해서 미국은 아무런 준비도 해 가지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북한이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고요. 특히 이제 미국이 비핵화 부분에 대해서 신고와 검증 문제에 초점을 맞추게 되자 요번 외무성 담화에 보면 미국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서 강도 같다 이렇게 표현까지 썼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반대급부로 미국으로부터 기대했던 것은 무엇일까?

바로 종전선언입니다.

북한은 외무성 담화에서 종전선언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 신뢰조성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런저런 구실을 대면서 관련 논의를 미루려 한다고 비난하는 등 비핵화 과정의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종전선언을 통해 전쟁 재발방지에 대한 보장을 받고 한반도 평화를 불가역적 상태로 만들자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평화협정이 최대한의 목표이긴 하지만 우선 거기까진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지금 단계에서는 종전선언을 통해서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런 판단을 북한은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조만간, 실제로 종전이 있을 것입니다."]

지난 북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조속한 종전선언을 공식화한 트럼프 대통령.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습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낸 뒤에야 종전선언이란 카드를 사용하겠다는 속내가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종전선언 외에 당분간 북한에 사용할 수 있는 협상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미국이 떠안고 있는 딜레마 중 하나입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이번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보여준 태도는 종전선언은 일단 북한의 비핵화의 조치가 어느정도 진행됐을 때 종전선언을 해 줄 수 있다. 이런 입장으로 보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이 상당한 불만을 가졌고 특히 외무성 담화에 주요한 내용에 보면 종전선인이 여러 번 강조되는 걸 봤을 때 아마 이 부분들에 대한 타협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 선언의 시기와 형식에 대해 남북한과 미국이 추가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판문점 선언대로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는 게 우리 정부 목표라고 거듭 밝혔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회의론이 계속 불거지는 가운데 후속 협상에 대한 기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키리라 믿는다고 화답했는데요.

북미 정상이 서로 신뢰를 재확인하면서 비핵화 세부 사항을 논의할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협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북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ICBM 실험장 폐기, 미군 유해발굴을 위한 실무협상을 미국에 먼저 제안했다고 강조하며 대화기조는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에서서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한 계약과 악수를 존중할 것으로 믿는다며 북한의 신뢰에 화답을 보냈습니다.

또, 이달 초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공개하면서 대단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트럼프/미국 대통령 : "우리가 매우 좋은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미사일 시험이나 연구가 없었습니다."]

베트남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도 이른바 베트남의 길 방안을 거론하며 북한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과거 베트남전 미군 유해 송환을 계기로 국교 정상화의 물꼬를 텄던 베트남 사례를 강조하며, 북한이 비핵화하면 경제 번영과 체제안전을 돕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미국 국무장관 :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베트남의 길을 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기회를 잡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것입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미국과 베트남 간의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미군유해송환 문제였고 이 미군유해송환을 통해서 북미 간의 신뢰가 빠르게 진전이되고 그리고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지고 그러면서 베트남이 추진했던 경제개발의 결정적인 어떤 도움을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똑같은 그런 어떤 방식의 결단과 북한의 결단과 또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비핵화라든지 유해송환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협력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가 있는 거죠."]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놓고 힘겨루기 2라운드에 돌입한 북한과 미국.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보인 불만과 태도는 협상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전략이라며 북미 간 협상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북한이 비핵화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고 한미 두 나라가 상응하는 조치를 추진하면 평화체제가 이뤄져 경제 협력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이른바 포스트 북미정상회담 구상도 내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싱가포르 렉쳐’ 연설/7월 13일 :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의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70년 적대관계 청산을 알렸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지 한 달.

신뢰와 협력을 모두 거론하면서도 북미 두 나라 협상에선 파열음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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