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무 빠를 구해라’…태국 동굴 소년 구출 작전

입력 2018.07.14 (22:08) 수정 2018.07.1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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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국에서 동굴에 갇혔던 유소년 축구단의 구조 소식이 지구촌을 가슴 졸이게 했던 한 주였습니다.

다행히 전원 구조돼 기적의 생환 드라마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구조에 최대 넉 달까지 걸릴 수 있다고 예상이 됐었는데 기적이 빨리 일어났습니다.

소년들의 고립 과정과 수색·구조,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몰려온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까지, 유석조 특파원이 현장에서 직접 담았습니다.

[리포트]

태국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치앙라이주 매사이.

미얀마 국경 지역으로 동쪽으로 20여 킬로미터를 가면 태국, 미얀마, 라오스 국경이 만나는 골든 트라이앵글입니다.

'야생 멧돼지'라는 뜻의 이 지역 '무 빠' 유소년 축구팀원들이 탐루엉 동굴에 들어간 것은 지난달 23일.

11살에서 16살 사이의 선수 12명과 코치 한 명 등 모두 13명입니다.

이들은 오후 훈련을 마치고 팀원인 나이스의 생일 축하를 위해 동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왓 쏨파앙짜이/축구 팀원 '나이스' 할아버지 : "집에서 (생일)케익과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저녁 7~8시가 되어서도 나이스가 돌아오지 않았어요. 우리 모두 걱정이 됐죠."]

이들은 갑자기 내린 폭우로 동굴 안에 갇혔고, 동굴 입구에는 이들이 타고 온 자전거만 발견됐습니다.

천 여명이 동원된 수색에도 행방이 묘연했던 이들이 발견된 것은 실종 열흘째인 지난 2일.

["감사합니다. (몇명 있어요?) 13명이요. 우리 배고파요. (알아요 이해해요, 우리 다시 올거에요.)"]

하지만 생존 확인의 기쁨도 잠시 구조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발견 지점에서 동굴 입구까지는 5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고 곳곳이 물에 잠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잠수를 해야 하지만 소년들은 잠수는 커녕 수영도 할 줄 모르는 상태.

동굴안 산소 농도도 급격히 떨어져 구조 대원 한명이 작업 도중 숨지기도 했습니다.

당국은 준비작업을 서둘러 진행했고 소년과 코치에게 간단한 잠수교육도 시켰습니다.

[토스턴 랙츨러/독일 잠수 전문가 : "먼저 물밖에서 연습을 해서 아이들과 잠수사들이 편안한지 확인을 하고 다음에 얕은 물에서 훈련한 뒤에 본격적인 구조가 시작될 것입니다."]

동굴안에 고인 물도 24시간 퍼냈습니다.

구조대는 고압펌프를 이용해서 안에 있는 물을 계속 밖으로 빼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동굴안 수위를 시간당 1센티미터씩 낮추고 있습니다.

[프라첩 로이수완/구조 작업 배수 전담 팀장 : "수위가 동굴 천장까지 올라가 있다면 소년들이 밖으로 나올때 숨을 쉴 수가 없겠죠. 하지만 수위를 목까지만 낮춘다면 소년들이 보다 쉽게 나올수 있습니다."]

드디어 동굴에 갇힌지 보름이 지난 지난 8일 오전.

동굴 입구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 천여명에게 소개령이 내려지고, 구조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오후 5시 40분쯤 첫 구조자를 시작으로 4명의 소년들이 차례로 구조됐습니다.

[나롱싹 오솟따나꼰/전 치앙라이 주지사 : "16일의 기다림 끝에 오늘 우리가 '야생 멧돼지 팀' 선수의 얼굴을 보게됐습니다."]

둘째날 4명에 이어 셋째날 5명이 구조됨으로써 실종 17일만에 13명 전원이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습니다.

끝까지 동굴안에서 소년들을 돌봤던 25살의 축구팀 코치가 마지막으로 구조되는 순간,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자원봉사자들은 환호하며 기쁨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소년들을 구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달려온 구조 전문가들과 태국 해군 네이비실 대원들, 처음으로 실종자를 찾아낸 영국 잠수사들, 동굴안에서 작업하다 산소 부족으로 숨진 태국 잠수사, 모두가 동굴의 기적을 만든 영웅들입니다.

동굴 입구 앞쪽에는 태국 전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끼니때가 되면 이들이 음식을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는데요.

마치 시골 장터를 방불케합니다.

구조 인력들과 군인, 경찰, 자원봉사자들, 취재진들까지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합니다.

[젯사다폰/음식 자원봉사자 : "저는 돼지 농장을 하고 있어요. 제가 요리사도 아니고 식당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구조대원들과 소년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왔어요."]

동굴 입구 푸드트럭에서 음료수와 음식을 나눠주고 있는 39살 사란팟씨.

방콕에서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다 일을 쉬고 9백킬로미터나 떨어진 여기까지 왔습니다.

[사란팟/푸드 트럭 자원봉사자 : "돈은 벌 수 있을 만큼 벌 수 있고 또 쓰면 없어지지만 이런 것(자원 봉사)은 가슴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아요."]

유소년 축구팀 무빠 선수 4명이 다니던 중고등학교.

2천 8백명 전교생이 이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기도회를 열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돌아와 주세요~"]

동굴에 갇혔던 친구들의 생존이 확인된 뒤에도 그들이 최종적으로 학교까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학생들의 기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직 동굴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떤'이 앉았던 자리.

친구들이 응원과 격려의 글을 적어 올려 놓습니다.

["13명의 '야생 멧돼지'들아 너희를 찾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아니? 너희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있어 돌아와 어서, 우리가 안아줄께 멧돼지 파이팅!"]

[벤즈/브리짓팟학교 학생 : "빨리 돌아와.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빨리 나와서 너를 기다리고 계시는 부모님 만나야지. 부모님이 힘들어 보여."]

이 학교 외에도 실종 직후부터 이들을 위한 기도 집회는 태국 전역에서 열렸습니다.

SNS에서는 동굴 속에 있는 13명의 멧돼지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그림이 넘쳐났습니다.

실종에서 구조까지 17일, 드라마와 같았던 동굴 소년들의 생환 이야기는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힘을 보탠 숨은 영웅들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태국 치앙라이에서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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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스페셜] ‘무 빠를 구해라’…태국 동굴 소년 구출 작전
    • 입력 2018-07-14 22:22:05
    • 수정2018-07-14 22: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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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국에서 동굴에 갇혔던 유소년 축구단의 구조 소식이 지구촌을 가슴 졸이게 했던 한 주였습니다.

다행히 전원 구조돼 기적의 생환 드라마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구조에 최대 넉 달까지 걸릴 수 있다고 예상이 됐었는데 기적이 빨리 일어났습니다.

소년들의 고립 과정과 수색·구조,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몰려온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까지, 유석조 특파원이 현장에서 직접 담았습니다.

[리포트]

태국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치앙라이주 매사이.

미얀마 국경 지역으로 동쪽으로 20여 킬로미터를 가면 태국, 미얀마, 라오스 국경이 만나는 골든 트라이앵글입니다.

'야생 멧돼지'라는 뜻의 이 지역 '무 빠' 유소년 축구팀원들이 탐루엉 동굴에 들어간 것은 지난달 23일.

11살에서 16살 사이의 선수 12명과 코치 한 명 등 모두 13명입니다.

이들은 오후 훈련을 마치고 팀원인 나이스의 생일 축하를 위해 동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왓 쏨파앙짜이/축구 팀원 '나이스' 할아버지 : "집에서 (생일)케익과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저녁 7~8시가 되어서도 나이스가 돌아오지 않았어요. 우리 모두 걱정이 됐죠."]

이들은 갑자기 내린 폭우로 동굴 안에 갇혔고, 동굴 입구에는 이들이 타고 온 자전거만 발견됐습니다.

천 여명이 동원된 수색에도 행방이 묘연했던 이들이 발견된 것은 실종 열흘째인 지난 2일.

["감사합니다. (몇명 있어요?) 13명이요. 우리 배고파요. (알아요 이해해요, 우리 다시 올거에요.)"]

하지만 생존 확인의 기쁨도 잠시 구조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발견 지점에서 동굴 입구까지는 5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고 곳곳이 물에 잠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잠수를 해야 하지만 소년들은 잠수는 커녕 수영도 할 줄 모르는 상태.

동굴안 산소 농도도 급격히 떨어져 구조 대원 한명이 작업 도중 숨지기도 했습니다.

당국은 준비작업을 서둘러 진행했고 소년과 코치에게 간단한 잠수교육도 시켰습니다.

[토스턴 랙츨러/독일 잠수 전문가 : "먼저 물밖에서 연습을 해서 아이들과 잠수사들이 편안한지 확인을 하고 다음에 얕은 물에서 훈련한 뒤에 본격적인 구조가 시작될 것입니다."]

동굴안에 고인 물도 24시간 퍼냈습니다.

구조대는 고압펌프를 이용해서 안에 있는 물을 계속 밖으로 빼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동굴안 수위를 시간당 1센티미터씩 낮추고 있습니다.

[프라첩 로이수완/구조 작업 배수 전담 팀장 : "수위가 동굴 천장까지 올라가 있다면 소년들이 밖으로 나올때 숨을 쉴 수가 없겠죠. 하지만 수위를 목까지만 낮춘다면 소년들이 보다 쉽게 나올수 있습니다."]

드디어 동굴에 갇힌지 보름이 지난 지난 8일 오전.

동굴 입구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 천여명에게 소개령이 내려지고, 구조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오후 5시 40분쯤 첫 구조자를 시작으로 4명의 소년들이 차례로 구조됐습니다.

[나롱싹 오솟따나꼰/전 치앙라이 주지사 : "16일의 기다림 끝에 오늘 우리가 '야생 멧돼지 팀' 선수의 얼굴을 보게됐습니다."]

둘째날 4명에 이어 셋째날 5명이 구조됨으로써 실종 17일만에 13명 전원이 모두 안전하게 구조됐습니다.

끝까지 동굴안에서 소년들을 돌봤던 25살의 축구팀 코치가 마지막으로 구조되는 순간,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자원봉사자들은 환호하며 기쁨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소년들을 구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달려온 구조 전문가들과 태국 해군 네이비실 대원들, 처음으로 실종자를 찾아낸 영국 잠수사들, 동굴안에서 작업하다 산소 부족으로 숨진 태국 잠수사, 모두가 동굴의 기적을 만든 영웅들입니다.

동굴 입구 앞쪽에는 태국 전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끼니때가 되면 이들이 음식을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는데요.

마치 시골 장터를 방불케합니다.

구조 인력들과 군인, 경찰, 자원봉사자들, 취재진들까지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합니다.

[젯사다폰/음식 자원봉사자 : "저는 돼지 농장을 하고 있어요. 제가 요리사도 아니고 식당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구조대원들과 소년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왔어요."]

동굴 입구 푸드트럭에서 음료수와 음식을 나눠주고 있는 39살 사란팟씨.

방콕에서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다 일을 쉬고 9백킬로미터나 떨어진 여기까지 왔습니다.

[사란팟/푸드 트럭 자원봉사자 : "돈은 벌 수 있을 만큼 벌 수 있고 또 쓰면 없어지지만 이런 것(자원 봉사)은 가슴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아요."]

유소년 축구팀 무빠 선수 4명이 다니던 중고등학교.

2천 8백명 전교생이 이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기도회를 열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돌아와 주세요~"]

동굴에 갇혔던 친구들의 생존이 확인된 뒤에도 그들이 최종적으로 학교까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학생들의 기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직 동굴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떤'이 앉았던 자리.

친구들이 응원과 격려의 글을 적어 올려 놓습니다.

["13명의 '야생 멧돼지'들아 너희를 찾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아니? 너희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있어 돌아와 어서, 우리가 안아줄께 멧돼지 파이팅!"]

[벤즈/브리짓팟학교 학생 : "빨리 돌아와.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빨리 나와서 너를 기다리고 계시는 부모님 만나야지. 부모님이 힘들어 보여."]

이 학교 외에도 실종 직후부터 이들을 위한 기도 집회는 태국 전역에서 열렸습니다.

SNS에서는 동굴 속에 있는 13명의 멧돼지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그림이 넘쳐났습니다.

실종에서 구조까지 17일, 드라마와 같았던 동굴 소년들의 생환 이야기는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힘을 보탠 숨은 영웅들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태국 치앙라이에서 유석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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