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 밟지 마” 주민 불편 가중…행정·경찰도 ‘나몰라’

입력 2018.07.15 (21:20) 수정 2018.07.1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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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 땅이니 다니지 말라는 통행권 분쟁 사례는 인심이 좋아 콩 한 쪽도 나눠먹는다는 강원도 산골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중재를 해보면 풀어질 만한 갈등인데도 사적인 문제라며 방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초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휴일이면 관광객 등 천여 명이 찾는 강원도 인제의 곰배령 정상으로 가는 길입니다.

길 입구가 돌무더기로 막혀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집 앞 도로 포장이 무산되자 토지주가 지난 5월 길을 막은 겁니다.

[곰배령 진입로 땅 주인/음성변조 : "우리가 20년간을 (길을) 내줬어. 집이 다 무너지고 다 내려앉았어. 이 길을 밑으로 내서 빨리해주던지."]

길이 막히면서 산 정상의 대형버스 주차장은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관광객들은 보통 3시간이면 오고 갈 거리를 무려 5시간이나 들여 6km의 딱딱한 시멘트 길을 더 걸어야 합니다.

[윤지원/서울특별시 강남구 : "숲 속 그늘이라고 알고 왔는데. 이렇게 땡볕을 시멘트 바닥을 오래 걷게 해서 좀 황당하기도 하고요."]

춘천의 등산로 입구도 막혀 있습니다.

벌써 1년이 다 됐습니다.

건축 허가 신청이 반려되자 땅 주인이 통행을 차단했습니다.

산속에 밭이 있는 농민들은 분통이 터집니다.

[변준구/춘천시 동내면 : "생산물이 생산 됐을 때 그거를 반출을 해야 되는데 여기까지 등짐으로 지고 나와야."]

하지만, 관할 행정기관들은 민원인들에게 알아서 하라거나 민사소송을 하라고 안내만 할 뿐입니다.

[윤교원/춘천시 산림과장 : "과수원 주인들하고 산주들하고 민사로 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경찰도 미온적입니다.

교통방해죄를 적용할만한데도 사적 영역이라며 한발 물러섭니다.

[경찰관/음성변조 : "굉장히 애매하거든요. 저희도 수사하면서 '내 땅이라고 막았다?' 이런 경우에 사실 처벌하기는 그리 쉽지 않거든요."]

주민 불편 해결에 적극적이어야 할 공공기관마저 중재에 손을 놓으면서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주민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하초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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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땅 밟지 마” 주민 불편 가중…행정·경찰도 ‘나몰라’
    • 입력 2018-07-15 21:22:50
    • 수정2018-07-15 21: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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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 땅이니 다니지 말라는 통행권 분쟁 사례는 인심이 좋아 콩 한 쪽도 나눠먹는다는 강원도 산골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중재를 해보면 풀어질 만한 갈등인데도 사적인 문제라며 방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초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휴일이면 관광객 등 천여 명이 찾는 강원도 인제의 곰배령 정상으로 가는 길입니다.

길 입구가 돌무더기로 막혀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집 앞 도로 포장이 무산되자 토지주가 지난 5월 길을 막은 겁니다.

[곰배령 진입로 땅 주인/음성변조 : "우리가 20년간을 (길을) 내줬어. 집이 다 무너지고 다 내려앉았어. 이 길을 밑으로 내서 빨리해주던지."]

길이 막히면서 산 정상의 대형버스 주차장은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관광객들은 보통 3시간이면 오고 갈 거리를 무려 5시간이나 들여 6km의 딱딱한 시멘트 길을 더 걸어야 합니다.

[윤지원/서울특별시 강남구 : "숲 속 그늘이라고 알고 왔는데. 이렇게 땡볕을 시멘트 바닥을 오래 걷게 해서 좀 황당하기도 하고요."]

춘천의 등산로 입구도 막혀 있습니다.

벌써 1년이 다 됐습니다.

건축 허가 신청이 반려되자 땅 주인이 통행을 차단했습니다.

산속에 밭이 있는 농민들은 분통이 터집니다.

[변준구/춘천시 동내면 : "생산물이 생산 됐을 때 그거를 반출을 해야 되는데 여기까지 등짐으로 지고 나와야."]

하지만, 관할 행정기관들은 민원인들에게 알아서 하라거나 민사소송을 하라고 안내만 할 뿐입니다.

[윤교원/춘천시 산림과장 : "과수원 주인들하고 산주들하고 민사로 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경찰도 미온적입니다.

교통방해죄를 적용할만한데도 사적 영역이라며 한발 물러섭니다.

[경찰관/음성변조 : "굉장히 애매하거든요. 저희도 수사하면서 '내 땅이라고 막았다?' 이런 경우에 사실 처벌하기는 그리 쉽지 않거든요."]

주민 불편 해결에 적극적이어야 할 공공기관마저 중재에 손을 놓으면서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은 채 주민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하초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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