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의사 엄마의 잘못된 선택

입력 2018.07.16 (14:21) 수정 2018.07.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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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A(52·여)씨는 남편도 의사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A 씨는 아들 한 명을 두고 있었는데, A 씨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도 부모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아들은 의대에 진학할 성적이 되지 않았고 A 씨의 고민은 깊어졌다.

아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A 씨는 결국 편법을 쓰기로 마음먹고 아들 학교 행정실장 B(58)씨를 찾아갔다. A 씨는 학교 운영위원장을 맡아 학교 행사에 자주 참석해 B 씨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다. A 씨는 B 씨에게 “아들을 의대에 보내고자 하는 데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이라며 “시험지를 유출해 달라”고 부탁한다. 행정실장 B 씨는 처음에는 A 씨의 부탁을 거절했지만, A 씨가 계속 요구하자 결국 시험지 유출에 응한다.

이후 B 씨는 지난 2일 오후 5시쯤 학교 행정실 옆 인쇄소에 보관 중이던 시험지를 빼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6시쯤 광주 남구 노대동의 한 길거리에서 시험지 복사본을 A 씨에게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B 씨는 학교 운영위원장인 A 씨가 계속 부탁하자 사정을 딱하게 여기고 시험지를 빼돌리는 범행을 저질렀다”며 “B 씨는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호하게 거절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 아들은 어머니에게 받은 시험지로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학교 기말고사를 치렀고 좋은 성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적발되지 않아 성공한 것 같던 이들의 범행은 엉뚱한 곳에서 꼬리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 씨 아들은 엄마한테 받은 시험지를 친한 친구 몇 명에게 보여주며 이 문제 나올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실제 시험에서 이 문제와 함께 서술형 문제까지 똑같이 나오자 수상히 여긴 친구들이 학교 측에 알리면서 덜미가 잡혔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신고를 받은 학교 측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이는 한편, 광주시교육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교육청은 1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A 씨와 B 씨는 12일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에서 행정실장 B 씨는 “A 씨의 사정이 딱해 도와줬지만, 금품 등은 전혀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행정실장 B 씨는 이번 기말고사 9과목 전부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도 “두 사람 사이에 금품이 오갔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이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했지만, 현재까지는 금품이 오간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2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A 씨와 B 씨를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여죄를 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두 사람을 다시 소환해 추가적인 범행이 드러나면 구속 영장 신청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학교는 시험지 유출이 확인됨에 따라 3학년 기말고사 모든 과목을 오는 19∼20일 다시 치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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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의사 엄마의 잘못된 선택
    • 입력 2018-07-16 14:21:32
    • 수정2018-07-16 14:52:43
    취재후·사건후
광주광역시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A(52·여)씨는 남편도 의사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A 씨는 아들 한 명을 두고 있었는데, A 씨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도 부모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아들은 의대에 진학할 성적이 되지 않았고 A 씨의 고민은 깊어졌다.

아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A 씨는 결국 편법을 쓰기로 마음먹고 아들 학교 행정실장 B(58)씨를 찾아갔다. A 씨는 학교 운영위원장을 맡아 학교 행사에 자주 참석해 B 씨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다. A 씨는 B 씨에게 “아들을 의대에 보내고자 하는 데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이라며 “시험지를 유출해 달라”고 부탁한다. 행정실장 B 씨는 처음에는 A 씨의 부탁을 거절했지만, A 씨가 계속 요구하자 결국 시험지 유출에 응한다.

이후 B 씨는 지난 2일 오후 5시쯤 학교 행정실 옆 인쇄소에 보관 중이던 시험지를 빼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6시쯤 광주 남구 노대동의 한 길거리에서 시험지 복사본을 A 씨에게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B 씨는 학교 운영위원장인 A 씨가 계속 부탁하자 사정을 딱하게 여기고 시험지를 빼돌리는 범행을 저질렀다”며 “B 씨는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호하게 거절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 아들은 어머니에게 받은 시험지로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학교 기말고사를 치렀고 좋은 성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적발되지 않아 성공한 것 같던 이들의 범행은 엉뚱한 곳에서 꼬리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 씨 아들은 엄마한테 받은 시험지를 친한 친구 몇 명에게 보여주며 이 문제 나올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실제 시험에서 이 문제와 함께 서술형 문제까지 똑같이 나오자 수상히 여긴 친구들이 학교 측에 알리면서 덜미가 잡혔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신고를 받은 학교 측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이는 한편, 광주시교육청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교육청은 1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A 씨와 B 씨는 12일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에서 행정실장 B 씨는 “A 씨의 사정이 딱해 도와줬지만, 금품 등은 전혀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행정실장 B 씨는 이번 기말고사 9과목 전부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도 “두 사람 사이에 금품이 오갔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이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분석했지만, 현재까지는 금품이 오간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2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A 씨와 B 씨를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여죄를 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두 사람을 다시 소환해 추가적인 범행이 드러나면 구속 영장 신청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학교는 시험지 유출이 확인됨에 따라 3학년 기말고사 모든 과목을 오는 19∼20일 다시 치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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