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밤샘 ‘노숙 대기’ 치과…선착순 진료 사연은?

입력 2018.07.17 (08:38) 수정 2018.07.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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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이곳, 유명 맛집 앞을 방불케 하는데요...

서울에 있는 한 치과 앞 입니다.

요즘 치과 진료 받으려면 보통 미리 예약을 해두고 시간에 맞춰 가서 진료 받는데요,

이곳은 진료 예약은 받지 않고 병원 문이 열리기 전에 선착순으로 대기해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노숙까지 한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이 병원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직접 가봤습니다.

[리포트]

21살 정 모 씨는 2년 전, 서울 강남의 한 치과에서 치아 교정을 시작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교정 상태를 나타내는 치열은 어떻게 됐을까?

[정 모 씨/○○치과 환자 : “토끼 이빨만 들어가길 원했는데 아예 개방 교합이 됐어요. 윗니랑 아랫니랑 닿지 않는 개방 교합이 돼버렸어요.”]

2년 만에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데요,

면을 끊어 먹는 것조차 힘들어져, 가위로 잘게 잘라 먹어야만 하는 상황.

하지만, 이런 증상에 대해 치과에서 진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 모 씨/○○치과 환자 : “처음에 남자 원장님이었는데 어느 때부터 여자 원장님으로 바뀌더라고요. 어떨 때는 원장님 아예 안 오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정 씨와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병원 환자는 한 두 명이 아닙니다.

[김 모 씨/○○치과 환자 : “전화가 너무 안 되더라고요. 전화를 해도 안 받고. 계속 통화 중으로 넘어가서 하루 이틀은 통화해야 연락이 되고.”]

해당 치과의 예약조차 잡을 수 없다는 환자들의 원성.

지난 13일 밤 10시가 넘은 시각. 문제의 치과로 가봤습니다.

치과는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3층까지 이어진 계단을 따라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진료 시작까지 무려 12시간이나 남았지만 스무 명이 넘는 환자들이 이렇게 대기하고 있습니다.

[○○치과 환자 : “경주에서 3시에 출발했어요. 6월 22일에 왔었는데 40명까지 진료 본다고 했는데 제가 41번째여서 진료 못 받고 갔거든요.”]

당일 선착순으로만 진료 환자를 받는다는 해당 치과의 방침에 멀리 지방에서 고속버스와 KTX를 타고 올라온 환자들부터 휴가까지 내고 온 직장인들까지...

환자들은 선착순 진료 인원에 들기 위해 병원 앞에서 노숙까지 하는 실정입니다.

밤새 찜통 더위 속 노숙을 대비해 부채에 선풍기를 준비하는가 하면 이불과 모기향까지 챙겨왔습니다.

[○○치과 환자 : “이불이랑 목베개랑 커피랑 배터리. 기본적으로…….”]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걸까?

지난 5월 중순, 해당 치과에서 내세운 교정 방법의 부작용 문제가 불거진 뒤, 치과 의료진과 치위생사, 간호사들이 집단 퇴사한 겁니다.

결국 치과는 정상적으로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선착순 진료 순번 마감도 더 빨라졌습니다.

[○○치과 환자 : “한 달 전에는 그래도 이런 게 없었거든요? 아침 6시에 저희가 왔는데 41번 42번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새벽 1시가 되기도 전에 40번이 꽉 찼잖아요. 갈수록 너무 심해져요.”]

이 치과는 SNS 등을 통해 싼 가격을 내 건 맞춤 광고를 하면서 이벤트 치과로 유명세를 얻었는데요,

하지만 마구잡이 호객으로 환자가 몰려들면서 의료진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넘어섰다는게 환자들 주장입니다.

[○○치과 환자 : “제 차트변호가 4만 몇천 번이었거든요. 그리고 지금 현재 최근에 접수했던 분들은 차트번호가 6만 번이 넘어가요.”]

결국 예약시간에 제대로 진료를 받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고 의사들까지 병원을 떠나게 되면서 병원 운영이 파행을 겪게 된 겁니다.

[○○치과 환자 : “진료시간이 1~2분이 채 안되는 상황이었고 사진을 중간마다 찍어본다든지 이런 게 전혀 없었고 그냥 항상 고무줄 위치만 변경하는 식으로 진료가 됐거든요.”]

설상가상 치과가 광고하던 교정 방법이 부작용 논란까지 일면서 치과와 환자 측의 갈등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치과 환자 : “(병원 측에서는) 하고 싶으면 아침에 일찍 오든 새벽에 오든 먼저 와서 줄 서서 진료받고 가라고. 애들 학교 빠지고 오냐 했더니 어머니들이 미리 와서 줄 서시라고.”]

이같은 치과의 비정상적인 운영에 제때 진료 받지 못한 환자들은 크고 작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치과 환자 : “2년 반이면 넉넉잡고 끝날 거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안 끝난 거예요. 그러면서 의사가 네 번이 바뀌었어요. 마무리가 안 되고 의사가 바뀔 때마다 말이 달라요.”]

문제가 터진 뒤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환자를 유치한 탓에 결제만 하고 사실상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하지만 환불 절차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 모 씨/○○치과 환자 : “진료 기록은 가지고 있어야 될 거 같아서 제 자료니까 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6월 말에 보냈는데 언제 받을지 모르겠어요. 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현재 환자들은 강모 원장을 상대로 경찰서에 고소장을 내고 집단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치과 환자 : “여기서 진료 받은 환자들은 이중으로 피해를 보는 거예요.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다른 병원 가서도 안 받아준다고 할까 봐…….”]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태 이후 제2, 제3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의료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재윤/대한치과협회 홍보이사 : “무분별한 광고를 할 수 있는 의료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이러한 국민들의 피해를 키웠다고 볼 수 있죠. 가격을 내세운 광고를 금지할 수 있는 법안을 계속해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을 지금 하는 입장이죠.”]

교정 치료의 특성상 병원을 곧바로 바꾸기도 쉽지 않은 가운데 해당 치과에서 교정 치료 중인 환자는 2만명 대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하루 평균 50여 명만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진료를 받는 웃지못할 행운을 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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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밤샘 ‘노숙 대기’ 치과…선착순 진료 사연은?
    • 입력 2018-07-17 08:44:35
    • 수정2018-07-17 09: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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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이곳, 유명 맛집 앞을 방불케 하는데요...

서울에 있는 한 치과 앞 입니다.

요즘 치과 진료 받으려면 보통 미리 예약을 해두고 시간에 맞춰 가서 진료 받는데요,

이곳은 진료 예약은 받지 않고 병원 문이 열리기 전에 선착순으로 대기해야만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노숙까지 한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이 병원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직접 가봤습니다.

[리포트]

21살 정 모 씨는 2년 전, 서울 강남의 한 치과에서 치아 교정을 시작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교정 상태를 나타내는 치열은 어떻게 됐을까?

[정 모 씨/○○치과 환자 : “토끼 이빨만 들어가길 원했는데 아예 개방 교합이 됐어요. 윗니랑 아랫니랑 닿지 않는 개방 교합이 돼버렸어요.”]

2년 만에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데요,

면을 끊어 먹는 것조차 힘들어져, 가위로 잘게 잘라 먹어야만 하는 상황.

하지만, 이런 증상에 대해 치과에서 진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 모 씨/○○치과 환자 : “처음에 남자 원장님이었는데 어느 때부터 여자 원장님으로 바뀌더라고요. 어떨 때는 원장님 아예 안 오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정 씨와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병원 환자는 한 두 명이 아닙니다.

[김 모 씨/○○치과 환자 : “전화가 너무 안 되더라고요. 전화를 해도 안 받고. 계속 통화 중으로 넘어가서 하루 이틀은 통화해야 연락이 되고.”]

해당 치과의 예약조차 잡을 수 없다는 환자들의 원성.

지난 13일 밤 10시가 넘은 시각. 문제의 치과로 가봤습니다.

치과는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3층까지 이어진 계단을 따라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진료 시작까지 무려 12시간이나 남았지만 스무 명이 넘는 환자들이 이렇게 대기하고 있습니다.

[○○치과 환자 : “경주에서 3시에 출발했어요. 6월 22일에 왔었는데 40명까지 진료 본다고 했는데 제가 41번째여서 진료 못 받고 갔거든요.”]

당일 선착순으로만 진료 환자를 받는다는 해당 치과의 방침에 멀리 지방에서 고속버스와 KTX를 타고 올라온 환자들부터 휴가까지 내고 온 직장인들까지...

환자들은 선착순 진료 인원에 들기 위해 병원 앞에서 노숙까지 하는 실정입니다.

밤새 찜통 더위 속 노숙을 대비해 부채에 선풍기를 준비하는가 하면 이불과 모기향까지 챙겨왔습니다.

[○○치과 환자 : “이불이랑 목베개랑 커피랑 배터리. 기본적으로…….”]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걸까?

지난 5월 중순, 해당 치과에서 내세운 교정 방법의 부작용 문제가 불거진 뒤, 치과 의료진과 치위생사, 간호사들이 집단 퇴사한 겁니다.

결국 치과는 정상적으로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선착순 진료 순번 마감도 더 빨라졌습니다.

[○○치과 환자 : “한 달 전에는 그래도 이런 게 없었거든요? 아침 6시에 저희가 왔는데 41번 42번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새벽 1시가 되기도 전에 40번이 꽉 찼잖아요. 갈수록 너무 심해져요.”]

이 치과는 SNS 등을 통해 싼 가격을 내 건 맞춤 광고를 하면서 이벤트 치과로 유명세를 얻었는데요,

하지만 마구잡이 호객으로 환자가 몰려들면서 의료진이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넘어섰다는게 환자들 주장입니다.

[○○치과 환자 : “제 차트변호가 4만 몇천 번이었거든요. 그리고 지금 현재 최근에 접수했던 분들은 차트번호가 6만 번이 넘어가요.”]

결국 예약시간에 제대로 진료를 받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고 의사들까지 병원을 떠나게 되면서 병원 운영이 파행을 겪게 된 겁니다.

[○○치과 환자 : “진료시간이 1~2분이 채 안되는 상황이었고 사진을 중간마다 찍어본다든지 이런 게 전혀 없었고 그냥 항상 고무줄 위치만 변경하는 식으로 진료가 됐거든요.”]

설상가상 치과가 광고하던 교정 방법이 부작용 논란까지 일면서 치과와 환자 측의 갈등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치과 환자 : “(병원 측에서는) 하고 싶으면 아침에 일찍 오든 새벽에 오든 먼저 와서 줄 서서 진료받고 가라고. 애들 학교 빠지고 오냐 했더니 어머니들이 미리 와서 줄 서시라고.”]

이같은 치과의 비정상적인 운영에 제때 진료 받지 못한 환자들은 크고 작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치과 환자 : “2년 반이면 넉넉잡고 끝날 거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안 끝난 거예요. 그러면서 의사가 네 번이 바뀌었어요. 마무리가 안 되고 의사가 바뀔 때마다 말이 달라요.”]

문제가 터진 뒤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환자를 유치한 탓에 결제만 하고 사실상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하지만 환불 절차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 모 씨/○○치과 환자 : “진료 기록은 가지고 있어야 될 거 같아서 제 자료니까 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6월 말에 보냈는데 언제 받을지 모르겠어요. 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현재 환자들은 강모 원장을 상대로 경찰서에 고소장을 내고 집단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치과 환자 : “여기서 진료 받은 환자들은 이중으로 피해를 보는 거예요.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다른 병원 가서도 안 받아준다고 할까 봐…….”]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태 이후 제2, 제3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의료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재윤/대한치과협회 홍보이사 : “무분별한 광고를 할 수 있는 의료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이러한 국민들의 피해를 키웠다고 볼 수 있죠. 가격을 내세운 광고를 금지할 수 있는 법안을 계속해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을 지금 하는 입장이죠.”]

교정 치료의 특성상 병원을 곧바로 바꾸기도 쉽지 않은 가운데 해당 치과에서 교정 치료 중인 환자는 2만명 대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하루 평균 50여 명만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진료를 받는 웃지못할 행운을 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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