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가짜뉴스지? 넌 빠져!” 트럼프 미디어 전쟁의 함정

입력 2018.07.17 (16:12) 수정 2018.07.17 (16: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짜뉴스(fake news)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CNN과 NBC, ABC,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류 언론들을 향한 맹폭이 연일 이어지고 있고, 공격의 양상도 갈수록 거세고 집요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뉴스 공세는 트위터와 인터뷰, 외국 정상들과의 기자회견장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고, 취재 기회 제한 등 실력 행사는 물론 이제는 '미국 최대의 적' '반역적' 등 극단적인 표현까지 동원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건, 가짜뉴스 전쟁의 단골 소재로 북미 대화가 등장하고 있는 점이다.

트럼프는 왜 이토록 집요하게 '가짜뉴스 전쟁'에 매달리는 걸까? 트럼프의 노림수는 뭘까?



◆트럼프 "CNN은 가짜뉴스다. CNN 기자한테는 질문받지 않겠다"

CNN기자: Mr. President, since you attacked CNN, can I ask you a question?"
(대통령께서는 CNN을 공격했는데,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트럼프: John Roberts go ahead.(존 로버츠 질문하세요)
CNN기자: Can I ask your question? (질문해도 될까요?)
트럼프: No, No, John Roberts go ahead. CNN is fake news
Roberts from FOX, let's go to a real network
((CNN은) 안돼요. 존 로버츠 질문하세요. CNN은 가짜뉴스예요.
폭스의 존 로버츠 기자 질문하세요. 진짜 뉴스로 갑시다.)
CNN기자: Well, we're a real network too.sir.(우리도 진짜 뉴스입니다)

지난 13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관저에서 진행된 미영 정상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CNN 백악관 출입기자가 충돌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질의응답 과정에서 CNN을 '가짜뉴스'라고 비난하자 CNN 기자인 존 아코스타가 질문권을 신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보란 듯이 CNN 기자 바로 옆자리에 있던 폭스뉴스의 존 로버츠 기자를 지목해 질문권을 넘겼다.

CNN 기자가 질문할 게 있다며 재차 손을 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CNN은 가짜뉴스다. 나는 CNN 기자한테는 질문받지 않는다"고 정색하며 질문받기를 거부했고 폭스뉴스야말로 '진짜뉴스'라고 치켜세웠다. 이후 CNN 기자가 "우리도 진짜뉴스"라고 반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CNN을 가짜뉴스로, 폭스뉴스를 진짜뉴스로 대비시키며 질문권까지 차별하고 나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응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주류 언론 사이의 갈등, 이른바 가짜뉴스 전쟁의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는 길에 폭풍 트윗을 날려 이 같은 인식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감스럽게도 내가 정상회담에서 아무리 잘하더라도, 설령 내가 러시아가 수년간 해온 모든 죄와 악에 대한 응징으로 위대한 도시 모스크바를 받아온다 하더라도 내가 돌아오면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상트페테르부르크도 추가로 받아왔어야 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많은 뉴스 미디어들은 실로 국민의 적(Much of our news media is indeed the enemy of the people)"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CNN 기자의 충돌은 즉각 CNN에 대한 백악관의 보복 조치로도 이어졌다. 백악관은 문제의 미영 정상회담 기자회견이 있은 지 이틀 뒤인 지난 15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CNN 방송 출연 일정을 전격 취소시켰다.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제이크 테퍼는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이 개입해서 볼턴 보좌관과의 인터뷰를 취소했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CNN 기자가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에게 무례했다. 우리는 나쁜 행동을 보상하는 것보다 행정부 관리들의 TV 출연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기로 했다"며 이번 인터뷰 취소가 사실상의 보복 조치임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의 가짜뉴스 전쟁이 트위터 등을 통한 비난 수준을 넘어서 갈수록 기자들의 질문권 박탈과 미국 관리들의 인터뷰 제한 등 이른바 '가짜뉴스' 언론사에 대해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단골 소재 된 '북미 대화'...."가짜뉴스, 거의 반역적" 표현까지

최근 들어 우리가 주목할 점은 북미 대화 관련 소식이 갈수록 가짜뉴스 전쟁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는 점이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의 최대의 적은 가짜뉴스"라고 밝힌 트위터 글이다.

백악관으로 돌아온 직후 올린 첫 트윗에서 "더는 북한의 핵 위협은 없다. 오늘 밤은 편히 주무시라!"고 선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들어 "가짜뉴스들 특히 NBC와 CNN을 보고 있자니 너무 웃긴다"며 미국 언론의 보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북한과의 합의를 깎아내리는 데 혈안이 돼 있는데 이들은 500일 전에는 전쟁이 터질 것처럼 보이자 북한과 합의를 하라고 애걸했다"고 지적한 뒤 "우리나라의 최대의 적은 어리석은 이들이 너무 쉽게 퍼뜨리는 가짜뉴스다!(Our Country's biggest enemy is the Fake News so easily promulgated by fools!)"고 독설을 퍼부었다.

미국 언론들이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북미회담 성과를 깎아내리는 비판론을 쏟아내자 '가짜뉴스' '어리석은 이들'이라는 비아냥을 넘어 미국 언론을 "미국 최대의 적"으로 다시 규정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21일엔 "가짜뉴스의 보도 방식이 거의 반역적"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의 보수 정치인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진행하는 TBN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미 공동 성명을 언급하면서 "무엇보다 우리는 아주 멋진 합의문을 도출했다"며 "가짜뉴스들이 다루는 방식을 보면 유감이다. 그건 솔직히 진짜 거의 반역적이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판정승…미국민 77% "주류언론 가짜뉴스"

트럼프 대통령 취임 18개월, 가짜뉴스 전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얼핏 보면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보인다.

미국 몬머스대학이 지난 4월 조사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1%는 "전통적인 주요 TV와 신문이 자주 가짜뉴스를 보도한다"고 답했고, 46%는 "가끔 그런다"고 대답했다. 미국민의 77%, 그러니까 4명 중 3명이 주류언론이 가짜뉴스를 보도한다고 믿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엔 미국 공화당 지지자 10명 중 9명이 가짜뉴스와의 전쟁에서 사실상 트럼트의 손을 들어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론조사도 공개됐다.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Axios)가 지난달 15~19일 서베이몽키와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론이 가짜뉴스인 것을 알면서도 보도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공화당원 혹은 공화당 지지자의 92%가 '매우 그렇다' 혹은 '가끔 그렇다'고 답했다. 눈길을 끄는 건 민주당 지지자의 53%와 무당파 가운데 79%도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는 결과다.

트럼프의 '가짜뉴스 전쟁'이 일정 정도 주류 언론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고, 결과적으로 지지층 결집의 수단으로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언론의 표현대로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에게 미디어가 '공유된 적(shared enemy)'이 되고 있고, 2020년 재선 성공을 위한 통치 전략 차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 전쟁'을 더 힘차게 벌여나갈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가짜뉴스 전쟁은 트럼프 통치술..과연 정당한가?

트럼프의 '가짜뉴스 프레임'이 먹혀드는 데는 일정 정도 미국 주류 언론에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비록 국내보다 사정이 낫긴 하지만 미국 언론들 역시 그동안 부정확한 보도와 과장된 인용, 오보를 양산해 시청자와 독자들의 불신을 초래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세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의도된 가짜뉴스 전쟁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선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국 내 언론 지형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함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사를 모조리 가짜뉴스라고 낙인찍음으로써 대다수의 언론사를 옥죌 뿐 아니라 시청자나 독자들의 건전한 사고를 가로막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에 기초한 정당한 비판마저 마구잡이로 가짜뉴스라고 공격함으로써 가짜뉴스의 개념을 변질시키고 있고, 나아가 가짜뉴스와 오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례로, 올해 퓰리처상은 미국 대선의 러시아 개입 의혹을 보도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러시아 스캔들' 기사가 공동 수상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비판했던 바로 그 기사들이다.

정치의 세계가 그렇듯,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가짜뉴스 전쟁은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주요 통치 수단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론과의 지나친 갈등은 국민들의 시선을 흐리고 건전한 비판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결국엔 정책 결정의 오류를 부르는 함정을 동시에 갖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그 정책 범주 안에 한반도의 운명과 직결된 대북 정책이 포함돼있고, 미국 내 정치적 갈등의 소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가짜뉴스 전쟁을 결코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돋보기] “가짜뉴스지? 넌 빠져!” 트럼프 미디어 전쟁의 함정
    • 입력 2018-07-17 16:12:25
    • 수정2018-07-17 16:15:38
    글로벌 돋보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짜뉴스(fake news)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CNN과 NBC, ABC,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주류 언론들을 향한 맹폭이 연일 이어지고 있고, 공격의 양상도 갈수록 거세고 집요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뉴스 공세는 트위터와 인터뷰, 외국 정상들과의 기자회견장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고, 취재 기회 제한 등 실력 행사는 물론 이제는 '미국 최대의 적' '반역적' 등 극단적인 표현까지 동원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건, 가짜뉴스 전쟁의 단골 소재로 북미 대화가 등장하고 있는 점이다.

트럼프는 왜 이토록 집요하게 '가짜뉴스 전쟁'에 매달리는 걸까? 트럼프의 노림수는 뭘까?



◆트럼프 "CNN은 가짜뉴스다. CNN 기자한테는 질문받지 않겠다"

CNN기자: Mr. President, since you attacked CNN, can I ask you a question?"
(대통령께서는 CNN을 공격했는데,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트럼프: John Roberts go ahead.(존 로버츠 질문하세요)
CNN기자: Can I ask your question? (질문해도 될까요?)
트럼프: No, No, John Roberts go ahead. CNN is fake news
Roberts from FOX, let's go to a real network
((CNN은) 안돼요. 존 로버츠 질문하세요. CNN은 가짜뉴스예요.
폭스의 존 로버츠 기자 질문하세요. 진짜 뉴스로 갑시다.)
CNN기자: Well, we're a real network too.sir.(우리도 진짜 뉴스입니다)

지난 13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관저에서 진행된 미영 정상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CNN 백악관 출입기자가 충돌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질의응답 과정에서 CNN을 '가짜뉴스'라고 비난하자 CNN 기자인 존 아코스타가 질문권을 신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보란 듯이 CNN 기자 바로 옆자리에 있던 폭스뉴스의 존 로버츠 기자를 지목해 질문권을 넘겼다.

CNN 기자가 질문할 게 있다며 재차 손을 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CNN은 가짜뉴스다. 나는 CNN 기자한테는 질문받지 않는다"고 정색하며 질문받기를 거부했고 폭스뉴스야말로 '진짜뉴스'라고 치켜세웠다. 이후 CNN 기자가 "우리도 진짜뉴스"라고 반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CNN을 가짜뉴스로, 폭스뉴스를 진짜뉴스로 대비시키며 질문권까지 차별하고 나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응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주류 언론 사이의 갈등, 이른바 가짜뉴스 전쟁의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는 길에 폭풍 트윗을 날려 이 같은 인식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감스럽게도 내가 정상회담에서 아무리 잘하더라도, 설령 내가 러시아가 수년간 해온 모든 죄와 악에 대한 응징으로 위대한 도시 모스크바를 받아온다 하더라도 내가 돌아오면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상트페테르부르크도 추가로 받아왔어야 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많은 뉴스 미디어들은 실로 국민의 적(Much of our news media is indeed the enemy of the people)"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CNN 기자의 충돌은 즉각 CNN에 대한 백악관의 보복 조치로도 이어졌다. 백악관은 문제의 미영 정상회담 기자회견이 있은 지 이틀 뒤인 지난 15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CNN 방송 출연 일정을 전격 취소시켰다.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제이크 테퍼는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이 개입해서 볼턴 보좌관과의 인터뷰를 취소했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CNN 기자가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에게 무례했다. 우리는 나쁜 행동을 보상하는 것보다 행정부 관리들의 TV 출연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기로 했다"며 이번 인터뷰 취소가 사실상의 보복 조치임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의 가짜뉴스 전쟁이 트위터 등을 통한 비난 수준을 넘어서 갈수록 기자들의 질문권 박탈과 미국 관리들의 인터뷰 제한 등 이른바 '가짜뉴스' 언론사에 대해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단골 소재 된 '북미 대화'...."가짜뉴스, 거의 반역적" 표현까지

최근 들어 우리가 주목할 점은 북미 대화 관련 소식이 갈수록 가짜뉴스 전쟁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는 점이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거론하며 "미국의 최대의 적은 가짜뉴스"라고 밝힌 트위터 글이다.

백악관으로 돌아온 직후 올린 첫 트윗에서 "더는 북한의 핵 위협은 없다. 오늘 밤은 편히 주무시라!"고 선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들어 "가짜뉴스들 특히 NBC와 CNN을 보고 있자니 너무 웃긴다"며 미국 언론의 보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북한과의 합의를 깎아내리는 데 혈안이 돼 있는데 이들은 500일 전에는 전쟁이 터질 것처럼 보이자 북한과 합의를 하라고 애걸했다"고 지적한 뒤 "우리나라의 최대의 적은 어리석은 이들이 너무 쉽게 퍼뜨리는 가짜뉴스다!(Our Country's biggest enemy is the Fake News so easily promulgated by fools!)"고 독설을 퍼부었다.

미국 언론들이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북미회담 성과를 깎아내리는 비판론을 쏟아내자 '가짜뉴스' '어리석은 이들'이라는 비아냥을 넘어 미국 언론을 "미국 최대의 적"으로 다시 규정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 21일엔 "가짜뉴스의 보도 방식이 거의 반역적"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의 보수 정치인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진행하는 TBN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미 공동 성명을 언급하면서 "무엇보다 우리는 아주 멋진 합의문을 도출했다"며 "가짜뉴스들이 다루는 방식을 보면 유감이다. 그건 솔직히 진짜 거의 반역적이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판정승…미국민 77% "주류언론 가짜뉴스"

트럼프 대통령 취임 18개월, 가짜뉴스 전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얼핏 보면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보인다.

미국 몬머스대학이 지난 4월 조사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1%는 "전통적인 주요 TV와 신문이 자주 가짜뉴스를 보도한다"고 답했고, 46%는 "가끔 그런다"고 대답했다. 미국민의 77%, 그러니까 4명 중 3명이 주류언론이 가짜뉴스를 보도한다고 믿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엔 미국 공화당 지지자 10명 중 9명이 가짜뉴스와의 전쟁에서 사실상 트럼트의 손을 들어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론조사도 공개됐다.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Axios)가 지난달 15~19일 서베이몽키와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론이 가짜뉴스인 것을 알면서도 보도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공화당원 혹은 공화당 지지자의 92%가 '매우 그렇다' 혹은 '가끔 그렇다'고 답했다. 눈길을 끄는 건 민주당 지지자의 53%와 무당파 가운데 79%도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는 결과다.

트럼프의 '가짜뉴스 전쟁'이 일정 정도 주류 언론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고, 결과적으로 지지층 결집의 수단으로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언론의 표현대로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에게 미디어가 '공유된 적(shared enemy)'이 되고 있고, 2020년 재선 성공을 위한 통치 전략 차원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 전쟁'을 더 힘차게 벌여나갈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가짜뉴스 전쟁은 트럼프 통치술..과연 정당한가?

트럼프의 '가짜뉴스 프레임'이 먹혀드는 데는 일정 정도 미국 주류 언론에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비록 국내보다 사정이 낫긴 하지만 미국 언론들 역시 그동안 부정확한 보도와 과장된 인용, 오보를 양산해 시청자와 독자들의 불신을 초래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세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의도된 가짜뉴스 전쟁은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선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국 내 언론 지형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함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사를 모조리 가짜뉴스라고 낙인찍음으로써 대다수의 언론사를 옥죌 뿐 아니라 시청자나 독자들의 건전한 사고를 가로막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에 기초한 정당한 비판마저 마구잡이로 가짜뉴스라고 공격함으로써 가짜뉴스의 개념을 변질시키고 있고, 나아가 가짜뉴스와 오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례로, 올해 퓰리처상은 미국 대선의 러시아 개입 의혹을 보도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러시아 스캔들' 기사가 공동 수상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비판했던 바로 그 기사들이다.

정치의 세계가 그렇듯,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가짜뉴스 전쟁은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주요 통치 수단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론과의 지나친 갈등은 국민들의 시선을 흐리고 건전한 비판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결국엔 정책 결정의 오류를 부르는 함정을 동시에 갖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그 정책 범주 안에 한반도의 운명과 직결된 대북 정책이 포함돼있고, 미국 내 정치적 갈등의 소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가짜뉴스 전쟁을 결코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