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데스노트된 세계1위 메신저 ‘왓츠앱’…인도에서 집단 폭행·사망자 속출

입력 2018.07.18 (16:30) 수정 2018.07.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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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사용자가 10억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세계 1위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은 인도 사람들에게는 국민 메신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2억 명 이상의 인도인이 사용하는 왓츠앱이 가짜 뉴스와 루머를 유통하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데스노트(Death Note), '죽음을 부르는 앱'이라는 오명을 사고 있다.

인도의 서부중심지역인 마하라슈트라주 경찰에 따르면 최근 달레 지역에서 유목 생활을 하던 8명의 남자가 마을로 내려왔다가 주민들에게 집단으로 폭행을 당해 이 가운데 5명이 숨졌다. 마을로 내려온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시장에서 한 아이에게 말을 걸었는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이 남성을 아동 납치범으로 의심해 일행을 붙잡아 가둬 놓고 무자비하게 집단 폭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를 말리던 경찰 2명도 크게 다쳤다. 경찰이 통행금지를 실시하고 경찰력을 동원한 뒤에야 사태를 수습했고, 집단 린치에 가담한 23명을 살인과 폭행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이 집단 폭행에 가담하게 된 것은 왓츠앱을 통해 배포된 확인되지 않은 아동 납치범 경고 메시지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왓츠앱을 통해 아동 유괴범 사진이 확산됐는데 숨진 사람이 이 사진과 닮았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실제로 숨진 남성과 유포된 사진은 닮지도 않았고 유포된 사진 자체도 허위였다.

어린이 납치 루머로 인한 집단 폭행 사망자 사진어린이 납치 루머로 인한 집단 폭행 사망자 사진

지난 5월 26일 밤 11시쯤에는 안드라프라데시주 하이데라바드 챈드라앙구타 지역에서 엉뚱한 사람들이 어린이 납치 조직원으로 오해받고 폭행당해 52살 여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 마을 시장에서 구걸하던 트랜스젠더 여성 4명에게 주변에 있던 20여 명이 몰려와 이름과 출신을 묻더니 순식간에 폭도로 변해 집기를 던지고 집단 폭행을 시작했다. 이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가세해 무려 200여 명이 둘러싸고 공격을 부추겼다. 출동한 경찰이 피해자들을 보호하려 하자 화난 사람들은 "납치범을 돕고 있다"며 경찰차 2대를 부쉈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25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역시 왓츠앱 메시지였다. 2주 전부터 이곳에서는 어린이 유괴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가짜 소문이 돌았고 '납치범들'이란 제목의 동영상도 공유됐다. 잔혹하게 숨진 어린이의 사진이 담겨 있었는데 이를 본 주민들이 흥분했고, 피해자들을 어린이 납치범이라고 오해한 시민들이 무차별적인 폭행에 가담했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그런데 이 영상에 납치된 어린이라며 공유된 사진은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과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어린이들의 모습을 합성한 가짜 뉴스였다.

지난 5월 초에는 타밀 나두 남쪽 지역에서 어린이들에게 사탕을 주던 55살 여성이 폭도들에게 폭행당해 숨졌고, 지난달에는 북동부에 있는 아삼(Assam)에서 남성 2명이 길을 묻다가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해 숨졌다.


인디아 타임즈에 따르면 인도 전역에서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어린이 인신매매나 장기 밀매 조직원 출몰 등에 대한 왓츠앱 허위 경고 메시지를 보고 흥분한 지역 주민들에 의해 모두 13차례 집단 폭행이 벌어져 27명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집단 폭행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나 폭도들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 표적이었고 주로 낯선 사람들을 목표로 삼았다.

인도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집단 폭행 사건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도통신규제위원회(India Telecom Regulatory Commission)는 인도에 현재 10억 개 이상의 이동 전화 연결 회선이 있고, 매우 작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온라인에 접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농촌 지역 사람들은 정보가 넘쳐나고 무엇이 진짜인지 구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전달된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펙트체크 웹사이트인 Alt news 설립자 페라틱 싱하 대표는 BBC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왓츠앱 사용자가 2억 명에 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짜뉴스가 빠르게 기하급수적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일 뿐 아니라 집단 폭력 가담자들이 재빨리 모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싱하 대표는 덧붙였다.

왓츠앱은 주로 개인간 메시지 전달 앱이고 대부분 가족과 친구들을 통해 메시지를 받기 때문에 전달된 메시지가 사실이라고 믿고 진위를 가리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현지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왓츠앱의 가짜 뉴스 전달이 문제인 것은 인도가 향후 3년 동안 인터넷 사용자가 수억 명이나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가짜 뉴스를 통한 집단 폭행 사건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술 분석 전문가인 프라산토 K 로이는 BBC에 밝혔다.

로이는 인도의 왓츠앱 사용자들의 상당수는 비영어 사용자이고, 사회경제적으로 대부분 하위 수준이어서 글이 아닌 비디오(Video)와 음악(Music)을 주로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비디오(Video)는 가짜 뉴스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큰 플랫폼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집단 린치에 의한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왓츠앱에 긴급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왓츠앱의 암호화 기술 특성 때문인데, 왓츠앱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기반으로 '앤두 투 앤드'(end to end)로 암호화되어 있다. 앤드 투 앤드 암호화는 발신 단말기부터 수신 단말기에 이르는 메시지 전달 과정 전체를 암호화하는 것으로 도청이나 감청을 막기 위한 기술 중 하나이다. 쉽게 말하면 이용자끼리 암호화되기 때문에 왓츠앱 서버에는 메시지가 저장되지 않는 것이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만이 무엇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로 인한 집단 폭행 희생자 추모 집회가짜뉴스로 인한 집단 폭행 희생자 추모 집회

그래서 인도 정부가 개입해 루머로 인한 집단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왓츠앱은 이 문제를 정부와 시민사회, 기술 회사들이 함께 해결해야 할 도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의 메시지 암호화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거절했다. 대신 두 가지의 계획을 알렸는데 첫째는 사용자를 더 쉽게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는 것과 둘째는 장기적인 공공 안전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것을 성명서를 통해 발표했다.

그런데 인도 IT 전문가들은 왓츠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원인을 정치권에서 찾고 있다. 당원 수가 1억 명이 넘는 여당인 인민당(Bharatiya Janato Party)에서 왓츠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회· 종교· 정치적 활동을 벌이면서 사용자가 급증했고 지지자들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 정부가 왓츠앱을 통한 가짜 뉴스 확산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인도 주요 정당이 2만 개 이상의 왓츠앱 그룹을 이용해 단 몇 분 만에 150만 명 이상의 충성 지지층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민주주의에 해를 끼치고 힌두교 민족주의자와 이슬람교 등 소수 민족과의 관계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전쟁에서 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선언하는 것처럼, 모든 정당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핵(왓츠앱을 통한 루머 유포)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왓츠앱의 문제가 정치권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인도경찰은 가짜 뉴스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공포심을 주기 위해 거짓 메시지가 유포되고 있다"며 "루머와 자극적인 동영상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집단 폭행 사건이 빈발한 하이데라바드의 경찰은 #하이데라바드 킬스 루머스'(Hyderabad kills rumors)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왓츠앱에서 가짜 뉴스를 없애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루머를 만들고 퍼트리고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인도의 왓츠앱 루머를 차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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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7-18 16: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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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사용자가 10억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 세계 1위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은 인도 사람들에게는 국민 메신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2억 명 이상의 인도인이 사용하는 왓츠앱이 가짜 뉴스와 루머를 유통하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데스노트(Death Note), '죽음을 부르는 앱'이라는 오명을 사고 있다.

인도의 서부중심지역인 마하라슈트라주 경찰에 따르면 최근 달레 지역에서 유목 생활을 하던 8명의 남자가 마을로 내려왔다가 주민들에게 집단으로 폭행을 당해 이 가운데 5명이 숨졌다. 마을로 내려온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시장에서 한 아이에게 말을 걸었는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이 남성을 아동 납치범으로 의심해 일행을 붙잡아 가둬 놓고 무자비하게 집단 폭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를 말리던 경찰 2명도 크게 다쳤다. 경찰이 통행금지를 실시하고 경찰력을 동원한 뒤에야 사태를 수습했고, 집단 린치에 가담한 23명을 살인과 폭행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이 집단 폭행에 가담하게 된 것은 왓츠앱을 통해 배포된 확인되지 않은 아동 납치범 경고 메시지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왓츠앱을 통해 아동 유괴범 사진이 확산됐는데 숨진 사람이 이 사진과 닮았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실제로 숨진 남성과 유포된 사진은 닮지도 않았고 유포된 사진 자체도 허위였다.

어린이 납치 루머로 인한 집단 폭행 사망자 사진
지난 5월 26일 밤 11시쯤에는 안드라프라데시주 하이데라바드 챈드라앙구타 지역에서 엉뚱한 사람들이 어린이 납치 조직원으로 오해받고 폭행당해 52살 여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 마을 시장에서 구걸하던 트랜스젠더 여성 4명에게 주변에 있던 20여 명이 몰려와 이름과 출신을 묻더니 순식간에 폭도로 변해 집기를 던지고 집단 폭행을 시작했다. 이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가세해 무려 200여 명이 둘러싸고 공격을 부추겼다. 출동한 경찰이 피해자들을 보호하려 하자 화난 사람들은 "납치범을 돕고 있다"며 경찰차 2대를 부쉈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25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역시 왓츠앱 메시지였다. 2주 전부터 이곳에서는 어린이 유괴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가짜 소문이 돌았고 '납치범들'이란 제목의 동영상도 공유됐다. 잔혹하게 숨진 어린이의 사진이 담겨 있었는데 이를 본 주민들이 흥분했고, 피해자들을 어린이 납치범이라고 오해한 시민들이 무차별적인 폭행에 가담했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그런데 이 영상에 납치된 어린이라며 공유된 사진은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과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어린이들의 모습을 합성한 가짜 뉴스였다.

지난 5월 초에는 타밀 나두 남쪽 지역에서 어린이들에게 사탕을 주던 55살 여성이 폭도들에게 폭행당해 숨졌고, 지난달에는 북동부에 있는 아삼(Assam)에서 남성 2명이 길을 묻다가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해 숨졌다.


인디아 타임즈에 따르면 인도 전역에서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어린이 인신매매나 장기 밀매 조직원 출몰 등에 대한 왓츠앱 허위 경고 메시지를 보고 흥분한 지역 주민들에 의해 모두 13차례 집단 폭행이 벌어져 27명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집단 폭행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나 폭도들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 표적이었고 주로 낯선 사람들을 목표로 삼았다.

인도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집단 폭행 사건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도통신규제위원회(India Telecom Regulatory Commission)는 인도에 현재 10억 개 이상의 이동 전화 연결 회선이 있고, 매우 작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온라인에 접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농촌 지역 사람들은 정보가 넘쳐나고 무엇이 진짜인지 구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전달된 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펙트체크 웹사이트인 Alt news 설립자 페라틱 싱하 대표는 BBC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왓츠앱 사용자가 2억 명에 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짜뉴스가 빠르게 기하급수적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일 뿐 아니라 집단 폭력 가담자들이 재빨리 모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싱하 대표는 덧붙였다.

왓츠앱은 주로 개인간 메시지 전달 앱이고 대부분 가족과 친구들을 통해 메시지를 받기 때문에 전달된 메시지가 사실이라고 믿고 진위를 가리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현지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왓츠앱의 가짜 뉴스 전달이 문제인 것은 인도가 향후 3년 동안 인터넷 사용자가 수억 명이나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가짜 뉴스를 통한 집단 폭행 사건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술 분석 전문가인 프라산토 K 로이는 BBC에 밝혔다.

로이는 인도의 왓츠앱 사용자들의 상당수는 비영어 사용자이고, 사회경제적으로 대부분 하위 수준이어서 글이 아닌 비디오(Video)와 음악(Music)을 주로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비디오(Video)는 가짜 뉴스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큰 플랫폼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집단 린치에 의한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왓츠앱에 긴급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왓츠앱의 암호화 기술 특성 때문인데, 왓츠앱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기반으로 '앤두 투 앤드'(end to end)로 암호화되어 있다. 앤드 투 앤드 암호화는 발신 단말기부터 수신 단말기에 이르는 메시지 전달 과정 전체를 암호화하는 것으로 도청이나 감청을 막기 위한 기술 중 하나이다. 쉽게 말하면 이용자끼리 암호화되기 때문에 왓츠앱 서버에는 메시지가 저장되지 않는 것이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만이 무엇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로 인한 집단 폭행 희생자 추모 집회
그래서 인도 정부가 개입해 루머로 인한 집단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왓츠앱은 이 문제를 정부와 시민사회, 기술 회사들이 함께 해결해야 할 도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의 메시지 암호화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거절했다. 대신 두 가지의 계획을 알렸는데 첫째는 사용자를 더 쉽게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는 것과 둘째는 장기적인 공공 안전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것을 성명서를 통해 발표했다.

그런데 인도 IT 전문가들은 왓츠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원인을 정치권에서 찾고 있다. 당원 수가 1억 명이 넘는 여당인 인민당(Bharatiya Janato Party)에서 왓츠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회· 종교· 정치적 활동을 벌이면서 사용자가 급증했고 지지자들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 정부가 왓츠앱을 통한 가짜 뉴스 확산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인도 주요 정당이 2만 개 이상의 왓츠앱 그룹을 이용해 단 몇 분 만에 150만 명 이상의 충성 지지층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민주주의에 해를 끼치고 힌두교 민족주의자와 이슬람교 등 소수 민족과의 관계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전쟁에서 핵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선언하는 것처럼, 모든 정당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핵(왓츠앱을 통한 루머 유포)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왓츠앱의 문제가 정치권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인도경찰은 가짜 뉴스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공포심을 주기 위해 거짓 메시지가 유포되고 있다"며 "루머와 자극적인 동영상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집단 폭행 사건이 빈발한 하이데라바드의 경찰은 #하이데라바드 킬스 루머스'(Hyderabad kills rumors)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왓츠앱에서 가짜 뉴스를 없애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루머를 만들고 퍼트리고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인도의 왓츠앱 루머를 차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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