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에어컨? 꿈도 못 꿔요”…폭염에 맞서는 사람들

입력 2018.07.19 (08:33) 수정 2018.07.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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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다들 잘 주무셨습니까?

가마솥 더위와 열대야에 밤잠 이루기도 쉽지 않은데요.

어제 서울 온도는 35.5도로 올해 최고 온도를 기록했습니다.

더운 날씨 탓에 열사병, 탈진 등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는데요,

낮 시간 외출 자제 등 각종 주의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폭염을 피할 수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폭염에 맞서 일터를 지키고 있는 분들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가마솥에 들어온 듯 숨막히는 더위가 종일 이어졌습니다.

올해 최고 온도를 기록한 서울.

더위를 촬영하러 나간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은 마이크를 대기가 무섭게 정말 제대로 덥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습니다.

[김유림/서울시 강서구 : “사우나 같아요. 선풍기 가지고 다니는데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아요.”]

[박무산/서울시 마포구 : “너무 살인적인 폭염이야. 너무해. 어떻게 해야 돼요. 노인들은 길을 가다가도 쓰러지겠어요.”]

택배를 배달하는 박영규 씨.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일을 시작하지만 종일 꼬박 배달해도 끝나지 않는 택배 물건들... 일이 끝나는 시각은 밤 10시가 기본입니다.

[박영규/택배기사 : ”저녁에 햇빛 떨어지면 그때 배송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데 그렇게 하면 저희가 사실 밤 12시에도 배송을 못 끝내요.”]

아파트 배달이 시작됐습니다.

오늘은 23층...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층마다 택배를 전달하려면 계단을 오르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박영규/택배기사 : ”23층 올라갈 때 중간중간에 물건을 다 떨궈놓고 위에서 23층에서 내려올 때는 계단 타고 쭉 내려오는 거죠.”]

무거운 짐을 들고 왔다갔다 몇 번... 어느새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수건으로 닦고 옷을 갈아입는 것은 기본.

하루에 몇 번씩 아파트를 오르내리다 보면 어지러움이 찾아오는건 예사라는데요.

그럴때면 사탕과 생수로 버텨봅니다.

[박영규/택배기사 : ” 땀을 많이 흘리면 사실 현기증이 나는 건 사실이에요. 계단 타고 뛰어 내려오거나 그렇게 하면서 정 어지럽다 그러면 사탕 하나 먹으면 조금 나아져요.”]

더운 여름 집에서 밥 한끼 해드시기도 덥고 귀찮으시죠?

이번에는 서울의 한 중화요리 음식점입니다.

음식이 한창 만들어지고 있는 바로 옆의 주방으로 가보겠습니다.

주방에 들어서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훅 느껴집니다.

흡사 찜질방과 비슷한 주방 안에서 요리를 하다보면 비오듯 땀이 흐르는데요,

주방의 온도는 45도.

손님들이 식사를 하던 공간과는 무려 22도나 차이가 납니다.

[박경민/중국집 요리사 : “굉장히 덥죠. 불 앞에서 불하고 같이 싸우려고 하니까 굉장히 더운데 그래도 생업이니까 해야겠죠.”]

중화 요리의 진수는 불맛이라고 하죠.

하지만,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요리사들은 불맛을 내기위해 불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박경민/중국집 요리사 : “땀이 계속 나니까 입술 같은 데가 자주 마르거든요. 입술이 마르면 수분을 많이 보충해주고 있습니다.”]

땡볕 아래 야외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하루를 버티는 노점상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집니다.

더워서 앉아있기도 버겁지만 손님까지 확 줄어든 탓에 근심은 더 늘었습니다.

[윤용준/서울시 서대문구 : “날이 더워서 손님이 너무 없으니까 장사도 안되고 너무 힘든 것 같아요.”]

경기도의 한 건설 공사 현장.

오전 시간이지만 이미 이곳의 온도는 무려 38도를 넘어섰습니다.

[건설현장 작업팀장/음성변조 : “밑에서는 콘크리트 열기가 올라오고 위에서는 햇볕이 내리쬐고 하니깐 그 부분이 가장 힘듭니다.”]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건설 노동자들은 온열 질환에 가장 취약한 직종.

퇴근까지 하루 8시간을 일하고 나면 말 그대로 파김치가 된다고 합니다.

[건설현장 작업팀장/음성변조 : “요즘 같을 때는 매일 땀을 비 오듯이 흘리고 그러면 몸에 쉰내가 난다는 말 하죠. 우리 작업자들 지하철 타면 지하철 타는 순간 홍해가 갈라진다고 그래요.”]

고용 노동부는 야외에서 작업하는 건설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 이행 가이드를 배포하기도 했는데요,

폭염 경보 때는 1시간에 15분 휴식하고 시원한 음료수를 제공, 현장 그늘막 설치 등입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이같은 지침을 지키기에도 버거운 곳이 많아 보입니다.

1시간마다 휴식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건설현장 지부장/음성변조 : “일부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에 한해서 작업 시간이 지켜질 뿐이고, 도급 노동을 하는 도급팀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무용지물이라고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대로 된 그늘막 없이 어설프게 친 천막에, 대충 박스를 깔고 앉아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점심 식사 뒤에도 공사장 철근 사이에서 대충 누워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건설현장 작업팀장/음성변조 : “뜨거운데 웃통 벗고 누워서 그냥 땀 흘리면서 누워있는 사람 보셨지 않습니까. 그게 현실이에요.”]

최근 5년간 폭염 등 더위로 인한 온열질환자 수는 6천 5백여 명.

이 가운데 40%가 정오에서 오후 5시 사이 논밭이나 작업현장에서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학교 수업 뒤 쉬는 시간처럼 중간중간 열을 피해 쉬어야 한다고 합니다.

[박민수/가정의학과 전문의 : “야외에서 50분 이상 근무를 하게 되면 5분~10분이라도 햇빛이 비추지 않는 곳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해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적어도 하루에 2.5~3ℓ 정도 틈나는 대로 수분을 섭취해주는 게 좋습니다.”]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이번 폭염은 당분간 계속된다는데요, 열사병과 탈진을 예방하기 위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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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에어컨? 꿈도 못 꿔요”…폭염에 맞서는 사람들
    • 입력 2018-07-19 08:38:34
    • 수정2018-07-1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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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다들 잘 주무셨습니까?

가마솥 더위와 열대야에 밤잠 이루기도 쉽지 않은데요.

어제 서울 온도는 35.5도로 올해 최고 온도를 기록했습니다.

더운 날씨 탓에 열사병, 탈진 등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는데요,

낮 시간 외출 자제 등 각종 주의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폭염을 피할 수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폭염에 맞서 일터를 지키고 있는 분들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가마솥에 들어온 듯 숨막히는 더위가 종일 이어졌습니다.

올해 최고 온도를 기록한 서울.

더위를 촬영하러 나간 취재진이 만난 시민들은 마이크를 대기가 무섭게 정말 제대로 덥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습니다.

[김유림/서울시 강서구 : “사우나 같아요. 선풍기 가지고 다니는데 없으면 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아요.”]

[박무산/서울시 마포구 : “너무 살인적인 폭염이야. 너무해. 어떻게 해야 돼요. 노인들은 길을 가다가도 쓰러지겠어요.”]

택배를 배달하는 박영규 씨.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일을 시작하지만 종일 꼬박 배달해도 끝나지 않는 택배 물건들... 일이 끝나는 시각은 밤 10시가 기본입니다.

[박영규/택배기사 : ”저녁에 햇빛 떨어지면 그때 배송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데 그렇게 하면 저희가 사실 밤 12시에도 배송을 못 끝내요.”]

아파트 배달이 시작됐습니다.

오늘은 23층...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층마다 택배를 전달하려면 계단을 오르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박영규/택배기사 : ”23층 올라갈 때 중간중간에 물건을 다 떨궈놓고 위에서 23층에서 내려올 때는 계단 타고 쭉 내려오는 거죠.”]

무거운 짐을 들고 왔다갔다 몇 번... 어느새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수건으로 닦고 옷을 갈아입는 것은 기본.

하루에 몇 번씩 아파트를 오르내리다 보면 어지러움이 찾아오는건 예사라는데요.

그럴때면 사탕과 생수로 버텨봅니다.

[박영규/택배기사 : ” 땀을 많이 흘리면 사실 현기증이 나는 건 사실이에요. 계단 타고 뛰어 내려오거나 그렇게 하면서 정 어지럽다 그러면 사탕 하나 먹으면 조금 나아져요.”]

더운 여름 집에서 밥 한끼 해드시기도 덥고 귀찮으시죠?

이번에는 서울의 한 중화요리 음식점입니다.

음식이 한창 만들어지고 있는 바로 옆의 주방으로 가보겠습니다.

주방에 들어서자마자 뜨거운 열기가 훅 느껴집니다.

흡사 찜질방과 비슷한 주방 안에서 요리를 하다보면 비오듯 땀이 흐르는데요,

주방의 온도는 45도.

손님들이 식사를 하던 공간과는 무려 22도나 차이가 납니다.

[박경민/중국집 요리사 : “굉장히 덥죠. 불 앞에서 불하고 같이 싸우려고 하니까 굉장히 더운데 그래도 생업이니까 해야겠죠.”]

중화 요리의 진수는 불맛이라고 하죠.

하지만,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요리사들은 불맛을 내기위해 불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박경민/중국집 요리사 : “땀이 계속 나니까 입술 같은 데가 자주 마르거든요. 입술이 마르면 수분을 많이 보충해주고 있습니다.”]

땡볕 아래 야외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하루를 버티는 노점상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집니다.

더워서 앉아있기도 버겁지만 손님까지 확 줄어든 탓에 근심은 더 늘었습니다.

[윤용준/서울시 서대문구 : “날이 더워서 손님이 너무 없으니까 장사도 안되고 너무 힘든 것 같아요.”]

경기도의 한 건설 공사 현장.

오전 시간이지만 이미 이곳의 온도는 무려 38도를 넘어섰습니다.

[건설현장 작업팀장/음성변조 : “밑에서는 콘크리트 열기가 올라오고 위에서는 햇볕이 내리쬐고 하니깐 그 부분이 가장 힘듭니다.”]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건설 노동자들은 온열 질환에 가장 취약한 직종.

퇴근까지 하루 8시간을 일하고 나면 말 그대로 파김치가 된다고 합니다.

[건설현장 작업팀장/음성변조 : “요즘 같을 때는 매일 땀을 비 오듯이 흘리고 그러면 몸에 쉰내가 난다는 말 하죠. 우리 작업자들 지하철 타면 지하철 타는 순간 홍해가 갈라진다고 그래요.”]

고용 노동부는 야외에서 작업하는 건설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 이행 가이드를 배포하기도 했는데요,

폭염 경보 때는 1시간에 15분 휴식하고 시원한 음료수를 제공, 현장 그늘막 설치 등입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이같은 지침을 지키기에도 버거운 곳이 많아 보입니다.

1시간마다 휴식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건설현장 지부장/음성변조 : “일부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에 한해서 작업 시간이 지켜질 뿐이고, 도급 노동을 하는 도급팀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무용지물이라고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대로 된 그늘막 없이 어설프게 친 천막에, 대충 박스를 깔고 앉아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점심 식사 뒤에도 공사장 철근 사이에서 대충 누워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건설현장 작업팀장/음성변조 : “뜨거운데 웃통 벗고 누워서 그냥 땀 흘리면서 누워있는 사람 보셨지 않습니까. 그게 현실이에요.”]

최근 5년간 폭염 등 더위로 인한 온열질환자 수는 6천 5백여 명.

이 가운데 40%가 정오에서 오후 5시 사이 논밭이나 작업현장에서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학교 수업 뒤 쉬는 시간처럼 중간중간 열을 피해 쉬어야 한다고 합니다.

[박민수/가정의학과 전문의 : “야외에서 50분 이상 근무를 하게 되면 5분~10분이라도 햇빛이 비추지 않는 곳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해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적어도 하루에 2.5~3ℓ 정도 틈나는 대로 수분을 섭취해주는 게 좋습니다.”]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이번 폭염은 당분간 계속된다는데요, 열사병과 탈진을 예방하기 위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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