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는 올려도, 외국보다 높은 거래세는 왜 안낮추죠?

입력 2018.07.19 (16:04) 수정 2018.07.19 (18:1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선진국에 맞춰 보유세를 올린다면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거래세는 왜 그대로 두죠”

지난달 용산구 소재 아파트 매수 계약을 체결하고 첫 내 집 마련을 앞둔 직장인 정 모(39) 씨의 하소연이다. 아파트값 급등으로 가슴앓이했던 정 씨는 전세 살던 단지 내 아파트를 산 뒤 다음 달 잔금을 치를 예정이다.

정 씨는 “최근 정부의 보유세 인상 방침이 발표된 뒤 (집 산 게) 잘한 건지 생각이 많다”면서 “(선진국 추세에 맞춰) 재산세나 종부세는 올린다고 해도 왜 취득세는 내리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씨는 “아파트 매수가격이 8억 원을 조금 넘는 정도인데 취득세는 1,800만 원 가까이 된다.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일 보유세 개편 방안(종부세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종부세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부터 6억 원(1가구 1주택자는 9억 원) 초과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되는 종부세율을 과세표준(과표) 6억 원을 초과하는 구간별로 0.1∼0.5%포인트 올린다. 최고세율은 2.0%에서 2.5%가 된다.

재산세율 인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각 세대에 부과되고 있는 재산세도 크게 오르고 있다. 재산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인상 탓이다.

올해 정부가 공시한 서울 시내 아파트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10.2% 올랐다. 공시가격 인상 폭으로는 2007년(28.4%)이래 최대다. 이렇게 공시 가격이 올라가면 재산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새로 종부세 대상자로 포함돼 세금 부담은 매우 증가한다.

외국보다 낮은 부동산 보유세

정부의 보유세 인상 방침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적 목포는 물론, 외국과 보유세율을 비교해 볼 때도 어느 정도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의 부동산 자산 총액 대비 보유세 비중은 0.16%(2015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개국 평균(0.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거래세다.

정부의 정책 목표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있다 하더라도 그에 부수되기 쉬운 부동산 거래 급감은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이에 따라 거래 급감을 막기 위해 거래세 인하는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는 게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로 거래량 감소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강경 드라이브 때문에 국토교통부 통계에 의하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서울주택매매량은 3만 4,46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급감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정부가 부동산 안정대책을 펴면서도 동시에 거래량 급락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취득세 인하 조치에 나서왔다.

그러나 현 정부는 거래세 인하에 다소 소극적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보유세가 부담되면 가능하면 거래세 쪽은 조금 경감을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거래세 인하는 차후에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아파트단지서울 아파트단지

거래세에는 취득세와 양도세

거래세로 통칭하는 세금에는 부동산 취득 단계에서 내는 취득세와 부동산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가 있다. 전자는 지방세, 후자는 국세다.

이중 양도세는 거래세 성격도 있지만 실현된 이익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거래세가 아닌 소득세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더욱이 양도세에 대한 완화가 정부의 지난해 8·2 대책 이후 이어온 부동산 안정화 대책의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취득세의 경우 순수한 거래세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이런 거래세는 외국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높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발표로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거래세 비율은 2016년 기준 2%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0.4%보다 훨씬 높다.


문 대통령 공약이 발목?

이런 인하 필요성에도 전문가들은 정부의 취득세 인하가 쉽지 말처럼 쉽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광역자치단체의 주 수입원인 취득세 인하는 자치단체들의 큰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취득세 인하 조처를 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하자 정부는 취득세 인하분을 보전해주겠다며 자치단체들을 달랬다. 하지만 보전 규모를 놓고 대립했다. 자치단체들이 감소분 전액 보전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취득세 인하만큼 거래가 늘었기 때문에 전액 보전은 어렵다”고 맞섰다.

더구나 정부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지방 재정자립도 향상을 약속했다. 지난해 10월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 재정 분권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현재 7대3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장기적으로 6대4까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지방세 중 비중이 2016년 기준 29%에 달하는 취득세율을 낮추는 것은 지방세수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유세를 인상하면 정부 세입은 늘지만,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로 민간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며 “보유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시장 영향을 고려해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도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보유세는 올려도, 외국보다 높은 거래세는 왜 안낮추죠?
    • 입력 2018-07-19 16:04:30
    • 수정2018-07-19 18:18:58
    취재K
“선진국에 맞춰 보유세를 올린다면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거래세는 왜 그대로 두죠”

지난달 용산구 소재 아파트 매수 계약을 체결하고 첫 내 집 마련을 앞둔 직장인 정 모(39) 씨의 하소연이다. 아파트값 급등으로 가슴앓이했던 정 씨는 전세 살던 단지 내 아파트를 산 뒤 다음 달 잔금을 치를 예정이다.

정 씨는 “최근 정부의 보유세 인상 방침이 발표된 뒤 (집 산 게) 잘한 건지 생각이 많다”면서 “(선진국 추세에 맞춰) 재산세나 종부세는 올린다고 해도 왜 취득세는 내리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씨는 “아파트 매수가격이 8억 원을 조금 넘는 정도인데 취득세는 1,800만 원 가까이 된다.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일 보유세 개편 방안(종부세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종부세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부터 6억 원(1가구 1주택자는 9억 원) 초과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되는 종부세율을 과세표준(과표) 6억 원을 초과하는 구간별로 0.1∼0.5%포인트 올린다. 최고세율은 2.0%에서 2.5%가 된다.

재산세율 인상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각 세대에 부과되고 있는 재산세도 크게 오르고 있다. 재산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인상 탓이다.

올해 정부가 공시한 서울 시내 아파트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10.2% 올랐다. 공시가격 인상 폭으로는 2007년(28.4%)이래 최대다. 이렇게 공시 가격이 올라가면 재산세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새로 종부세 대상자로 포함돼 세금 부담은 매우 증가한다.

외국보다 낮은 부동산 보유세

정부의 보유세 인상 방침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적 목포는 물론, 외국과 보유세율을 비교해 볼 때도 어느 정도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의 부동산 자산 총액 대비 보유세 비중은 0.16%(2015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개국 평균(0.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거래세다.

정부의 정책 목표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있다 하더라도 그에 부수되기 쉬운 부동산 거래 급감은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이에 따라 거래 급감을 막기 위해 거래세 인하는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는 게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로 거래량 감소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강경 드라이브 때문에 국토교통부 통계에 의하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서울주택매매량은 3만 4,46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급감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정부가 부동산 안정대책을 펴면서도 동시에 거래량 급락을 막기 위해 발 빠르게 취득세 인하 조치에 나서왔다.

그러나 현 정부는 거래세 인하에 다소 소극적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보유세가 부담되면 가능하면 거래세 쪽은 조금 경감을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거래세 인하는 차후에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아파트단지
거래세에는 취득세와 양도세

거래세로 통칭하는 세금에는 부동산 취득 단계에서 내는 취득세와 부동산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가 있다. 전자는 지방세, 후자는 국세다.

이중 양도세는 거래세 성격도 있지만 실현된 이익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거래세가 아닌 소득세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더욱이 양도세에 대한 완화가 정부의 지난해 8·2 대책 이후 이어온 부동산 안정화 대책의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취득세의 경우 순수한 거래세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이런 거래세는 외국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높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발표로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거래세 비율은 2016년 기준 2%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0.4%보다 훨씬 높다.


문 대통령 공약이 발목?

이런 인하 필요성에도 전문가들은 정부의 취득세 인하가 쉽지 말처럼 쉽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광역자치단체의 주 수입원인 취득세 인하는 자치단체들의 큰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취득세 인하 조처를 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하자 정부는 취득세 인하분을 보전해주겠다며 자치단체들을 달랬다. 하지만 보전 규모를 놓고 대립했다. 자치단체들이 감소분 전액 보전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취득세 인하만큼 거래가 늘었기 때문에 전액 보전은 어렵다”고 맞섰다.

더구나 정부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지방 재정자립도 향상을 약속했다. 지난해 10월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 재정 분권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현재 7대3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장기적으로 6대4까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지방세 중 비중이 2016년 기준 29%에 달하는 취득세율을 낮추는 것은 지방세수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유세를 인상하면 정부 세입은 늘지만,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로 민간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며 “보유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시장 영향을 고려해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도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