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낙지탕탕이’는 공포?…“저예요. 고기가 아니라구요”

입력 2018.07.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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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다리를 붙잡고, 정육점 칼로 과감히 잘라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국 식당에 들른 한 동물애호가는 산낙지를 요리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요리사들은 그녀의 8개의 자리를 잡고 정육점 칼로 과감히 잘라냈다. 그 모습은 너무 공포스러웠다. 자극에 계속 반응하던 잘린 팔다리는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되었다. 하지만 고통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방직원들은 다른 손님이 남아 있는 팔다리를 주문할 때까지 살아 있을 거라고 설명했다. 무기력하게 몸부림치며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했지만, 주방장은 피부를 찢고 장 속의 내용물을 뜯어내어 그녀를 죽일 것이라고 했다."

두족류 전문가 제니퍼 매더는 산낙지와 문어 등의 요리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조각을 내고 있는 문어는 매번 고통을 느끼고 있다. 토끼의 다리를 한 조각씩 잘라 버리면 돼지, 물고기, 토끼처럼 고통스럽다. 그래서 동물 요리를 하는 것은 야만적인 일입니다."


"산낙지는 보양식" VS "산낙지 요리는 공포"

한국에서 낙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많다. 한국에서 산낙지는 '기력이 없는 소에게 먹이면 벌떡 일어나 일을 하게 한다' 는 이야기를 나돌 정도로 보양 재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낙지 요리는 살아있는 채 잘게 자른 이른바 '탕탕이', 갈비탕에 함께 넣어 먹는 갈낙탕, 육수가 끓을 때 산채로 데쳐 먹는 연포탕 등 요리방법도 다양하다. 한국에선 고급 요리 중 하나고, 신선할 때 즉 살아있을 때 먹으면 맛이 더 일품이다. 그래서 없어서 못 먹을 정도다.


그러나 국제 동물애호가의 입장은 다르다. 동물을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산낙지 요리를 보면 공포스러워 할 정도다. 급기야 국제동물보호단체인 PETA는 미국 LA 한인타운 웨스턴 애비뉴 교차로에 산낙지 식용을 반대하는 옥외광고판을 내걸었다. 옥외 광고판에는 산낙지 사진과 함께 한글로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저예요. 고기가 아니라구요" (I’m ME, Not MEAT) 그러면서 채식을 권했다. LA 한인타운에 걸린 이 옥외광고판은 다음 달 5일까지 게재될 예정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 "산낙지 요리는 매우 잔인하고 극단적인 고통 줘"

국제동물보호단체 PET는 보도자료를 통해 "산낙지 요리가 매우 잔인하며 동물에 극단적인 고통을 주는 형태" 라고 지적했다. 트레이시 라이먼 PETA 수석 부회장은 "낙지의 다리를 잘게 잘라 음식으로 만드는 것은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 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식당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망신을 줘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단체 홈페이지에는 산낙지 식용을 금지하는 서명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인타운 식당들이 산낙지 등 살아있는 해산물을 손질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낙지요리를 하는 모습을 충격적인 동영상이라고 제목을 붙이기도 했는데, 영화 '올드보이'에서 배우 최민식이 산낙지를 손으로 잡고 우걱우걱 먹는 장면을 올리기 했다. 특히 이 장면은 많은 시청자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이미 죽은 것을 고통스럽게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의 '스타 셰프' 고든 램지도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 타르타르 스테이크(날 쇠고기에 양념과 계란 노른자를 곁들인 요리)에 움직이는 뭔가가 있어!(I think there’s something moving in my tartare!)" 라며 영상 한 편을 올리기도 했다. 영상은 육회에 산낙지, 날달걀 노른자를 얹은 것인데, 당시 외국 네티즌들은 대부분 이 게시물에 "오 마이 갓, 좀 혐오스러워 보인다" "이런 걸 먹기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왜 아시아 사람들은 평범한 걸 안 먹는 거지?"라며 비난이 잇따르기도 했다.

또, 영화배우 기네스 팰트로는 "낙지는 사람보다 더 많은 뇌세포가 있을 정도로 똑똑하기에 먹을 수 없다"는 발언을 할 정도로 낙지 음식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 식문화 의도적으로 비난...대응 안 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선 '보신탕' 때와 마찬가지로 논쟁이 뜨겁다. 일부 네티즌은 한국의 음식문화를 의도적으로 지적한 것 아니냐며 "스시를 먹는 일본은 뭐고, 온갖 음식을 다 먹는 중국은 왜 비난하지 않느냐" 등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또 낙지의 맛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각 나라의 다양한 먹거리도 문화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PETA가 지목한 건 산낙지 뿐만이 아니다. 계속 논란이 되어왔던 보신탕을 비롯해 랍스터등 살아 있는 동물을 음식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대부분 거론하고 있다. 특별히 한국의 식문화만을 공격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을 확산시킬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PETA가 식당 퇴출까지 거론했다는 점에서 LA 한인타운 식당 업주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인 식당들은 아직까지는 공감이 별로 많지 않다며 대응은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등 SNS에는 낙지 식용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잔인하다' '역겹다.' 등의 반응도 있지만 '저 요리에서 낙지는 살아있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것뿐' 'PETA의 과장이다' '문화의 하나로 봐야 한다' 등등 엇갈리고 있다. 과연 이 논란에 정답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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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19 18: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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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다리를 붙잡고, 정육점 칼로 과감히 잘라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국 식당에 들른 한 동물애호가는 산낙지를 요리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요리사들은 그녀의 8개의 자리를 잡고 정육점 칼로 과감히 잘라냈다. 그 모습은 너무 공포스러웠다. 자극에 계속 반응하던 잘린 팔다리는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되었다. 하지만 고통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주방직원들은 다른 손님이 남아 있는 팔다리를 주문할 때까지 살아 있을 거라고 설명했다. 무기력하게 몸부림치며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했지만, 주방장은 피부를 찢고 장 속의 내용물을 뜯어내어 그녀를 죽일 것이라고 했다."

두족류 전문가 제니퍼 매더는 산낙지와 문어 등의 요리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조각을 내고 있는 문어는 매번 고통을 느끼고 있다. 토끼의 다리를 한 조각씩 잘라 버리면 돼지, 물고기, 토끼처럼 고통스럽다. 그래서 동물 요리를 하는 것은 야만적인 일입니다."


"산낙지는 보양식" VS "산낙지 요리는 공포"

한국에서 낙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많다. 한국에서 산낙지는 '기력이 없는 소에게 먹이면 벌떡 일어나 일을 하게 한다' 는 이야기를 나돌 정도로 보양 재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낙지 요리는 살아있는 채 잘게 자른 이른바 '탕탕이', 갈비탕에 함께 넣어 먹는 갈낙탕, 육수가 끓을 때 산채로 데쳐 먹는 연포탕 등 요리방법도 다양하다. 한국에선 고급 요리 중 하나고, 신선할 때 즉 살아있을 때 먹으면 맛이 더 일품이다. 그래서 없어서 못 먹을 정도다.


그러나 국제 동물애호가의 입장은 다르다. 동물을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산낙지 요리를 보면 공포스러워 할 정도다. 급기야 국제동물보호단체인 PETA는 미국 LA 한인타운 웨스턴 애비뉴 교차로에 산낙지 식용을 반대하는 옥외광고판을 내걸었다. 옥외 광고판에는 산낙지 사진과 함께 한글로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저예요. 고기가 아니라구요" (I’m ME, Not MEAT) 그러면서 채식을 권했다. LA 한인타운에 걸린 이 옥외광고판은 다음 달 5일까지 게재될 예정이다.


국제동물보호단체 "산낙지 요리는 매우 잔인하고 극단적인 고통 줘"

국제동물보호단체 PET는 보도자료를 통해 "산낙지 요리가 매우 잔인하며 동물에 극단적인 고통을 주는 형태" 라고 지적했다. 트레이시 라이먼 PETA 수석 부회장은 "낙지의 다리를 잘게 잘라 음식으로 만드는 것은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 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식당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망신을 줘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단체 홈페이지에는 산낙지 식용을 금지하는 서명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인타운 식당들이 산낙지 등 살아있는 해산물을 손질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낙지요리를 하는 모습을 충격적인 동영상이라고 제목을 붙이기도 했는데, 영화 '올드보이'에서 배우 최민식이 산낙지를 손으로 잡고 우걱우걱 먹는 장면을 올리기 했다. 특히 이 장면은 많은 시청자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이미 죽은 것을 고통스럽게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의 '스타 셰프' 고든 램지도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 타르타르 스테이크(날 쇠고기에 양념과 계란 노른자를 곁들인 요리)에 움직이는 뭔가가 있어!(I think there’s something moving in my tartare!)" 라며 영상 한 편을 올리기도 했다. 영상은 육회에 산낙지, 날달걀 노른자를 얹은 것인데, 당시 외국 네티즌들은 대부분 이 게시물에 "오 마이 갓, 좀 혐오스러워 보인다" "이런 걸 먹기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왜 아시아 사람들은 평범한 걸 안 먹는 거지?"라며 비난이 잇따르기도 했다.

또, 영화배우 기네스 팰트로는 "낙지는 사람보다 더 많은 뇌세포가 있을 정도로 똑똑하기에 먹을 수 없다"는 발언을 할 정도로 낙지 음식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 식문화 의도적으로 비난...대응 안 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선 '보신탕' 때와 마찬가지로 논쟁이 뜨겁다. 일부 네티즌은 한국의 음식문화를 의도적으로 지적한 것 아니냐며 "스시를 먹는 일본은 뭐고, 온갖 음식을 다 먹는 중국은 왜 비난하지 않느냐" 등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또 낙지의 맛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각 나라의 다양한 먹거리도 문화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PETA가 지목한 건 산낙지 뿐만이 아니다. 계속 논란이 되어왔던 보신탕을 비롯해 랍스터등 살아 있는 동물을 음식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대부분 거론하고 있다. 특별히 한국의 식문화만을 공격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을 확산시킬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PETA가 식당 퇴출까지 거론했다는 점에서 LA 한인타운 식당 업주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인 식당들은 아직까지는 공감이 별로 많지 않다며 대응은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등 SNS에는 낙지 식용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잔인하다' '역겹다.' 등의 반응도 있지만 '저 요리에서 낙지는 살아있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것뿐' 'PETA의 과장이다' '문화의 하나로 봐야 한다' 등등 엇갈리고 있다. 과연 이 논란에 정답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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