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각별한 우정 나눈 데니스 텐 죽음에 애도

입력 2018.07.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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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괴한에게 피습당해 숨진 한국계 카자흐스탄 피겨 영웅 데니스 텐(25)을 추모했다.

김연아는 20일 인스타그램에 "데니스 텐의 비극적인 소식을 들어 너무 충격적이고 아직 사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동료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데니스는 정말 성실하고 피겨스케이팅을 너무 사랑했던 선수였다"며 "가장 열정적이고 훌륭한 스케이터를 잃어 너무나 슬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김연아는 추모글과 함께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데니스 텐과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각각 여자 싱글 은메달과 남자 싱글 동메달을 획득했던 두 사람은 올림픽 갈라쇼에서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 주목받기도 했다.

김연아와 데니스 텐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서 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다. (출처: 연합뉴스)김연아와 데니스 텐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서 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다. (출처: 연합뉴스)

데니스 텐, 김연아의 '마지막 올림픽 갈라쇼' 파트너로 나서

이후 두 사람은 2014년 5월 서울에서 열린 김연아의 현역 은퇴 아이스쇼에서 재회했고, 데니스 텐은 같은 해 8월 김연아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으며 관계를 이어갔다.

2016년 6월, 데니스 텐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아이스쇼 출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데니스 텐은 "올해 올댓스케이트 아이스쇼가 다시 열린다는 걸 듣고 많이 기뻤다"며 "한국을 찾아 한국의 피겨 팬을 만나는 기회를 다시 얻게 됐다는 게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번 한국 공연을 앞두고 매우 흥분된다"는 감격을 전하기도 했다.

2009년 4대륙 피겨 선수권대회 후 열린 파티에서 만난 두 사람. (출처: 김연아 싸이월드)2009년 4대륙 피겨 선수권대회 후 열린 파티에서 만난 두 사람. (출처: 김연아 싸이월드)

"한국은 제2의 고향"…각별한 애정 표했던 데니스 텐

대한제국 시절 의병대장으로 활동했던 민긍호 선생의 후손인 데니스 텐은 그간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 언급하며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왔다.

데니스 텐은 "지난 수년간 나의 뿌리를 더 깊이 이해하려고 한국 역사책을 열심히 읽었다. 카자흐스탄의 많은 사람도 나와 한국의 인연, 뿌리를 이해하려는 나의 노력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6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믿을 수 없는 번영을 이뤄내며 세계의 가장 위대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며 "최근 어머니와 대화 중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의 근원을 가진 게 자랑스럽다는 얘기도 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부분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14년 5월, 아이스쇼를 앞두고 연습 중인 김연아와 데니스 텐 (출처: 연합뉴스)2014년 5월, 아이스쇼를 앞두고 연습 중인 김연아와 데니스 텐 (출처: 연합뉴스)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 쇼에 유일한 외국인으로 초청

데니스 텐은 지난해 8월 경기도가 주최한 평창올림픽 성공개최 기원 아이스쇼에 외국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초청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당시 아이스쇼 직전 부상을 당해 공연을 펼치지 못한 데니스 텐은 공연날 직접 무대에 올라 아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데니스 텐은 "제가 이틀 전에 부상을 당해서 지금 스케이트를 타지 못한다"며 "이번 아이스쇼에서 공연을 하지 못하게 돼 저는 매우 슬프다. 왜냐하면 한국 팬들을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연아와 데니스 텐은 무대 뒤에서 따로 만나 안부 인사를 나눴다. 김연아가 "만나서 반갑다"고 하자 목발을 짚고 선 데니스 텐은 "이런 모습 보이기 싫었는데...마치 성룡같지 않아요?"라며 농을 던졌다.

데니스 텐은 "괜찮냐. 어쩌다 다쳤냐"는 김연아의 물음에 "링크 밖에서 연습하다가 부상을 당했다. 제가 좀 심하게 연습했다. 빙상 훈련만 하면 좀 지루하지 않냐"며 웃어 보였다.

김연아가 "부상이 이번 시즌에 지장을 안 주길 바란다"고 위로하자 데니스 텐은 "괜찮을 거다. 모든 게 완벽하면 재미없다. 나는 도전하는 게 좋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과거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출처: KBS 1TV)두 사람이 과거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출처: KBS 1TV)

한국과 피겨를 매개로 우정 쌓은 김연아와 데니스 텐

김연아와 데니스 텐은 자국에서 비인기 종목이었던 피겨스케이팅을 동계 스포츠의 꽃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감을 나눠왔다.

김연아는 데니스 텐에 대해 "저도 피겨스케이팅이 생소하고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그만큼 또 응원을 받는 입장이고, 데니스 텐도 카자흐스탄에서 그런 훌륭한 선수가 나왔다는 게 거의 처음이라 그만큼 사랑받고 관심받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국적과 언어, 나이가 달라도 '한국'과 '피겨'를 매개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두 사람의 우정은 데니스 텐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미완으로 남게 됐다.

K스타 정혜정 kbs.spri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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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0 1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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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괴한에게 피습당해 숨진 한국계 카자흐스탄 피겨 영웅 데니스 텐(25)을 추모했다.

김연아는 20일 인스타그램에 "데니스 텐의 비극적인 소식을 들어 너무 충격적이고 아직 사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동료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데니스는 정말 성실하고 피겨스케이팅을 너무 사랑했던 선수였다"며 "가장 열정적이고 훌륭한 스케이터를 잃어 너무나 슬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김연아는 추모글과 함께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데니스 텐과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각각 여자 싱글 은메달과 남자 싱글 동메달을 획득했던 두 사람은 올림픽 갈라쇼에서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 주목받기도 했다.

김연아와 데니스 텐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서 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다. (출처: 연합뉴스)
데니스 텐, 김연아의 '마지막 올림픽 갈라쇼' 파트너로 나서

이후 두 사람은 2014년 5월 서울에서 열린 김연아의 현역 은퇴 아이스쇼에서 재회했고, 데니스 텐은 같은 해 8월 김연아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으며 관계를 이어갔다.

2016년 6월, 데니스 텐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아이스쇼 출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데니스 텐은 "올해 올댓스케이트 아이스쇼가 다시 열린다는 걸 듣고 많이 기뻤다"며 "한국을 찾아 한국의 피겨 팬을 만나는 기회를 다시 얻게 됐다는 게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번 한국 공연을 앞두고 매우 흥분된다"는 감격을 전하기도 했다.

2009년 4대륙 피겨 선수권대회 후 열린 파티에서 만난 두 사람. (출처: 김연아 싸이월드)
"한국은 제2의 고향"…각별한 애정 표했던 데니스 텐

대한제국 시절 의병대장으로 활동했던 민긍호 선생의 후손인 데니스 텐은 그간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 언급하며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왔다.

데니스 텐은 "지난 수년간 나의 뿌리를 더 깊이 이해하려고 한국 역사책을 열심히 읽었다. 카자흐스탄의 많은 사람도 나와 한국의 인연, 뿌리를 이해하려는 나의 노력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6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믿을 수 없는 번영을 이뤄내며 세계의 가장 위대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며 "최근 어머니와 대화 중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의 근원을 가진 게 자랑스럽다는 얘기도 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부분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14년 5월, 아이스쇼를 앞두고 연습 중인 김연아와 데니스 텐 (출처: 연합뉴스)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 쇼에 유일한 외국인으로 초청

데니스 텐은 지난해 8월 경기도가 주최한 평창올림픽 성공개최 기원 아이스쇼에 외국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초청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당시 아이스쇼 직전 부상을 당해 공연을 펼치지 못한 데니스 텐은 공연날 직접 무대에 올라 아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데니스 텐은 "제가 이틀 전에 부상을 당해서 지금 스케이트를 타지 못한다"며 "이번 아이스쇼에서 공연을 하지 못하게 돼 저는 매우 슬프다. 왜냐하면 한국 팬들을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연아와 데니스 텐은 무대 뒤에서 따로 만나 안부 인사를 나눴다. 김연아가 "만나서 반갑다"고 하자 목발을 짚고 선 데니스 텐은 "이런 모습 보이기 싫었는데...마치 성룡같지 않아요?"라며 농을 던졌다.

데니스 텐은 "괜찮냐. 어쩌다 다쳤냐"는 김연아의 물음에 "링크 밖에서 연습하다가 부상을 당했다. 제가 좀 심하게 연습했다. 빙상 훈련만 하면 좀 지루하지 않냐"며 웃어 보였다.

김연아가 "부상이 이번 시즌에 지장을 안 주길 바란다"고 위로하자 데니스 텐은 "괜찮을 거다. 모든 게 완벽하면 재미없다. 나는 도전하는 게 좋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과거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출처: KBS 1TV)
한국과 피겨를 매개로 우정 쌓은 김연아와 데니스 텐

김연아와 데니스 텐은 자국에서 비인기 종목이었던 피겨스케이팅을 동계 스포츠의 꽃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감을 나눠왔다.

김연아는 데니스 텐에 대해 "저도 피겨스케이팅이 생소하고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그만큼 또 응원을 받는 입장이고, 데니스 텐도 카자흐스탄에서 그런 훌륭한 선수가 나왔다는 게 거의 처음이라 그만큼 사랑받고 관심받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국적과 언어, 나이가 달라도 '한국'과 '피겨'를 매개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던 두 사람의 우정은 데니스 텐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미완으로 남게 됐다.

K스타 정혜정 kbs.spri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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