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통일은 밥상부터”…북한의 맛 알려요!

입력 2018.07.21 (08:20) 수정 2018.07.2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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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폭염의 기세가 요즘 참 대단하죠.

이럴 때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평양냉면인데요.

그렇죠, 사실상 북한 음식의 상징이 돼버렸는데요.

다른 북한 음식도 많지만 아직까진 많이 알려지지 않고 또 대중화되지도 못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오랜 분단의 세월동안 서로 달라진 입맛 때문일 텐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음식을 널리 알리려 노력중인 한 탈북민이 있다고 합니다.

밥상에서부터 통일을 꿈꾼다는 한 북한전통요리 명인을 정은지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충청남도 청양의 한 재래시장.

올해로 한국 생활 9년째에 접어든 장유빈 씨가 명태를 고르고 있는데요.

[장유빈/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북한 명태는 이거보다 작아요. 그리고 노래요. 명태가. 살도 얇고. 명태가 일단 달아요."]

정착하는 데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들을 초대해 솜씨를 뽐내려 직접 시장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탕과 찜, 조림 등이 아닌 색다른 명태 요리를 대접할 예정이라는데요.

과연 어떤 음식일까요?

명태를 사온 유빈 씨.

꼼꼼히 손질부터 하는데요.

[장유빈/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속을 이렇게 빼야 되거든요. 이렇게 집어넣어서. 아가미랑 여기가 찢어지면 안돼요."]

곤이, 위, 간, 창자…

명태의 내장을 하나하나 분리하고 살은 포를 떠 다지는데요.

[장유빈/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얘네들은 쫄깃한 맛, 얘는 부드러우면서도 명태의 고유한 맛을 내주고. 그리고 이거는 이것도 좀 부드러운 맛이에요. 그리고 명란."]

찹쌀과 멥쌀, 다진 명태와 채소를 섞어 만든 소를 명태 대가리에 꾹꾹 눌러 채우네요.

이걸 쪄내면 고소한 맛이 일품인 명태머리 순대가 완성됩니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손님들.

유빈 씨가 만드는 요리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펴보는데요.

[장유빈/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이거 명태껍질순대라고. 명태껍질을 벗겨서 만드는 거예요. 손이 많이 가는 거. 한 마리에서 3개 정도밖에 안 나와요. (너무 신기하다. 초밥같이 그렇게 하네.)"]

이번에 만든 음식은 명태껍질순대.

다진 야채와 밥을 뭉쳐 명태껍질에 돌돌 말아 쪄내면 되는데요.

북한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함경도 지방의 전통음식이라네요.

한 상 잘 차려진 음식 앞에 모인 손님들.

반응이 궁금한데요.

["이건 어떻게 먹는거야?"]

처음엔 어색한가 싶더니만 금세 북한 음식의 매력에 푹 빠집니다.

[김순미/충청남도 청양군 : "맛있네요. 이런 별미 처음 먹어봐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북한 음식들은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그래서 유빈 씨는 북한에서 만들 때보다 간을 좀 많이 했다고 하네요.

[김순미/충청남도 청양군 : "매운맛이 나는데 뒷맛이 매우면서도 고소하다. (고소하지?)"]

쫀득쫀득한 식감의 명태껍질 순대와 고소한 맛이 일품인 명태머리 순대를 모두 비운 손님들, 과연 맛이 어땠을까요?

[김정숙/청양군 지역사회보장위원장 : "맛이 너무 좋아요.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 사실은 동태머리에 붙어 있는 살이 맛있잖아요. 그런데 밥하고 같이 어우러지니까 또 특이한 맛이 나니까 좋아요."]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 어두운 저녁.

유빈 씨가 해묵은 메모장을 꺼내듭니다.

보물1호인 메모장에서는 북한 음식을 널리 알리기 위한 고민의 흔적들이 묻어나는데요.

[장유빈/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북한음식을 어떨 때 선보이고 싶어도 이런게 들어가야 되겠는데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어떻게 느낄까 이런 게 많이 신경 쓰이더라고요."]

느리지만 조금씩 보이는 성과... 그만큼 보람도 커져만 갑니다.

[장유빈 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지금 현재도 요리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해오고 노력을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이 해가지고 좀 많이 알리고 싶어요. 북한에도 이런 음식이 있다. 북한 음식을 많이 숨겨져 있는 걸 끄집어내야죠."]

통일은 밥상부터! 장유빈씨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입니다.

북한음식을 맛봄으로써 북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시작되기 때문이라는데요.

통일의 싹인 북한음식을 알리기 위해 장유빈씨는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습니다.

2년 전부터 유빈 씨는 요식업을 시작하려는 탈북민을 위한 컨설팅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요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식당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전략이 필요한 법인데요.

[장유빈/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음식이든 뭐든 대한민국 사회에 왔으면 대한민국의 흐름에 맞춰야 되잖아요. 그런데 자기 고집대로 고향에서 먹던 맛 그 맛을 그대로 하면 여기 와서 절대로 안 돼요."]

요리비법은 물론 영업 비밀까지 아낌없이 알려주는 유빈 씨 덕분에 최연희 씨는 한국에 정착한지 10년 만에 꿈에 그리던 식당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최연희/탈북민 : "우리 사람들한테 이게 경영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뭐랄까 엄마 같은 생각?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알려주고 안 된다는 건 안 된다고 얘기해주고."]

냉면은 물론 인조고기밥과 두부 밥까지...

북한음식들을 즐기는 손님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죠?

[전창수/경기도 시흥시 : "아주 면발이 쫀득쫀득한데 아주 두부밥도 맛있고 아주 맛이 최고입니다. 함경북도 음식이라고 그러는데 아주 뭐 맛이 담백한 게 아주 느끼하지도 않고 좋습니다."]

남북한이 서로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음식을 알아야 한다... 이 좌우명을 실천하기 위해 장유빈 씨는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오늘도 고향의 맛을 널리 알리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장유빈/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일단 만나면 식사부터 대접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걸 문화, 음식문화를 모르면 통일도 어려워요. 통일은 밥상에서부터 되어야 된다고 봐요."]

북한 음식을 통해 통일의 꿈을 나누고 실천하는 북한전통음식의 명인 장유빈 씨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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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통일은 밥상부터”…북한의 맛 알려요!
    • 입력 2018-07-21 08:25:16
    • 수정2018-07-21 08:38:43
    남북의 창
[앵커]

폭염의 기세가 요즘 참 대단하죠.

이럴 때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인기를 얻고 있는 평양냉면인데요.

그렇죠, 사실상 북한 음식의 상징이 돼버렸는데요.

다른 북한 음식도 많지만 아직까진 많이 알려지지 않고 또 대중화되지도 못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오랜 분단의 세월동안 서로 달라진 입맛 때문일 텐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북한음식을 널리 알리려 노력중인 한 탈북민이 있다고 합니다.

밥상에서부터 통일을 꿈꾼다는 한 북한전통요리 명인을 정은지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충청남도 청양의 한 재래시장.

올해로 한국 생활 9년째에 접어든 장유빈 씨가 명태를 고르고 있는데요.

[장유빈/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북한 명태는 이거보다 작아요. 그리고 노래요. 명태가. 살도 얇고. 명태가 일단 달아요."]

정착하는 데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들을 초대해 솜씨를 뽐내려 직접 시장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탕과 찜, 조림 등이 아닌 색다른 명태 요리를 대접할 예정이라는데요.

과연 어떤 음식일까요?

명태를 사온 유빈 씨.

꼼꼼히 손질부터 하는데요.

[장유빈/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속을 이렇게 빼야 되거든요. 이렇게 집어넣어서. 아가미랑 여기가 찢어지면 안돼요."]

곤이, 위, 간, 창자…

명태의 내장을 하나하나 분리하고 살은 포를 떠 다지는데요.

[장유빈/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얘네들은 쫄깃한 맛, 얘는 부드러우면서도 명태의 고유한 맛을 내주고. 그리고 이거는 이것도 좀 부드러운 맛이에요. 그리고 명란."]

찹쌀과 멥쌀, 다진 명태와 채소를 섞어 만든 소를 명태 대가리에 꾹꾹 눌러 채우네요.

이걸 쪄내면 고소한 맛이 일품인 명태머리 순대가 완성됩니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손님들.

유빈 씨가 만드는 요리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펴보는데요.

[장유빈/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이거 명태껍질순대라고. 명태껍질을 벗겨서 만드는 거예요. 손이 많이 가는 거. 한 마리에서 3개 정도밖에 안 나와요. (너무 신기하다. 초밥같이 그렇게 하네.)"]

이번에 만든 음식은 명태껍질순대.

다진 야채와 밥을 뭉쳐 명태껍질에 돌돌 말아 쪄내면 되는데요.

북한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함경도 지방의 전통음식이라네요.

한 상 잘 차려진 음식 앞에 모인 손님들.

반응이 궁금한데요.

["이건 어떻게 먹는거야?"]

처음엔 어색한가 싶더니만 금세 북한 음식의 매력에 푹 빠집니다.

[김순미/충청남도 청양군 : "맛있네요. 이런 별미 처음 먹어봐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북한 음식들은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그래서 유빈 씨는 북한에서 만들 때보다 간을 좀 많이 했다고 하네요.

[김순미/충청남도 청양군 : "매운맛이 나는데 뒷맛이 매우면서도 고소하다. (고소하지?)"]

쫀득쫀득한 식감의 명태껍질 순대와 고소한 맛이 일품인 명태머리 순대를 모두 비운 손님들, 과연 맛이 어땠을까요?

[김정숙/청양군 지역사회보장위원장 : "맛이 너무 좋아요.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 사실은 동태머리에 붙어 있는 살이 맛있잖아요. 그런데 밥하고 같이 어우러지니까 또 특이한 맛이 나니까 좋아요."]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 어두운 저녁.

유빈 씨가 해묵은 메모장을 꺼내듭니다.

보물1호인 메모장에서는 북한 음식을 널리 알리기 위한 고민의 흔적들이 묻어나는데요.

[장유빈/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북한음식을 어떨 때 선보이고 싶어도 이런게 들어가야 되겠는데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어떻게 느낄까 이런 게 많이 신경 쓰이더라고요."]

느리지만 조금씩 보이는 성과... 그만큼 보람도 커져만 갑니다.

[장유빈 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지금 현재도 요리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해오고 노력을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이 해가지고 좀 많이 알리고 싶어요. 북한에도 이런 음식이 있다. 북한 음식을 많이 숨겨져 있는 걸 끄집어내야죠."]

통일은 밥상부터! 장유빈씨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입니다.

북한음식을 맛봄으로써 북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시작되기 때문이라는데요.

통일의 싹인 북한음식을 알리기 위해 장유빈씨는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습니다.

2년 전부터 유빈 씨는 요식업을 시작하려는 탈북민을 위한 컨설팅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요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식당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전략이 필요한 법인데요.

[장유빈/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음식이든 뭐든 대한민국 사회에 왔으면 대한민국의 흐름에 맞춰야 되잖아요. 그런데 자기 고집대로 고향에서 먹던 맛 그 맛을 그대로 하면 여기 와서 절대로 안 돼요."]

요리비법은 물론 영업 비밀까지 아낌없이 알려주는 유빈 씨 덕분에 최연희 씨는 한국에 정착한지 10년 만에 꿈에 그리던 식당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최연희/탈북민 : "우리 사람들한테 이게 경영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뭐랄까 엄마 같은 생각?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알려주고 안 된다는 건 안 된다고 얘기해주고."]

냉면은 물론 인조고기밥과 두부 밥까지...

북한음식들을 즐기는 손님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죠?

[전창수/경기도 시흥시 : "아주 면발이 쫀득쫀득한데 아주 두부밥도 맛있고 아주 맛이 최고입니다. 함경북도 음식이라고 그러는데 아주 뭐 맛이 담백한 게 아주 느끼하지도 않고 좋습니다."]

남북한이 서로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음식을 알아야 한다... 이 좌우명을 실천하기 위해 장유빈 씨는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오늘도 고향의 맛을 널리 알리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장유빈/통일음식문화연구원 통일요리연구가 : "일단 만나면 식사부터 대접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걸 문화, 음식문화를 모르면 통일도 어려워요. 통일은 밥상에서부터 되어야 된다고 봐요."]

북한 음식을 통해 통일의 꿈을 나누고 실천하는 북한전통음식의 명인 장유빈 씨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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