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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퇴직금 털었는데…장사 안 돼 울고, 폐업 어려워 운다
입력 2018.07.21 (09:05) 수정 2018.07.21 (09:59) 취재후
[취재후] 퇴직금 털었는데…장사 안 돼 울고, 폐업 어려워 운다
평생 사무직이었는데...퇴직 후엔 '치킨집ㆍ커피집'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5명 가운데 1명은 자영업자입니다. OECD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자영업자 수는 주요 38개 나라 가운데 세 번째로 많았습니다. 미국과 멕시코가 1, 2위인데 우리나라 인구 수가 세계 27위인 것을 고려하면 자영업자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자영업자들 가운데 70% 이상은 종업원을 두지 않고 가족끼리 운영하는 영세상인들입니다. '사장님'은 사장님인데, 월급쟁이보다도 벌이가 좋지 않은 경우도 흔합니다. 여기에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8명은 창업한 지 5년도 안 돼 폐업을 합니다. 결국 대부분 실패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많은 퇴직자, 청년층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의 고용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설사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대부분 해고되는 상황에서 복지마저 부족하니 없는 돈이라도 긁어모아 자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난립한 프랜차이즈가 '손쉬운 창업' 부추기기도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폐업 자영업자 분들 대부분 이전에 관련 업종에서 일한 적이 없었습니다. 창업 준비 기간도 길어야 반년 남짓이었고, 체계적인 학습이나 정보 수집보다는 주변의 정보에 의존해 사업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준비가 부족하다 보니 창업비용을 좀 더 많이 들여서라도 안정적으로 여겨지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선택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이 역시 최선의 선택이 되지는 못합니다. 하나의 아이템이 성공하면 유행처럼, 이른바 '미투 (me too)'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우리나라 현실과, 흔히 '갑질'로 불리는 가맹본부의 '불공정 계약' 때문입니다. 오히려 사업에 실패할 경우, 초기 투자 비용이 높기 때문에 손해만 키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망했다"며 쉬쉬...준비 안 된 폐업이 더 큰 손실로

준비 없는 '창업'은 결국 '폐업'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요. 폐업 역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가능한 한 폐업만은 막아보겠다며 주변에서 돈을 끌어다 쓰며 버티다 폐업을 하다 보니 손실은 손실대로 커지고, 사업을 청산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점포를 정리하고 사용하던 집기를 처리하고 각종 계약 관계와 행정 처리 등 해결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시간에 쫓기고 '망했다'는 생각에 심리적 공황 상태인 폐업 자영업자들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특히 '폐업'은 관련 정보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웠는데요. 실패에 관대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특성상 망한 경험을 공유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폐업을 할 때 어떠어떠한 절차를 밟아서 어떻게 하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어떤 가이드도 없었습니다.

폐업 자영업자의 이런 상황은 상조회사가 없던 시절, 과거 단골 고발 뉴스였던 '장례식장 폭리'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3일장이다 보니까 급하게 상을 치러야 하니까 시간에 쫓기고 정보도 없고 무엇보다 가족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빠진 유족의 상황을 악용해 식음료 값이나 각종 비용을 덤터기 씌우는 수법이었는데, 폐업 자영업자의 상황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폐업의 상처 딛고 '재기의 발판' 삼으려면

우선 준비된 '창업'과 현명한 '폐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 정책은 창업 지원에만 치우쳐 있습니다. 폐업 관련 예산은 창업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폐업을 잘해야 재기도 잘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폐업 단계에서부터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보다 중요한 건 '질 좋은 일자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갈 곳 없어 어쩌다 사장님이 되는 현재의 자영업 과밀화 상황에서는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자영업 과잉의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연관기사] [앵커&리포트] “권리금 못 받고 임대료 계속 내고” 폐업 내몰린 자영업자들
  • [취재후] 퇴직금 털었는데…장사 안 돼 울고, 폐업 어려워 운다
    • 입력 2018.07.21 (09:05)
    • 수정 2018.07.21 (09:59)
    취재후
[취재후] 퇴직금 털었는데…장사 안 돼 울고, 폐업 어려워 운다
평생 사무직이었는데...퇴직 후엔 '치킨집ㆍ커피집'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5명 가운데 1명은 자영업자입니다. OECD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자영업자 수는 주요 38개 나라 가운데 세 번째로 많았습니다. 미국과 멕시코가 1, 2위인데 우리나라 인구 수가 세계 27위인 것을 고려하면 자영업자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자영업자들 가운데 70% 이상은 종업원을 두지 않고 가족끼리 운영하는 영세상인들입니다. '사장님'은 사장님인데, 월급쟁이보다도 벌이가 좋지 않은 경우도 흔합니다. 여기에 자영업자 10명 가운데 8명은 창업한 지 5년도 안 돼 폐업을 합니다. 결국 대부분 실패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많은 퇴직자, 청년층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의 고용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설사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대부분 해고되는 상황에서 복지마저 부족하니 없는 돈이라도 긁어모아 자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난립한 프랜차이즈가 '손쉬운 창업' 부추기기도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폐업 자영업자 분들 대부분 이전에 관련 업종에서 일한 적이 없었습니다. 창업 준비 기간도 길어야 반년 남짓이었고, 체계적인 학습이나 정보 수집보다는 주변의 정보에 의존해 사업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준비가 부족하다 보니 창업비용을 좀 더 많이 들여서라도 안정적으로 여겨지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선택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이 역시 최선의 선택이 되지는 못합니다. 하나의 아이템이 성공하면 유행처럼, 이른바 '미투 (me too)'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우리나라 현실과, 흔히 '갑질'로 불리는 가맹본부의 '불공정 계약' 때문입니다. 오히려 사업에 실패할 경우, 초기 투자 비용이 높기 때문에 손해만 키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망했다"며 쉬쉬...준비 안 된 폐업이 더 큰 손실로

준비 없는 '창업'은 결국 '폐업'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요. 폐업 역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가능한 한 폐업만은 막아보겠다며 주변에서 돈을 끌어다 쓰며 버티다 폐업을 하다 보니 손실은 손실대로 커지고, 사업을 청산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점포를 정리하고 사용하던 집기를 처리하고 각종 계약 관계와 행정 처리 등 해결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시간에 쫓기고 '망했다'는 생각에 심리적 공황 상태인 폐업 자영업자들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특히 '폐업'은 관련 정보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웠는데요. 실패에 관대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특성상 망한 경험을 공유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폐업을 할 때 어떠어떠한 절차를 밟아서 어떻게 하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어떤 가이드도 없었습니다.

폐업 자영업자의 이런 상황은 상조회사가 없던 시절, 과거 단골 고발 뉴스였던 '장례식장 폭리'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3일장이다 보니까 급하게 상을 치러야 하니까 시간에 쫓기고 정보도 없고 무엇보다 가족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빠진 유족의 상황을 악용해 식음료 값이나 각종 비용을 덤터기 씌우는 수법이었는데, 폐업 자영업자의 상황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폐업의 상처 딛고 '재기의 발판' 삼으려면

우선 준비된 '창업'과 현명한 '폐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 정책은 창업 지원에만 치우쳐 있습니다. 폐업 관련 예산은 창업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폐업을 잘해야 재기도 잘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폐업 단계에서부터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보다 중요한 건 '질 좋은 일자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갈 곳 없어 어쩌다 사장님이 되는 현재의 자영업 과밀화 상황에서는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자영업 과잉의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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