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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日 ‘최저임금 인상’ 잰걸음…한국과 달리 반발 적어
입력 2018.07.23 (09:01) 수정 2018.07.23 (09:01)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日 ‘최저임금 인상’ 잰걸음…한국과 달리 반발 적어
고용주가 노동자 임금을 한 푼이라도 덜 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은 보편적 속성이다. 그래도 노동자 임금을 이른바 시장원리에만 전적으로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고, 그에 따라 등장한 사회적 합의가 최저임금 제도이다. 최저임금은 특히 최소한의 교섭권조차 없는 취약 노동계층에게 더욱 절실한 제도이다.

매년 이맘때 일본에서도 법정 최저임금은 재계와 노동계의 최대 현안이 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계의 편을 들어 임금인상을 독려하는 데, 이에 대한 재계와 언론, 특히 자영업자들의 반응이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日 평균 최저임금 ‘9천 원’ 육박…도쿄는 만 원 육박

아베 정부의 압박 속에 일본의 평균 최저임금이 2년 연속 3%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2018년) 10월부터 적용될 시간당 평균 최저임금은 지난해(2017년)의 848엔보다 3%(26엔)가량 상승한 874엔(약 8천800원) 수준으로 좁혀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광역지자체별로 법정 최저임금이 다르다. 노사 대표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후생노동성 산하)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평균 최저임금을 정한 뒤, 이를 기준으로 광역지자체별로 지역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적용된 최저임금은 도쿄의 경우 시간당 958엔으로 평균치보다 13%가량 높다. 반면, 오키나와, 나가사키 등은 737엔으로 평균보다 13%가량 낮다. 일본 정부는 최저임금 800엔 이하 지역을 곧 없애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저임금의 상승은 오롯이 회사의 부담으로 남는다. 한국 같았으면, 언론이 앞장서서 ‘반기업 정권’ ‘좌파 정권’ 운운하는 비난을 쏟아낼 법도 한데, 일본에서는 그런 반응이 보이지 않는다. 친기업 성향 신문은 물론,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조차도 ‘최저 임금 때문에 영세업주 죽는다’는 말을 함부로 쏟아내지 않는다.

일본의‘관제춘투'…정부가 “임금인상” 선봉

일본의 연례 임금협상은 ‘관제 춘투’로 불린다. 봄철에 집중되는 노사 임금교섭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계 편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는 노동자 소득을 늘려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며 노동계를 대리해 임금인상 대리 투쟁을 하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언론이나 야당도 ‘반기업 정권’ ‘좌파정권’ 운운하며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관제 춘투의 실효성 여부를 검증할 뿐이다. 사실, 정부의 독려를 무시할 수는 없어도 그대로 따를 의무는 없다. 그래서 효과 여부는 언제나 논란거리이다.


최저임금 결정은 노사 임금교섭과는 조금 많이 다르다. 아베 정권의 임금인상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 결정 과정에서 노동계 입장이 많이 반영된다. 역시 언론이 앞장서서 ‘반기업 정책’, ‘좌파정권’ 운운하지는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회생의 최대 걸림돌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언론도 전문가도 없다.

만성적인 인력난…“구직자 1명 놓고 구인자 2곳이 경쟁

최저임금을 포함한 임금협상이 한국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본의 경영주들이 한국보다 선량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주목되는 것이 만성적인 인력난이다. 항상 노동력이 부족하다. 대도시일수록 심각하다.

유효구인배율이란 개념이 있다. 정부가 파악 가능한 일자리 시장, 공공직업소개소에서 구직자 1인당 구인자 수를 나타낸다. 일본의 유효구인배율은 1.5를 웃돌고 있다. 인구가 집중된 도쿄의 경우, 2.0을 넘어섰다. 구직자 1명을 놓고 기업 2곳이 경쟁하는 셈이다.

지난 5월 기준 실업률은 26년 만에 가장 낮은 2.9%를 기록했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이다. 바꿔 말하면, 생산현장에서 최저임금만으로 안정적인 노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체뿐만 아니라, 상대적 저임금 일자리로 분류되는 식당이나 편의점 등을 포함한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도쿄 도심의 식당이나 소규모 유통업체에서 최저임금의 1.5배 안팎을 고용조건으로 내건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최저임금에 더해 교통비와 식비 등은 따로 지급한다. 그런데도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부족한 일손은 외국인 유학생 등으로 채워가고 있다. 일손 부족의 원인은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실제 노동 가능 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의 경기부양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는 측면도 있다.

불법체류자 노동시장 진입 통제…소상공인 보호

저임금 직종의 일손 부족은 한국과 마찬가지이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과 달리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것을 매우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 일본 내 불법 체류자는 약 6만 명 수준. 한국의 경우 30만 명을 웃돈다. 인구는 두 배에 이르는데, 불법 체류자는 1/5 수준이다. 불법 체류자들이 일반적으로 내국인의 저임금 일자리 시장부터 잠식한다는 점에서, 내수 인력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일본 정부가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강력한 임대차 상인보호법의 존재 역시 한국과 다르다. 물론, 대도시, 특히 도쿄 도심의 상가 임대료는 이미 살벌한 수준으로 비싸서 이를 감당할 세입자는 제한돼 있다. 그러나 건물주가 막무가내로 임대료를 올려서 기존 세입자를 내쫓을 수는 없다. 소상공인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쥐어짜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초장기 불황과 ‘거품 경제 붕괴’를 경험하고 만성적 인력난과 극심한 소비부진에 시달리는 일본 사회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 나름대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 해법이 소위 ‘갑’의 횡포는 간과한 채, ‘을’이 또 다른 ‘을’을 착취하도록 몰아대는 구조는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
  • [특파원리포트] 日 ‘최저임금 인상’ 잰걸음…한국과 달리 반발 적어
    • 입력 2018.07.23 (09:01)
    • 수정 2018.07.23 (09:01)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日 ‘최저임금 인상’ 잰걸음…한국과 달리 반발 적어
고용주가 노동자 임금을 한 푼이라도 덜 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은 보편적 속성이다. 그래도 노동자 임금을 이른바 시장원리에만 전적으로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고, 그에 따라 등장한 사회적 합의가 최저임금 제도이다. 최저임금은 특히 최소한의 교섭권조차 없는 취약 노동계층에게 더욱 절실한 제도이다.

매년 이맘때 일본에서도 법정 최저임금은 재계와 노동계의 최대 현안이 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계의 편을 들어 임금인상을 독려하는 데, 이에 대한 재계와 언론, 특히 자영업자들의 반응이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日 평균 최저임금 ‘9천 원’ 육박…도쿄는 만 원 육박

아베 정부의 압박 속에 일본의 평균 최저임금이 2년 연속 3%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2018년) 10월부터 적용될 시간당 평균 최저임금은 지난해(2017년)의 848엔보다 3%(26엔)가량 상승한 874엔(약 8천800원) 수준으로 좁혀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광역지자체별로 법정 최저임금이 다르다. 노사 대표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후생노동성 산하)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평균 최저임금을 정한 뒤, 이를 기준으로 광역지자체별로 지역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적용된 최저임금은 도쿄의 경우 시간당 958엔으로 평균치보다 13%가량 높다. 반면, 오키나와, 나가사키 등은 737엔으로 평균보다 13%가량 낮다. 일본 정부는 최저임금 800엔 이하 지역을 곧 없애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저임금의 상승은 오롯이 회사의 부담으로 남는다. 한국 같았으면, 언론이 앞장서서 ‘반기업 정권’ ‘좌파 정권’ 운운하는 비난을 쏟아낼 법도 한데, 일본에서는 그런 반응이 보이지 않는다. 친기업 성향 신문은 물론,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조차도 ‘최저 임금 때문에 영세업주 죽는다’는 말을 함부로 쏟아내지 않는다.

일본의‘관제춘투'…정부가 “임금인상” 선봉

일본의 연례 임금협상은 ‘관제 춘투’로 불린다. 봄철에 집중되는 노사 임금교섭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계 편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는 노동자 소득을 늘려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며 노동계를 대리해 임금인상 대리 투쟁을 하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언론이나 야당도 ‘반기업 정권’ ‘좌파정권’ 운운하며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관제 춘투의 실효성 여부를 검증할 뿐이다. 사실, 정부의 독려를 무시할 수는 없어도 그대로 따를 의무는 없다. 그래서 효과 여부는 언제나 논란거리이다.


최저임금 결정은 노사 임금교섭과는 조금 많이 다르다. 아베 정권의 임금인상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 결정 과정에서 노동계 입장이 많이 반영된다. 역시 언론이 앞장서서 ‘반기업 정책’, ‘좌파정권’ 운운하지는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회생의 최대 걸림돌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언론도 전문가도 없다.

만성적인 인력난…“구직자 1명 놓고 구인자 2곳이 경쟁

최저임금을 포함한 임금협상이 한국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본의 경영주들이 한국보다 선량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주목되는 것이 만성적인 인력난이다. 항상 노동력이 부족하다. 대도시일수록 심각하다.

유효구인배율이란 개념이 있다. 정부가 파악 가능한 일자리 시장, 공공직업소개소에서 구직자 1인당 구인자 수를 나타낸다. 일본의 유효구인배율은 1.5를 웃돌고 있다. 인구가 집중된 도쿄의 경우, 2.0을 넘어섰다. 구직자 1명을 놓고 기업 2곳이 경쟁하는 셈이다.

지난 5월 기준 실업률은 26년 만에 가장 낮은 2.9%를 기록했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이다. 바꿔 말하면, 생산현장에서 최저임금만으로 안정적인 노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체뿐만 아니라, 상대적 저임금 일자리로 분류되는 식당이나 편의점 등을 포함한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도쿄 도심의 식당이나 소규모 유통업체에서 최저임금의 1.5배 안팎을 고용조건으로 내건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최저임금에 더해 교통비와 식비 등은 따로 지급한다. 그런데도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부족한 일손은 외국인 유학생 등으로 채워가고 있다. 일손 부족의 원인은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실제 노동 가능 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의 경기부양 정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는 측면도 있다.

불법체류자 노동시장 진입 통제…소상공인 보호

저임금 직종의 일손 부족은 한국과 마찬가지이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과 달리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것을 매우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 일본 내 불법 체류자는 약 6만 명 수준. 한국의 경우 30만 명을 웃돈다. 인구는 두 배에 이르는데, 불법 체류자는 1/5 수준이다. 불법 체류자들이 일반적으로 내국인의 저임금 일자리 시장부터 잠식한다는 점에서, 내수 인력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일본 정부가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강력한 임대차 상인보호법의 존재 역시 한국과 다르다. 물론, 대도시, 특히 도쿄 도심의 상가 임대료는 이미 살벌한 수준으로 비싸서 이를 감당할 세입자는 제한돼 있다. 그러나 건물주가 막무가내로 임대료를 올려서 기존 세입자를 내쫓을 수는 없다. 소상공인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쥐어짜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초장기 불황과 ‘거품 경제 붕괴’를 경험하고 만성적 인력난과 극심한 소비부진에 시달리는 일본 사회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 나름대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 해법이 소위 ‘갑’의 횡포는 간과한 채, ‘을’이 또 다른 ‘을’을 착취하도록 몰아대는 구조는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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