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에 쓰러진 진보정치 아이콘 노회찬

입력 2018.07.23 (11:39) 수정 2018.07.2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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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주 미국을 다녀왔다. 그는 20일(현지시간)미국 워싱턴에서 국내 특파원들과 만나 "어떠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 (특검이) 조사를 한다고 하니, 성실하고 당당하게 임해서 진실을 밝히겠다"며 자신에 대한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그는 '드루킹' 김동원씨의 측근이자 자신의 경기고 동창인 도모(61) 변호사에게 2016년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노 대표는 "(도 변호사와는) 졸업한 지 30년 동안 교류가 없다가, 연락이 와서 지난 10년간 4~5번 정도 만난 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총선이 있던 그해(2016년)에는 전화를 한 적도, 만난 적도 없다. 그런데 나에게 돈을 줬다니 (말이 되느냐)"라고 강조했다. 또 "보도를 보면 다른 국회의원을 만나기 위해 수십 차례나 국회에 왔다는데, 그렇게 거액을 줬으면 나한테는 왜 들르지도, 전화도 안 했는지"라고도 했다.

"2,000만원 강연료 있을 수 없다"

노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2014년 전후에 '경공모'(드루킹의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로부터 회당 2,000만 원의 강의료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도 아닌 상태인데 강의료로 2,000만 원을 줬다는 보도가 있다. 제가 아니더라도 이게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면서 "나중에 문제 삼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유서에서는 금품 수수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노 원내대표는 미국 방문을 마치고 22일 오후 귀국했다. 공항에서 포착된 그의 모습은 매우 어두웠다. 그리고 몇 시간 뒤인 23일 오전 그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23일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현관 쪽에 노 대표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아파트는 노 대표의 자택이 아니라 어머니와 남동생 가족이 사는 곳이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의원 외투를 발견했고, 외투 안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과 정의당 명함,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찾아냈다.

유서 내용은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품 수수를 강력 부인했던 미국에서의 발언과는 다소 다른 취지다.

경찰은 노 대표가 드루킹 사건과 관련, 신변을 비관해 투신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귀국 후 특검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결국 심리적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검은 넥타이를 한 허익범 특검이 23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검은 넥타이를 한 허익범 특검이 23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충격받은 정치권...대통령도 일정 취소

노회찬 대표는 한국 진보정치 진영의 간판스타였다. 재치있고 논리적이며 대중 친화적인 언변으로 큰 인기를 얻어 소수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정의당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고, 최근까지 정의당 원내대표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한국사회의 진보 담론을 이끌었다.

평소 깨끗한 이미지의 진보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노 대표의 사망 소식에 정치권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오늘 아침에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며 "오늘 11시 50분에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청원 답변 일정도 취소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애초 이날 오전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 SNS 생방송에 출연해 '대통령 힘내세요'라는 청원에 답변하려 했다.

여야 정치권도 여야 가리지 않고 노 대표의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과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충격에 말문이 막혀서 말을 제대로 못하겠다"며 "나와 같이 노동운동을 했던 출신으로서 사회개혁을 함께 한 시간이 많아서 옛날 얘기도 하고 각별한 사이였는데 너무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허익범 특검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특검 사무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예기치 않은 비보를 듣고 굉장히 침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허 특검은 노 원내대표의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특검은 조만간 사망한 노 대표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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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루킹에 쓰러진 진보정치 아이콘 노회찬
    • 입력 2018-07-23 11:39:39
    • 수정2018-07-23 13:34:00
    취재K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주 미국을 다녀왔다. 그는 20일(현지시간)미국 워싱턴에서 국내 특파원들과 만나 "어떠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 (특검이) 조사를 한다고 하니, 성실하고 당당하게 임해서 진실을 밝히겠다"며 자신에 대한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그는 '드루킹' 김동원씨의 측근이자 자신의 경기고 동창인 도모(61) 변호사에게 2016년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노 대표는 "(도 변호사와는) 졸업한 지 30년 동안 교류가 없다가, 연락이 와서 지난 10년간 4~5번 정도 만난 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총선이 있던 그해(2016년)에는 전화를 한 적도, 만난 적도 없다. 그런데 나에게 돈을 줬다니 (말이 되느냐)"라고 강조했다. 또 "보도를 보면 다른 국회의원을 만나기 위해 수십 차례나 국회에 왔다는데, 그렇게 거액을 줬으면 나한테는 왜 들르지도, 전화도 안 했는지"라고도 했다.

"2,000만원 강연료 있을 수 없다"

노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2014년 전후에 '경공모'(드루킹의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로부터 회당 2,000만 원의 강의료를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도 아닌 상태인데 강의료로 2,000만 원을 줬다는 보도가 있다. 제가 아니더라도 이게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면서 "나중에 문제 삼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유서에서는 금품 수수 인정한 것으로 알려져

노 원내대표는 미국 방문을 마치고 22일 오후 귀국했다. 공항에서 포착된 그의 모습은 매우 어두웠다. 그리고 몇 시간 뒤인 23일 오전 그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23일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현관 쪽에 노 대표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아파트는 노 대표의 자택이 아니라 어머니와 남동생 가족이 사는 곳이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의원 외투를 발견했고, 외투 안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과 정의당 명함,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찾아냈다.

유서 내용은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품 수수를 강력 부인했던 미국에서의 발언과는 다소 다른 취지다.

경찰은 노 대표가 드루킹 사건과 관련, 신변을 비관해 투신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귀국 후 특검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결국 심리적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검은 넥타이를 한 허익범 특검이 23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충격받은 정치권...대통령도 일정 취소

노회찬 대표는 한국 진보정치 진영의 간판스타였다. 재치있고 논리적이며 대중 친화적인 언변으로 큰 인기를 얻어 소수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정의당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고, 최근까지 정의당 원내대표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한국사회의 진보 담론을 이끌었다.

평소 깨끗한 이미지의 진보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노 대표의 사망 소식에 정치권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오늘 아침에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며 "오늘 11시 50분에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청원 답변 일정도 취소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애초 이날 오전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 SNS 생방송에 출연해 '대통령 힘내세요'라는 청원에 답변하려 했다.

여야 정치권도 여야 가리지 않고 노 대표의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과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충격에 말문이 막혀서 말을 제대로 못하겠다"며 "나와 같이 노동운동을 했던 출신으로서 사회개혁을 함께 한 시간이 많아서 옛날 얘기도 하고 각별한 사이였는데 너무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허익범 특검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특검 사무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예기치 않은 비보를 듣고 굉장히 침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허 특검은 노 원내대표의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특검은 조만간 사망한 노 대표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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