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의 시그널] 우리는 왜 쉽게 빚더미의 수렁에 빠지는가?

입력 2018.07.23 (13:19) 수정 2018.07.2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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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경제 시그널] 우리는 왜 쉽게 빚더미의 수렁에 빠지는가?

● KBS 1라디오 97.3Mhz
● 방송 : 2018. 7. 23. (월) 16:10~17:00
● 진행 : 박종훈 기자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3월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458조원입니다. 하지만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기에 우리나라에만 독특하게 존재하는 전세 보증금을 합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세보증금도 결국 일종의 빚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전세보증금을 더하면 우리나라의 가게부채는 2,200조원으로 훌쩍 불어납니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27%를 돌파해 독보적인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불어납니다.

더 큰 문제는 빚이 불어나는 속도입니다. 미 연방준비은행의 오스카 요르다 등이 57개국의 금융위기를 조사한 결과 빚이 급격히 늘어난 나라에서는 어김없이 금융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빚이 불어나는 속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국제결제 은행(BIS)의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부채 증가 속도는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높았습니다.


지금까지 박종훈의 경제 시그널에서는 주로 거시 경제 얘기를 해왔는데요, 오늘은 심각한 부채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개인들의 빚 문제를 얘기해 볼까 합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이렇게 쉽게 빚을 지고, 또 빚의 노예가 되고는 하는 걸까요? 그런데 빚은 단순히 우리가 돈이 없어서 지는 것이 아닙니다. 부자라고 해서 빚에서 자유로운 것이 결코 아니거든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사후 4,500억원이 넘는 빚 남겨

2009년에 세상을 떠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앨범 판매나 투어 등으로 생전에 최소 7억 5천만 달러(약 8,500억 원)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돈을 번 세계적인 스타이니 당연히 빚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가 숨졌을 때 무려 4억 달러(약 4,500억 원)가 넘는 천문학적인 빚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마이클 잭슨은 해마다 자신이 번 돈보다 2~3백억 원을 더 많이 쓸 정도로 엄청난 낭비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부동산이나 골동품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바람에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파산 직전에 내몰린 거죠. 마이클 잭슨이 숨지기 직전 런던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었는데요, 그 이유는 재정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 때문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숨진 뒤에야 빚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잭슨이 숨진 2009년부터 7년 동안 각종 음원 수입 등으로 10억 달러(1조 1천 3백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던 덕분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돈을 물 쓰듯 했던 마이클 잭슨이 이미 세상을 떠나고 난 뒤였기 때문에, 유족들은 생전에 그가 남긴 빚을 모두 다 갚고도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득 높을수록 부채 가구 비중도 높아져

우리는 흔히 소득이 충분하지 않아 빚을 지게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그래서 돈을 많이 벌면 빚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리의 기대와 달리 천문학적인 돈을 번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조차 평생 빚에 시달린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소득이 많을수록 빚의 유혹도 그만큼 더 강렬해지기 때문입니다.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영업자들도 엄청난 빚에 허덕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에서도 드러나는데요,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57.5%가 금융부채를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소득이 높을수록 빚을 진 가구의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소득이 하위 20%인 가구는 불과 25.8%가 빚을 지고 있지만, 소득 상위 20% 가구는 무려 71.3%가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결국 소득이 높다고 빚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닙니다.

빚의 유혹에 빠지는 원인은? 조급한 투자나 소비의 유혹

그렇다면 우리는 왜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빚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빚을 지고 투자를 해야 더 빨리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조급증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처음 성공에 도취되어 투자를 반복하게 되면 성공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 성공확률이 80%나 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10번 연속으로 투자에 성공할 확률은 10%밖에 되지 않습니다. 20번을 투자하면 1%로 낮아지게 됩니다. 이 문에 첫 투자에 성공했다고 점점 더 많은 돈을 빚내서 투자에 나서는 것은 현명한 투자 방법이 아닙니다.

우리가 빚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소비의 유혹 때문입니다. 1조 원이 넘는 돈을 번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소득을 훨씬 넘는 지출을 할 정도로 소비의 유혹은 강렬하고 매혹적이죠. 날마다 새로운 물건이 쏟아져 나오고 우리를 유혹하는 마케팅 기법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지출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쉽게 빚의 유혹에 굴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재테크만이 아니라 빚테크를 실천할 시기

강렬한 빚의 유혹에 넘어가 더 큰 빚을 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면,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가 대출 이자로 빠져나가면서 점점 더 깊은 빚의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지금처럼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정부는 돈 줄을 죌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세계적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돈을 더 불리려는 재테크만이 아니라 위기관리를 통해 지금 가진 돈을 지키는 빚테크도 고려하기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종훈의 경제 시그널, 오늘은 여기까지인데요, 다음 주에도 더 새롭고, 중요한 얘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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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훈의 시그널] 우리는 왜 쉽게 빚더미의 수렁에 빠지는가?
    • 입력 2018-07-23 13:19:46
    • 수정2018-07-23 18:49:40
    박종훈의 경제쇼
[박종훈의 경제 시그널] 우리는 왜 쉽게 빚더미의 수렁에 빠지는가?

● KBS 1라디오 97.3Mhz
● 방송 : 2018. 7. 23. (월) 16:10~17:00
● 진행 : 박종훈 기자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3월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458조원입니다. 하지만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기에 우리나라에만 독특하게 존재하는 전세 보증금을 합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세보증금도 결국 일종의 빚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전세보증금을 더하면 우리나라의 가게부채는 2,200조원으로 훌쩍 불어납니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27%를 돌파해 독보적인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불어납니다.

더 큰 문제는 빚이 불어나는 속도입니다. 미 연방준비은행의 오스카 요르다 등이 57개국의 금융위기를 조사한 결과 빚이 급격히 늘어난 나라에서는 어김없이 금융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빚이 불어나는 속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국제결제 은행(BIS)의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부채 증가 속도는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높았습니다.


지금까지 박종훈의 경제 시그널에서는 주로 거시 경제 얘기를 해왔는데요, 오늘은 심각한 부채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개인들의 빚 문제를 얘기해 볼까 합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이렇게 쉽게 빚을 지고, 또 빚의 노예가 되고는 하는 걸까요? 그런데 빚은 단순히 우리가 돈이 없어서 지는 것이 아닙니다. 부자라고 해서 빚에서 자유로운 것이 결코 아니거든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사후 4,500억원이 넘는 빚 남겨

2009년에 세상을 떠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앨범 판매나 투어 등으로 생전에 최소 7억 5천만 달러(약 8,500억 원)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돈을 번 세계적인 스타이니 당연히 빚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가 숨졌을 때 무려 4억 달러(약 4,500억 원)가 넘는 천문학적인 빚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마이클 잭슨은 해마다 자신이 번 돈보다 2~3백억 원을 더 많이 쓸 정도로 엄청난 낭비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부동산이나 골동품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바람에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파산 직전에 내몰린 거죠. 마이클 잭슨이 숨지기 직전 런던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었는데요, 그 이유는 재정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 때문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숨진 뒤에야 빚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잭슨이 숨진 2009년부터 7년 동안 각종 음원 수입 등으로 10억 달러(1조 1천 3백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던 덕분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돈을 물 쓰듯 했던 마이클 잭슨이 이미 세상을 떠나고 난 뒤였기 때문에, 유족들은 생전에 그가 남긴 빚을 모두 다 갚고도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득 높을수록 부채 가구 비중도 높아져

우리는 흔히 소득이 충분하지 않아 빚을 지게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그래서 돈을 많이 벌면 빚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리의 기대와 달리 천문학적인 돈을 번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조차 평생 빚에 시달린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소득이 많을수록 빚의 유혹도 그만큼 더 강렬해지기 때문입니다.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영업자들도 엄청난 빚에 허덕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에서도 드러나는데요,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57.5%가 금융부채를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소득이 높을수록 빚을 진 가구의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소득이 하위 20%인 가구는 불과 25.8%가 빚을 지고 있지만, 소득 상위 20% 가구는 무려 71.3%가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결국 소득이 높다고 빚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닙니다.

빚의 유혹에 빠지는 원인은? 조급한 투자나 소비의 유혹

그렇다면 우리는 왜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빚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빚을 지고 투자를 해야 더 빨리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조급증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처음 성공에 도취되어 투자를 반복하게 되면 성공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 성공확률이 80%나 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10번 연속으로 투자에 성공할 확률은 10%밖에 되지 않습니다. 20번을 투자하면 1%로 낮아지게 됩니다. 이 문에 첫 투자에 성공했다고 점점 더 많은 돈을 빚내서 투자에 나서는 것은 현명한 투자 방법이 아닙니다.

우리가 빚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소비의 유혹 때문입니다. 1조 원이 넘는 돈을 번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소득을 훨씬 넘는 지출을 할 정도로 소비의 유혹은 강렬하고 매혹적이죠. 날마다 새로운 물건이 쏟아져 나오고 우리를 유혹하는 마케팅 기법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지출을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면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쉽게 빚의 유혹에 굴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재테크만이 아니라 빚테크를 실천할 시기

강렬한 빚의 유혹에 넘어가 더 큰 빚을 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면,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가 대출 이자로 빠져나가면서 점점 더 깊은 빚의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지금처럼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정부는 돈 줄을 죌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세계적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돈을 더 불리려는 재테크만이 아니라 위기관리를 통해 지금 가진 돈을 지키는 빚테크도 고려하기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종훈의 경제 시그널, 오늘은 여기까지인데요, 다음 주에도 더 새롭고, 중요한 얘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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