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이제서야 ‘재난’ 지정…“태풍·대설 사망자의 2.7배”

입력 2018.07.23 (21:17) 수정 2018.07.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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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매일이 더위와의 사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온열질환자도 크게 늘고 있는데요.

최근 5년 간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자가 다른 모든 자연재난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2.7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황이 이쯤되자 정부는 폭염을 법정 재난에 포함시키기로 했는데요.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이 나옵니다.

김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남 여수와 광양을 잇는 이순신 대교 아스팔트가 누더기가 됐습니다.

폭염에 아스팔트가 갈라지고 솟구쳐, 일부는 다리 강판이 보일 정도입니다.

폭염 사망자도 또 발생했습니다.

35도를 웃도는 날씨에 담배밭에서 일하다 쓰러진 외국인 노동자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습니다.

오늘(23일)이 첫 출근인 베트남 노동자였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모자를 그래서 쓰고 해야하는데, 모자도 안 쓰고 그러다 보니까..."]

오후 3시, 방안 실내온도가 35도를 넘어섭니다.

한낮 햇빛까지 쪽방으로 쏟아져, 가만히 있어도 고역입니다.

[김태영/쪽방촌 주민 : "내가 지옥은 안 가봤지만, 지옥만큼 힘들고 괴롭죠."]

땡볕을 몸으로 받아내는 노숙인들도 대표적인 폭염 약자입니다.

["(땅바닥이 많이 뜨거운데...) 어... 제가 지금 몸이 안 좋아서 누워 있습니다."]

폭염 약자들이 씻고 쉴 수 있는 곳은 자치단체 무더위 쉼터입니다.

그런데 오후 6시, 아직 30도를 웃도는 날씨지만 쉼터는 벌써 문이 닫혀 있습니다.

이곳에서 10분 거리의 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근 지역 주민 : "10시, 11시까지 하면 좋지. 시원한 데 있다가 들어가면 좋잖아."]

올여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200여 명.

이 중 11명이 숨졌습니다.

앞서 5년간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자도 54명, 같은 기간 다른 자연재난으로 사망한 전체 사망자 보다 두배 이상 많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시 4천억 원 등 전국 2조 원의 재난기금은 제대로 쓸 수 없습니다.

폭염이 재난안전법상 법정 재난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도우/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사 : "폭염에 쉽게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노인 등 취약계층의 인구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큰 피해가 우려됩니다."]

온열질환 사망과 폭염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 19대 국회부터 번번이 폭염을 법정 재난에 포함하는 것을 반대해왔던 정부는 이제서야 법 개정에 동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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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이제서야 ‘재난’ 지정…“태풍·대설 사망자의 2.7배”
    • 입력 2018-07-23 21:20:30
    • 수정2018-07-24 08:01:03
    뉴스 9
[앵커] 이렇게 매일이 더위와의 사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온열질환자도 크게 늘고 있는데요. 최근 5년 간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자가 다른 모든 자연재난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2.7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황이 이쯤되자 정부는 폭염을 법정 재난에 포함시키기로 했는데요.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이 나옵니다. 김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남 여수와 광양을 잇는 이순신 대교 아스팔트가 누더기가 됐습니다. 폭염에 아스팔트가 갈라지고 솟구쳐, 일부는 다리 강판이 보일 정도입니다. 폭염 사망자도 또 발생했습니다. 35도를 웃도는 날씨에 담배밭에서 일하다 쓰러진 외국인 노동자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습니다. 오늘(23일)이 첫 출근인 베트남 노동자였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모자를 그래서 쓰고 해야하는데, 모자도 안 쓰고 그러다 보니까..."] 오후 3시, 방안 실내온도가 35도를 넘어섭니다. 한낮 햇빛까지 쪽방으로 쏟아져, 가만히 있어도 고역입니다. [김태영/쪽방촌 주민 : "내가 지옥은 안 가봤지만, 지옥만큼 힘들고 괴롭죠."] 땡볕을 몸으로 받아내는 노숙인들도 대표적인 폭염 약자입니다. ["(땅바닥이 많이 뜨거운데...) 어... 제가 지금 몸이 안 좋아서 누워 있습니다."] 폭염 약자들이 씻고 쉴 수 있는 곳은 자치단체 무더위 쉼터입니다. 그런데 오후 6시, 아직 30도를 웃도는 날씨지만 쉼터는 벌써 문이 닫혀 있습니다. 이곳에서 10분 거리의 쉼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근 지역 주민 : "10시, 11시까지 하면 좋지. 시원한 데 있다가 들어가면 좋잖아."] 올여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200여 명. 이 중 11명이 숨졌습니다. 앞서 5년간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자도 54명, 같은 기간 다른 자연재난으로 사망한 전체 사망자 보다 두배 이상 많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시 4천억 원 등 전국 2조 원의 재난기금은 제대로 쓸 수 없습니다. 폭염이 재난안전법상 법정 재난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도우/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사 : "폭염에 쉽게 피해를 받을 수 있는 노인 등 취약계층의 인구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큰 피해가 우려됩니다."] 온열질환 사망과 폭염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 19대 국회부터 번번이 폭염을 법정 재난에 포함하는 것을 반대해왔던 정부는 이제서야 법 개정에 동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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