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호랑이가 나타났다!③ 백두산에는 호랑이가 살고 있을까?

입력 2018.07.24 (16:20) 수정 2018.07.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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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가 있는 왼쪽이 러시아, 중간 숲지대가 중국, 두만강 오른쪽이 북한이다호수가 있는 왼쪽이 러시아, 중간 숲지대가 중국, 두만강 오른쪽이 북한이다

□호랑이에겐 국경이 없다

중국의 최동단 팡촨(防川)에 가면 한눈에 세 나라의 국경이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6킬로미터 밖으로 동해가 보이는 이곳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접경하고 있는 곳인데, 한쪽으로 두만강이 흐르고 있다. 한때 전쟁과 난개발, 그리고 호랑이에 대한 공격을 피해 러시아의 숲으로 숨어들었던 호랑이가 이제 중국의 생태가 복원되면서 서서히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두만강 건너 북한 쪽은 여전히 민둥산이다. 잡풀만 무성할 뿐, 변변한 나무가 거의 없다. 생태계가 먹이사슬 아래 단계부터 복원되지 않으면 최상위 포식자 호랑이가 살 수 없는 만큼, 백두산 호랑이의 한반도 귀환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다만 몇몇 호랑이들은 지금도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어슬렁거리다 돌아오곤 한다. 한때 백두대간을 넘나들던 아련한 기억이 백두산 호랑이의 DNA에 각인돼있기 때문일까?

□점점 서쪽으로...백두산 쪽으로 향하는 호랑이들

과거 대부분 러시아와 접경 지역에서 발견되던 백두산 호랑이가 점차 중국 내륙 쪽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2014년 12월 중국 지린성 지린시로부터 불과 20킬로미터 떨어진 찐주린창이란 곳에서 야생 호랑이가 발견됐다. 이곳은 러시아 접경으로부터 무려 3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고, 남쪽으로는 백두산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야생 호랑이 가운데 가장 서쪽에서 발견된 것인데, 중국 투먼신문은 호랑이 특집 기사에서 이 사례가 바로 호랑이의 서식지가 점점 장백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랑이 국가 공원내 도로 곳곳에는 야생동물을 위해 감속하라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호랑이 국가 공원내 도로 곳곳에는 야생동물을 위해 감속하라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중국, 호랑이 생태 통로 확보하려 고속철도 계획까지 수정

호랑이의 생태 이동을 위해 중국 정부는 과감한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계획 중이던 고속철도의 설계도를 전면 수정한 일이다. 훈춘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어지는 고속철 선로가 야생 호랑이의 장벽이 될 것이라는 생태학자들의 지적에 지린성 정부는 계획 중인 고속철이 야생 호랑이의 이동 구간을 피하도록 다시 설계할 것을 지시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호랑이 밀집 지역 숲을 남북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고속도로가 호랑이의 생태 이동을 막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개발이나 산업 논리보다 호랑이 보호가 우선인 시대가 중국에 온 것이다.

북한이 야생에서 포획했다며 선물했던 낭림이…2014년 21살때 폐사했다북한이 야생에서 포획했다며 선물했던 낭림이…2014년 21살때 폐사했다

□북한 온성범은 어디서 왔을까?

백두산 호랑이는 수영을 잘한다. 나무도 잘 타지만 수영에는 천부적 소질이 있다. 러시아와 중국 국경을 가르는 우수리 강도 아무렇지 않게 건너다니는 백두산 호랑이에게 두만강이라고 장애가 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북한의 최북단 함경북도 온성에서도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있다. 북한에서는 온성범이라고 부른다는데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박사과정 중이며 지린성 옌지에서 호랑이를 연구하고 있는 이영 연구원은 "최근 3년 이내에 북한에서 호랑이와 표범 발자국을 발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1993년 자강도 낭림산 주변에서 잡았다며 우리나라에 선물했던 호랑이 '낭림'이도 있었다. 백두산에 야생 호랑이 흔적이 발견됐다는 소식도 가끔 들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백두산에 설사 호랑이가 아직 있더라도 생태 통로는 끊긴 고립된 상태라는 점이다. 북한 쪽에는 민둥산이 많고 먹잇감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물론 우리 측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 역시 '북한지방에서는 호랑이가 멸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백두산에 호랑이 번식 개체군이 가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출처:한국범보전기금)백두산에 호랑이 번식 개체군이 가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출처:한국범보전기금)

□야생 호랑이 복원 프로젝트의 끝은 백두산 호랑이 복원

호랑이 연구가들은 모두 호랑이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해서 그곳이 호랑이의 서식지라고 볼 수 없다는데 입을 모은다. 몇 마리 떠돌아다녔다고 해서 호랑이가 돌아왔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호랑이가 짝을 만나 새끼를 낳고 그곳을 근거지로 삼아야 비로소 진정 호랑이가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러시아의 숲에 숨어들었던 백두산 호랑이들은 이제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이 백두산 자락까지 도달했을 때, 그리고 그곳에서 아기 호랑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릴 때가 진정 왕의 귀환으로 기록될 것이다. 가오따빈(高大斌) 동북호랑이 보호 공원 훈춘관리국 처장은 KBS와 인터뷰에서 "호랑이 보호의 마지막 목표는 장백산으로의 귀환"이라고 말했다. "머지않은 시기에 조선 인민(북한)과 중국 인민들의 우정의 산 장백산으로 호랑이가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호랑이에게 국경은 없다. 러시아 그리고 중국에 존재하는 한 한반도 복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백두산으로 돌아온 호랑이가 백두대간을 타고 휴전선을 넘어 자신을 닮은 한반도의 끝자락까지 도달했을 때를 상상해 본다.

[연관기사]
[특파원리포트] 호랑이가 나타났다!① 백두산 호랑이의 귀환
[특파원리포트] 호랑이가 나타났다!② 中 세계 최대 호랑이 국립공원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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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호랑이가 나타났다!③ 백두산에는 호랑이가 살고 있을까?
    • 입력 2018-07-24 16:20:54
    • 수정2018-07-24 16:23:19
    특파원 리포트
호수가 있는 왼쪽이 러시아, 중간 숲지대가 중국, 두만강 오른쪽이 북한이다
□호랑이에겐 국경이 없다

중국의 최동단 팡촨(防川)에 가면 한눈에 세 나라의 국경이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6킬로미터 밖으로 동해가 보이는 이곳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접경하고 있는 곳인데, 한쪽으로 두만강이 흐르고 있다. 한때 전쟁과 난개발, 그리고 호랑이에 대한 공격을 피해 러시아의 숲으로 숨어들었던 호랑이가 이제 중국의 생태가 복원되면서 서서히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하지만 두만강 건너 북한 쪽은 여전히 민둥산이다. 잡풀만 무성할 뿐, 변변한 나무가 거의 없다. 생태계가 먹이사슬 아래 단계부터 복원되지 않으면 최상위 포식자 호랑이가 살 수 없는 만큼, 백두산 호랑이의 한반도 귀환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다만 몇몇 호랑이들은 지금도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어슬렁거리다 돌아오곤 한다. 한때 백두대간을 넘나들던 아련한 기억이 백두산 호랑이의 DNA에 각인돼있기 때문일까?

□점점 서쪽으로...백두산 쪽으로 향하는 호랑이들

과거 대부분 러시아와 접경 지역에서 발견되던 백두산 호랑이가 점차 중국 내륙 쪽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2014년 12월 중국 지린성 지린시로부터 불과 20킬로미터 떨어진 찐주린창이란 곳에서 야생 호랑이가 발견됐다. 이곳은 러시아 접경으로부터 무려 3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고, 남쪽으로는 백두산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야생 호랑이 가운데 가장 서쪽에서 발견된 것인데, 중국 투먼신문은 호랑이 특집 기사에서 이 사례가 바로 호랑이의 서식지가 점점 장백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랑이 국가 공원내 도로 곳곳에는 야생동물을 위해 감속하라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중국, 호랑이 생태 통로 확보하려 고속철도 계획까지 수정

호랑이의 생태 이동을 위해 중국 정부는 과감한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계획 중이던 고속철도의 설계도를 전면 수정한 일이다. 훈춘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어지는 고속철 선로가 야생 호랑이의 장벽이 될 것이라는 생태학자들의 지적에 지린성 정부는 계획 중인 고속철이 야생 호랑이의 이동 구간을 피하도록 다시 설계할 것을 지시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호랑이 밀집 지역 숲을 남북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고속도로가 호랑이의 생태 이동을 막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개발이나 산업 논리보다 호랑이 보호가 우선인 시대가 중국에 온 것이다.

북한이 야생에서 포획했다며 선물했던 낭림이…2014년 21살때 폐사했다
□북한 온성범은 어디서 왔을까?

백두산 호랑이는 수영을 잘한다. 나무도 잘 타지만 수영에는 천부적 소질이 있다. 러시아와 중국 국경을 가르는 우수리 강도 아무렇지 않게 건너다니는 백두산 호랑이에게 두만강이라고 장애가 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북한의 최북단 함경북도 온성에서도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있다. 북한에서는 온성범이라고 부른다는데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박사과정 중이며 지린성 옌지에서 호랑이를 연구하고 있는 이영 연구원은 "최근 3년 이내에 북한에서 호랑이와 표범 발자국을 발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1993년 자강도 낭림산 주변에서 잡았다며 우리나라에 선물했던 호랑이 '낭림'이도 있었다. 백두산에 야생 호랑이 흔적이 발견됐다는 소식도 가끔 들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백두산에 설사 호랑이가 아직 있더라도 생태 통로는 끊긴 고립된 상태라는 점이다. 북한 쪽에는 민둥산이 많고 먹잇감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물론 우리 측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 역시 '북한지방에서는 호랑이가 멸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백두산에 호랑이 번식 개체군이 가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출처:한국범보전기금)
□야생 호랑이 복원 프로젝트의 끝은 백두산 호랑이 복원

호랑이 연구가들은 모두 호랑이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해서 그곳이 호랑이의 서식지라고 볼 수 없다는데 입을 모은다. 몇 마리 떠돌아다녔다고 해서 호랑이가 돌아왔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호랑이가 짝을 만나 새끼를 낳고 그곳을 근거지로 삼아야 비로소 진정 호랑이가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러시아의 숲에 숨어들었던 백두산 호랑이들은 이제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이 백두산 자락까지 도달했을 때, 그리고 그곳에서 아기 호랑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릴 때가 진정 왕의 귀환으로 기록될 것이다. 가오따빈(高大斌) 동북호랑이 보호 공원 훈춘관리국 처장은 KBS와 인터뷰에서 "호랑이 보호의 마지막 목표는 장백산으로의 귀환"이라고 말했다. "머지않은 시기에 조선 인민(북한)과 중국 인민들의 우정의 산 장백산으로 호랑이가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호랑이에게 국경은 없다. 러시아 그리고 중국에 존재하는 한 한반도 복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백두산으로 돌아온 호랑이가 백두대간을 타고 휴전선을 넘어 자신을 닮은 한반도의 끝자락까지 도달했을 때를 상상해 본다.

[연관기사]
[특파원리포트] 호랑이가 나타났다!① 백두산 호랑이의 귀환
[특파원리포트] 호랑이가 나타났다!② 中 세계 최대 호랑이 국립공원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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