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반도체 백혈병’ 분쟁 공식 합의…“딸아! 이제 편히 쉬렴”

입력 2018.07.24 (21:32) 수정 2018.07.2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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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촉발됐는데요,

오늘 삼성전자와 피해자들의 모임인 '반올림', 양측이 만나 이 오랜 갈등을 끝내기로 공식 합의했습니다.

핵심은 조정위원회가 앞으로 만들 '중재안'을 양측이 무조건 따르겠다는 겁니다.

조정위는 10월 초까지 보상 방안과 삼성전자 측의 사과 권고안, 재발방지책 등을 담은 중재안을 만들고, 삼성전자는 이를 토대로 곧바로 보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입니다.

11년 힘든 시간을 지내왔을 텐데요.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의 소회를 이승철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여보, 나 다녀올게."]

황상기 씨가 부인을 꼭 안아주고 집을 나섭니다.

처음엔 아이를 살려보려고, 나중엔 딸의 죽음이 억울해서 수없이 서울을 오갔습니다.

[황상기/故 황유미 씨 아버지 : "1주일에 한 그러니까 400km에서 800km 잡으면 될 것 같아요, 왔다 갔다 한 거리는요."]

허망하게 떠나버린 딸 유미를 죽어서라도 훌훌 날아다니라고 공기 좋은 곳에 뿌렸습니다.

[황상기/故 황유미 씨 아버지 : "화학약품에 의해서 백혈병이 걸렸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있으라고 이곳에서 화장해서 이렇게 뿌렸어요."]

잊어 보려고 일부러 무덤도 만들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가슴을 차지한 딸은 쉬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황상기/故 황유미 씨 아버지 : "얼마나 억울한지 지금도 가만히 생각하면 그 사람들한테 화장한 유골을 확 뿌리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있어요."]

그래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때론 따끔하게 질책도 했습니다.

[황상기/지난 1월 : "방송을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고 하면 이 사람이 여기 있어야 할 아무런 저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11년 만에 딸과의 약속을 지키는 날, 아버지는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습니다.

[황상기/반올림 대표 : "10년이 넘도록 긴 시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섭섭한 일입니다."]

비로소 딸을 마음으로 보낸 황상기 씨는 이제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딸들의 아버지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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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리포트] ‘반도체 백혈병’ 분쟁 공식 합의…“딸아! 이제 편히 쉬렴”
    • 입력 2018-07-24 21:36:00
    • 수정2018-07-24 22:11:14
    뉴스 9
[앵커]

이른바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촉발됐는데요,

오늘 삼성전자와 피해자들의 모임인 '반올림', 양측이 만나 이 오랜 갈등을 끝내기로 공식 합의했습니다.

핵심은 조정위원회가 앞으로 만들 '중재안'을 양측이 무조건 따르겠다는 겁니다.

조정위는 10월 초까지 보상 방안과 삼성전자 측의 사과 권고안, 재발방지책 등을 담은 중재안을 만들고, 삼성전자는 이를 토대로 곧바로 보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입니다.

11년 힘든 시간을 지내왔을 텐데요.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의 소회를 이승철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여보, 나 다녀올게."]

황상기 씨가 부인을 꼭 안아주고 집을 나섭니다.

처음엔 아이를 살려보려고, 나중엔 딸의 죽음이 억울해서 수없이 서울을 오갔습니다.

[황상기/故 황유미 씨 아버지 : "1주일에 한 그러니까 400km에서 800km 잡으면 될 것 같아요, 왔다 갔다 한 거리는요."]

허망하게 떠나버린 딸 유미를 죽어서라도 훌훌 날아다니라고 공기 좋은 곳에 뿌렸습니다.

[황상기/故 황유미 씨 아버지 : "화학약품에 의해서 백혈병이 걸렸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있으라고 이곳에서 화장해서 이렇게 뿌렸어요."]

잊어 보려고 일부러 무덤도 만들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가슴을 차지한 딸은 쉬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황상기/故 황유미 씨 아버지 : "얼마나 억울한지 지금도 가만히 생각하면 그 사람들한테 화장한 유골을 확 뿌리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있어요."]

그래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때론 따끔하게 질책도 했습니다.

[황상기/지난 1월 : "방송을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고 하면 이 사람이 여기 있어야 할 아무런 저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11년 만에 딸과의 약속을 지키는 날, 아버지는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 없습니다.

[황상기/반올림 대표 : "10년이 넘도록 긴 시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섭섭한 일입니다."]

비로소 딸을 마음으로 보낸 황상기 씨는 이제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딸들의 아버지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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