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참을 만큼 참았다”…벽보로 시작된 ‘미투’

입력 2018.07.26 (08:33) 수정 2018.07.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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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금 보시는 건 성희롱, 성차별적인 발언을 폭로하는 한 벽보입니다.

"참을 만큼 참았다" "더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며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써 붙인 건데요.

벽보를 붙인 건 여고생들. 장소는 부산의 한 여곱니다.

한 장의 벽보로 시작된 이 학교의 '미투' 운동은 졸업생들의 경험담과 지지까지 얻으면서 더 거세지고 있는데요.

학생들이 주장한 가해 교사들은 5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지난 20일, 부산의 한 여고 복도 벽에 벽보 하나가 붙었습니다.

벽보와 메모에 적힌 내용들입니다.

수업 중에 교사가 '여자를 애 낳는 기계'로 비유하거나 물병 뚜껑을 여성의 신체 부위에 비유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학생과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며 누구를 닮았냐고 발언하는가 하면, 학부모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도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희롱과 성차별 발언을 일삼았다고 지목된 교사는 5명에 달했습니다.

벽보와 메모에 적힌 내용이 사실인지, 수업시간에 교사가 했다는 얘기를 학생들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너는 몸매도 예쁘고 얼굴도 예쁘니까 나중에 커서 술집 여자 해도 되겠다.' 이런 말을 들은 학생이 있고……."]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여자는 걸레질하기 위해 태어났다. 학부모들은 늙었으니까 화장해야 된다.'"]

이 같은 성희롱 발언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신체접촉까지 잦았다는 얘기도 이어졌습니다.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신체접촉이 불필요한 거 같다. 이제 안 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난 뒤에도 제 팔을 감아서 끌어당겨서 막 팔을 주무른다거나……."]

학생들이 이 같은 내용을 벽보를 통해 폭로했지만, 해당 교사로 지목된 한 교사는 그런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OO여고 교사/음성변조 : "'여자는 애 낳는 기계다.' 나 이 말 한 적 없습니다. 그런 말 난 아예 안 했어."]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정말 하신 적이 없는 거예요?"]

[OO여고 교사/음성변조 : "확실히 없는 것도 있고, 있는지 없는지 기억이 없는 것도 있고……. 복잡해요. 내가 어떻게 기억을 다 합니까?"]

학부모에 대한 외모 비하 논란에 대해서는 역시 농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OO여고 교사/음성변조 : "농담 삼아 '학부모가 내일 오는 날이네. 엄마 화장 좀 해야 되겠네.']

이어 벽보를 떼지 않으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며 학생들을 몰아붙였습니다.

[OO여고 교사/음성변조 : "형사처벌 나이가 만 14세입니다. 여러분은 충분하게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것만 (알아둬요.) 민사상, 형사상 다 묻겠습니다. 나는 ○○경찰서 가서 퇴근하면서 ○○경찰서 가서 사건 접수하겠습니다. 알겠죠?"]

교사들을 상대로 한 이 학교 재학생들의 '미투' 운동이 알려지자 졸업생들도 가세하기 시작했습니다.

[OO여고 졸업생/음성변조 : "(벽보 내용은) 저보다 더 전 졸업생들도 자주 들었던 말이에요. 저희도 다 당했던 건데 용기를 못 내고 있었던 거니까 후배들이라도 용기를 내서 공론화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결국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는 건데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기까지 학생들은 이전에도 학교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번번이 무시당해왔다고 주장합니다.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선생님에 대한 처벌이라든가 징계 같은 건 단 하나도 안 이루어지고 무마되고 했었거든요. 그게 올해 또 터졌던 거죠."]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학생들이 '이런 거는 더 이상 묻히면 안 된다. 밖에라도 알려야 된다.' 이런 느낌으로 벽보를 붙인 거예요."]

이처럼 항의를 해도 학교 측은 오히려 문제를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덥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학교 측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요새 학생들은 이런 거로 일 키우려 한다. 사과는 아직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요."]

지목된 가해 교사들 외에 다른 교사들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섭섭함은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해왔다." 오히려 "피해를 당한 학생들의 태도에 주의를 주기도 했다"는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너희들이 그 선생님 수업할 때 조심해야 한다.'라고 오히려 선생님보다는 저희의 언행이나 행동을 주의시키는 선생님이 계셨어요."]

결국, 학생들은 SNS를 통해 학교 밖에도 이 같은 내용을 알리기 시작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까지 청원 글이 이어졌습니다.

관할 교육청은 지난 23일 전교생 500여 명을 소집해 실태 조사를 벌였습니다.

교육청 측은 설문조사를 통해 성희롱, 성차별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교사 5명을 직무 배제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요,

[부산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형사 처분 결과가 나오면 징계에 따라야겠죠. 행위 사실이 맞다 하면……. 그리고 교직원들과 학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시기를 지금 검토 중입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사과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OO여고 관계자/음성변조 : "그동안 여러분들의 아픔과 목소리를 진정으로 헤아리지 못하고 듣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여러분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SNS와 기사 등을 통해 자녀들이 속앓이 해왔다는 그동안의 내막을 알게 된 학부모들에게도 큰 상처가 남았습니다.

[OO여고 학부모/음성변조 : "정말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었나. 화가 진짜 많이 나죠. 학생들한테 선생님이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나……. 지금은 한창 조사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조금 지켜보고 있어요."]

재학생들의 용기로 시작된 학교 내 '미투' 학교 밖으로 알려지면서 조속한 해결의 전기를 맞았지만, 자칫 여론이나 댓글로 정작 학생들이 또다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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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참을 만큼 참았다”…벽보로 시작된 ‘미투’
    • 입력 2018-07-26 08:40:32
    • 수정2018-07-26 09: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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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금 보시는 건 성희롱, 성차별적인 발언을 폭로하는 한 벽보입니다.

"참을 만큼 참았다" "더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며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써 붙인 건데요.

벽보를 붙인 건 여고생들. 장소는 부산의 한 여곱니다.

한 장의 벽보로 시작된 이 학교의 '미투' 운동은 졸업생들의 경험담과 지지까지 얻으면서 더 거세지고 있는데요.

학생들이 주장한 가해 교사들은 5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지난 20일, 부산의 한 여고 복도 벽에 벽보 하나가 붙었습니다.

벽보와 메모에 적힌 내용들입니다.

수업 중에 교사가 '여자를 애 낳는 기계'로 비유하거나 물병 뚜껑을 여성의 신체 부위에 비유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학생과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며 누구를 닮았냐고 발언하는가 하면, 학부모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도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희롱과 성차별 발언을 일삼았다고 지목된 교사는 5명에 달했습니다.

벽보와 메모에 적힌 내용이 사실인지, 수업시간에 교사가 했다는 얘기를 학생들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너는 몸매도 예쁘고 얼굴도 예쁘니까 나중에 커서 술집 여자 해도 되겠다.' 이런 말을 들은 학생이 있고……."]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여자는 걸레질하기 위해 태어났다. 학부모들은 늙었으니까 화장해야 된다.'"]

이 같은 성희롱 발언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신체접촉까지 잦았다는 얘기도 이어졌습니다.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신체접촉이 불필요한 거 같다. 이제 안 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난 뒤에도 제 팔을 감아서 끌어당겨서 막 팔을 주무른다거나……."]

학생들이 이 같은 내용을 벽보를 통해 폭로했지만, 해당 교사로 지목된 한 교사는 그런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OO여고 교사/음성변조 : "'여자는 애 낳는 기계다.' 나 이 말 한 적 없습니다. 그런 말 난 아예 안 했어."]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정말 하신 적이 없는 거예요?"]

[OO여고 교사/음성변조 : "확실히 없는 것도 있고, 있는지 없는지 기억이 없는 것도 있고……. 복잡해요. 내가 어떻게 기억을 다 합니까?"]

학부모에 대한 외모 비하 논란에 대해서는 역시 농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OO여고 교사/음성변조 : "농담 삼아 '학부모가 내일 오는 날이네. 엄마 화장 좀 해야 되겠네.']

이어 벽보를 떼지 않으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며 학생들을 몰아붙였습니다.

[OO여고 교사/음성변조 : "형사처벌 나이가 만 14세입니다. 여러분은 충분하게 형사처벌될 수 있다는 것만 (알아둬요.) 민사상, 형사상 다 묻겠습니다. 나는 ○○경찰서 가서 퇴근하면서 ○○경찰서 가서 사건 접수하겠습니다. 알겠죠?"]

교사들을 상대로 한 이 학교 재학생들의 '미투' 운동이 알려지자 졸업생들도 가세하기 시작했습니다.

[OO여고 졸업생/음성변조 : "(벽보 내용은) 저보다 더 전 졸업생들도 자주 들었던 말이에요. 저희도 다 당했던 건데 용기를 못 내고 있었던 거니까 후배들이라도 용기를 내서 공론화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결국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는 건데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기까지 학생들은 이전에도 학교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번번이 무시당해왔다고 주장합니다.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선생님에 대한 처벌이라든가 징계 같은 건 단 하나도 안 이루어지고 무마되고 했었거든요. 그게 올해 또 터졌던 거죠."]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학생들이 '이런 거는 더 이상 묻히면 안 된다. 밖에라도 알려야 된다.' 이런 느낌으로 벽보를 붙인 거예요."]

이처럼 항의를 해도 학교 측은 오히려 문제를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덥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학교 측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요새 학생들은 이런 거로 일 키우려 한다. 사과는 아직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요."]

지목된 가해 교사들 외에 다른 교사들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섭섭함은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해왔다." 오히려 "피해를 당한 학생들의 태도에 주의를 주기도 했다"는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OO여고 학생/음성변조 : "'너희들이 그 선생님 수업할 때 조심해야 한다.'라고 오히려 선생님보다는 저희의 언행이나 행동을 주의시키는 선생님이 계셨어요."]

결국, 학생들은 SNS를 통해 학교 밖에도 이 같은 내용을 알리기 시작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까지 청원 글이 이어졌습니다.

관할 교육청은 지난 23일 전교생 500여 명을 소집해 실태 조사를 벌였습니다.

교육청 측은 설문조사를 통해 성희롱, 성차별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교사 5명을 직무 배제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는데요,

[부산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형사 처분 결과가 나오면 징계에 따라야겠죠. 행위 사실이 맞다 하면……. 그리고 교직원들과 학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시기를 지금 검토 중입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사과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OO여고 관계자/음성변조 : "그동안 여러분들의 아픔과 목소리를 진정으로 헤아리지 못하고 듣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여러분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SNS와 기사 등을 통해 자녀들이 속앓이 해왔다는 그동안의 내막을 알게 된 학부모들에게도 큰 상처가 남았습니다.

[OO여고 학부모/음성변조 : "정말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었나. 화가 진짜 많이 나죠. 학생들한테 선생님이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나……. 지금은 한창 조사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조금 지켜보고 있어요."]

재학생들의 용기로 시작된 학교 내 '미투' 학교 밖으로 알려지면서 조속한 해결의 전기를 맞았지만, 자칫 여론이나 댓글로 정작 학생들이 또다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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