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 2탄’일까, 손흥민의 ‘금메달 열망’일까

입력 2018.07.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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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월드컵대표팀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히딩크 감독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박항서 코치, 왼쪽에 서 있는 최주영 의무팀장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베트남 축구의 영웅이다. 상상도 못 한 일을 해낸, 그래서 기적을 일으킨 사나이로 평가받았고 베트남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우리에겐 2002한일월드컵 폴란드전에서 황선홍이 선제골을 넣고 벤치로 달려가 품에 안긴 인물로 기억된다. 주인공은 바로 현재 베트남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다.

드라마 같던 준우승과 베트남의 열광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우리를 처음 놀라게 했다. 국내 축구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을 지휘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소식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그로부터 3개월 뒤 우리를 훨씬 큰 충격에 빠뜨렸다. 올해 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준우승에 올려놓은 것이다. 베트남이 AFC 주관 공식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결승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2대 1로 아쉽게 졌지만, 베트남의 준우승은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폭설이 내린 경기장에서 먼저 실점하고도 신경전까지 펼칠 정도로 치열했던 경기에서 집념으로 동점을 만든 베트남 대표팀의 투혼은 패배라는 결과와 관계없이 박수를 받았고 경기 뒤 라커룸에서 박항서 감독이 선수 한 명 한 명을 끌어안아 다독여주고 선수들에게 건넨 메시지가 공개되자, 베트남 국민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당시 그가 던진 말은 "고개 숙이지 마라,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나는 너희가 정말 자랑스럽다." 짧지만, 감동적이었다.

재미 들린(?) 신화 창조 '이번엔 AG 메달'

말로 형언키 어려울 만큼 짜릿한 쾌감이었을 것이다. 베트남 축구 역사에 없던 새로운 기록을 쓰며 신화를 창조했다. 국가적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찬사를 받은 이런 성취감은 계속 느끼고 싶은 법. 박항서 감독은 이제 다음 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메달을 노린다. 베트남은 일본, 파키스탄, 네팔과 함께 D조에 속해있다. AFC 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룬 선수들과 같은 또래인 23세 이하라고 해도, 아시안게임은 분명 수준이 다른 대회. 게다가 강호 일본이 있다.

베트남 대표팀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박항서 감독베트남 대표팀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박항서 감독

긴급 요청 SOS! 응답하라 2002 최주영 의무

대표팀 감독 부임 때부터 박항서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객관적 전력이 약한 우리 대표팀이 강철 체력을 내세워 4강에 오른 경험 때문이었다. 박항서 감독의 눈에 베트남 선수들은 체격 조건이 작은 데다, 저체중에 상체가 빈약했다. 이에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 선수들을 근육질로 변신시키기 위해 먹는 것부터 신경을 썼다. 우유, 두부, 생선, 고기 등 고단백질을 위주로 식단을 구성했고 훈련 시간 이후에는 근력 강화운동도 시켰다.

2002한일월드컵 미국전 황선홍 부상에 응급 처치 중인 최주영 전 의무팀장2002한일월드컵 미국전 황선홍 부상에 응급 처치 중인 최주영 전 의무팀장

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인 이번엔 특급 지원군에게 SOS! 요청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함께 대표팀을 지원한 최주영 의무팀장에게 베트남 현지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옛 동료의 긴급 호출(?)에 최주영 전 의무팀장은 고민도 없이 특유의 발랄한 어투로 "오케이!" 했다. 현재 자신이 맡은 스포츠재활센터 일도 잠시 미뤄뒀다.

2010년부터 축구대표팀 훈련장과 각종 대회 현장에서 자주 만난 최주영 닥터 (의무팀장이란 딱딱한 직함보다 더 자연스러운 호칭, 더 나아가 최주영 닥터는 선수들에게 쌤~이라고 불릴 때가 가장 행복해 보인다.)와는 종종 안부를 물어보곤 하는데 지난 23일에도 안부 전화를 걸었다가 박항서 감독의 긴급 호출 소식을 알게 됐다.

"베트남에서 선수들 부상 부위와 몸 상태를 좀 봐달라고 전화가 왔더라고. 어떻게 해, 여기 일 좀 조정해서라도 가서 도와줘야지."

최주영 닥터는 26일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약 일주일가량 박항서 감독과 대표팀을 만나고 귀국할 예정이다.

박항서 '신화 창조 2탄' vs 손흥민 '병역 면제 신호탄'

박항서 감독이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는 사실은 우리 대표팀엔 조금은 좋지 않은 소식이다. 우리나라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외국에서 최고 활약을 펼치길 바라는 마음은 물론 있지만, 우리 대표팀은 박항서 감독과 아시안게임 16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은 E조에 속해 있는데 E조 1위와 D조 2위가 16강에서 격돌한다. 현재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은 E조 1위, 베트남은 D조 2위 (1위는 일본으로 예상)에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한국은 손흥민과 조현우 등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했던 주요선수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한국을 만날 경우 고전이 예상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지난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2연속 우승을 노린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가정에 불과하지만, 만약 우리 대표팀과 베트남이 16강전에서 만난다면? 박항서 감독의 매직과 손흥민의 금메달을 향한 열망이 아시안게임 역사에 남을 불꽃이 튀는 명승부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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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항서 매직 2탄’일까, 손흥민의 ‘금메달 열망’일까
    • 입력 2018-07-27 17:31:41
    취재K
▲ 2002월드컵대표팀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히딩크 감독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박항서 코치, 왼쪽에 서 있는 최주영 의무팀장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베트남 축구의 영웅이다. 상상도 못 한 일을 해낸, 그래서 기적을 일으킨 사나이로 평가받았고 베트남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우리에겐 2002한일월드컵 폴란드전에서 황선홍이 선제골을 넣고 벤치로 달려가 품에 안긴 인물로 기억된다. 주인공은 바로 현재 베트남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다.

드라마 같던 준우승과 베트남의 열광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우리를 처음 놀라게 했다. 국내 축구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을 지휘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소식이었다. 박항서 감독은 그로부터 3개월 뒤 우리를 훨씬 큰 충격에 빠뜨렸다. 올해 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준우승에 올려놓은 것이다. 베트남이 AFC 주관 공식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결승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2대 1로 아쉽게 졌지만, 베트남의 준우승은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폭설이 내린 경기장에서 먼저 실점하고도 신경전까지 펼칠 정도로 치열했던 경기에서 집념으로 동점을 만든 베트남 대표팀의 투혼은 패배라는 결과와 관계없이 박수를 받았고 경기 뒤 라커룸에서 박항서 감독이 선수 한 명 한 명을 끌어안아 다독여주고 선수들에게 건넨 메시지가 공개되자, 베트남 국민들은 그에게 열광했다. 당시 그가 던진 말은 "고개 숙이지 마라,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나는 너희가 정말 자랑스럽다." 짧지만, 감동적이었다.

재미 들린(?) 신화 창조 '이번엔 AG 메달'

말로 형언키 어려울 만큼 짜릿한 쾌감이었을 것이다. 베트남 축구 역사에 없던 새로운 기록을 쓰며 신화를 창조했다. 국가적 열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찬사를 받은 이런 성취감은 계속 느끼고 싶은 법. 박항서 감독은 이제 다음 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메달을 노린다. 베트남은 일본, 파키스탄, 네팔과 함께 D조에 속해있다. AFC 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룬 선수들과 같은 또래인 23세 이하라고 해도, 아시안게임은 분명 수준이 다른 대회. 게다가 강호 일본이 있다.

베트남 대표팀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박항서 감독
긴급 요청 SOS! 응답하라 2002 최주영 의무

대표팀 감독 부임 때부터 박항서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객관적 전력이 약한 우리 대표팀이 강철 체력을 내세워 4강에 오른 경험 때문이었다. 박항서 감독의 눈에 베트남 선수들은 체격 조건이 작은 데다, 저체중에 상체가 빈약했다. 이에 특별 관리에 들어갔다. 선수들을 근육질로 변신시키기 위해 먹는 것부터 신경을 썼다. 우유, 두부, 생선, 고기 등 고단백질을 위주로 식단을 구성했고 훈련 시간 이후에는 근력 강화운동도 시켰다.

2002한일월드컵 미국전 황선홍 부상에 응급 처치 중인 최주영 전 의무팀장
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인 이번엔 특급 지원군에게 SOS! 요청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함께 대표팀을 지원한 최주영 의무팀장에게 베트남 현지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옛 동료의 긴급 호출(?)에 최주영 전 의무팀장은 고민도 없이 특유의 발랄한 어투로 "오케이!" 했다. 현재 자신이 맡은 스포츠재활센터 일도 잠시 미뤄뒀다.

2010년부터 축구대표팀 훈련장과 각종 대회 현장에서 자주 만난 최주영 닥터 (의무팀장이란 딱딱한 직함보다 더 자연스러운 호칭, 더 나아가 최주영 닥터는 선수들에게 쌤~이라고 불릴 때가 가장 행복해 보인다.)와는 종종 안부를 물어보곤 하는데 지난 23일에도 안부 전화를 걸었다가 박항서 감독의 긴급 호출 소식을 알게 됐다.

"베트남에서 선수들 부상 부위와 몸 상태를 좀 봐달라고 전화가 왔더라고. 어떻게 해, 여기 일 좀 조정해서라도 가서 도와줘야지."

최주영 닥터는 26일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약 일주일가량 박항서 감독과 대표팀을 만나고 귀국할 예정이다.

박항서 '신화 창조 2탄' vs 손흥민 '병역 면제 신호탄'

박항서 감독이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는 사실은 우리 대표팀엔 조금은 좋지 않은 소식이다. 우리나라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외국에서 최고 활약을 펼치길 바라는 마음은 물론 있지만, 우리 대표팀은 박항서 감독과 아시안게임 16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은 E조에 속해 있는데 E조 1위와 D조 2위가 16강에서 격돌한다. 현재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은 E조 1위, 베트남은 D조 2위 (1위는 일본으로 예상)에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한국은 손흥민과 조현우 등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했던 주요선수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한국을 만날 경우 고전이 예상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지난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2연속 우승을 노린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가정에 불과하지만, 만약 우리 대표팀과 베트남이 16강전에서 만난다면? 박항서 감독의 매직과 손흥민의 금메달을 향한 열망이 아시안게임 역사에 남을 불꽃이 튀는 명승부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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