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재점화된 종업원 집단 탈북…쟁점과 해법은?

입력 2018.07.28 (07:49) 수정 2018.07.2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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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 달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북한이 또다시 여종업원 집단 탈북 문제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특히 탈북 과정에서 우리 정보기관이 개입했다는 증언과 정황이 나오면서 이들이 한국행을 알았는지, 또 이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는지를 놓고도 많은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를 놓고도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데요.

이번 주 이슈앤 한반도에서는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의 쟁점과 해법 짚어봤습니다.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판문점 북측 지역 판문각 앞에서 북한 주민들의 시위가 한창입니다.

2016년 중국의 한 북한 식당에서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 12명의 가족과 동료들입니다.

남한 당국이 이들을 납치했다며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탈북 종업원 동료 : "우리 동무들을 지체 없이 송환해야 합니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지난 1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은 이들의 송환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에선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면서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달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북한은 최근 관영매체와 각종 선전매체들을 동원해 또다시 이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여종업원 송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조선중앙통신도 이 문제의 처리 여부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남측의 판문점 선언 이행과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가늠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이 문제를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시켜 대남 협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그동안 북측은 남측으로부터 북한의 인권 개선이라든가 또 비인도적인 처사 뭐 여러 가지 유엔총회에서의 인권결의안 등으로 인해서 상당히 수세에 몰렸습니다. 특히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요구에 대해 상당한 정도로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아러한 이산가족상봉을 일종에 기피 내지는 지연시키는 하나의 소재로서 기획납치된 여종업원들의 송환이 없이는 이산가족상봉을 확대할 수 없다라는 하나의 조건부 소재로서 또 기획탈북 여종업원 사건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내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2명이 집단 탈북해 입국하는 장면입니다.

해외 북한 식당 근로자들의 첫 집단 탈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갑작스레 일어난 일인 만큼 의혹의 시선도 있었는데요.

북한은 '유인 납치극'이라 주장하며 송환을 지속적으로 한 반면, 우리 정부는 이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탈북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16년 4월7일, 중국 저장성의 한 북한 식당에 근무하던 여종업원 12명이 남성 지배인 1명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정부는 이튿날 이 사실을 공개하며 이들 모두가 집단 탈북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준희/당시 통일부 대변인/2016년 : "한 종업원은 '한국에 오는 것에 대해 서로 마음이 통했으며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주로 중산층 이상의 출신 성분 좋은 사람들로 선발되는 해외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폭 강화된 대북 제재와 맞물려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침묵하던 북한은 탈북 종업원들이 입국한 지 닷새 뒤 적십자회 담화를 발표하고 유인 납치라는 주장을 처음 제기했습니다.

이어 CNN, AP 등 외신을 통해 연이어 가족들의 인터뷰를 내보내며 납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탈북 종업원 가족 : "우리 자식들이 자유의사에 따른 탈북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왜 부모들 앞에 떳떳이 내놓지 못하나."]

이 사건 뒤 평양으로 송환된 다른 종업원들도 이들이 동남아에서 식당을 하자는 지배인의 말에 속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탈북 종업원 동료 : ""조국의 지시에 따라서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식당에 가서 우리가 영업하기 때문에 그렇게 알라"고 모든 동무들에게 지시를 줬기 때문에..."]

총선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일어난 집단 탈북 사건에 대해 국내외 일각에선 기획 탈북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기획 탈북 논란은 여종업원들의 탈북을 이끌었던 식당 매니저 허모 씨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불거졌습니다.

지난 5월, 허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 직원이 종업원들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변은 북한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기획한 것이라며 검찰에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과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을 고발했습니다.

[장경욱/변호사/민변 기획 탈북 의혹 사건 TF 팀장 : "한국에 자발적으로 온 게 아니기 때문에 그것은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한 거라고 해서 직권남용죄.. 당시에 4.13총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에서 통일부에 요청해서 이것을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케 합니다. 이 부분은 공직선거법 위반 또 국정원법상에 정치관여제 이런 것들이 적용이 되고요."]

북한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국정원이 이를 기획하고 이 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이 실제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민변은 4.13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통일부가 이들의 입국 사실을 하루 만에 이례적으로 보도했고, 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짧은 시간에 탈북하기는 어렵다며 정보기관의 도움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장경욱/변호사/민변 기획 탈북 의혹 사건 TF 팀장 : "보통의 일반 탈북자들이 육로를 거쳐서 몇 달이 걸려서 또는 태국에 이르러서도 태국의 이민보호감호소에서 조사를 하는데도 한 달 여 걸리고 거기 많은 탈북자들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순서도 있고 이렇게 대기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경우는 제3국을 통해서 거의 하루만에 왔습니다."]

식당 지배인 허모 씨도 남북의 창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원래 국정원의 협력자였다며, 종업원들을 데려 오지 않으면 국정원에 협력해왔다는 사실을 북한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탈북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허OO/탈북 종업원 지배인 : "정 간다면 내가 그저 아내하고 조용히 가겠다 이렇게 했는데 (종업원들을) 같이 안 데리고 오면 오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너 안 오면 북한 대사관에 이때까지 우리 첩자 일을 한 걸 다 고해바치겠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한 대북 소식통은 군 정보사가 초기 과정을 주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보사 요원이 지배인과 종업원들을 식당에서 빼냈고, 국정원이 제3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부터 개입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즉답을 피했고 국정원 역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두 번째 쟁점은 탈북 종업원들이 한국행을 알고 이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는지 여부입니다.

지배인 허모 씨는 대다수 여종업원들이 제3국의 한국 대사관에 도착해서야 한국으로 가는 걸 알게 됐다며, 탈북 직후부터 국정원이 여종업원과의 만남을 막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허OO/탈북 종업원 지배인 : "신변 보호관들이 계속 종업원들을 감시하고, 움직이면 누굴 만났냐, 뭘 말했냐 이렇게 따지는데 어떻게 이렇게 집단이 서로 만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종업원들 만나러 찾으러 가면 미리 빼돌리고..."]

탈북 여종업원들을 만난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 역시 이들 중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한국에 오게 됐다고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통일부의 주장은 다릅니다.

통일부는 국정원이 면담을 차단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며 오히려 여종업원들이 신분 노출 등의 이유로 만남을 꺼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조명균/통일부 장관/7월 25일/외통위 전체회의 : "종업원들 중에 2명을 저희가 만나봤습니다. (다 만나지 않고요?) 저희가 만나려고 시도를 했습니다만 그 종업원들이 저희가 볼 때에는 우리 남측 당국을 만나려는 것도 피하고 있다라고..."]

또 종업원들은 한국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현재 집단 탈북이 국정원 기획 작품이란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엔 차원의 진상조사 권고가 있었고, 군 정보사 개입 의혹까지 새롭게 제기된 만큼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기획 탈북 논란이 다시 불붙고 북한의 송환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탈북 종업원 중 일부는 북한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수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납치를 인정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모두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국민이라는 점도 돌려보낼 수 없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13명의 탈북종업원들은 한국국민입니다. 일단 한국국민으로 확정이 된 이상은 이들이 북한으로 가는 것은 그것은 법적으로 또 위반이 됩니다. 그것은 여러 가지 국가보안법 한국의 헌법 또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다양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이 일부만 돌아간다면 남측에 남는 종업원들의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정부의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만약 정부가 북송을 결정할 경우 3만 명 넘는 탈북민 사회가 겪게 될 동요와 불안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확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기획 탈북인지, 아니면 자진 탈북인지 여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당사자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이들의 거취를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탈북 여종업원들을 면담한 유엔 북한 인권 특별 보고관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UN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 : "인권 특별보고관 입장에서 말하자면 피해자들의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대한민국에 남든 다른 결정을 하든 그들의 개인적인 결정을 존중해야 합니다."]

[김병로/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 "그 얘기가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당신의 가족이라 생각하고 이 문제를 풀어달라는 거거든요. 저는 그 부분이 우리가 이 문제를 풀어내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정치적인 문제나 또 체제경쟁 차원 이런 걸 떠나서 정말 이 사람들의 참된 인권 또 가족권이라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고 풀어내려고 하면 저는 거기에 해답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여종업원 집단 탈북 문제 해결을 국제기구에 맡기겠다는 뜻을 밝히며 계속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정부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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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재점화된 종업원 집단 탈북…쟁점과 해법은?
    • 입력 2018-07-28 08:29:09
    • 수정2018-07-28 08:42:01
    남북의 창
앵커]

다음 달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북한이 또다시 여종업원 집단 탈북 문제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특히 탈북 과정에서 우리 정보기관이 개입했다는 증언과 정황이 나오면서 이들이 한국행을 알았는지, 또 이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는지를 놓고도 많은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를 놓고도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데요.

이번 주 이슈앤 한반도에서는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의 쟁점과 해법 짚어봤습니다.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판문점 북측 지역 판문각 앞에서 북한 주민들의 시위가 한창입니다.

2016년 중국의 한 북한 식당에서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 12명의 가족과 동료들입니다.

남한 당국이 이들을 납치했다며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탈북 종업원 동료 : "우리 동무들을 지체 없이 송환해야 합니다. 정말 보고 싶습니다!"]

지난 1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은 이들의 송환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에선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면서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달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북한은 최근 관영매체와 각종 선전매체들을 동원해 또다시 이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여종업원 송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조선중앙통신도 이 문제의 처리 여부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남측의 판문점 선언 이행과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가늠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이 문제를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시켜 대남 협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그동안 북측은 남측으로부터 북한의 인권 개선이라든가 또 비인도적인 처사 뭐 여러 가지 유엔총회에서의 인권결의안 등으로 인해서 상당히 수세에 몰렸습니다. 특히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요구에 대해 상당한 정도로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아러한 이산가족상봉을 일종에 기피 내지는 지연시키는 하나의 소재로서 기획납치된 여종업원들의 송환이 없이는 이산가족상봉을 확대할 수 없다라는 하나의 조건부 소재로서 또 기획탈북 여종업원 사건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내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2명이 집단 탈북해 입국하는 장면입니다.

해외 북한 식당 근로자들의 첫 집단 탈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갑작스레 일어난 일인 만큼 의혹의 시선도 있었는데요.

북한은 '유인 납치극'이라 주장하며 송환을 지속적으로 한 반면, 우리 정부는 이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탈북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16년 4월7일, 중국 저장성의 한 북한 식당에 근무하던 여종업원 12명이 남성 지배인 1명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정부는 이튿날 이 사실을 공개하며 이들 모두가 집단 탈북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준희/당시 통일부 대변인/2016년 : "한 종업원은 '한국에 오는 것에 대해 서로 마음이 통했으며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주로 중산층 이상의 출신 성분 좋은 사람들로 선발되는 해외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폭 강화된 대북 제재와 맞물려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침묵하던 북한은 탈북 종업원들이 입국한 지 닷새 뒤 적십자회 담화를 발표하고 유인 납치라는 주장을 처음 제기했습니다.

이어 CNN, AP 등 외신을 통해 연이어 가족들의 인터뷰를 내보내며 납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탈북 종업원 가족 : "우리 자식들이 자유의사에 따른 탈북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왜 부모들 앞에 떳떳이 내놓지 못하나."]

이 사건 뒤 평양으로 송환된 다른 종업원들도 이들이 동남아에서 식당을 하자는 지배인의 말에 속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탈북 종업원 동료 : ""조국의 지시에 따라서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식당에 가서 우리가 영업하기 때문에 그렇게 알라"고 모든 동무들에게 지시를 줬기 때문에..."]

총선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일어난 집단 탈북 사건에 대해 국내외 일각에선 기획 탈북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기획 탈북 논란은 여종업원들의 탈북을 이끌었던 식당 매니저 허모 씨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불거졌습니다.

지난 5월, 허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원 직원이 종업원들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변은 북한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기획한 것이라며 검찰에 이병호 당시 국정원장과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을 고발했습니다.

[장경욱/변호사/민변 기획 탈북 의혹 사건 TF 팀장 : "한국에 자발적으로 온 게 아니기 때문에 그것은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한 거라고 해서 직권남용죄.. 당시에 4.13총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에서 통일부에 요청해서 이것을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케 합니다. 이 부분은 공직선거법 위반 또 국정원법상에 정치관여제 이런 것들이 적용이 되고요."]

북한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국정원이 이를 기획하고 이 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이 실제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민변은 4.13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통일부가 이들의 입국 사실을 하루 만에 이례적으로 보도했고, 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짧은 시간에 탈북하기는 어렵다며 정보기관의 도움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장경욱/변호사/민변 기획 탈북 의혹 사건 TF 팀장 : "보통의 일반 탈북자들이 육로를 거쳐서 몇 달이 걸려서 또는 태국에 이르러서도 태국의 이민보호감호소에서 조사를 하는데도 한 달 여 걸리고 거기 많은 탈북자들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순서도 있고 이렇게 대기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경우는 제3국을 통해서 거의 하루만에 왔습니다."]

식당 지배인 허모 씨도 남북의 창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원래 국정원의 협력자였다며, 종업원들을 데려 오지 않으면 국정원에 협력해왔다는 사실을 북한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탈북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허OO/탈북 종업원 지배인 : "정 간다면 내가 그저 아내하고 조용히 가겠다 이렇게 했는데 (종업원들을) 같이 안 데리고 오면 오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너 안 오면 북한 대사관에 이때까지 우리 첩자 일을 한 걸 다 고해바치겠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한 대북 소식통은 군 정보사가 초기 과정을 주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보사 요원이 지배인과 종업원들을 식당에서 빼냈고, 국정원이 제3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부터 개입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즉답을 피했고 국정원 역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두 번째 쟁점은 탈북 종업원들이 한국행을 알고 이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는지 여부입니다.

지배인 허모 씨는 대다수 여종업원들이 제3국의 한국 대사관에 도착해서야 한국으로 가는 걸 알게 됐다며, 탈북 직후부터 국정원이 여종업원과의 만남을 막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허OO/탈북 종업원 지배인 : "신변 보호관들이 계속 종업원들을 감시하고, 움직이면 누굴 만났냐, 뭘 말했냐 이렇게 따지는데 어떻게 이렇게 집단이 서로 만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종업원들 만나러 찾으러 가면 미리 빼돌리고..."]

탈북 여종업원들을 만난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 역시 이들 중 일부는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한국에 오게 됐다고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통일부의 주장은 다릅니다.

통일부는 국정원이 면담을 차단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며 오히려 여종업원들이 신분 노출 등의 이유로 만남을 꺼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조명균/통일부 장관/7월 25일/외통위 전체회의 : "종업원들 중에 2명을 저희가 만나봤습니다. (다 만나지 않고요?) 저희가 만나려고 시도를 했습니다만 그 종업원들이 저희가 볼 때에는 우리 남측 당국을 만나려는 것도 피하고 있다라고..."]

또 종업원들은 한국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자유의사에 따라 입국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현재 집단 탈북이 국정원 기획 작품이란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엔 차원의 진상조사 권고가 있었고, 군 정보사 개입 의혹까지 새롭게 제기된 만큼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기획 탈북 논란이 다시 불붙고 북한의 송환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탈북 종업원 중 일부는 북한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수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납치를 인정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모두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국민이라는 점도 돌려보낼 수 없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남성욱/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13명의 탈북종업원들은 한국국민입니다. 일단 한국국민으로 확정이 된 이상은 이들이 북한으로 가는 것은 그것은 법적으로 또 위반이 됩니다. 그것은 여러 가지 국가보안법 한국의 헌법 또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다양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이 일부만 돌아간다면 남측에 남는 종업원들의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정부의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만약 정부가 북송을 결정할 경우 3만 명 넘는 탈북민 사회가 겪게 될 동요와 불안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확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기획 탈북인지, 아니면 자진 탈북인지 여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당사자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이들의 거취를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탈북 여종업원들을 면담한 유엔 북한 인권 특별 보고관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UN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 : "인권 특별보고관 입장에서 말하자면 피해자들의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대한민국에 남든 다른 결정을 하든 그들의 개인적인 결정을 존중해야 합니다."]

[김병로/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 "그 얘기가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당신의 가족이라 생각하고 이 문제를 풀어달라는 거거든요. 저는 그 부분이 우리가 이 문제를 풀어내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정치적인 문제나 또 체제경쟁 차원 이런 걸 떠나서 정말 이 사람들의 참된 인권 또 가족권이라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고 풀어내려고 하면 저는 거기에 해답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여종업원 집단 탈북 문제 해결을 국제기구에 맡기겠다는 뜻을 밝히며 계속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정부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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