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대법원의 거짓말…“특활비, 법관 개인에게 지급 안해요”

입력 2018.07.29 (19:24) 수정 2018.07.2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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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특수활동비가 얼마에요"
"금년도에 처음 3억 편성돼 있습니다."
"이걸 법관들한테 지급할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법원도 인원이 2만 명에 육박하고 직무감찰이나 이런 활동 때문에 기밀성 있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1인당 얼마씩 지급할 계획입니까?"
"1인당 지급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조사 활동을 할 때 수요에 맞춰서 집행합니다."

대법원 "특수활동비, 법관들에게 개인 지급 안 해요"

2015년 10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진태 당시 법사위원과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이 주고받은 대화입니다. 2016년도 대법원 예산안을 심사하기 위한 이 회의에서 김 위원은 대법원의 특수활동비 사용처를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을 대신해 박 전 처장이 특활비는 법관들에게 1인당 지급하지 않는다고 항변합니다. 이 말은 사실일까요?

대법원의 거짓말...특활비 9억 6천만원 대법원장·대법관 등에 개인지급

KBS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특활비가 처음 예산으로 편성된 2015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법원의 특활비 지급결의서를 입수했습니다. 분석 결과, 특활비는 3년 5개월 동안 모두 9백여 차례에 걸쳐 모두 9억 6천여만원이 지급됐습니다. 이 돈을 받은 사람들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법원행정처 간부 등 모두 31명이었습니다.


박 전 처장이 국회에 출석해 법관 개인에게 지급하지 않는다고 했던 건 거짓말이었던 겁니다. 특수활동비는 전액 현금으로 인출돼, 법원행정처의 재무담당관을 통해 전달된다고 합니다. 대법원도 KBS의 질의에 "특활비는 개인에게 현금으로 지급된다"면서도, "특활비 수령자에게 영수 확인을 받지만, 사용처와 관련해 영수증을 제출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2억 2천만 원...'상고법원 로비용?'

영수증 없이 아무데서나 누구에게 써도 되는 특활비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었습니다. 양 전 원장은 2015년 1월부터 퇴임일인 2017년 9월 22일까지 총 2억 2천여만원을 받았습니다. 한 해에 7천~8천만원 가량을 받은 셈입니다. 2015년 내역을 살펴보니, 양 전 원장은 4월엔 적게는 70만원에서 많게는 140만원까지 총 4차례에 걸쳐 4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6월엔 천만원, 7월 880만원, 8월 천7만원, 9월엔 천285만원으로 수령 횟수도 10차례 안팎으로 늘어난 것은 물론 수령액도 급격히 증가합니다.

2015년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양승태 사법부가 홍보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해입니다. 특활비가 로비용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특히, 2015년 8월은 양 전 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를 한 때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를 전후해 양 전 원장의 특활비 수령액이 급증하는 것과 관련해, 참여연대는 오늘(29일) '대법원 특활비 지급내역 분석 보고서'를 통해 "당시 지급된 특활비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로비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대법관들은?...법원행정처장 6천~9천여만원 수령

양 전 원장에 이어 특활비를 많이 받은 사람은 고영한 대법관입니다. 지금까지 모두 9천여만원을 수령했습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과 김소영 대법관 등도 각각 6천여 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모두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한 분들입니다. 이밖에 다른 대법관들은 한 달에 꼬박꼬박 100만원씩, 1년에 천200만원을 특활비로 고정적으로 받았습니다. 그 외에는 법원행정처의 기조실장이나 사법정책실장 등에게 이따금씩 수백만원이 지급됐습니다.

'특활비는 기밀성 경비'...대법원에 특활비 필요할까?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
기획재정부가 발간하는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지침상의 특수활동비 규정입니다. 대법원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는' 법관들이 모여 공개재판을 하는 곳입니다. 대법원은 사법부도 윤리감사나 직무감찰 등을 위해 밀행성 있는 활동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특수활동비 지급 내역을 보면 여기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김명수 사법부'의 법원행정처는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거짓말에 대해서도 "전임 법원행정처의 답변에 관해 구체적으로 확인하거나 설명드리기 적절하지 않은 점에 대해 양해를 바란다"면서도,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은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이라 제공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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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대법원의 거짓말…“특활비, 법관 개인에게 지급 안해요”
    • 입력 2018-07-29 19:24:59
    • 수정2018-07-29 19:39:25
    취재후·사건후
"법원의 특수활동비가 얼마에요"
"금년도에 처음 3억 편성돼 있습니다."
"이걸 법관들한테 지급할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법원도 인원이 2만 명에 육박하고 직무감찰이나 이런 활동 때문에 기밀성 있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1인당 얼마씩 지급할 계획입니까?"
"1인당 지급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조사 활동을 할 때 수요에 맞춰서 집행합니다."

대법원 "특수활동비, 법관들에게 개인 지급 안 해요"

2015년 10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진태 당시 법사위원과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이 주고받은 대화입니다. 2016년도 대법원 예산안을 심사하기 위한 이 회의에서 김 위원은 대법원의 특수활동비 사용처를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을 대신해 박 전 처장이 특활비는 법관들에게 1인당 지급하지 않는다고 항변합니다. 이 말은 사실일까요?

대법원의 거짓말...특활비 9억 6천만원 대법원장·대법관 등에 개인지급

KBS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특활비가 처음 예산으로 편성된 2015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법원의 특활비 지급결의서를 입수했습니다. 분석 결과, 특활비는 3년 5개월 동안 모두 9백여 차례에 걸쳐 모두 9억 6천여만원이 지급됐습니다. 이 돈을 받은 사람들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법원행정처 간부 등 모두 31명이었습니다.


박 전 처장이 국회에 출석해 법관 개인에게 지급하지 않는다고 했던 건 거짓말이었던 겁니다. 특수활동비는 전액 현금으로 인출돼, 법원행정처의 재무담당관을 통해 전달된다고 합니다. 대법원도 KBS의 질의에 "특활비는 개인에게 현금으로 지급된다"면서도, "특활비 수령자에게 영수 확인을 받지만, 사용처와 관련해 영수증을 제출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2억 2천만 원...'상고법원 로비용?'

영수증 없이 아무데서나 누구에게 써도 되는 특활비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었습니다. 양 전 원장은 2015년 1월부터 퇴임일인 2017년 9월 22일까지 총 2억 2천여만원을 받았습니다. 한 해에 7천~8천만원 가량을 받은 셈입니다. 2015년 내역을 살펴보니, 양 전 원장은 4월엔 적게는 70만원에서 많게는 140만원까지 총 4차례에 걸쳐 4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6월엔 천만원, 7월 880만원, 8월 천7만원, 9월엔 천285만원으로 수령 횟수도 10차례 안팎으로 늘어난 것은 물론 수령액도 급격히 증가합니다.

2015년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양승태 사법부가 홍보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해입니다. 특활비가 로비용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특히, 2015년 8월은 양 전 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를 한 때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를 전후해 양 전 원장의 특활비 수령액이 급증하는 것과 관련해, 참여연대는 오늘(29일) '대법원 특활비 지급내역 분석 보고서'를 통해 "당시 지급된 특활비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로비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대법관들은?...법원행정처장 6천~9천여만원 수령

양 전 원장에 이어 특활비를 많이 받은 사람은 고영한 대법관입니다. 지금까지 모두 9천여만원을 수령했습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과 김소영 대법관 등도 각각 6천여 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모두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한 분들입니다. 이밖에 다른 대법관들은 한 달에 꼬박꼬박 100만원씩, 1년에 천200만원을 특활비로 고정적으로 받았습니다. 그 외에는 법원행정처의 기조실장이나 사법정책실장 등에게 이따금씩 수백만원이 지급됐습니다.

'특활비는 기밀성 경비'...대법원에 특활비 필요할까?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
기획재정부가 발간하는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지침상의 특수활동비 규정입니다. 대법원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는' 법관들이 모여 공개재판을 하는 곳입니다. 대법원은 사법부도 윤리감사나 직무감찰 등을 위해 밀행성 있는 활동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특수활동비 지급 내역을 보면 여기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김명수 사법부'의 법원행정처는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거짓말에 대해서도 "전임 법원행정처의 답변에 관해 구체적으로 확인하거나 설명드리기 적절하지 않은 점에 대해 양해를 바란다"면서도,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은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이라 제공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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