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기업 직행 비법은?…‘공정위의 은밀한 인사관리’

입력 2018.07.30 (15:33) 수정 2018.07.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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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퇴직자 재취업을 위한 이른바 '경력 관리'를 길게는 퇴직 5년 전부터 조직적으로 해준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KBS가 입수한 공정위 인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취업 심사를 통과해 민간에 취업한 공정위 퇴직자 41명 가운데 최소 30명이 경력관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2015년 12월 퇴직한 이후 ㈜만도에 비상근고문으로 취업한 A과장은 2010년부터 경력관리를 받았습니다.

A과장은 기획재정담당관실, 지식재산위원회 파견,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 공로연수를 차례로 거치며, 기업과 관련이 없는 이른바 '비경제부서'를 전전했습니다.

2012년 3월 기업 조사 권한이 있는 제조하도급개선과로 발령을 받았지만, 18일 만에 지식재산위원회로 파견됐습니다.

B과장은 지난해 1월 퇴직한 후 법무법인 광장에 전문위원으로 취직했는데, 퇴직 5년 전부터 국외훈련, 위원장 비서실, 창조행정법무담당관실을 거쳤습니다.

C과장은 송무담당관실, 경찰대 파견, 소비자안전정보과, 운영지원과, 광주사무소를 거쳐 2016년 9월 퇴직 후 포스코건설 자문역으로 취업했습니다.

이렇게 경력관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30명은 퇴직 3~5년 전부터 비경제부서에서만 근무하거나, 기업과 연관이 있는 부서에서 근무할 때는 근무기간을 짧게 하는 수법으로 관리를 받았습니다.

경력관리는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 등 수뇌부의 지시 아래 운영지원과 주도로 실행된 걸로 보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처마다 다르지만, 공정위의 경우 과장급 이상 인사는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이 결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경력관리를 받은 공정위 퇴직자들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사를 손쉽게 통과했습니다. 공직자윤리법에서는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으면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 혹은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곳에 취업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의 심사를 받아 통과한 경우는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더라도 취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활용할 수 있도록 경력관리를 해준 겁니다.

공정위의 이러한 행태는 공직자윤리법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는데, 경력관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경력관리용 보직을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엔 재취업 관행이 없어졌다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관련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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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30 15:33:48
    • 수정2018-07-30 17:22:59
    경제
공정거래위원회가 퇴직자 재취업을 위한 이른바 '경력 관리'를 길게는 퇴직 5년 전부터 조직적으로 해준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KBS가 입수한 공정위 인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취업 심사를 통과해 민간에 취업한 공정위 퇴직자 41명 가운데 최소 30명이 경력관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2015년 12월 퇴직한 이후 ㈜만도에 비상근고문으로 취업한 A과장은 2010년부터 경력관리를 받았습니다.

A과장은 기획재정담당관실, 지식재산위원회 파견,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 공로연수를 차례로 거치며, 기업과 관련이 없는 이른바 '비경제부서'를 전전했습니다.

2012년 3월 기업 조사 권한이 있는 제조하도급개선과로 발령을 받았지만, 18일 만에 지식재산위원회로 파견됐습니다.

B과장은 지난해 1월 퇴직한 후 법무법인 광장에 전문위원으로 취직했는데, 퇴직 5년 전부터 국외훈련, 위원장 비서실, 창조행정법무담당관실을 거쳤습니다.

C과장은 송무담당관실, 경찰대 파견, 소비자안전정보과, 운영지원과, 광주사무소를 거쳐 2016년 9월 퇴직 후 포스코건설 자문역으로 취업했습니다.

이렇게 경력관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30명은 퇴직 3~5년 전부터 비경제부서에서만 근무하거나, 기업과 연관이 있는 부서에서 근무할 때는 근무기간을 짧게 하는 수법으로 관리를 받았습니다.

경력관리는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 등 수뇌부의 지시 아래 운영지원과 주도로 실행된 걸로 보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부처마다 다르지만, 공정위의 경우 과장급 이상 인사는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이 결정한다"고 말했습니다.

경력관리를 받은 공정위 퇴직자들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사를 손쉽게 통과했습니다. 공직자윤리법에서는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으면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 혹은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곳에 취업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의 심사를 받아 통과한 경우는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더라도 취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활용할 수 있도록 경력관리를 해준 겁니다.

공정위의 이러한 행태는 공직자윤리법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는데, 경력관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경력관리용 보직을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엔 재취업 관행이 없어졌다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관련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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