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의 최강시사] 공지영 “인간 내면의 적폐 청산돼야 진정한 승리”

입력 2018.08.01 (11:47) 수정 2018.08.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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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8년 8월 1일(수요일)
■ 출연자 : 공지영(소설가)




- <해리>, 정의 부르짖으며 약자 짓밟는 사람 고발한 소설
- 공공의 악을 핑계로 내면의 악을 합리화 시키는 시대 열려
- 설화에 시달리다보니 느끼는 부분 다 표현 못해
- 좋은 사람 잘되고 나쁜 사람 제대로 벌 받는 사회됐으면


▶ 최강욱 : 소설가 공지영 씨가 최근 새 장편소설 <해리>를 발표했습니다. 공지영 작가는 이 책에 대해 어떤 악녀에 관한 보고서라고 소개하셨는데요. 공지영 작가 연결해서 신작 <해리>에 관한 얘기 나눠봅니다. 공 작가님, 안녕하세요?

▷ 공지영 :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 최강욱 : 반갑습니다. 드디어 나오셨네요. 고맙습니다. 새 장편소설 <해리>를 내놓으셨는데요. 책 소개 좀 간단하게 해 주시죠, 먼저.

▷ 공지영 : 아까 말씀하셨지만 어떤 악녀에 관한 보고서이고요. 그 악녀의 악행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의 어떤 악들 그리고 그 주변의 피해자들은 과연 선하기만 한가. 이런 이야기입니다. ‘해리’라는 것이 ‘해리성 인격장애’에서 따온 그 ‘해리’이고 여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해리’라는 것은 그러니까 산산이 흩어져 이중적, 삼중적으로 드러난다는 그런 의미를 갖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인간이 갖춘 어떤 이중적, 삼중적 이런 것들이 사회 속에서 발화될 때 그리고 또 그런 것들이 권력을 가질 때 어떻게 약자들이 약탈하고 이렇게 되는가, 이런 것에 대한 탐구? 이렇게 읽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최강욱 : 이 제목은 작가님이 붙이신 거죠? <해리>는?

▷ 공지영 : 제가 붙이죠.

▶ 최강욱 : 그런데 이게 참 예쁜 이름인데 들어 있는 내용은 여러 가지 욕망도 얽혀 있고 문제점이 드러나고 이런 소설이 될 것 같아서 참 좋은 제목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 공지영 : 감사합니다.

▶ 최강욱 : 이 소설의 배경이 된 사건들이 있었을까요?

▷ 공지영 : 예, 우선 제가 가장 드러나게 밝힐 수 있는 사건은 대구 천주교구가 책임을 맡고 있었지만 9년 동안 312명의 장애인들이 비참하게 죽어갔던 대구 희망원 사건이 가장 아마 크고 중요한 모티브가 될 것이고요. 그 이외에 제가 취재했던 전주의 봉침 여목사 사건이라든가 아니면 카톨릭의 비리들 그다음에 혹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영향력을 끼치는 SNS 주자들의 위선들, 이런 것들을 제가 버무려서 전체적인 이 사회의 문제점 같은 것들을 한번 생각해보는 그런 소설을 새로 발표했습니다.

▶ 최강욱 : 그러시군요. 이게 작가님께서 직접 사건 현장에 가서 취재하신 내용들이 많이 모티브가 됐던 것 같은데 이 소설에서 특히 어려웠던 점들이 많이 있으실 것 같아요. 또 독실한 카톨릭 신자라고 알려져 있으신데 카톨릭 내부 문제가 또 등장을 하고 이러다 보니까.

▷ 공지영 :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그냥 제가 알고 있는 또 수많은 열심히 살아가시는 가난하고 선량하신 신부님들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제가 카톨릭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여기서 이 매스를 들이대지 않으면 우리가 정말 다 같이 멸망할 것 같은 그런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좀 과감하게 제가 매스를 들이댔고요. 뒤에 가시면 또 여러 가지 희망도 좀 나옵니다.

▶ 최강욱 : 알겠습니다. 아까 위선이라는 용어를 쓰신 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는데 우리가 선이라고 생각했던 영역의 이면에 다른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 충격이 참 크잖아요. 특히 작가님께서 이번 작품을 통해서 현실에서 발생하는 그런 위선들을 고발하고 또 싸우는 모습, 이런 것들을 보여주시고자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또 싸워서 이긴다는 게 더더욱 어려운 일이잖아요. 어떻게 보세요?

▷ 공지영 :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끔 생각하게 되는데 이긴다는 것은 그럼 또 과연 무엇일까. 그러니까 예를 들면 판결이 뒤집어지고 정권이 바뀌고 물론 이런 것들이 생기겠죠. 하지만 우리의 의식 속에서 점차점차 자리 잡는 그것은 말하자면 어떻게 선포하고 드러내고 빛을 비추고 이런 것만으로도 사실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 이것이 사실은 작가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승리가 아닐까. 거꾸로 이야기하면 선거에서 아무리 이기고 정권이 바뀌고 판결이 뒤집어져도 사실은 우리 마음속 깊숙하게 있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적폐들이 정말로 청산되지 않으면 그것이 과연 승리라고 또 얘기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도 함께 좀 이 책에서 담아봤습니다.

▶ 최강욱 : <해리>의 출판 간담회에서 말씀을 하신 게 사회적으로 많은 울림을 주고 있는데요. 앞으로 “향후 몇십 년간 싸워야 할 악은 민주와 진보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부리는 무리다.” 이렇게 지적을 하셨어요. 어떤 점에서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 공지영 : 지난 그러니까 민주주의가 후퇴한 특히나 이명박근혜 이 9년을 지나오면서 정의의 투사가 되는 게 굉장히 쉬워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손쉬운 그러니까 개인 매체들인 SNS라는 것을 통해서 수많은 말하자면 사이비 진보, 사이비 정의꾼 이런 사람들이 등장해서 정말 작게는 SNS상으로 돈을 모으는 걸 제가 너무 많이 봤었고요. 크게는 또 사회 전체의 위선하고도 관계가 있겠죠. 왜냐하면 이제 그러니까 지난 대통령 선거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명실상부하게 어떤 의미에서 보수라는 것은 어느 정도는 약간의 좌측으로 이동을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말하지만 극우가 이제 설 자리가 당분간은 없다고 생각했고 여기서 가장 돈이 되는 곳으로 사기꾼들이 대거 몰려가는 모습을 제가 작가로서 감지를 했습니다. 그래서 아까 말한대로 70~80년대,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정의를 외치고 좌파가 되는 것은 투옥과 가난을 견뎌야 된다는 걸 의미했는데 2008년, 2009년, 2010년 이렇게 지나오면서 이제 새로운 이 시대가 열릴 때는 좌파인 척하고 정의인 척하면 돈까지 얻을 수 있고 명예도 얻을 수 있다는 걸 그런 시대로 바뀌는 전환기에 저희가 있다는 거죠, 제 느낌에는. 그래서 제가 그런 것들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탐구하는. 그러니까 정의를 얼마든지 부르짖으면서 뒤로는 수없이 약자들을 짓밟고 자신의 말하자면 사적인 영역에서는 부정부패를 서슴없이 행하고 이런 사람들을 제가 고발한다고 할까요? 아니면 탐구한다고 할까요. 이런 소설을 좀 발표해봤습니다.

▶ 최강욱 : 정의를 팔아먹는 걸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지적이 좀...

▷ 공지영 : 이제 그런 사람들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는 거죠. 그러니까 예전에는 말하자면 북한, 종북 그다음에 간첩 이렇게 있을 때 통용되던 수많은 논리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같은 경우는 쉽게 말해서 삼성의 배후다, 뭐가 배후다, 자본이 배후다 하면 사람들이 손쉽게 넘어가는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예전에 북한이 착했고 이런 얘기 전혀 아니고요.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어떤 재벌이나 이런 갑질들이 착하다, 그 사람들은 무고하다, 이런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을 얼마든지 핑계대서 자신들의 악을 합리화시키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얘기죠.

▶ 최강욱 : 아무래도 작가님이 그간에 현실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늘 놓지 않으셨고 언제나 현장에서 취재하시는 모습을 많은 분들이 봐왔었는데 실제로 SNS상에서도 사회적 발언을 종종 하시잖아요. 그런데 이게 또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꽤 있었어요. 작가님의 영향력이 큰 부분도 있지만 또 팩트를 과연 다 확인하시는 거냐, 이런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러 가지로 불편하셨을 것 같아요.

▷ 공지영 : 지금도 불편해서 사실은 말을 요새 못합니다. 사실은 제가 또 작가고 엄마이고 주부이기도 하고 이러니까 느끼는 것도 제가 다른 사람보다 많거든요, 감수성의 부분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또 여러 가지 80년대나 90년대 젊은날을 보냈던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것도 많은데 하도 기사화되고 문제되고 막 두드려 맞고 이러니까 이제 저도 느끼는 것의 반의 반도 사실은 표현을 잘 못하겠어요.

▶ 최강욱 : 지쳐가고 계세요?

▷ 공지영 : 지쳤다기보다는 좀 나이도 있는데 조신하게 살자,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최강욱 : 그래도 독자들의 기대는 여전합니다.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출판 간담회에서 “나는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 소설을 쓰지 않았다. 내가 살았음으로 해서 지구가 1cm라도 좋아지기를 바란다.” 이런 발언을 하셨어요. 소설가 공지영 선생이 바라는 좋은 사회란 어떤 사회인지 독자들께 전해주시죠.

▷ 공지영 : 너무 어려운 말인데 저는 그냥 요즘에 들어서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그러니까 좋은 사람이 정말 잘되고 나쁜 사람은 끝까지 어쨌든 벌을 받는 이것만이라도 좀 되면 상황이 편하게 쉬워질 것 같아요. 너무나 많은 사실 사법사태 그런 것도 있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정말 우리가 정의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가 생각하는데 그 정의라는 게 정말 거창한 거 아니거든요. 우리가 예를 들면 우리가 이만큼 일하니까 한 달에 시급 10만 원씩 달라, 이런 거 아니거든요. 그냥 좋은 사람은 조금만 열심히 노력하면 잘살게 되고 나쁜 사람들 벌 제대로 받는 그런 사회였으면 좋겠어요.

▶ 최강욱 : 작가님의 간절한 마음을 <해리>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공지영 : 감사합니다.

▶ 최강욱 : 지금까지 소설가 공지영 선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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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욱의 최강시사] 공지영 “인간 내면의 적폐 청산돼야 진정한 승리”
    • 입력 2018-08-01 11:47:22
    • 수정2018-08-01 14:03:08
    최강시사
■ 방송일시 : 2018년 8월 1일(수요일)
■ 출연자 : 공지영(소설가)




- <해리>, 정의 부르짖으며 약자 짓밟는 사람 고발한 소설
- 공공의 악을 핑계로 내면의 악을 합리화 시키는 시대 열려
- 설화에 시달리다보니 느끼는 부분 다 표현 못해
- 좋은 사람 잘되고 나쁜 사람 제대로 벌 받는 사회됐으면


▶ 최강욱 : 소설가 공지영 씨가 최근 새 장편소설 <해리>를 발표했습니다. 공지영 작가는 이 책에 대해 어떤 악녀에 관한 보고서라고 소개하셨는데요. 공지영 작가 연결해서 신작 <해리>에 관한 얘기 나눠봅니다. 공 작가님, 안녕하세요?

▷ 공지영 :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 최강욱 : 반갑습니다. 드디어 나오셨네요. 고맙습니다. 새 장편소설 <해리>를 내놓으셨는데요. 책 소개 좀 간단하게 해 주시죠, 먼저.

▷ 공지영 : 아까 말씀하셨지만 어떤 악녀에 관한 보고서이고요. 그 악녀의 악행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의 어떤 악들 그리고 그 주변의 피해자들은 과연 선하기만 한가. 이런 이야기입니다. ‘해리’라는 것이 ‘해리성 인격장애’에서 따온 그 ‘해리’이고 여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해리’라는 것은 그러니까 산산이 흩어져 이중적, 삼중적으로 드러난다는 그런 의미를 갖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인간이 갖춘 어떤 이중적, 삼중적 이런 것들이 사회 속에서 발화될 때 그리고 또 그런 것들이 권력을 가질 때 어떻게 약자들이 약탈하고 이렇게 되는가, 이런 것에 대한 탐구? 이렇게 읽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최강욱 : 이 제목은 작가님이 붙이신 거죠? <해리>는?

▷ 공지영 : 제가 붙이죠.

▶ 최강욱 : 그런데 이게 참 예쁜 이름인데 들어 있는 내용은 여러 가지 욕망도 얽혀 있고 문제점이 드러나고 이런 소설이 될 것 같아서 참 좋은 제목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 공지영 : 감사합니다.

▶ 최강욱 : 이 소설의 배경이 된 사건들이 있었을까요?

▷ 공지영 : 예, 우선 제가 가장 드러나게 밝힐 수 있는 사건은 대구 천주교구가 책임을 맡고 있었지만 9년 동안 312명의 장애인들이 비참하게 죽어갔던 대구 희망원 사건이 가장 아마 크고 중요한 모티브가 될 것이고요. 그 이외에 제가 취재했던 전주의 봉침 여목사 사건이라든가 아니면 카톨릭의 비리들 그다음에 혹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영향력을 끼치는 SNS 주자들의 위선들, 이런 것들을 제가 버무려서 전체적인 이 사회의 문제점 같은 것들을 한번 생각해보는 그런 소설을 새로 발표했습니다.

▶ 최강욱 : 그러시군요. 이게 작가님께서 직접 사건 현장에 가서 취재하신 내용들이 많이 모티브가 됐던 것 같은데 이 소설에서 특히 어려웠던 점들이 많이 있으실 것 같아요. 또 독실한 카톨릭 신자라고 알려져 있으신데 카톨릭 내부 문제가 또 등장을 하고 이러다 보니까.

▷ 공지영 :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그냥 제가 알고 있는 또 수많은 열심히 살아가시는 가난하고 선량하신 신부님들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제가 카톨릭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여기서 이 매스를 들이대지 않으면 우리가 정말 다 같이 멸망할 것 같은 그런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좀 과감하게 제가 매스를 들이댔고요. 뒤에 가시면 또 여러 가지 희망도 좀 나옵니다.

▶ 최강욱 : 알겠습니다. 아까 위선이라는 용어를 쓰신 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는데 우리가 선이라고 생각했던 영역의 이면에 다른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 충격이 참 크잖아요. 특히 작가님께서 이번 작품을 통해서 현실에서 발생하는 그런 위선들을 고발하고 또 싸우는 모습, 이런 것들을 보여주시고자 하는 것 같은데 이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또 싸워서 이긴다는 게 더더욱 어려운 일이잖아요. 어떻게 보세요?

▷ 공지영 :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끔 생각하게 되는데 이긴다는 것은 그럼 또 과연 무엇일까. 그러니까 예를 들면 판결이 뒤집어지고 정권이 바뀌고 물론 이런 것들이 생기겠죠. 하지만 우리의 의식 속에서 점차점차 자리 잡는 그것은 말하자면 어떻게 선포하고 드러내고 빛을 비추고 이런 것만으로도 사실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 이것이 사실은 작가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승리가 아닐까. 거꾸로 이야기하면 선거에서 아무리 이기고 정권이 바뀌고 판결이 뒤집어져도 사실은 우리 마음속 깊숙하게 있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적폐들이 정말로 청산되지 않으면 그것이 과연 승리라고 또 얘기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도 함께 좀 이 책에서 담아봤습니다.

▶ 최강욱 : <해리>의 출판 간담회에서 말씀을 하신 게 사회적으로 많은 울림을 주고 있는데요. 앞으로 “향후 몇십 년간 싸워야 할 악은 민주와 진보의 탈을 쓰고 엄청난 위선을 부리는 무리다.” 이렇게 지적을 하셨어요. 어떤 점에서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 공지영 : 지난 그러니까 민주주의가 후퇴한 특히나 이명박근혜 이 9년을 지나오면서 정의의 투사가 되는 게 굉장히 쉬워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손쉬운 그러니까 개인 매체들인 SNS라는 것을 통해서 수많은 말하자면 사이비 진보, 사이비 정의꾼 이런 사람들이 등장해서 정말 작게는 SNS상으로 돈을 모으는 걸 제가 너무 많이 봤었고요. 크게는 또 사회 전체의 위선하고도 관계가 있겠죠. 왜냐하면 이제 그러니까 지난 대통령 선거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명실상부하게 어떤 의미에서 보수라는 것은 어느 정도는 약간의 좌측으로 이동을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말하지만 극우가 이제 설 자리가 당분간은 없다고 생각했고 여기서 가장 돈이 되는 곳으로 사기꾼들이 대거 몰려가는 모습을 제가 작가로서 감지를 했습니다. 그래서 아까 말한대로 70~80년대,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정의를 외치고 좌파가 되는 것은 투옥과 가난을 견뎌야 된다는 걸 의미했는데 2008년, 2009년, 2010년 이렇게 지나오면서 이제 새로운 이 시대가 열릴 때는 좌파인 척하고 정의인 척하면 돈까지 얻을 수 있고 명예도 얻을 수 있다는 걸 그런 시대로 바뀌는 전환기에 저희가 있다는 거죠, 제 느낌에는. 그래서 제가 그런 것들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탐구하는. 그러니까 정의를 얼마든지 부르짖으면서 뒤로는 수없이 약자들을 짓밟고 자신의 말하자면 사적인 영역에서는 부정부패를 서슴없이 행하고 이런 사람들을 제가 고발한다고 할까요? 아니면 탐구한다고 할까요. 이런 소설을 좀 발표해봤습니다.

▶ 최강욱 : 정의를 팔아먹는 걸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지적이 좀...

▷ 공지영 : 이제 그런 사람들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는 거죠. 그러니까 예전에는 말하자면 북한, 종북 그다음에 간첩 이렇게 있을 때 통용되던 수많은 논리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같은 경우는 쉽게 말해서 삼성의 배후다, 뭐가 배후다, 자본이 배후다 하면 사람들이 손쉽게 넘어가는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예전에 북한이 착했고 이런 얘기 전혀 아니고요.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어떤 재벌이나 이런 갑질들이 착하다, 그 사람들은 무고하다, 이런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을 얼마든지 핑계대서 자신들의 악을 합리화시키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얘기죠.

▶ 최강욱 : 아무래도 작가님이 그간에 현실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늘 놓지 않으셨고 언제나 현장에서 취재하시는 모습을 많은 분들이 봐왔었는데 실제로 SNS상에서도 사회적 발언을 종종 하시잖아요. 그런데 이게 또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꽤 있었어요. 작가님의 영향력이 큰 부분도 있지만 또 팩트를 과연 다 확인하시는 거냐, 이런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러 가지로 불편하셨을 것 같아요.

▷ 공지영 : 지금도 불편해서 사실은 말을 요새 못합니다. 사실은 제가 또 작가고 엄마이고 주부이기도 하고 이러니까 느끼는 것도 제가 다른 사람보다 많거든요, 감수성의 부분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또 여러 가지 80년대나 90년대 젊은날을 보냈던 사람으로서 생각하는 것도 많은데 하도 기사화되고 문제되고 막 두드려 맞고 이러니까 이제 저도 느끼는 것의 반의 반도 사실은 표현을 잘 못하겠어요.

▶ 최강욱 : 지쳐가고 계세요?

▷ 공지영 : 지쳤다기보다는 좀 나이도 있는데 조신하게 살자,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최강욱 : 그래도 독자들의 기대는 여전합니다.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출판 간담회에서 “나는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 소설을 쓰지 않았다. 내가 살았음으로 해서 지구가 1cm라도 좋아지기를 바란다.” 이런 발언을 하셨어요. 소설가 공지영 선생이 바라는 좋은 사회란 어떤 사회인지 독자들께 전해주시죠.

▷ 공지영 : 너무 어려운 말인데 저는 그냥 요즘에 들어서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그러니까 좋은 사람이 정말 잘되고 나쁜 사람은 끝까지 어쨌든 벌을 받는 이것만이라도 좀 되면 상황이 편하게 쉬워질 것 같아요. 너무나 많은 사실 사법사태 그런 것도 있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정말 우리가 정의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가 생각하는데 그 정의라는 게 정말 거창한 거 아니거든요. 우리가 예를 들면 우리가 이만큼 일하니까 한 달에 시급 10만 원씩 달라, 이런 거 아니거든요. 그냥 좋은 사람은 조금만 열심히 노력하면 잘살게 되고 나쁜 사람들 벌 제대로 받는 그런 사회였으면 좋겠어요.

▶ 최강욱 : 작가님의 간절한 마음을 <해리>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공지영 : 감사합니다.

▶ 최강욱 : 지금까지 소설가 공지영 선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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