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샌드위치’ 위기 처한 한국 외교, 돌파구는 어디에?

입력 2018.08.01 (16:59) 수정 2018.08.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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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지도 벌써 석 달째로 접어들었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북미 협상이 속도전에서 장기전으로, 서로의 입장을 고수한 기싸움 양산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불똥은 엉뚱하게도 우리 정부로 튀는 모양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며 우리 정부의 철저한 대북제재 이행을 계속 주문하고 있는 반면, 선(先)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북한은 '남한 정부가 직접 나서라'며 갈수록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한국의 '중재자' 역할론이 부각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한편으론 자칫 우리 외교가 북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바야흐로 한국 외교가 진짜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정전 65년 만에 가족 품으로…'유해 송환' 첫걸음은 뗐지만

지난달 27일 북한으로부터 돌려받은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가 오늘(1일) 귀향길에 올랐다. 민주주의와 자유 수호를 위해 머나먼 땅, 한국을 찾았던 미군 참전용사들이 종전 65년이 지나서야 꿈에 그리던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후 5시부터 오산기지 내 격납고에서 진행된 유해 송환식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등 한미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했고, 송환식이 끝난뒤 금속관에 담긴 미군 유해 55구는 미군 수송기 C-17에 실려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로 향했다.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를 싣고 오산 미군 기지에 도착한 C-17 수송기 내부 모습.(미국 국방부 제공=연합뉴스)미군 전사자 유해 55구를 싣고 오산 미군 기지에 도착한 C-17 수송기 내부 모습.(미국 국방부 제공=연합뉴스)

내일 새벽 하와이에서 거행되는 환영식에는 펜스 미 부통령이 나와 미군 유해를 직접 맞이할 예정이다. 환영식까지 마무리되면 유해들은 유전자 검사 등의 신원 확인 작업을 거쳐 가족들에게 인도된다.

하지만 미군 유해 55구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바로 이 순간, 미국 내 분위기는 당초 예상과 달리 차분하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만 하더라도 회담의 최대 성과는 유해 송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들뜬 분위기였지만, 유해 송환 시기가 계속 미뤄지면서 미국 정부는 물론 미국 내 분위기 또한 크게 식어버린 것이다.

미국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조치에 이은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 이른바 '선의의 조치'를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아가려던 초기 구상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해 송환 조치가 북미 후속 협상의 촉매제가 될 거라던 당초의 기대 효과도 크게 약화됐다.

북미 협상의 최대 호재가 될 수 있었던 유해 송환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결국 때를 놓치면서 말 그대로 '빛바랜 유해송환'으로 퇴색하고 만 것이다. 특히 유해 송환이 미국 내에서 갖는 큰 정치적 함의를 감안할 때 송환 시기를 한 달 이상 지연시킨 건 북한의 패착이고, 북미 협상을 촉진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매우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7일 미국 정찰 위성이 촬영한 북한 평양 외곽 산음동의 미사일 연구단지 모습(워싱턴포스트)지난달 7일 미국 정찰 위성이 촬영한 북한 평양 외곽 산음동의 미사일 연구단지 모습(워싱턴포스트)

◆북한의 'ICBM 노출'은 고의적?..미국도 정보 공개로 맞불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교착상태에 빠진 현재의 북미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미국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미국의 정찰 위성이 북한 평양 외곽의 미사일 생산공장인 산음동 병기연구소의 최근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이 위성 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개발 중인 정황을 미국 정보당국이 포착했다는 보도를 일제히 쏟아냈다.

산음동 연구소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에 성공한 ICBM급 '화성 15형'을 생산했던 곳으로, "북한이 최소 1기 이상, 아마도 2기의 ICBM을 제작 중"이라는 게 외신이 전하는 미국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북한의 ICBM 개발 정황 못지않게 주목되는 건 최근 북미 양측의 움직임이다.

미국의 정찰 자산이 자신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 역시 뻔히 알 텐데도 북한은 최근 핵연료 생산과 ICBM 개발 정황을 차례로 노출하고 있고, 미국 정부는 언론을 통해 이를 하나하나 공개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을 향해 북미 협상을 압박하고 몸값을 올리기 위한 차원에서 말 그대로 '볼 테면 보라'는 식으로 이를 노출하고 있고, 미국은 미국 나름대로 북한이 비핵화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부각하기 위해 민감한 정보 사항들을 잇달아 언론에 흘리고 있을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여전히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히며, 민감한 정보사항을 이례적으로 공개 확인해준 점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국에 주문 쏟아내는 북미, 고도의 우회 전략?

북미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 중 하나는 북미 양측 모두 상대방에 대한 직접 비난을 자제한 채 상대적으로 우리 정부를 향해 주문을 쏟아내고 냈다. 일종의 간접 화법이자 우회 전략이다.

예전 같으면 벌써 합의 위반이니 뭐니 하며 서로 말 폭탄을 쏟아내도 부족할 상황이지만, 최근 북미 양측에서 나오는 언론보도나 관리들의 발언을 보면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자극적인 비방이나 강도 높은 비난을 찾기 힘들다.

대신 미국은 우리 정부를 향해 연일 대북 제재를 철저히 이행하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고, 북한은 북한대로 종전선언 요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동참과 판문점 선언 이행 등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북한의 요구는 갈수록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다.

북한 매체는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주제넘은 발언" "쓸데없는 훈시질"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23일엔 "남조선 당국도 종전선언 문제를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 요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압박했다.

어제(31일)는 "쥐꼬리만 한 군 통신선을 연결하는 극히 사소한 문제까지도 대양 건너의 승인을 받느라 야단을 피우고 있다. (남북 협력 사업)이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이 없다"고 맹비난하면서 "청와대 집권 세력이 바뀌었는데도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개성공단 폐쇄와 금강산 중단 수습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동참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쏟아냈다.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을 촉구한 데 대해,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맞서 2016년 단행된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밝히며 북한의 요구를 일축했다.


◆'샌드위치' 위기 내몰리는 한국 외교, 주목받는 '8월 정상회담설'

북미 협상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중재자이자 촉진자 역할을 자임해온 우리 정부의 부담 또한 갈수록 가중되는 양상이다.

얼핏 보면 작금의 상황은 한국 정부가 제 역할을 할 기회로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이 극히 제한적인 게 현실이고, 북미 관계와 함께 남북관계, 한미 관계를 모두 관리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우선순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북미 양측이 좀처럼 타협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우리 정부를 향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문을 쏟아내고 정책 공조를 요구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자칫 한국 외교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 이은 서훈 국정원장의 최근 미국 방문, 뒤이어 흘러나온 '8월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설은 청와대의 신중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현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로 눈길을 끌 만하다. 다만 북미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일 경우 역효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적잖은 게 현실이다.

북미 양측에서 중재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관건은 우리 정부가 과연 양측의 요구를 조율해 설득해낼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 중재 카드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외교의 진짜 실력이 필요한 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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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01 16:59:49
    • 수정2018-08-01 19: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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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린 지도 벌써 석 달째로 접어들었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북미 협상이 속도전에서 장기전으로, 서로의 입장을 고수한 기싸움 양산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불똥은 엉뚱하게도 우리 정부로 튀는 모양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며 우리 정부의 철저한 대북제재 이행을 계속 주문하고 있는 반면, 선(先)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북한은 '남한 정부가 직접 나서라'며 갈수록 압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한국의 '중재자' 역할론이 부각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한편으론 자칫 우리 외교가 북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바야흐로 한국 외교가 진짜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정전 65년 만에 가족 품으로…'유해 송환' 첫걸음은 뗐지만

지난달 27일 북한으로부터 돌려받은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가 오늘(1일) 귀향길에 올랐다. 민주주의와 자유 수호를 위해 머나먼 땅, 한국을 찾았던 미군 참전용사들이 종전 65년이 지나서야 꿈에 그리던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후 5시부터 오산기지 내 격납고에서 진행된 유해 송환식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등 한미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했고, 송환식이 끝난뒤 금속관에 담긴 미군 유해 55구는 미군 수송기 C-17에 실려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로 향했다.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를 싣고 오산 미군 기지에 도착한 C-17 수송기 내부 모습.(미국 국방부 제공=연합뉴스)
내일 새벽 하와이에서 거행되는 환영식에는 펜스 미 부통령이 나와 미군 유해를 직접 맞이할 예정이다. 환영식까지 마무리되면 유해들은 유전자 검사 등의 신원 확인 작업을 거쳐 가족들에게 인도된다.

하지만 미군 유해 55구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바로 이 순간, 미국 내 분위기는 당초 예상과 달리 차분하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만 하더라도 회담의 최대 성과는 유해 송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들뜬 분위기였지만, 유해 송환 시기가 계속 미뤄지면서 미국 정부는 물론 미국 내 분위기 또한 크게 식어버린 것이다.

미국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조치에 이은 북한의 미군 유해 송환, 이른바 '선의의 조치'를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아가려던 초기 구상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해 송환 조치가 북미 후속 협상의 촉매제가 될 거라던 당초의 기대 효과도 크게 약화됐다.

북미 협상의 최대 호재가 될 수 있었던 유해 송환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결국 때를 놓치면서 말 그대로 '빛바랜 유해송환'으로 퇴색하고 만 것이다. 특히 유해 송환이 미국 내에서 갖는 큰 정치적 함의를 감안할 때 송환 시기를 한 달 이상 지연시킨 건 북한의 패착이고, 북미 협상을 촉진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매우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7일 미국 정찰 위성이 촬영한 북한 평양 외곽 산음동의 미사일 연구단지 모습(워싱턴포스트)
◆북한의 'ICBM 노출'은 고의적?..미국도 정보 공개로 맞불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교착상태에 빠진 현재의 북미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미국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미국의 정찰 위성이 북한 평양 외곽의 미사일 생산공장인 산음동 병기연구소의 최근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이 위성 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개발 중인 정황을 미국 정보당국이 포착했다는 보도를 일제히 쏟아냈다.

산음동 연구소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에 성공한 ICBM급 '화성 15형'을 생산했던 곳으로, "북한이 최소 1기 이상, 아마도 2기의 ICBM을 제작 중"이라는 게 외신이 전하는 미국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북한의 ICBM 개발 정황 못지않게 주목되는 건 최근 북미 양측의 움직임이다.

미국의 정찰 자산이 자신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 역시 뻔히 알 텐데도 북한은 최근 핵연료 생산과 ICBM 개발 정황을 차례로 노출하고 있고, 미국 정부는 언론을 통해 이를 하나하나 공개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을 향해 북미 협상을 압박하고 몸값을 올리기 위한 차원에서 말 그대로 '볼 테면 보라'는 식으로 이를 노출하고 있고, 미국은 미국 나름대로 북한이 비핵화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부각하기 위해 민감한 정보 사항들을 잇달아 언론에 흘리고 있을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여전히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히며, 민감한 정보사항을 이례적으로 공개 확인해준 점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국에 주문 쏟아내는 북미, 고도의 우회 전략?

북미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 중 하나는 북미 양측 모두 상대방에 대한 직접 비난을 자제한 채 상대적으로 우리 정부를 향해 주문을 쏟아내고 냈다. 일종의 간접 화법이자 우회 전략이다.

예전 같으면 벌써 합의 위반이니 뭐니 하며 서로 말 폭탄을 쏟아내도 부족할 상황이지만, 최근 북미 양측에서 나오는 언론보도나 관리들의 발언을 보면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자극적인 비방이나 강도 높은 비난을 찾기 힘들다.

대신 미국은 우리 정부를 향해 연일 대북 제재를 철저히 이행하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고, 북한은 북한대로 종전선언 요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동참과 판문점 선언 이행 등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북한의 요구는 갈수록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다.

북한 매체는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주제넘은 발언" "쓸데없는 훈시질"이라고 비난한 데 이어, 23일엔 "남조선 당국도 종전선언 문제를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 요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압박했다.

어제(31일)는 "쥐꼬리만 한 군 통신선을 연결하는 극히 사소한 문제까지도 대양 건너의 승인을 받느라 야단을 피우고 있다. (남북 협력 사업)이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이 없다"고 맹비난하면서 "청와대 집권 세력이 바뀌었는데도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개성공단 폐쇄와 금강산 중단 수습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동참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쏟아냈다.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을 촉구한 데 대해,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에 맞서 2016년 단행된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밝히며 북한의 요구를 일축했다.


◆'샌드위치' 위기 내몰리는 한국 외교, 주목받는 '8월 정상회담설'

북미 협상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중재자이자 촉진자 역할을 자임해온 우리 정부의 부담 또한 갈수록 가중되는 양상이다.

얼핏 보면 작금의 상황은 한국 정부가 제 역할을 할 기회로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이 극히 제한적인 게 현실이고, 북미 관계와 함께 남북관계, 한미 관계를 모두 관리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우선순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북미 양측이 좀처럼 타협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우리 정부를 향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문을 쏟아내고 정책 공조를 요구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자칫 한국 외교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 이은 서훈 국정원장의 최근 미국 방문, 뒤이어 흘러나온 '8월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설은 청와대의 신중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현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로 눈길을 끌 만하다. 다만 북미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일 경우 역효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적잖은 게 현실이다.

북미 양측에서 중재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관건은 우리 정부가 과연 양측의 요구를 조율해 설득해낼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 중재 카드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외교의 진짜 실력이 필요한 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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