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베이징, 2070년엔 더워서 사람 못산다?”

입력 2018.08.03 (13:40) 수정 2018.08.0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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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뿐 아니라, 세계 주요 도시들이 연일 역대 최고 기온 신기록을 갈아치운다. 폭염의 원인과 전망 등을 담은 각종 연구 결과도 쏟아지고 있다.

■ '토양'·'플라스틱'도 '지구 온난화'를 부추긴다?

전문가들은 살인적인 폭염의 가장 큰 주범으로 '지구온난화'를 꼽는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화석연료 말고 다른 것들을 새롭게 지목한 연구 성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바로 '토양'과 '플라스틱'이다.


먼저, '토양이 폭염을 부추긴다'는 논리는 이렇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실린 내용을 보면, ①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CO2 배출이 늘면서 지구 온도가 오른다. ②토양이 가열되면서 토양 속 미생물 활동이 늘어 토양의 CO2 배출량도 더 증가한다. ③CO2 배출량 증가가 지구 온도를 더 끌어올린다. 이후 ①~③의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 연구를 한 미국 태평양북서부 연구소의 벤 본드-램버티 연구원은 위 과정을 '온난화 악순환'이라고 불렀다. 연구원은 위성 사진과 토양센서, 식물 성장 자료 등을 활용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매사추세츠 해양생물연구소의 제리 멜릴로 연구원은 "통제되지 않은 악순환이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고 확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 사용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 '플라스틱'도 강한 햇빛에 노출되면 온실가스인 메탄을 내뿜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와이 대학 해양·지구과학기술 대학원의 데이비드 칼 교수는 플라스틱이 햇빛에 삭으면서 메탄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미국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칼 교수는 그러나 플라스틱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구체적인 산출값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보고서 말미에 "플라스틱 쓰레기 관리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앞으로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당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 "베이징, 2070년이면 더워서 못산다"

전 세계가 폭염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아주 끔찍한 예측'의 화살이 난데없이 중국으로 향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는 중국인들이 들으면 섬뜩할 만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한 마디로, 온실가스를 크게 감축하지 않고 이대로 가다가는 2070년에서 2100년 사이 중국의 북쪽 평원(China's northern plain) 즉 '화북평원'에 사람이 생존할 수 없는 더위가 닥칠 것이라는 경고다.


화북평원은 수도인 베이징과 허베이·텐진·네이멍구자치구를 포함한 곳으로 중국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팀은 이른바 '습구온도(WBT)'를 지표로 앞으로 기상변화를 예측해 분석했다. WBT는 건습구습도계의 습구온도계가 나타내는 온도로, WBT가 35도가 되면 건강한 사람도 야외에서 6시간 이상 버티지 못하고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론적으로 습구온도 35도는 건구온도 46도에 습도 50%가 가미된 상태를 뜻한다.

연구팀은 중국의 화북평원의 데이터가 특히 우려스럽다(particularly worrying)고 했다. 2070년에서 2100년 사이 이 지역의 기온이 치명적인 임계 값인 35도(WBT)에 여러 차례 도달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화북지역의 인구는 약 4억 명이며, 야외에서 일하는 농민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한다.


화북지방 1km2당 인구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화북지방 1km2당 인구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화북지방 일일최고WBT(1979–2016)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화북지방 일일최고WBT(1979–2016)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연구를 이끈 엘파티 엘타히르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의 거주성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타히르 교수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국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사람이 살 수 없는 더위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화북평원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는 농사의 방식을 지목했다. 농사를 위해 물을 대고 이 물이 증발하면 습도가 올라가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져 WBT를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관개(irrigation,灌漑)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악화시킨다. 실제 지난 50년 동안 화북지역의 극심한 폭염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닥칠 폭염과 생명의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한편 지역 환경을 변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는 개인 문제가 아닌 지역과 인근 국가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더는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 "필리핀 12배·미국 5배·영국 4배, 폭염사망 폭증할 것"

"필리핀의 경우 최악에는, 2031년에서 2080년 사이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1971년에서 2020년 사이보다 12배에 달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내용으로,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의학(PLoS Medicine)에 실린 연구 결과다. 초과사망자는 하루 평균 사망자 수를 초과한 사망자 수를 뜻한다.


호주 모나쉬 대학과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이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온실가스 배출과 준비·적응 전략, 인구밀도 수준에 따른 각각의 시나리오를 적용해 20개 나라 412개 지역을 대상으로 2031년에서 2080년 사이 폭염 관련 사망자 수를 추정했다.

필리핀과 마찬가지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면 미국과 호주의 경우 같은 기간, 폭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가 각각 5배, 영국은 4배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전문가 안토니오 가스파리나는 "현재 세계 몇몇 국가들이 이미 지독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폭염은 더욱 빈번하고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좋은 소식은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면 그 영향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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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03 13:40:11
    • 수정2018-08-03 14: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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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뿐 아니라, 세계 주요 도시들이 연일 역대 최고 기온 신기록을 갈아치운다. 폭염의 원인과 전망 등을 담은 각종 연구 결과도 쏟아지고 있다.

■ '토양'·'플라스틱'도 '지구 온난화'를 부추긴다?

전문가들은 살인적인 폭염의 가장 큰 주범으로 '지구온난화'를 꼽는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화석연료 말고 다른 것들을 새롭게 지목한 연구 성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바로 '토양'과 '플라스틱'이다.


먼저, '토양이 폭염을 부추긴다'는 논리는 이렇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실린 내용을 보면, ①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CO2 배출이 늘면서 지구 온도가 오른다. ②토양이 가열되면서 토양 속 미생물 활동이 늘어 토양의 CO2 배출량도 더 증가한다. ③CO2 배출량 증가가 지구 온도를 더 끌어올린다. 이후 ①~③의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 연구를 한 미국 태평양북서부 연구소의 벤 본드-램버티 연구원은 위 과정을 '온난화 악순환'이라고 불렀다. 연구원은 위성 사진과 토양센서, 식물 성장 자료 등을 활용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매사추세츠 해양생물연구소의 제리 멜릴로 연구원은 "통제되지 않은 악순환이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고 확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 세계적으로 일회용 사용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 '플라스틱'도 강한 햇빛에 노출되면 온실가스인 메탄을 내뿜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하와이 대학 해양·지구과학기술 대학원의 데이비드 칼 교수는 플라스틱이 햇빛에 삭으면서 메탄이 배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미국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칼 교수는 그러나 플라스틱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구체적인 산출값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보고서 말미에 "플라스틱 쓰레기 관리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앞으로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당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 "베이징, 2070년이면 더워서 못산다"

전 세계가 폭염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아주 끔찍한 예측'의 화살이 난데없이 중국으로 향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는 중국인들이 들으면 섬뜩할 만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한 마디로, 온실가스를 크게 감축하지 않고 이대로 가다가는 2070년에서 2100년 사이 중국의 북쪽 평원(China's northern plain) 즉 '화북평원'에 사람이 생존할 수 없는 더위가 닥칠 것이라는 경고다.


화북평원은 수도인 베이징과 허베이·텐진·네이멍구자치구를 포함한 곳으로 중국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팀은 이른바 '습구온도(WBT)'를 지표로 앞으로 기상변화를 예측해 분석했다. WBT는 건습구습도계의 습구온도계가 나타내는 온도로, WBT가 35도가 되면 건강한 사람도 야외에서 6시간 이상 버티지 못하고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론적으로 습구온도 35도는 건구온도 46도에 습도 50%가 가미된 상태를 뜻한다.

연구팀은 중국의 화북평원의 데이터가 특히 우려스럽다(particularly worrying)고 했다. 2070년에서 2100년 사이 이 지역의 기온이 치명적인 임계 값인 35도(WBT)에 여러 차례 도달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화북지역의 인구는 약 4억 명이며, 야외에서 일하는 농민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한다.


화북지방 1km2당 인구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화북지방 일일최고WBT(1979–2016)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연구를 이끈 엘파티 엘타히르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의 거주성이 제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타히르 교수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국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사람이 살 수 없는 더위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화북평원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는 농사의 방식을 지목했다. 농사를 위해 물을 대고 이 물이 증발하면 습도가 올라가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져 WBT를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관개(irrigation,灌漑)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악화시킨다. 실제 지난 50년 동안 화북지역의 극심한 폭염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닥칠 폭염과 생명의 위협을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한편 지역 환경을 변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는 개인 문제가 아닌 지역과 인근 국가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더는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 "필리핀 12배·미국 5배·영국 4배, 폭염사망 폭증할 것"

"필리핀의 경우 최악에는, 2031년에서 2080년 사이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1971년에서 2020년 사이보다 12배에 달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내용으로,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의학(PLoS Medicine)에 실린 연구 결과다. 초과사망자는 하루 평균 사망자 수를 초과한 사망자 수를 뜻한다.


호주 모나쉬 대학과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이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온실가스 배출과 준비·적응 전략, 인구밀도 수준에 따른 각각의 시나리오를 적용해 20개 나라 412개 지역을 대상으로 2031년에서 2080년 사이 폭염 관련 사망자 수를 추정했다.

필리핀과 마찬가지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면 미국과 호주의 경우 같은 기간, 폭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가 각각 5배, 영국은 4배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전문가 안토니오 가스파리나는 "현재 세계 몇몇 국가들이 이미 지독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폭염은 더욱 빈번하고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좋은 소식은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면 그 영향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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