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염에 빙판 사고 16건…서울시의 기발한 살포

입력 2018.08.03 (19:04) 수정 2018.08.0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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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EOUL U'...'I 제설 U?' 서울시의 남다른 제설장치 사랑]

겨울철, 눈이 내리면 미끄러지지 말라고 곳곳에 염화칼슘을 뿌리곤 합니다.

그런데 일일이 염화칼슘을 뿌려야 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아래 영상처럼 염화칼슘 액체를 뿌리는 '자동 액상 살포장치'라는 제설장치가 만들어져서 도로 곳곳에 설치돼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데요.


서울에만 53곳 도로에 '자동 액상 살포장치'가 구축돼 있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이 장비를 활용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자동 액상 살포장치를 활용해 물을 뿌리면서 도로 위 미세먼지를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6월 밝혔고요. 지난달엔 폭염에 도심이 뜨거워지는 열섬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역시 이 장치로 물을 뿌리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최근 서울시는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자 이 계획을 실행하라고 각 구청에 지시했습니다.
염수 대신 물을 채워서 도로 위에 살포하라고 한 겁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토바이로 매일 다니는 길인데, 그 날은 빙판길인 줄 알았어요"]

18년 동안 한 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는 오토바이 운전자 정영일 씨는 최근 서울 안양천을 가로지르는 신정교에서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매일 적어도 두 번씩 왔다갔다하는 길에서요.


"내리막길인 데다 앞 차량이 정차 중이어서 서행하다 한 20미터 전에 브레이크를 잡고 멈췄죠.
그런데 그대로 한 15미터 미끄러지다가 중심을 잃었고, 오토바이는 앞차 밑으로 들어가버렸어요."

그런데 KBS 취재결과 이날 하루, 그것도 2시간 안에 정영일 씨와 비슷한 사고가 16건이나 발생했습니다.

공통점이 두 가지 발견됐습니다. 첫째 '자동 액상 살포장치 설치 구역'에서 둘째 '미끄러짐' 사고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폭염 속 물만 뿌렸는데 잇단 사고 왜?... 서울시 "글쎄요.."]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흰 가루를 목격했다, 길이 미끄러웠다"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지시를 이행한 구청은 '마르지 않은 염액', 쉽게 말해 소금물이 미끄러움으로 인한 사고를 일으킨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요.

교통사고가 잇따랐던 서울의 한 구청 사고 보고서에는 "배관에 남아있던 염수가 분출되면서 마르지 않은 염액에 차량이 미끄러져 추돌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또 사고 직후 도로를 물로 세척하고 모래를 뿌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구청은 향후 "사고 차량 운전자들이 피해 배상을 요구할 것" 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자동 분사 장치에 물을 채웠는데, 겨울에 넣었던 염화칼슘 성분이 물에 섞여 뿌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화학과 도로 관련 전문가들은 "물이 증발하고 소금 알갱이가 남아 있으면 도로가 미끄러울 수 있다"거나 "염화칼슘 자체가 분자구조를 바꿔서 아스팔트 표면이 벗겨질 수 있고 이 때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와 달리, 염화칼슘과 아스팔트 사이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사고 직후 일부 구청에서만 미끄럼 사고를 피해자들에게 알렸고 상당수 사고 운전자들은 아직도 왜 사고가 났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물을 뿌리라고 했지, 염수를 뿌리라고 한 건 아니다"라며 사고와 관련해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서울시는 '자동 액상 살포장치' 가동은 잠정 중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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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폭염에 빙판 사고 16건…서울시의 기발한 살포
    • 입력 2018-08-03 19:04:57
    • 수정2018-08-03 19:05:34
    취재K
['I SEOUL U'...'I 제설 U?' 서울시의 남다른 제설장치 사랑]

겨울철, 눈이 내리면 미끄러지지 말라고 곳곳에 염화칼슘을 뿌리곤 합니다.

그런데 일일이 염화칼슘을 뿌려야 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아래 영상처럼 염화칼슘 액체를 뿌리는 '자동 액상 살포장치'라는 제설장치가 만들어져서 도로 곳곳에 설치돼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데요.


서울에만 53곳 도로에 '자동 액상 살포장치'가 구축돼 있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이 장비를 활용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자동 액상 살포장치를 활용해 물을 뿌리면서 도로 위 미세먼지를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6월 밝혔고요. 지난달엔 폭염에 도심이 뜨거워지는 열섬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역시 이 장치로 물을 뿌리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최근 서울시는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자 이 계획을 실행하라고 각 구청에 지시했습니다.
염수 대신 물을 채워서 도로 위에 살포하라고 한 겁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토바이로 매일 다니는 길인데, 그 날은 빙판길인 줄 알았어요"]

18년 동안 한 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는 오토바이 운전자 정영일 씨는 최근 서울 안양천을 가로지르는 신정교에서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매일 적어도 두 번씩 왔다갔다하는 길에서요.


"내리막길인 데다 앞 차량이 정차 중이어서 서행하다 한 20미터 전에 브레이크를 잡고 멈췄죠.
그런데 그대로 한 15미터 미끄러지다가 중심을 잃었고, 오토바이는 앞차 밑으로 들어가버렸어요."

그런데 KBS 취재결과 이날 하루, 그것도 2시간 안에 정영일 씨와 비슷한 사고가 16건이나 발생했습니다.

공통점이 두 가지 발견됐습니다. 첫째 '자동 액상 살포장치 설치 구역'에서 둘째 '미끄러짐' 사고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폭염 속 물만 뿌렸는데 잇단 사고 왜?... 서울시 "글쎄요.."]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흰 가루를 목격했다, 길이 미끄러웠다"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지시를 이행한 구청은 '마르지 않은 염액', 쉽게 말해 소금물이 미끄러움으로 인한 사고를 일으킨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요.

교통사고가 잇따랐던 서울의 한 구청 사고 보고서에는 "배관에 남아있던 염수가 분출되면서 마르지 않은 염액에 차량이 미끄러져 추돌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또 사고 직후 도로를 물로 세척하고 모래를 뿌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구청은 향후 "사고 차량 운전자들이 피해 배상을 요구할 것" 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자동 분사 장치에 물을 채웠는데, 겨울에 넣었던 염화칼슘 성분이 물에 섞여 뿌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화학과 도로 관련 전문가들은 "물이 증발하고 소금 알갱이가 남아 있으면 도로가 미끄러울 수 있다"거나 "염화칼슘 자체가 분자구조를 바꿔서 아스팔트 표면이 벗겨질 수 있고 이 때문에 미끄러져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와 달리, 염화칼슘과 아스팔트 사이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사고 직후 일부 구청에서만 미끄럼 사고를 피해자들에게 알렸고 상당수 사고 운전자들은 아직도 왜 사고가 났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물을 뿌리라고 했지, 염수를 뿌리라고 한 건 아니다"라며 사고와 관련해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서울시는 '자동 액상 살포장치' 가동은 잠정 중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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