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사는 다큐멘터리 감독 최기순 씨에게 18세 사춘기 소녀가 찾아왔다.
지난달 31일부터 5부작으로 방송된 KBS 1TV '인간극장-숲으로 간 돈키호테'에서는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에 7천 평이 넘는 숲을 사서 가족들과 생활하는 최기순 씨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연관기사] ‘인간극장’ 호랑이에게 빠진 남자가 한국에서 사는 법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20년을 산 최기순 씨의 곁에는 호랑이, 표범, 불곰의 사진들이 가득하지만, 그의 자녀들의 사진은 몇 없다.
기순 씨는 시베리아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며 러시아인 아내를 만나 두 자녀를 낳았지만, 아내는 맹수에만 몰두하던 그를 못 이겨 두 남매를 데리고 그의 곁을 떠났다. 현재 그의 곁에는 80이 다 된 부모와 숲을 관리하는 일이 취미이자 특기인 조카 혜지 씨, 8년 전 운명처럼 만난 미국인 아내, 안아 스베라 씨가 있다.
마음의 빚을 지고 사는 남자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한 번의 아픔을 겪었지만, 기순 씨는 여전히 숲과 맹수를 사랑한다. 현재의 아내인 안아 스베라 씨도 이를 서운해할 때가 많다.
아내는 "남편의 일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생활방식은 이해할 수 없어요. 사람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면, 일보다 사람이 먼저여야 해요"라며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을 드러낸다.
안아 씨는 또 맹수를 찍는 위험한 일을 하는 기순 씨가 항상 걱정이다. 결혼 1년 만에 표범을 촬영하는 남편을 따라 시베리아에 간 안아 씨는 그 후로 남편이 떠날 때마다 마음을 졸인다.
하지만 아내의 이러한 고민에 기순 씨는 어떠한 답을 줄 수가 없었다. 기순 씨는 숲과 가족, 꿈과 현실 중에서 여전히 갈등 중이다.
한국어를 잊은 채 돌아온 18세 소녀
어느 날 기순 씨의 가족들이 공항에 총출동했다. 독일에서 살던 기순 씨의 딸 안젤라(한국 이름, 고미)가 돌아왔다.
안젤라는 기순 씨와 러시아인 전처가 이혼한 이후 엄마와 함께 독일에서 자랐다. 이혼하면서 엄마를 따라갔던 안젤라는 어느새 18세가 돼 돌아왔다. 한국에서 아빠와 가족들을 본 안젤라는 "행복해요. 여기 있으니까요. 가족들을 봐서 행복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숲으로 돌아온 최기순 씨는 딸 안젤라를 위해 김치찌개를 끓이고, 숲 속에 곰 사진을 전시했다. 딸을 위한 환영 행사다.
"숲에 사진을 전시하는 아빠가 어딨겠어요? 저는 아빠가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안젤라는 아빠의 일을 존중했지만, 기순 씨는 일에 몰두해 가족을 나 몰라라 했던 지난날을 후회했다. 기순 씨는 "아빠가 그때그때 해 줘야 하는 역할을 못 해줬잖아요. 그 공백이 너무 컸어요. 그러니까 이제라도 더 잘해 줘야죠"라고 딸을 위해 포근한 새 둥지를 만들어줄 것을 다짐했다.
어릴 적 한국에서 잠시 살던 안젤라는 한국어를 까맣게 잊은 채 돌아왔다. 안젤라는 독일어를 잘하지만, 기순 씨는 독일어를 전혀 못 한다. 두 사람은 서툰 러시아어와 영어로 힘겹게 대화를 이어갔다.
안젤라가 독일에 있는 친엄마와 새아빠를 두고, 한국에서 1년을 살기로 한 이유는 뭘까? 끊겨버린 아빠와 딸의 시간 멀어진 부녀 사이는 좁혀질 수 있을까? 서툰 언어로 깊은 대화를 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을 위해 제작진이 나섰다.
안젤라는 "엄마는 러시아 새아버지는 독일과 네덜란드 혼혈이어서 그 곁에 있으면 저는 입양아처럼 보였어요. 그런 점이 항상 슬펐어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는 왜 친아빠와 함께 살지 않지?'하고 오랫동안 부모님을 원망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이제 가족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모든 가족을 보고 싶고, 가족을 다 알고 싶어요. 가족은 중요하잖아요"라고 한국에서 살아보기로 한 이유를 밝혔다.
안젤라의 진심 어린 고백에 기순 씨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미국인 아내와 독일어를 하는 딸…기순 씨의 가족
기순 씨의 아내 안아 스베라 씨도 딸 안젤라를 반겼다. 안아 씨는 하트 모양의 음식과 꽃을 선물하며 그녀를 환영했다. 세 사람은 다양한 언어로 대화를 이어갔다.
기순 씨가 20년간 공들인 숲 속 캠프장에서 안아 씨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기순 씨와 안젤라는 그녀의 뒤를 쫓으며 연신 웃었다. 기순 씨는 "이런 게 맛이죠. 좋아요"라며 "가족을 많이 잊고 살았거든요. 어떤 상황이 왔을 때 가장으로서 가족을 잘 챙겨야 할 것 같아요"라며 다짐했다.
K스타 강이향 kbs.2fragrance@kbs.co.kr
지난달 31일부터 5부작으로 방송된 KBS 1TV '인간극장-숲으로 간 돈키호테'에서는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에 7천 평이 넘는 숲을 사서 가족들과 생활하는 최기순 씨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연관기사] ‘인간극장’ 호랑이에게 빠진 남자가 한국에서 사는 법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20년을 산 최기순 씨의 곁에는 호랑이, 표범, 불곰의 사진들이 가득하지만, 그의 자녀들의 사진은 몇 없다.
기순 씨는 시베리아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며 러시아인 아내를 만나 두 자녀를 낳았지만, 아내는 맹수에만 몰두하던 그를 못 이겨 두 남매를 데리고 그의 곁을 떠났다. 현재 그의 곁에는 80이 다 된 부모와 숲을 관리하는 일이 취미이자 특기인 조카 혜지 씨, 8년 전 운명처럼 만난 미국인 아내, 안아 스베라 씨가 있다.
마음의 빚을 지고 사는 남자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한 번의 아픔을 겪었지만, 기순 씨는 여전히 숲과 맹수를 사랑한다. 현재의 아내인 안아 스베라 씨도 이를 서운해할 때가 많다.
토라진 아내를 위해 근사한 데이트를 하는 최기순 씨
아내는 "남편의 일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생활방식은 이해할 수 없어요. 사람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면, 일보다 사람이 먼저여야 해요"라며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을 드러낸다.
안아 씨는 또 맹수를 찍는 위험한 일을 하는 기순 씨가 항상 걱정이다. 결혼 1년 만에 표범을 촬영하는 남편을 따라 시베리아에 간 안아 씨는 그 후로 남편이 떠날 때마다 마음을 졸인다.
하지만 아내의 이러한 고민에 기순 씨는 어떠한 답을 줄 수가 없었다. 기순 씨는 숲과 가족, 꿈과 현실 중에서 여전히 갈등 중이다.
한국어를 잊은 채 돌아온 18세 소녀
최기순 씨의 딸 최 안젤라
어느 날 기순 씨의 가족들이 공항에 총출동했다. 독일에서 살던 기순 씨의 딸 안젤라(한국 이름, 고미)가 돌아왔다.
안젤라는 기순 씨와 러시아인 전처가 이혼한 이후 엄마와 함께 독일에서 자랐다. 이혼하면서 엄마를 따라갔던 안젤라는 어느새 18세가 돼 돌아왔다. 한국에서 아빠와 가족들을 본 안젤라는 "행복해요. 여기 있으니까요. 가족들을 봐서 행복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숲으로 돌아온 최기순 씨는 딸 안젤라를 위해 김치찌개를 끓이고, 숲 속에 곰 사진을 전시했다. 딸을 위한 환영 행사다.
"숲에 사진을 전시하는 아빠가 어딨겠어요? 저는 아빠가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안젤라는 아빠의 일을 존중했지만, 기순 씨는 일에 몰두해 가족을 나 몰라라 했던 지난날을 후회했다. 기순 씨는 "아빠가 그때그때 해 줘야 하는 역할을 못 해줬잖아요. 그 공백이 너무 컸어요. 그러니까 이제라도 더 잘해 줘야죠"라고 딸을 위해 포근한 새 둥지를 만들어줄 것을 다짐했다.
어릴 적 한국에서 잠시 살던 안젤라는 한국어를 까맣게 잊은 채 돌아왔다. 안젤라는 독일어를 잘하지만, 기순 씨는 독일어를 전혀 못 한다. 두 사람은 서툰 러시아어와 영어로 힘겹게 대화를 이어갔다.
안젤라가 독일에 있는 친엄마와 새아빠를 두고, 한국에서 1년을 살기로 한 이유는 뭘까? 끊겨버린 아빠와 딸의 시간 멀어진 부녀 사이는 좁혀질 수 있을까? 서툰 언어로 깊은 대화를 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을 위해 제작진이 나섰다.
독일어로 속마음을 전하는 딸 안젤라
안젤라는 "엄마는 러시아 새아버지는 독일과 네덜란드 혼혈이어서 그 곁에 있으면 저는 입양아처럼 보였어요. 그런 점이 항상 슬펐어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는 왜 친아빠와 함께 살지 않지?'하고 오랫동안 부모님을 원망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이제 가족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모든 가족을 보고 싶고, 가족을 다 알고 싶어요. 가족은 중요하잖아요"라고 한국에서 살아보기로 한 이유를 밝혔다.
안젤라의 진심 어린 고백에 기순 씨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미국인 아내와 독일어를 하는 딸…기순 씨의 가족
아내 안아 스베라 씨와 만난 딸 안젤라
기순 씨의 아내 안아 스베라 씨도 딸 안젤라를 반겼다. 안아 씨는 하트 모양의 음식과 꽃을 선물하며 그녀를 환영했다. 세 사람은 다양한 언어로 대화를 이어갔다.
기순 씨가 20년간 공들인 숲 속 캠프장에서 안아 씨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기순 씨와 안젤라는 그녀의 뒤를 쫓으며 연신 웃었다. 기순 씨는 "이런 게 맛이죠. 좋아요"라며 "가족을 많이 잊고 살았거든요. 어떤 상황이 왔을 때 가장으로서 가족을 잘 챙겨야 할 것 같아요"라며 다짐했다.
K스타 강이향 kbs.2fragran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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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 아내와 독일어를 하는 딸…4개국어 대화하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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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8-05 07:08:21
숲에서 사는 다큐멘터리 감독 최기순 씨에게 18세 사춘기 소녀가 찾아왔다.
지난달 31일부터 5부작으로 방송된 KBS 1TV '인간극장-숲으로 간 돈키호테'에서는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에 7천 평이 넘는 숲을 사서 가족들과 생활하는 최기순 씨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연관기사] ‘인간극장’ 호랑이에게 빠진 남자가 한국에서 사는 법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20년을 산 최기순 씨의 곁에는 호랑이, 표범, 불곰의 사진들이 가득하지만, 그의 자녀들의 사진은 몇 없다.
기순 씨는 시베리아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며 러시아인 아내를 만나 두 자녀를 낳았지만, 아내는 맹수에만 몰두하던 그를 못 이겨 두 남매를 데리고 그의 곁을 떠났다. 현재 그의 곁에는 80이 다 된 부모와 숲을 관리하는 일이 취미이자 특기인 조카 혜지 씨, 8년 전 운명처럼 만난 미국인 아내, 안아 스베라 씨가 있다.
마음의 빚을 지고 사는 남자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한 번의 아픔을 겪었지만, 기순 씨는 여전히 숲과 맹수를 사랑한다. 현재의 아내인 안아 스베라 씨도 이를 서운해할 때가 많다.
아내는 "남편의 일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생활방식은 이해할 수 없어요. 사람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면, 일보다 사람이 먼저여야 해요"라며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을 드러낸다.
안아 씨는 또 맹수를 찍는 위험한 일을 하는 기순 씨가 항상 걱정이다. 결혼 1년 만에 표범을 촬영하는 남편을 따라 시베리아에 간 안아 씨는 그 후로 남편이 떠날 때마다 마음을 졸인다.
하지만 아내의 이러한 고민에 기순 씨는 어떠한 답을 줄 수가 없었다. 기순 씨는 숲과 가족, 꿈과 현실 중에서 여전히 갈등 중이다.
한국어를 잊은 채 돌아온 18세 소녀
어느 날 기순 씨의 가족들이 공항에 총출동했다. 독일에서 살던 기순 씨의 딸 안젤라(한국 이름, 고미)가 돌아왔다.
안젤라는 기순 씨와 러시아인 전처가 이혼한 이후 엄마와 함께 독일에서 자랐다. 이혼하면서 엄마를 따라갔던 안젤라는 어느새 18세가 돼 돌아왔다. 한국에서 아빠와 가족들을 본 안젤라는 "행복해요. 여기 있으니까요. 가족들을 봐서 행복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숲으로 돌아온 최기순 씨는 딸 안젤라를 위해 김치찌개를 끓이고, 숲 속에 곰 사진을 전시했다. 딸을 위한 환영 행사다.
"숲에 사진을 전시하는 아빠가 어딨겠어요? 저는 아빠가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안젤라는 아빠의 일을 존중했지만, 기순 씨는 일에 몰두해 가족을 나 몰라라 했던 지난날을 후회했다. 기순 씨는 "아빠가 그때그때 해 줘야 하는 역할을 못 해줬잖아요. 그 공백이 너무 컸어요. 그러니까 이제라도 더 잘해 줘야죠"라고 딸을 위해 포근한 새 둥지를 만들어줄 것을 다짐했다.
어릴 적 한국에서 잠시 살던 안젤라는 한국어를 까맣게 잊은 채 돌아왔다. 안젤라는 독일어를 잘하지만, 기순 씨는 독일어를 전혀 못 한다. 두 사람은 서툰 러시아어와 영어로 힘겹게 대화를 이어갔다.
안젤라가 독일에 있는 친엄마와 새아빠를 두고, 한국에서 1년을 살기로 한 이유는 뭘까? 끊겨버린 아빠와 딸의 시간 멀어진 부녀 사이는 좁혀질 수 있을까? 서툰 언어로 깊은 대화를 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을 위해 제작진이 나섰다.
안젤라는 "엄마는 러시아 새아버지는 독일과 네덜란드 혼혈이어서 그 곁에 있으면 저는 입양아처럼 보였어요. 그런 점이 항상 슬펐어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는 왜 친아빠와 함께 살지 않지?'하고 오랫동안 부모님을 원망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이제 가족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모든 가족을 보고 싶고, 가족을 다 알고 싶어요. 가족은 중요하잖아요"라고 한국에서 살아보기로 한 이유를 밝혔다.
안젤라의 진심 어린 고백에 기순 씨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미국인 아내와 독일어를 하는 딸…기순 씨의 가족
기순 씨의 아내 안아 스베라 씨도 딸 안젤라를 반겼다. 안아 씨는 하트 모양의 음식과 꽃을 선물하며 그녀를 환영했다. 세 사람은 다양한 언어로 대화를 이어갔다.
기순 씨가 20년간 공들인 숲 속 캠프장에서 안아 씨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기순 씨와 안젤라는 그녀의 뒤를 쫓으며 연신 웃었다. 기순 씨는 "이런 게 맛이죠. 좋아요"라며 "가족을 많이 잊고 살았거든요. 어떤 상황이 왔을 때 가장으로서 가족을 잘 챙겨야 할 것 같아요"라며 다짐했다.
K스타 강이향 kbs.2fragrance@kbs.co.kr
지난달 31일부터 5부작으로 방송된 KBS 1TV '인간극장-숲으로 간 돈키호테'에서는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에 7천 평이 넘는 숲을 사서 가족들과 생활하는 최기순 씨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연관기사] ‘인간극장’ 호랑이에게 빠진 남자가 한국에서 사는 법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20년을 산 최기순 씨의 곁에는 호랑이, 표범, 불곰의 사진들이 가득하지만, 그의 자녀들의 사진은 몇 없다.
기순 씨는 시베리아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며 러시아인 아내를 만나 두 자녀를 낳았지만, 아내는 맹수에만 몰두하던 그를 못 이겨 두 남매를 데리고 그의 곁을 떠났다. 현재 그의 곁에는 80이 다 된 부모와 숲을 관리하는 일이 취미이자 특기인 조카 혜지 씨, 8년 전 운명처럼 만난 미국인 아내, 안아 스베라 씨가 있다.
마음의 빚을 지고 사는 남자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한 번의 아픔을 겪었지만, 기순 씨는 여전히 숲과 맹수를 사랑한다. 현재의 아내인 안아 스베라 씨도 이를 서운해할 때가 많다.
아내는 "남편의 일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생활방식은 이해할 수 없어요. 사람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면, 일보다 사람이 먼저여야 해요"라며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을 드러낸다.
안아 씨는 또 맹수를 찍는 위험한 일을 하는 기순 씨가 항상 걱정이다. 결혼 1년 만에 표범을 촬영하는 남편을 따라 시베리아에 간 안아 씨는 그 후로 남편이 떠날 때마다 마음을 졸인다.
하지만 아내의 이러한 고민에 기순 씨는 어떠한 답을 줄 수가 없었다. 기순 씨는 숲과 가족, 꿈과 현실 중에서 여전히 갈등 중이다.
한국어를 잊은 채 돌아온 18세 소녀
어느 날 기순 씨의 가족들이 공항에 총출동했다. 독일에서 살던 기순 씨의 딸 안젤라(한국 이름, 고미)가 돌아왔다.
안젤라는 기순 씨와 러시아인 전처가 이혼한 이후 엄마와 함께 독일에서 자랐다. 이혼하면서 엄마를 따라갔던 안젤라는 어느새 18세가 돼 돌아왔다. 한국에서 아빠와 가족들을 본 안젤라는 "행복해요. 여기 있으니까요. 가족들을 봐서 행복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숲으로 돌아온 최기순 씨는 딸 안젤라를 위해 김치찌개를 끓이고, 숲 속에 곰 사진을 전시했다. 딸을 위한 환영 행사다.
"숲에 사진을 전시하는 아빠가 어딨겠어요? 저는 아빠가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안젤라는 아빠의 일을 존중했지만, 기순 씨는 일에 몰두해 가족을 나 몰라라 했던 지난날을 후회했다. 기순 씨는 "아빠가 그때그때 해 줘야 하는 역할을 못 해줬잖아요. 그 공백이 너무 컸어요. 그러니까 이제라도 더 잘해 줘야죠"라고 딸을 위해 포근한 새 둥지를 만들어줄 것을 다짐했다.
어릴 적 한국에서 잠시 살던 안젤라는 한국어를 까맣게 잊은 채 돌아왔다. 안젤라는 독일어를 잘하지만, 기순 씨는 독일어를 전혀 못 한다. 두 사람은 서툰 러시아어와 영어로 힘겹게 대화를 이어갔다.
안젤라가 독일에 있는 친엄마와 새아빠를 두고, 한국에서 1년을 살기로 한 이유는 뭘까? 끊겨버린 아빠와 딸의 시간 멀어진 부녀 사이는 좁혀질 수 있을까? 서툰 언어로 깊은 대화를 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을 위해 제작진이 나섰다.
안젤라는 "엄마는 러시아 새아버지는 독일과 네덜란드 혼혈이어서 그 곁에 있으면 저는 입양아처럼 보였어요. 그런 점이 항상 슬펐어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는 왜 친아빠와 함께 살지 않지?'하고 오랫동안 부모님을 원망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이제 가족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모든 가족을 보고 싶고, 가족을 다 알고 싶어요. 가족은 중요하잖아요"라고 한국에서 살아보기로 한 이유를 밝혔다.
안젤라의 진심 어린 고백에 기순 씨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미국인 아내와 독일어를 하는 딸…기순 씨의 가족
기순 씨의 아내 안아 스베라 씨도 딸 안젤라를 반겼다. 안아 씨는 하트 모양의 음식과 꽃을 선물하며 그녀를 환영했다. 세 사람은 다양한 언어로 대화를 이어갔다.
기순 씨가 20년간 공들인 숲 속 캠프장에서 안아 씨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기순 씨와 안젤라는 그녀의 뒤를 쫓으며 연신 웃었다. 기순 씨는 "이런 게 맛이죠. 좋아요"라며 "가족을 많이 잊고 살았거든요. 어떤 상황이 왔을 때 가장으로서 가족을 잘 챙겨야 할 것 같아요"라며 다짐했다.
K스타 강이향 kbs.2fragran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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