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울리며 마지막까지 ‘돈벌이’ 하는 대학

입력 2018.08.05 (10:01) 수정 2018.08.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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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건국대학교 14학번 강진희씨(25세‧가명)는 졸업을 미룰 생각이었다. 올 1학기에 졸업요건은 모두 채웠지만, 아직 취업하지 못했고, 대학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게 졸업 후 '무직자'로 남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취업에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지난 3월 법 개정으로 이른바 ‘졸업유예금 제도’가 폐지될 것이라는 보도를 보면서 친구들과 기뻐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강 씨는 지난 7월 학교의 졸업 연기(유예) 신청 관련 공지글을 보고는 좌절했다. 학교는 지난겨울과 마찬가지로 졸업 연기를 신청하려는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수강신청을 하도록 했다. 1학점만 수강신청해도 등록금의 6분의1을 내야 한다.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강 씨의 경우에도 7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내야만 졸업을 연기할 수 있었다.

건국대 졸업 유예 신청 관련 공지글 캡처건국대 졸업 유예 신청 관련 공지글 캡처

법이 개정됐다지만 바뀐 게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에 실망한 강 씨는 결국 졸업 연기를 포기하고 졸업하고 ‘무직자’로 취업준비에 전념하기로 했다.

지난 3월 말 국회 본회의에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일부 대학이 졸업을 연기하려는 학생들에게 강제로 수강신청을 하도록 하면서 등록금을 받아 논란이 된, 이른바 ‘졸업유예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이었다.

법 개정 전에는 고등교육법에 졸업 연기와 관련해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이를 정했다. 일부 대학은 졸업 연기 자체가 불가능했고, 일부 대학은 금전적인 부담 없이 졸업 연기 신청이 가능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의 경우 졸업을 연기하려면 이미 졸업을 위해 필요한 학점을 모두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수강신청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면서 등록금을 받았다. 이른바 졸업유예금이다.

이 같은 문제로 일부 대학이 학생을 상대로 돈벌이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안민석 의원과 김경수 의원이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지난 3월 법이 개정된 것이다.

개정안은 ‘학위취득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통해 학생들이 졸업 연기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고, 수강신청 의무화를 금지했다. 의무적인 수강신청을 통해 등록금을 받는 행위 자체를 막은 것이다.

다만 관련 규정을 변경하는 등 시행을 위한 준비 기간을 주기 위해 시행은 공포 후 6개월 뒤로 미뤘다.

이렇게 시행을 6개월 뒤로 미루면서 정확한 시행 시기가 올 9월31일이 됐고, 결국 졸업유예금을 받던 대학들은 올 1학기에 졸업요건을 채우고 졸업을 미루려는 학생들에게 다시금 졸업유예금을 받겠다고 나섰다.

강 씨는 "3월에 개정안 통과 소식을 듣고 우리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며 "수강신청을 의무화하지 않았으면 졸업 연기 신청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교가 영리만 추구하는 곳이 아닌데 졸업 요건을 다 채운 학생들에게까지 수강신청을 의무화하고 등록금을 내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건국대 교무처 관계자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10월부터 적용되는 걸로 돼 있다”며 “때문에 아직 시행 전이어서 8월 졸업자에 대해서는 예전대로 적용할 생각이고, 시행 이후에 내년 1학기부터 법령에 맞춰 제도를 정비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서강대 졸업 유예 신청 관련 공지글 캡처서강대 졸업 유예 신청 관련 공지글 캡처

서강대도 건국대처럼 졸업을 연기하려면 수강신청을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학교다. 그리고 서강대 역시 지난 7월 공고를 통해 졸업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수강신청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공고했다. 이는 수강신청 의무화를 금지한 개정안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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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준생 울리며 마지막까지 ‘돈벌이’ 하는 대학
    • 입력 2018-08-05 10:01:28
    • 수정2018-08-10 17:58:03
    취재K
#금융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건국대학교 14학번 강진희씨(25세‧가명)는 졸업을 미룰 생각이었다. 올 1학기에 졸업요건은 모두 채웠지만, 아직 취업하지 못했고, 대학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게 졸업 후 '무직자'로 남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취업에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지난 3월 법 개정으로 이른바 ‘졸업유예금 제도’가 폐지될 것이라는 보도를 보면서 친구들과 기뻐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강 씨는 지난 7월 학교의 졸업 연기(유예) 신청 관련 공지글을 보고는 좌절했다. 학교는 지난겨울과 마찬가지로 졸업 연기를 신청하려는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수강신청을 하도록 했다. 1학점만 수강신청해도 등록금의 6분의1을 내야 한다.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강 씨의 경우에도 7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내야만 졸업을 연기할 수 있었다.

건국대 졸업 유예 신청 관련 공지글 캡처
법이 개정됐다지만 바뀐 게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에 실망한 강 씨는 결국 졸업 연기를 포기하고 졸업하고 ‘무직자’로 취업준비에 전념하기로 했다.

지난 3월 말 국회 본회의에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일부 대학이 졸업을 연기하려는 학생들에게 강제로 수강신청을 하도록 하면서 등록금을 받아 논란이 된, 이른바 ‘졸업유예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이었다.

법 개정 전에는 고등교육법에 졸업 연기와 관련해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이를 정했다. 일부 대학은 졸업 연기 자체가 불가능했고, 일부 대학은 금전적인 부담 없이 졸업 연기 신청이 가능했다. 하지만 일부 대학의 경우 졸업을 연기하려면 이미 졸업을 위해 필요한 학점을 모두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수강신청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면서 등록금을 받았다. 이른바 졸업유예금이다.

이 같은 문제로 일부 대학이 학생을 상대로 돈벌이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안민석 의원과 김경수 의원이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지난 3월 법이 개정된 것이다.

개정안은 ‘학위취득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통해 학생들이 졸업 연기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고, 수강신청 의무화를 금지했다. 의무적인 수강신청을 통해 등록금을 받는 행위 자체를 막은 것이다.

다만 관련 규정을 변경하는 등 시행을 위한 준비 기간을 주기 위해 시행은 공포 후 6개월 뒤로 미뤘다.

이렇게 시행을 6개월 뒤로 미루면서 정확한 시행 시기가 올 9월31일이 됐고, 결국 졸업유예금을 받던 대학들은 올 1학기에 졸업요건을 채우고 졸업을 미루려는 학생들에게 다시금 졸업유예금을 받겠다고 나섰다.

강 씨는 "3월에 개정안 통과 소식을 듣고 우리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며 "수강신청을 의무화하지 않았으면 졸업 연기 신청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학교가 영리만 추구하는 곳이 아닌데 졸업 요건을 다 채운 학생들에게까지 수강신청을 의무화하고 등록금을 내라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건국대 교무처 관계자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10월부터 적용되는 걸로 돼 있다”며 “때문에 아직 시행 전이어서 8월 졸업자에 대해서는 예전대로 적용할 생각이고, 시행 이후에 내년 1학기부터 법령에 맞춰 제도를 정비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서강대 졸업 유예 신청 관련 공지글 캡처
서강대도 건국대처럼 졸업을 연기하려면 수강신청을 의무적으로 해야 했던 학교다. 그리고 서강대 역시 지난 7월 공고를 통해 졸업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수강신청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공고했다. 이는 수강신청 의무화를 금지한 개정안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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