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폭염에 된서리…바닷가·계곡은 피서객 ‘뚝’

입력 2018.08.07 (08:32) 수정 2018.08.0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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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더위 관련 기존의 모든 기록을 깨고 있는 이번 여름 폭염이 이어지면서 어디를 가면 더위를 피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죠.

그래도 우리나라 피서지하면 바다와 계곡인데요.

그런데 올여름 폭염은 피서지의 이른바 '여름 대목' 풍경 조차 바꿔놨습니다.

여름 특수를 한껏 기대하며 손님맞이에 분주했던 관광지도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붙볕 더위 앞에서 때아닌 된서리를 맞고 있다는데요.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지난 일요일, 흔히 7말 8초라 부르죠,

여름휴가철 절정을 맞은 서해안의 한 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낮 12시의 해수욕장.

보통 물 반, 사람 반인 시간대죠?

그런데, 인산인해를 이루던 휴가철 해수욕장 풍경은 온데 간데 없습니다.

한산한 모래사장에선 파라솔 아래 빈자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대여용 튜브는 물 구경도 못한 채 땡볕에 쌓여 방치돼 있습니다.

[이연희/대천해수욕장 상인 :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사람들이 (바다로) 안 내려오고 그냥 에어컨 틀고 즐기다 가는 거예요. 주말이면 지금 다 차야 할 자리거든. 그런데 안 차고 없어요."]

도심의 뜨거운 아스팔트를 피해 바닷가를 찾았는데 뜨거운 모래바닥은 몇 걸음 떼기가 쉽지 않고요, 더구나 앉을 엄두는 나지 않습니다.

[이영순/전북 전주시 : "68년 살 동안 이렇게 뜨거운 건 처음이야. 너무 뜨거워. 저기서 여기까지만 걸어와도 못 걸어와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이윤진/충남 천안시 : "너무 덥고 살이 찢어질 거 같아요."]

지난해 이곳을 찾은 피서객은 1350만 명.

해운대 해수욕장 다음으로 방문객 2위를 기록한 곳인데요.

올여름에는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피서객이 크게 줄면서 해수욕장 상인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냉방중'이라는 현수막을 간판보다 더 크게 내걸고 손님맞이에 나섰지만 식당가는 개점 휴업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김성호/대천해수욕장 상인 : "여름 대목을 위해서 직원들을 많이 채용했었거든요. 아르바이트생들을 사실 15명 썼거든요. 그런데 지금 6명이 일하고 있어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상인들은 이번 여름 대목을 그나마 기대했는데, 휴가철 주말이면 발디딜 틈 없던 식당엔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습니다.

[조명수/대천해수욕장 상인 : "330제곱미터 규모의 가게에 점심시간 때 손님 한 팀이 온다는 건 상상도 못 했습니다. 직원들 7명이 손님 한 팀 바라보고 지금 이렇게 있는 겁니다."]

특히, 늘 예약 1순위였던 야외자리는 올해 여름엔 기피 1순위가 됐다고 하는데요.

[조명수/대천해수욕장 상인 : "바다에 갔다가 젖은 몸으로 앉기 때문에 밖이 더 인기 있는 자리입니다. 아무도 없어요. 한 번 보세요. 옆집은 아직 문 닫혀있습니다."]

가장 더운 대낮의 영업은 아예 포기한 식당들도 부지기수.

제때 팔려나가지 못한 해산물도 날씨를 버티지 못합니다.

[조명수/대천해수욕장 상인 : "한 번 보세요. 음식은 이틀 정도 사용할 물건을 준비를 다 해놨는데 관광객이 안 오시니까 조개만 계속 죽어 나가고."]

그러면, 뜨거운 햇볕을 막아줄 나무 그늘이 있는 계곡은 어떨까요?

경기도 용인의 한 계곡, 이곳 역시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습니다.

계곡 쪽으로 들어가도 물 흐르는 소리없이 적막만 가득했습니다

피서객들이 가득해야할 계곡은 바닥을 그대로 드러낸 채 바짝 말라있습니다.

유난히 짧았던 올해 장마 이후 비가 거의 오지 않은데다 연이은 폭염까지 겹쳐 계곡 물이 마른 겁니다.

[이순자/용인자연휴양림 인근 상인 : "여기가 둘레길 같이 산책길이잖아요. 물만 있으면 괜찮지. 그런데 물이 너무 없잖아요. 더운데 어떻게 산책을 해. 못하지."]

한참을 아래로 이동한 끝에 피서객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겨우 찾은 그나마 물 있는 계곡, 과연 더위를 식힐 수 있을까요?

[유현미/경기도 용인시 : "물이 깊고 시원했는데 지금 전혀 발도 못 담그는 그런 상황이에요."]

[서경민/경기도 용인시 : "폭염 때문에 그런지 물이 너무 없어서 겨우 즐길 수 있는 자리 한군데 찾았는데 물이 생각보다 너무 없는 거 같아서 조금 아쉽긴 합니다."]

피서지마다 관광객들이 줄면서 된서리를 맞은 곳은 또 있습니다.

먹거리, 볼거리가 많은 인근의 전통시장.

천장 가림막이 없이 햇볕에 노출된 시장은 물건 사는 손님은 커녕 구경하는 손님조차 없습니다.

[이은심/대천항 수산물시장 상인 : "(손님이) 아예 없어요. 이런 날은 처음 봐. 내가 여기서 몇 년을 장사했는데 올해 같은 해는 처음 봐요. 진짜. 이게 휴가야? 휴가도 아니야 이거는. 경기도 너무 어렵고 아주 그냥 살기가 어려워요."]

신선함이 생명인 수산물을 파는 상인들은 더 애가 탑니다.

[한송분/대천항 수산물시장 상인 : "하루 종일 보충해줘야 해요. 녹으면 녹는 대로 계속해줘야 갈치고 생선이 신선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계속 얼음 채워주고 해야 돼. 작년에 한 장 쓸 거 올해는 두 장 쓴다고 보면 돼요."]

매장 밖에 내놓고 팔던 건어물은 도통 꺾이지 않는 폭염에 냉장고에 보관하는 종류가 늘고 있습니다.

[최종란/대천항 수산물시장 상인 : "여기 바깥에서 뜨끈뜨끈하잖아요. 그래서 냉장고에 넣어놔서 신선도 있게 싱싱하게 해서 주려고 냉장고에 넣어놨지. 문어 슬라이스니 노가리니 뭐 이런 거 냉장고 넣어놓고 젓갈 넣어놓고. 혹시나 몰라서. 냄새날까 봐."]

도심을 떠난 피서지에서도 더위를 피하기 쉽지 않은 최고, 최장의 폭염.

피서지 상인들은 말복까지 계속될거라는 폭염 예보가 사실이 아니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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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폭염에 된서리…바닷가·계곡은 피서객 ‘뚝’
    • 입력 2018-08-07 08:35:11
    • 수정2018-08-07 08: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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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더위 관련 기존의 모든 기록을 깨고 있는 이번 여름 폭염이 이어지면서 어디를 가면 더위를 피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죠.

그래도 우리나라 피서지하면 바다와 계곡인데요.

그런데 올여름 폭염은 피서지의 이른바 '여름 대목' 풍경 조차 바꿔놨습니다.

여름 특수를 한껏 기대하며 손님맞이에 분주했던 관광지도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붙볕 더위 앞에서 때아닌 된서리를 맞고 있다는데요.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지난 일요일, 흔히 7말 8초라 부르죠,

여름휴가철 절정을 맞은 서해안의 한 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낮 12시의 해수욕장.

보통 물 반, 사람 반인 시간대죠?

그런데, 인산인해를 이루던 휴가철 해수욕장 풍경은 온데 간데 없습니다.

한산한 모래사장에선 파라솔 아래 빈자리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대여용 튜브는 물 구경도 못한 채 땡볕에 쌓여 방치돼 있습니다.

[이연희/대천해수욕장 상인 :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사람들이 (바다로) 안 내려오고 그냥 에어컨 틀고 즐기다 가는 거예요. 주말이면 지금 다 차야 할 자리거든. 그런데 안 차고 없어요."]

도심의 뜨거운 아스팔트를 피해 바닷가를 찾았는데 뜨거운 모래바닥은 몇 걸음 떼기가 쉽지 않고요, 더구나 앉을 엄두는 나지 않습니다.

[이영순/전북 전주시 : "68년 살 동안 이렇게 뜨거운 건 처음이야. 너무 뜨거워. 저기서 여기까지만 걸어와도 못 걸어와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이윤진/충남 천안시 : "너무 덥고 살이 찢어질 거 같아요."]

지난해 이곳을 찾은 피서객은 1350만 명.

해운대 해수욕장 다음으로 방문객 2위를 기록한 곳인데요.

올여름에는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피서객이 크게 줄면서 해수욕장 상인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냉방중'이라는 현수막을 간판보다 더 크게 내걸고 손님맞이에 나섰지만 식당가는 개점 휴업상태나 마찬가지입니다.

[김성호/대천해수욕장 상인 : "여름 대목을 위해서 직원들을 많이 채용했었거든요. 아르바이트생들을 사실 15명 썼거든요. 그런데 지금 6명이 일하고 있어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상인들은 이번 여름 대목을 그나마 기대했는데, 휴가철 주말이면 발디딜 틈 없던 식당엔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습니다.

[조명수/대천해수욕장 상인 : "330제곱미터 규모의 가게에 점심시간 때 손님 한 팀이 온다는 건 상상도 못 했습니다. 직원들 7명이 손님 한 팀 바라보고 지금 이렇게 있는 겁니다."]

특히, 늘 예약 1순위였던 야외자리는 올해 여름엔 기피 1순위가 됐다고 하는데요.

[조명수/대천해수욕장 상인 : "바다에 갔다가 젖은 몸으로 앉기 때문에 밖이 더 인기 있는 자리입니다. 아무도 없어요. 한 번 보세요. 옆집은 아직 문 닫혀있습니다."]

가장 더운 대낮의 영업은 아예 포기한 식당들도 부지기수.

제때 팔려나가지 못한 해산물도 날씨를 버티지 못합니다.

[조명수/대천해수욕장 상인 : "한 번 보세요. 음식은 이틀 정도 사용할 물건을 준비를 다 해놨는데 관광객이 안 오시니까 조개만 계속 죽어 나가고."]

그러면, 뜨거운 햇볕을 막아줄 나무 그늘이 있는 계곡은 어떨까요?

경기도 용인의 한 계곡, 이곳 역시 주차장이 텅텅 비어있습니다.

계곡 쪽으로 들어가도 물 흐르는 소리없이 적막만 가득했습니다

피서객들이 가득해야할 계곡은 바닥을 그대로 드러낸 채 바짝 말라있습니다.

유난히 짧았던 올해 장마 이후 비가 거의 오지 않은데다 연이은 폭염까지 겹쳐 계곡 물이 마른 겁니다.

[이순자/용인자연휴양림 인근 상인 : "여기가 둘레길 같이 산책길이잖아요. 물만 있으면 괜찮지. 그런데 물이 너무 없잖아요. 더운데 어떻게 산책을 해. 못하지."]

한참을 아래로 이동한 끝에 피서객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겨우 찾은 그나마 물 있는 계곡, 과연 더위를 식힐 수 있을까요?

[유현미/경기도 용인시 : "물이 깊고 시원했는데 지금 전혀 발도 못 담그는 그런 상황이에요."]

[서경민/경기도 용인시 : "폭염 때문에 그런지 물이 너무 없어서 겨우 즐길 수 있는 자리 한군데 찾았는데 물이 생각보다 너무 없는 거 같아서 조금 아쉽긴 합니다."]

피서지마다 관광객들이 줄면서 된서리를 맞은 곳은 또 있습니다.

먹거리, 볼거리가 많은 인근의 전통시장.

천장 가림막이 없이 햇볕에 노출된 시장은 물건 사는 손님은 커녕 구경하는 손님조차 없습니다.

[이은심/대천항 수산물시장 상인 : "(손님이) 아예 없어요. 이런 날은 처음 봐. 내가 여기서 몇 년을 장사했는데 올해 같은 해는 처음 봐요. 진짜. 이게 휴가야? 휴가도 아니야 이거는. 경기도 너무 어렵고 아주 그냥 살기가 어려워요."]

신선함이 생명인 수산물을 파는 상인들은 더 애가 탑니다.

[한송분/대천항 수산물시장 상인 : "하루 종일 보충해줘야 해요. 녹으면 녹는 대로 계속해줘야 갈치고 생선이 신선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계속 얼음 채워주고 해야 돼. 작년에 한 장 쓸 거 올해는 두 장 쓴다고 보면 돼요."]

매장 밖에 내놓고 팔던 건어물은 도통 꺾이지 않는 폭염에 냉장고에 보관하는 종류가 늘고 있습니다.

[최종란/대천항 수산물시장 상인 : "여기 바깥에서 뜨끈뜨끈하잖아요. 그래서 냉장고에 넣어놔서 신선도 있게 싱싱하게 해서 주려고 냉장고에 넣어놨지. 문어 슬라이스니 노가리니 뭐 이런 거 냉장고 넣어놓고 젓갈 넣어놓고. 혹시나 몰라서. 냄새날까 봐."]

도심을 떠난 피서지에서도 더위를 피하기 쉽지 않은 최고, 최장의 폭염.

피서지 상인들은 말복까지 계속될거라는 폭염 예보가 사실이 아니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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