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폭발물 드론 암살 시도 뒤 베네수엘라는?

입력 2018.08.07 (14:03) 수정 2018.08.3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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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쾅', 마두로 대통령 부인도 '움찔'

지난 4일 오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는 도로를 봉쇄한 채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마두로 대통령은 부인과 장성 등 요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베네수엘라에 가장 큰 위기로 닥친 경제에 대해 연설을 하는 순간 드론이 폭발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이제 경제 회복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라며 경제 위기를 벗어났다고 말하는 순간 상공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 이때 마두로 대통령 옆에 있던 부인은 몸을 움츠렸고 마두로 대통령과 요인들은 모두 하늘을 쳐다봤다. 이어 경호원들은 방탄 장비로 대통령을 둘러싸고 대피시켰다. 그의 연설은 국영 TV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폭발 순간 카메라는 흔들리고 소리는 끊어졌다. 카메라는 늘어선 군인의 모습을 비쳤고, 그 뒤 행사 방송은 광고 영상으로 바뀌었다.

생중계를 통해 본 국민들은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정부 발표 뉴스를 통해 드론 암살 시도였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암살 위기를 모면하는 순간이었지만 대통령 부부와 뒤에 서 있던 장성들이 폭발음에 피하려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국민들에게 비친 마두로 대통령의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베네수엘라 정치 분석가와 외신들의 반응이다. 대 국민 연설 때 마다 힘이 넘치는 발음으로 자신의 정책을 알려왔던 그였기 때문이다.


수백 명 군인도 혼비백산 대피..."충성" 재확인

폭발과 동시에 도열했던 수백 명의 군인이 혼비백산 대피하는 모습은 마두로 대통령에게는 충격이 될 수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군인 출신이 아니다. 버스 운전기사였던 그는 국민들의 인기가 높았던 전임 대통령인 차베스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에게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군의 지지가 중요하다. 식량난과 의약품난 등 기본적인 국민들의 삶이 어려운 상황에서 군부의 동요를 막기 위해 군을 늘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주요 공기업의 요직은 현역 군 장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공기업의 요직에 있으면서 군 계급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이처럼 군을 애지중지했던 마두로 대통령으로서는 수백 명의 군인들이 놀라 달아나듯 흩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군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군부는 곧바로 대통령을 향한 충성을 재확인했다. 국방부 장관이 성명을 통해 "군은 통수권자인 마두로 대통령에게 무조건적이며 제한 없는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백만 퍼센트 물가상승" 경제 위기 속 폭발

베네수엘라는 오는 20일부터 화폐개혁을 시행한다. 화폐의 액면 단위를 10만 분의 1로 축소하는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예정이다. 10만 볼리바르 화폐가 1볼리바르로 바뀐다. 매일 매일 물가가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물가를 취재하던 지난 5월 말 버스 요금이 5천 볼리바르였으나 두 달 만에 2만 볼리바르로 인상됐다. 공공요금이 두 달 사이에 4배 뛴 것이다. IMF는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을 백만%로 예측했다.

지난해도 물가상승률이 만 4천%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들의 고통은 심각했지만 올해 국민들는 더욱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폭발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일부에서는 마두로 정부의 조작을 의심했다. 야당과 정치 분석가들은 마두로 정권이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식품과 생필품 등의 부족 사태 속에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이번 사건을 조작했거나 과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석유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마두로, 드론 폭발 사건으로 정치 탄압 강화"

베네수엘라 국립중앙대 호세 그레고리오 정치학 교수는 KBS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발생해 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된 사건이다.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군인들도 불만이 크다"라며 이번 사건을 경제적 위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배경이 무엇이든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폭발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이 사건으로 극심한 경제불안을 덮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경제 위기 상황에서 마두로 대통령도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현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일부 시민들은 사건 뒤 마두로를 지지한다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지만, 야권은 암살 기도 사건을 빌미로 마두로 정권이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드론 공격 현장에 특별한 보안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어 사건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드론 폭발 직후 대국민 성명을 통해 친미 정권인 콜롬비아를 폭발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한 것도 국민들의 관심을 미국 반대운동으로 돌리려는 전략이라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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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07 14:03:28
    • 수정2018-08-30 09:25:21
    특파원 리포트
하늘에서 '쾅', 마두로 대통령 부인도 '움찔'

지난 4일 오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는 도로를 봉쇄한 채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마두로 대통령은 부인과 장성 등 요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베네수엘라에 가장 큰 위기로 닥친 경제에 대해 연설을 하는 순간 드론이 폭발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이제 경제 회복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라며 경제 위기를 벗어났다고 말하는 순간 상공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 이때 마두로 대통령 옆에 있던 부인은 몸을 움츠렸고 마두로 대통령과 요인들은 모두 하늘을 쳐다봤다. 이어 경호원들은 방탄 장비로 대통령을 둘러싸고 대피시켰다. 그의 연설은 국영 TV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폭발 순간 카메라는 흔들리고 소리는 끊어졌다. 카메라는 늘어선 군인의 모습을 비쳤고, 그 뒤 행사 방송은 광고 영상으로 바뀌었다.

생중계를 통해 본 국민들은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정부 발표 뉴스를 통해 드론 암살 시도였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암살 위기를 모면하는 순간이었지만 대통령 부부와 뒤에 서 있던 장성들이 폭발음에 피하려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국민들에게 비친 마두로 대통령의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베네수엘라 정치 분석가와 외신들의 반응이다. 대 국민 연설 때 마다 힘이 넘치는 발음으로 자신의 정책을 알려왔던 그였기 때문이다.


수백 명 군인도 혼비백산 대피..."충성" 재확인

폭발과 동시에 도열했던 수백 명의 군인이 혼비백산 대피하는 모습은 마두로 대통령에게는 충격이 될 수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군인 출신이 아니다. 버스 운전기사였던 그는 국민들의 인기가 높았던 전임 대통령인 차베스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에게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군의 지지가 중요하다. 식량난과 의약품난 등 기본적인 국민들의 삶이 어려운 상황에서 군부의 동요를 막기 위해 군을 늘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주요 공기업의 요직은 현역 군 장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공기업의 요직에 있으면서 군 계급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이처럼 군을 애지중지했던 마두로 대통령으로서는 수백 명의 군인들이 놀라 달아나듯 흩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군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군부는 곧바로 대통령을 향한 충성을 재확인했다. 국방부 장관이 성명을 통해 "군은 통수권자인 마두로 대통령에게 무조건적이며 제한 없는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백만 퍼센트 물가상승" 경제 위기 속 폭발

베네수엘라는 오는 20일부터 화폐개혁을 시행한다. 화폐의 액면 단위를 10만 분의 1로 축소하는 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할 예정이다. 10만 볼리바르 화폐가 1볼리바르로 바뀐다. 매일 매일 물가가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물가를 취재하던 지난 5월 말 버스 요금이 5천 볼리바르였으나 두 달 만에 2만 볼리바르로 인상됐다. 공공요금이 두 달 사이에 4배 뛴 것이다. IMF는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을 백만%로 예측했다.

지난해도 물가상승률이 만 4천%를 기록할 정도로 국민들의 고통은 심각했지만 올해 국민들는 더욱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폭발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일부에서는 마두로 정부의 조작을 의심했다. 야당과 정치 분석가들은 마두로 정권이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식품과 생필품 등의 부족 사태 속에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이번 사건을 조작했거나 과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석유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마두로, 드론 폭발 사건으로 정치 탄압 강화"

베네수엘라 국립중앙대 호세 그레고리오 정치학 교수는 KBS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발생해 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된 사건이다.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군인들도 불만이 크다"라며 이번 사건을 경제적 위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배경이 무엇이든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폭발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이 사건으로 극심한 경제불안을 덮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경제 위기 상황에서 마두로 대통령도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현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일부 시민들은 사건 뒤 마두로를 지지한다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지만, 야권은 암살 기도 사건을 빌미로 마두로 정권이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드론 공격 현장에 특별한 보안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어 사건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드론 폭발 직후 대국민 성명을 통해 친미 정권인 콜롬비아를 폭발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한 것도 국민들의 관심을 미국 반대운동으로 돌리려는 전략이라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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