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제주 여성 변사 사건에 예멘 난민이 관련”…사실일까?

입력 2018.08.07 (18:05) 수정 2018.08.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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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밤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실종된 30대 여성 최모 씨가 7일만인 지난 1일 100km 정도 떨어진 서귀포시 가파도 서쪽 해상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부검 결과 성범죄나 타살의 정황이 없어 익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도 최 씨의 폐에 플랑크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의뢰한 상태다. 폐에서 다량의 플랑크톤이 검출되면 익사가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끈 가운데 인터넷과 SNS에선 6~7월 제주에서 실종된 여성 6명이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퍼졌다. 특히 최 씨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게시물을 공유하며 연쇄살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이 사건들을 예멘 난민과 결부 지어 마치 난민 심사를 받고 있는 예멘인들이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암시하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최 씨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직후에도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예멘 난민이 저지른 범죄가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왔고 그런 의심은 지금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해당 게시물은 예멘 난민 포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공유되며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한 폐쇄형 SNS에 게시된 공유 글. 한 폐쇄형 SNS에 게시된 공유 글.

한편에선 '제주 실종'이라는 제목의 출처를 알 수 없는 게시물이 제작돼 유통되기도 했다. 게시물에는 6건(중복 표기 1건 포함)의 변사사건이 표기돼있다.

인터넷과 SNS에서 떠돌고 있는 게시물.인터넷과 SNS에서 떠돌고 있는 게시물.

정리하자면, 지난 한 달여 동안 제주에서 6명의 여성이 변사체로 발견됐고 이 사건에 예멘 난민이 연관돼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3건은 실제 일어난 사건, 2건은 거짓 (중복 표기된 7월 13일 사건은 한 건으로 계산)

우선 게시물에 표기된 내용이 실제 일어났던 사건인지 여부를 해당 기간 언론보도와 경찰청 설명을 통해 따져봤다.

6월 7일 40대 여성이 제주 한림항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건 사실이다. 당일 오전 한림항 조선소 앞 갯바위에 숨진 채 쓰러져 있던 40대 김 모 씨를 한 낚시꾼이 발견해 신고했다. 제주해경은 조사 결과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경은 부검을 통해 김 씨가 익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6월 13일 사건도 실제 벌어진 일이다. 다방 종업원인 50대 여성 오 모 씨가 세화해수욕장 앞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제주해경 조사 결과 오 씨는 시신으로 발견되기 2~3일 전부터 죽고 싶다는 소리를 자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발견 당시 김 씨는 티셔츠에 반바지,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 사건 역시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고 익사로 추정됐다.

7월 13일엔 서귀포시 성산읍 소재 마을 도로 옆 배수로에서 50대 여성이 숨져 있는 것을 동네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목격자 진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다른 주민과 함께 밭일하고 배수로 근처에서 헤어진 뒤 연락이 끊겼다. 경찰의 부검 결과 여성의 사인은 질병 등에 의한 예기치 못한 급사를 뜻하는 '내인성 급사'로 추정됐다.

위 세 개 사건은 모두 지금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반면 6월 30일과 7월 25일에 발생했다는 변사체 사건은 근거가 없다. 경찰청과 제주지방경찰청도 해당 날짜와 장소에서 발생한 변사 사건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7월 25일이 세화항 실종 날짜와 겹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사건을 오인해 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루머 확산에 진화 나선 경찰…"범죄 관련성 확인 안 돼"

경찰은 관련 정보가 왜곡돼 유통되면서 국민적 불안감을 증폭한다는 판단에 따라 직접 진화에 나섰다. 경찰청과 제주지방경찰청은 최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게시물이 퍼지고 있다."면서 설명글을 게시했다.

경찰은 해당 내용에 대해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6월에 발생한 변사사건 2건과 7월에 발생한 2건(중복 표기를 감안하면 실제 1건)에 대해 "어떠한 예단이나 편견 없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수사 중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지는 범죄와 관련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직접 해당 게시물 내용이 왜곡됐거나 아직 범죄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일부 온라인 카페와 SNS에서는 여전히 관련 내용이 예멘 난민이 저지른 타살 사건인 것처럼 왜곡돼 공유되고 있다.

"제주 여성 변사 사건에 예멘 난민이 관련돼 있다" → 전혀 사실 아님

"6~7월 제주에서 여성 6명이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것은 일부 사실이다. 중복 표기된 1건을 제외하면 5건의 변사 사건 중 3건이 실제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게시물이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내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시물 공유 과정에서 게시글에 '예멘 난민'이나 '연쇄살인' 같은 표현을 넣어 예멘 난민을 제주도 사건사고와 연결짓는 표현이적지 않다. 게시물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예멘 난민이 제주 변사 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갖게 할만하다. 더구나 해당 사건들은 아직 타살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예멘 난민과 사건을 연관 짓는 것을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보기 어렵다.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제주실종 게시물의 출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로 추정된다. 취재진이 이미지 검증을 위해 다각도로 찾아봤지만, 원본 이미지가 아니라 만들어진 이미지 형태여서 최초 출처를 찾기는 어려웠다. 제주 경찰이 수사에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며 SNS상 확인되지 않은 게시물을 경고한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해봤을 때 "제주 여성 변사 사건에 예멘 난민이 관련돼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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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8-08 09: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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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밤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에서 실종된 30대 여성 최모 씨가 7일만인 지난 1일 100km 정도 떨어진 서귀포시 가파도 서쪽 해상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부검 결과 성범죄나 타살의 정황이 없어 익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도 최 씨의 폐에 플랑크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의뢰한 상태다. 폐에서 다량의 플랑크톤이 검출되면 익사가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끈 가운데 인터넷과 SNS에선 6~7월 제주에서 실종된 여성 6명이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퍼졌다. 특히 최 씨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게시물을 공유하며 연쇄살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이 사건들을 예멘 난민과 결부 지어 마치 난민 심사를 받고 있는 예멘인들이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암시하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최 씨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직후에도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예멘 난민이 저지른 범죄가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왔고 그런 의심은 지금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해당 게시물은 예멘 난민 포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공유되며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한 폐쇄형 SNS에 게시된 공유 글.
한편에선 '제주 실종'이라는 제목의 출처를 알 수 없는 게시물이 제작돼 유통되기도 했다. 게시물에는 6건(중복 표기 1건 포함)의 변사사건이 표기돼있다.

인터넷과 SNS에서 떠돌고 있는 게시물.
정리하자면, 지난 한 달여 동안 제주에서 6명의 여성이 변사체로 발견됐고 이 사건에 예멘 난민이 연관돼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3건은 실제 일어난 사건, 2건은 거짓 (중복 표기된 7월 13일 사건은 한 건으로 계산)

우선 게시물에 표기된 내용이 실제 일어났던 사건인지 여부를 해당 기간 언론보도와 경찰청 설명을 통해 따져봤다.

6월 7일 40대 여성이 제주 한림항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건 사실이다. 당일 오전 한림항 조선소 앞 갯바위에 숨진 채 쓰러져 있던 40대 김 모 씨를 한 낚시꾼이 발견해 신고했다. 제주해경은 조사 결과 성폭행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경은 부검을 통해 김 씨가 익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6월 13일 사건도 실제 벌어진 일이다. 다방 종업원인 50대 여성 오 모 씨가 세화해수욕장 앞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제주해경 조사 결과 오 씨는 시신으로 발견되기 2~3일 전부터 죽고 싶다는 소리를 자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발견 당시 김 씨는 티셔츠에 반바지,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 사건 역시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고 익사로 추정됐다.

7월 13일엔 서귀포시 성산읍 소재 마을 도로 옆 배수로에서 50대 여성이 숨져 있는 것을 동네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과 목격자 진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다른 주민과 함께 밭일하고 배수로 근처에서 헤어진 뒤 연락이 끊겼다. 경찰의 부검 결과 여성의 사인은 질병 등에 의한 예기치 못한 급사를 뜻하는 '내인성 급사'로 추정됐다.

위 세 개 사건은 모두 지금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반면 6월 30일과 7월 25일에 발생했다는 변사체 사건은 근거가 없다. 경찰청과 제주지방경찰청도 해당 날짜와 장소에서 발생한 변사 사건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7월 25일이 세화항 실종 날짜와 겹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사건을 오인해 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루머 확산에 진화 나선 경찰…"범죄 관련성 확인 안 돼"

경찰은 관련 정보가 왜곡돼 유통되면서 국민적 불안감을 증폭한다는 판단에 따라 직접 진화에 나섰다. 경찰청과 제주지방경찰청은 최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게시물이 퍼지고 있다."면서 설명글을 게시했다.

경찰은 해당 내용에 대해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6월에 발생한 변사사건 2건과 7월에 발생한 2건(중복 표기를 감안하면 실제 1건)에 대해 "어떠한 예단이나 편견 없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수사 중인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까지는 범죄와 관련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직접 해당 게시물 내용이 왜곡됐거나 아직 범죄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일부 온라인 카페와 SNS에서는 여전히 관련 내용이 예멘 난민이 저지른 타살 사건인 것처럼 왜곡돼 공유되고 있다.

"제주 여성 변사 사건에 예멘 난민이 관련돼 있다" → 전혀 사실 아님

"6~7월 제주에서 여성 6명이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것은 일부 사실이다. 중복 표기된 1건을 제외하면 5건의 변사 사건 중 3건이 실제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게시물이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내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시물 공유 과정에서 게시글에 '예멘 난민'이나 '연쇄살인' 같은 표현을 넣어 예멘 난민을 제주도 사건사고와 연결짓는 표현이적지 않다. 게시물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예멘 난민이 제주 변사 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갖게 할만하다. 더구나 해당 사건들은 아직 타살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예멘 난민과 사건을 연관 짓는 것을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보기 어렵다.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제주실종 게시물의 출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로 추정된다. 취재진이 이미지 검증을 위해 다각도로 찾아봤지만, 원본 이미지가 아니라 만들어진 이미지 형태여서 최초 출처를 찾기는 어려웠다. 제주 경찰이 수사에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며 SNS상 확인되지 않은 게시물을 경고한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해봤을 때 "제주 여성 변사 사건에 예멘 난민이 관련돼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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