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25 전쟁 포화 속 소년범·‘포로 올림픽’…영상 최초 공개

입력 2018.08.07 (21:28) 수정 2018.08.0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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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국립문서보관청에 소장돼 있던 6.25 전쟁 희귀 영상자료 20여 점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KBS가 서울대를 통해 입수한 이 영상자료들은 6.25 전쟁 당시 미군들이 촬영한 것으로, 한국전쟁 전후의 현대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소영, 김준범 두 기자가 차례로 소개해 드립니다.

[리포트]

6·25 전쟁 발발 직후 수원역 앞.

총을 든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고개를 푹 숙인 소년들이 보입니다.

한눈에 봐도 앳된 얼굴.

물을 주는 사람에게도 경계심이 가득합니다.

이들은 제주4·3사건과 여순사건 등에 연루돼 인천소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소년범들입니다.

영상을 촬영한 미군 영상병은 이들을 한국 정치범이라고 명확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쟁 초기 소년들도 정치범으로 분류해 남쪽으로 이감하던 과정으로 추정됩니다.

이 현장에 있다 가까스로 인천으로 다시 돌아간 양일화 할아버지는 그 날의 공포를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합니다.

[양일화/인천소년형무소 소년범 수감 : "'야 이제 죽었다' 우리 문지기 하던 순경이 거기 총 메고 딱 서있단 말이야. 목말라 하니까 물은 가져다줬어. 주니까 그거 먹고..."]

하지만, 양 할아버지의 기억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남은 사진 자료는 이들을 북한군 포로로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화면 속 소년범들의 행적은 수원역 앞 이 촬영이 마지막입니다.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런 기록이 없습니다.

수원역을 지나는 경부선의 경로로 볼 때 대전형무소로 이감됐을 걸로 추정됩니다.

이 영상이 촬영되고 한달 여 뒤 대전형무소 재소자 수천 명은 산내 골령골에서 학살당했습니다.

[강성현/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 : "불법적으로 학살된 것이거든요.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그 사람들의 표정, 분위기를 이 영상 자료 만큼이나 강한 공감과 깊은 감정적 유대를 만들어주긴 어렵죠."]

6·25 전쟁 당시 소년범의 정확한 규모와 생사에 대한 공식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전쟁 포화 속 ‘포로 올림픽’…전시 치열한 선전전▼

[리포트]

태극기와 성조기를 중심으로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장.

육상 경기가 한창입니다.

앞서 나갈 욕심에 부정 출발이 잇따릅니다.

마침내 출발선을 떠난 주자들.

결승선까지 온 힘을 다합니다.

이번엔 장애물 달리기입니다.

기어서 네트를 지나고, 사다리도 통과합니다.

깡총 깡총 모둠발로 뛰는 이색 이어달리기도 열렸습니다.

응원전도 뜨겁습니다.

음성이 담기지 않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밴드에 맞춰, '우리편 이겨라'를 외치는 듯 합니다.

즐거움이 넘치는 이 영상의 촬영일은 1952년 2월 11일.

6·25 전쟁이 한창이던 때의 거제 포로수용소입니다.

웃고 즐기는 화면 속 인물들은 모두 공산군 포로들입니다.

감시와 경계만 가득했을 거란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인데, 냉전 시기 북송을 거부했던 포로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선전전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전갑생/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 "1952년 시기에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처음으로 '캠프 올림픽'이라는 걸 열었죠. 이런 포로들이 자유롭게 운동경기도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프로파간다, 선전 도구로써 이용을 했죠. 그 이후에 몇 개월 뒤에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동일한 캠프 올림픽 영상을 촬영하게 됐던 거죠."]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미국국립문서보관청에서 서울대 전갑생 연구원이 최초 발굴했습니다.

미군의 전속 영상병이 촬영한 희귀 영상의 존재를 최소 5백개 이상 확인했지만, 정부 차원의 연구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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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6.25 전쟁 포화 속 소년범·‘포로 올림픽’…영상 최초 공개
    • 입력 2018-08-07 21:32:15
    • 수정2018-08-07 21:58:05
    뉴스 9
[앵커]

미국 국립문서보관청에 소장돼 있던 6.25 전쟁 희귀 영상자료 20여 점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KBS가 서울대를 통해 입수한 이 영상자료들은 6.25 전쟁 당시 미군들이 촬영한 것으로, 한국전쟁 전후의 현대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소영, 김준범 두 기자가 차례로 소개해 드립니다.

[리포트]

6·25 전쟁 발발 직후 수원역 앞.

총을 든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 고개를 푹 숙인 소년들이 보입니다.

한눈에 봐도 앳된 얼굴.

물을 주는 사람에게도 경계심이 가득합니다.

이들은 제주4·3사건과 여순사건 등에 연루돼 인천소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소년범들입니다.

영상을 촬영한 미군 영상병은 이들을 한국 정치범이라고 명확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쟁 초기 소년들도 정치범으로 분류해 남쪽으로 이감하던 과정으로 추정됩니다.

이 현장에 있다 가까스로 인천으로 다시 돌아간 양일화 할아버지는 그 날의 공포를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합니다.

[양일화/인천소년형무소 소년범 수감 : "'야 이제 죽었다' 우리 문지기 하던 순경이 거기 총 메고 딱 서있단 말이야. 목말라 하니까 물은 가져다줬어. 주니까 그거 먹고..."]

하지만, 양 할아버지의 기억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남은 사진 자료는 이들을 북한군 포로로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화면 속 소년범들의 행적은 수원역 앞 이 촬영이 마지막입니다.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런 기록이 없습니다.

수원역을 지나는 경부선의 경로로 볼 때 대전형무소로 이감됐을 걸로 추정됩니다.

이 영상이 촬영되고 한달 여 뒤 대전형무소 재소자 수천 명은 산내 골령골에서 학살당했습니다.

[강성현/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 : "불법적으로 학살된 것이거든요.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그 사람들의 표정, 분위기를 이 영상 자료 만큼이나 강한 공감과 깊은 감정적 유대를 만들어주긴 어렵죠."]

6·25 전쟁 당시 소년범의 정확한 규모와 생사에 대한 공식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전쟁 포화 속 ‘포로 올림픽’…전시 치열한 선전전▼

[리포트]

태극기와 성조기를 중심으로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장.

육상 경기가 한창입니다.

앞서 나갈 욕심에 부정 출발이 잇따릅니다.

마침내 출발선을 떠난 주자들.

결승선까지 온 힘을 다합니다.

이번엔 장애물 달리기입니다.

기어서 네트를 지나고, 사다리도 통과합니다.

깡총 깡총 모둠발로 뛰는 이색 이어달리기도 열렸습니다.

응원전도 뜨겁습니다.

음성이 담기지 않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밴드에 맞춰, '우리편 이겨라'를 외치는 듯 합니다.

즐거움이 넘치는 이 영상의 촬영일은 1952년 2월 11일.

6·25 전쟁이 한창이던 때의 거제 포로수용소입니다.

웃고 즐기는 화면 속 인물들은 모두 공산군 포로들입니다.

감시와 경계만 가득했을 거란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인데, 냉전 시기 북송을 거부했던 포로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선전전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전갑생/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 "1952년 시기에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처음으로 '캠프 올림픽'이라는 걸 열었죠. 이런 포로들이 자유롭게 운동경기도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프로파간다, 선전 도구로써 이용을 했죠. 그 이후에 몇 개월 뒤에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동일한 캠프 올림픽 영상을 촬영하게 됐던 거죠."]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미국국립문서보관청에서 서울대 전갑생 연구원이 최초 발굴했습니다.

미군의 전속 영상병이 촬영한 희귀 영상의 존재를 최소 5백개 이상 확인했지만, 정부 차원의 연구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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