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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리용호 北외무상은 왜 하필 지금 이란에 갔을까?
입력 2018.08.07 (21:43) 수정 2018.08.08 (22:30) 글로벌 돋보기
[글로벌 돋보기] 리용호 北외무상은 왜 하필 지금 이란에 갔을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다시 제재의 칼을 빼 들었다. 미국의 이란 제재 부활은 2016년 1월 이른바 'P5+1' 국가들과 이란이 체결한 핵 협정에 따라 제재를 완화하거나 중단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당사국인 이란의 거센 반발, 그리고 대 이란 제재가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 못지않게 외교가의 눈길을 끄는 건 미국이 이란 제재 조치를 부활시킨 당일 북한의 외교사령탑인 리용호 외무상의 이란 방문이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우선순위를 놓고 북미가 대치하며 협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미묘한 국면에서 리용호 외무상은 왜 하필 지금 이란을 찾았을까? 미국은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란 제재 2년 7개월 만에 부활...트럼프 "양자택일하라" 압박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부활 조치는 석 달 전인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전격 선언하면서 예고됐던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8일 이란 핵 합의(JCPOA) 탈퇴를 발표하면서 '90일의 유예기간'을 통보했고, 유예기간이 공식 종료된 6일(현지 시간) 이란 제재를 복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란) 핵 합의는 끔찍하고 일방적인 거래"라면서 "이란의 핵폭탄으로 이어지는 모든 길목을 막는다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이란 정권은 위협적이고 불안정한 행동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제에 다시 편입되든지, 아니면 경제 고립의 길을 이어가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양자택일을 압박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는 크게 두 단계 걸쳐 이뤄진다.

당장 7일부터 발효된 1단계 제재는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화 거래를 틀어막아 이란 정권의 돈줄을 옥죄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란 정부의 달러화 구매 ▲이란 리알화 관련 거래 ▲이란 국채 발행 활동 ▲금·귀금속 거래, ▲흑연·알루미늄·철·석탄·소프트웨어·자동차 거래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는데, 미국 업체뿐만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개인도 제재를 받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적용된다.

석 달 뒤인 11월부터 부과되는 2단계 제재는 이란의 에너지 거래 차단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이란의 석유제품 거래 ▲이란의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 이란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이 주 대상인데, 이란산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우리나라도 예외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군 확보 나선 이란...중국-러시아 밀착 공조로 돌파?

벌써부터 리알화 가치 폭락 등 제재 조치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이란은 대국민 단결을 호소하며 민심을 달래는 데 주력하는 한편 미국 제재의 여파를 최소화하기위해 총력 외교전에 나선 모양새다.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리 하메이니가 이례적으로 내각 전원을 관저로 불러 대책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미국의 조치를 하루 앞둔 어젯밤(6일)에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직접 국영 TV에 출연해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 조치로 이란 경제는 악화되지 않을 것이고 고립되는 건 이란이 아니고 미국"이라고 주장하며 "국민이 단결해 맞서 나간다면 미국은 자신들의 조치를 매우 빨리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특히 "지난달 유럽을 방문해 중국과 회담했을 때, 그들은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하면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재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일례로 한 프랑스 회사가 가스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철회했을 때 중국이 도운 사실을 거론하면서 "현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Under current conditions, Asian countries are of utmost importance to us)"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서는 "만일 누군가가 상대방을 칼로 찌른 뒤 협상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 대답은 먼저 칼을 치우고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며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핵 합의 탈퇴 이후 이란은 지난 6월 중국 주도의 안보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참석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부쩍 중국·러시아와 밀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 속에 이란 핵 합의의 산파역이었던 유럽연합과 프랑스·독일·영국 등은 미국의 제재 부활 조치에 반발해 오늘(7일)부터 이란과 거래하는 EU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재무력화법'을 발효시켰다.


◆힘들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리용호의 전격적인 이란 방문

미국이 이란 제재 카드를 꺼내 들며 고강도 압박을 재개한 이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지난 주말까지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머물렀던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 일행이다.

ARF 현장에서 무려 11개국 외무장관들을 만나며 광폭 외교를 선보였던 리용호 외무상은 ARF 폐막 직후 회담 주최국인 싱가포르 측과 외무장관 회담을 추가로 진행한 뒤 곧바로 이란으로 향했다.

미국의 제재 조치 발표로 자신들을 도울 우군 하나하나가 아쉬운 이란의 입장에서 보면, 리용호 외무상은 그 누구보다 반가운 친구이자 손님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앞서 지난 2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대표단의 ARF 참석 소식을 전하면서, 리 외무상이 싱가포르 공화국에 이어 이란이슬람공화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밝혀 리 외무상의 이란행을 예고하기도 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이란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를 비롯해 수십 년째 핵·미사일 개발 커넥션을 이어오며 관계를 돈독히 해온 최대 우방국 중 하나다.

지난해 8월엔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로하니 대통령의 연임을 축하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했고, 지난 4월 리용호 외무상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비동맹운동 회의에 참석해 이란 대표단과 회동하기도 했다.

이란 현지언론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이란 테헤란에 도착한 직후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과 회담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이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현지언론들은 양측이 상호 협력 확대 방안과 주요 국제 문제 등에 대한 논의했다고 짧막하게 보도했지만, 양국의 최대 현안인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과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조치 등이 의제에서 빠지지는 않았을 듯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 모하마드-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회담(현지시간 7일, 이란 수도 테헤란)리용호 북한 외무상, 모하마드-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회담(현지시간 7일, 이란 수도 테헤란)

◆왜 하필 지금일까?...볼턴의 경고 "이란-북한 핵무기 협력 가능성"

리용호 외무상은 왜 하필 이 시점에 이란을 찾았을까? 갑작스런 이란 방문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을까?

북한의 최우방국중 하나인 이란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리용호 외무상의 이번 이란 방문 자체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다.

다만 외교가가 주목하는 건, 리용호 외무상의 방문 시점이다. 북미 협상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리용호 외무상이 하필 미국의 이란 제재 부활일을 방문 날짜로 택한 이유, 그리고 이번 이란 방문이 북미 협상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일단은 미국의 제재 압박에 맞서 외교전에 주력하고 있는 이란이 강력하게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상식적인 추론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이 북한을 부추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북미 협상에서 미국을 압박하고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란에 협조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ARF 당시 무려 11개국 외무장관들과 회담을 하며 동남아 국가들과 관계를 다진 데 이어 최대 우방국 중 하나인 이란과도 관계를 강화할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미국이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점이다. 걱정되는 건 북한의 행보가 자칫 트럼프 행정부, 특히 미국 내 강경파들을 자극해 향후 협상에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 내 대표적인 매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과 이란이 핵무기 운반체계인 탄도 미사일 뿐 아니라 핵무기 부문에서도 협력했을 가능성이 꽤 있다"면서 "이는 2007년 9월 이스라엘에 의해 파괴된 시리아 핵시설을 북한이 건설했었던 것과 마찬가지"라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란과 북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은 정확히 똑같으며, 이는 최대 압박을 통해 운반 가능한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른바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얘기를 또 꺼냈다.

비록 볼턴 보좌관이 리용호 외무상의 이란 방문을 직접 거론한 건 아니지만, 북한과 이란의 관계 강화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사전 경고 성격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기대를 모았던 ARF 회담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과 미국..미국과 이란의 대치 국면에서 이란을 전격 방문한 리용호 외무상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북한 외교수장의 행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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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07 (21:43)
    • 수정 2018.08.0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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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리용호 北외무상은 왜 하필 지금 이란에 갔을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다시 제재의 칼을 빼 들었다. 미국의 이란 제재 부활은 2016년 1월 이른바 'P5+1' 국가들과 이란이 체결한 핵 협정에 따라 제재를 완화하거나 중단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당사국인 이란의 거센 반발, 그리고 대 이란 제재가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 못지않게 외교가의 눈길을 끄는 건 미국이 이란 제재 조치를 부활시킨 당일 북한의 외교사령탑인 리용호 외무상의 이란 방문이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우선순위를 놓고 북미가 대치하며 협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미묘한 국면에서 리용호 외무상은 왜 하필 지금 이란을 찾았을까? 미국은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란 제재 2년 7개월 만에 부활...트럼프 "양자택일하라" 압박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부활 조치는 석 달 전인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전격 선언하면서 예고됐던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8일 이란 핵 합의(JCPOA) 탈퇴를 발표하면서 '90일의 유예기간'을 통보했고, 유예기간이 공식 종료된 6일(현지 시간) 이란 제재를 복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란) 핵 합의는 끔찍하고 일방적인 거래"라면서 "이란의 핵폭탄으로 이어지는 모든 길목을 막는다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이란 정권은 위협적이고 불안정한 행동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제에 다시 편입되든지, 아니면 경제 고립의 길을 이어가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양자택일을 압박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는 크게 두 단계 걸쳐 이뤄진다.

당장 7일부터 발효된 1단계 제재는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화 거래를 틀어막아 이란 정권의 돈줄을 옥죄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란 정부의 달러화 구매 ▲이란 리알화 관련 거래 ▲이란 국채 발행 활동 ▲금·귀금속 거래, ▲흑연·알루미늄·철·석탄·소프트웨어·자동차 거래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는데, 미국 업체뿐만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개인도 제재를 받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적용된다.

석 달 뒤인 11월부터 부과되는 2단계 제재는 이란의 에너지 거래 차단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이란의 석유제품 거래 ▲이란의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 이란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이 주 대상인데, 이란산 원유를 많이 수입하는 우리나라도 예외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군 확보 나선 이란...중국-러시아 밀착 공조로 돌파?

벌써부터 리알화 가치 폭락 등 제재 조치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이란은 대국민 단결을 호소하며 민심을 달래는 데 주력하는 한편 미국 제재의 여파를 최소화하기위해 총력 외교전에 나선 모양새다.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리 하메이니가 이례적으로 내각 전원을 관저로 불러 대책회의를 주재한 데 이어, 미국의 조치를 하루 앞둔 어젯밤(6일)에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직접 국영 TV에 출연해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 조치로 이란 경제는 악화되지 않을 것이고 고립되는 건 이란이 아니고 미국"이라고 주장하며 "국민이 단결해 맞서 나간다면 미국은 자신들의 조치를 매우 빨리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특히 "지난달 유럽을 방문해 중국과 회담했을 때, 그들은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하면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재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일례로 한 프랑스 회사가 가스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철회했을 때 중국이 도운 사실을 거론하면서 "현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Under current conditions, Asian countries are of utmost importance to us)"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서는 "만일 누군가가 상대방을 칼로 찌른 뒤 협상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 대답은 먼저 칼을 치우고 협상장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며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핵 합의 탈퇴 이후 이란은 지난 6월 중국 주도의 안보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참석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부쩍 중국·러시아와 밀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 속에 이란 핵 합의의 산파역이었던 유럽연합과 프랑스·독일·영국 등은 미국의 제재 부활 조치에 반발해 오늘(7일)부터 이란과 거래하는 EU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재무력화법'을 발효시켰다.


◆힘들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리용호의 전격적인 이란 방문

미국이 이란 제재 카드를 꺼내 들며 고강도 압박을 재개한 이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지난 주말까지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머물렀던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 일행이다.

ARF 현장에서 무려 11개국 외무장관들을 만나며 광폭 외교를 선보였던 리용호 외무상은 ARF 폐막 직후 회담 주최국인 싱가포르 측과 외무장관 회담을 추가로 진행한 뒤 곧바로 이란으로 향했다.

미국의 제재 조치 발표로 자신들을 도울 우군 하나하나가 아쉬운 이란의 입장에서 보면, 리용호 외무상은 그 누구보다 반가운 친구이자 손님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앞서 지난 2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대표단의 ARF 참석 소식을 전하면서, 리 외무상이 싱가포르 공화국에 이어 이란이슬람공화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밝혀 리 외무상의 이란행을 예고하기도 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이란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를 비롯해 수십 년째 핵·미사일 개발 커넥션을 이어오며 관계를 돈독히 해온 최대 우방국 중 하나다.

지난해 8월엔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로하니 대통령의 연임을 축하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했고, 지난 4월 리용호 외무상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비동맹운동 회의에 참석해 이란 대표단과 회동하기도 했다.

이란 현지언론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이란 테헤란에 도착한 직후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과 회담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이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현지언론들은 양측이 상호 협력 확대 방안과 주요 국제 문제 등에 대한 논의했다고 짧막하게 보도했지만, 양국의 최대 현안인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과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조치 등이 의제에서 빠지지는 않았을 듯하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 모하마드-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회담(현지시간 7일, 이란 수도 테헤란)리용호 북한 외무상, 모하마드-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과 회담(현지시간 7일, 이란 수도 테헤란)

◆왜 하필 지금일까?...볼턴의 경고 "이란-북한 핵무기 협력 가능성"

리용호 외무상은 왜 하필 이 시점에 이란을 찾았을까? 갑작스런 이란 방문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있을까?

북한의 최우방국중 하나인 이란과의 관계를 감안할 때 리용호 외무상의 이번 이란 방문 자체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다.

다만 외교가가 주목하는 건, 리용호 외무상의 방문 시점이다. 북미 협상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리용호 외무상이 하필 미국의 이란 제재 부활일을 방문 날짜로 택한 이유, 그리고 이번 이란 방문이 북미 협상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일단은 미국의 제재 압박에 맞서 외교전에 주력하고 있는 이란이 강력하게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상식적인 추론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이 북한을 부추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북미 협상에서 미국을 압박하고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란에 협조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ARF 당시 무려 11개국 외무장관들과 회담을 하며 동남아 국가들과 관계를 다진 데 이어 최대 우방국 중 하나인 이란과도 관계를 강화할 필요를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미국이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점이다. 걱정되는 건 북한의 행보가 자칫 트럼프 행정부, 특히 미국 내 강경파들을 자극해 향후 협상에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 내 대표적인 매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과 이란이 핵무기 운반체계인 탄도 미사일 뿐 아니라 핵무기 부문에서도 협력했을 가능성이 꽤 있다"면서 "이는 2007년 9월 이스라엘에 의해 파괴된 시리아 핵시설을 북한이 건설했었던 것과 마찬가지"라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란과 북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은 정확히 똑같으며, 이는 최대 압박을 통해 운반 가능한 핵무기를 추구하는 것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른바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얘기를 또 꺼냈다.

비록 볼턴 보좌관이 리용호 외무상의 이란 방문을 직접 거론한 건 아니지만, 북한과 이란의 관계 강화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사전 경고 성격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기대를 모았던 ARF 회담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과 미국..미국과 이란의 대치 국면에서 이란을 전격 방문한 리용호 외무상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북한 외교수장의 행보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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