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일) 오전 9시 국회 민주평화당 당 대표실.
신임 정동영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입장하기 시작합니다. 평소 같으면 으레 침묵이 흐를 법한 시간이지만 갑자기 기자들이 술렁입니다. 예정에 없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기자들은 여기가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인지, 민주평화당 당 대표실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왜 평화당 대표실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등장했지?"
평화당 회의실에 걸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사진
어색한 침묵을 깨고 곧이어 당직자의 설명이 곁들여졌습니다. "오늘은 회의에 앞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걸고 기념사진을 먼저 찍겠습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갑작스러운 이벤트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지금까지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사무실에 걸려 있었을 뿐, 국회 내 다른 정당의 사무공간에 내걸린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두 전직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민주당 사무실에 사진이 걸려있는 것은 자연스럽고 암묵적인 약속이자, 관행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죠. 특히 호남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삼았던 평화당이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의 등장은 작은 충격으로까지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정동영 대표...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 인연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직접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이 새겨진 명판을 사진 밑에 달고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글씨가 선명한 명판 앞으로 자리를 옮겨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정동영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력이 있어 일견 이해가 가는 면도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평화당이 창당 초기가 아닌, 왜 지금에 와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대표실에 거는 걸까?'라는 의구심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오늘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평화당 사무실에 걸린 데 대해 국회 안팎에선 평화당이 정동영 신임 대표 취임 후 '진보 선명성'을 내세우면서 정의당과‘진보경쟁'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동영 대표는 지난 5일 당선 직후 "평화당을 존재감 있는 당으로 만들어갈 것"이라며 "현 정권이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이 나라에서 국민이 평화당을 바라볼 때까지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 가는 것이 평화당의 목표"라고 언급하면서 "민주당의 우클릭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라고도 강조했습니다. 향후 평화당의 이른바 '좌클릭' 행보를 예고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평화당의 이런 행보는 최근 낮은 당 지지율에서 비롯된 고육지책(苦肉之策)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있습니다. 실제 평화당이 비교대상으로 언급한 정의당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입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정의당 지지율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누르고 올라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소속의원 14명을 거느린 평화당이 원내 5석에 불과한 정의당보다 국민들의 지지가 낮다는 것은 신임 당 지도부로는 '빨간 불'이 켜진 위기상황처럼 인식될 수도 있을 겁니다.
당내 이견...지도부 선출 후유증부터 극복해야
신임 정동영 대표의 당찬 포부와는 달리, 당내에선 이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성엽 최고위원은 오늘(8일) 회의에서 "정의당과 민주당은 거의 붙어있는데 거기 평화당이 낄 자리는 없다, 협곡에 매달리지 말고 광야로 나가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선 당 대표가 선택받았어도 당내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 대표의 일방통행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는 언급이었습니다.
특히 최근 평화당 내에선 당원 데이터베이스(DB) 관리 문제와 여론조사 부실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공식회의 석상에서조차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그러면서 나온 단어가 '당내 화합이 우선'이라는 주문이었습니다.
다시 정의당 얘기를 잠시 해보겠습니다. 정의당은 아직 故 노회찬 의원 사망의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분위기지만, 지난달 말 신규 가입 당원이 5천 명에 이르는 등 지지세 증가가 눈에 띕니다.
여기에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게 된 심상정 의원은 올 정기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기치로 내걸며 선명한 '대안 야당' 도약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진보정당으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내건 평화당의 향후 진로는 어떻게 될지 주목됩니다. 평화당은 우선 오는 18일로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에 당력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새로 취임한 평화당 지도부가 내건 핵심 가치는 '민생과 정치개혁, 그리고 평화' 이렇게 3가지입니다.
신임 정동영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입장하기 시작합니다. 평소 같으면 으레 침묵이 흐를 법한 시간이지만 갑자기 기자들이 술렁입니다. 예정에 없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기자들은 여기가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인지, 민주평화당 당 대표실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왜 평화당 대표실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등장했지?"
평화당 회의실에 걸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사진
어색한 침묵을 깨고 곧이어 당직자의 설명이 곁들여졌습니다. "오늘은 회의에 앞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걸고 기념사진을 먼저 찍겠습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갑작스러운 이벤트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지금까지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사무실에 걸려 있었을 뿐, 국회 내 다른 정당의 사무공간에 내걸린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두 전직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민주당 사무실에 사진이 걸려있는 것은 자연스럽고 암묵적인 약속이자, 관행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죠. 특히 호남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삼았던 평화당이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의 등장은 작은 충격으로까지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정동영 대표...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 인연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직접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이 새겨진 명판을 사진 밑에 달고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글씨가 선명한 명판 앞으로 자리를 옮겨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정동영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력이 있어 일견 이해가 가는 면도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평화당이 창당 초기가 아닌, 왜 지금에 와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대표실에 거는 걸까?'라는 의구심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오늘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평화당 사무실에 걸린 데 대해 국회 안팎에선 평화당이 정동영 신임 대표 취임 후 '진보 선명성'을 내세우면서 정의당과‘진보경쟁'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동영 대표는 지난 5일 당선 직후 "평화당을 존재감 있는 당으로 만들어갈 것"이라며 "현 정권이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이 나라에서 국민이 평화당을 바라볼 때까지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 가는 것이 평화당의 목표"라고 언급하면서 "민주당의 우클릭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라고도 강조했습니다. 향후 평화당의 이른바 '좌클릭' 행보를 예고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평화당의 이런 행보는 최근 낮은 당 지지율에서 비롯된 고육지책(苦肉之策)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있습니다. 실제 평화당이 비교대상으로 언급한 정의당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입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정의당 지지율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누르고 올라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소속의원 14명을 거느린 평화당이 원내 5석에 불과한 정의당보다 국민들의 지지가 낮다는 것은 신임 당 지도부로는 '빨간 불'이 켜진 위기상황처럼 인식될 수도 있을 겁니다.
당내 이견...지도부 선출 후유증부터 극복해야
신임 정동영 대표의 당찬 포부와는 달리, 당내에선 이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성엽 최고위원은 오늘(8일) 회의에서 "정의당과 민주당은 거의 붙어있는데 거기 평화당이 낄 자리는 없다, 협곡에 매달리지 말고 광야로 나가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선 당 대표가 선택받았어도 당내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 대표의 일방통행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는 언급이었습니다.
특히 최근 평화당 내에선 당원 데이터베이스(DB) 관리 문제와 여론조사 부실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공식회의 석상에서조차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그러면서 나온 단어가 '당내 화합이 우선'이라는 주문이었습니다.
다시 정의당 얘기를 잠시 해보겠습니다. 정의당은 아직 故 노회찬 의원 사망의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분위기지만, 지난달 말 신규 가입 당원이 5천 명에 이르는 등 지지세 증가가 눈에 띕니다.
여기에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게 된 심상정 의원은 올 정기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기치로 내걸며 선명한 '대안 야당' 도약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진보정당으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내건 평화당의 향후 진로는 어떻게 될지 주목됩니다. 평화당은 우선 오는 18일로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에 당력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새로 취임한 평화당 지도부가 내건 핵심 가치는 '민생과 정치개혁, 그리고 평화' 이렇게 3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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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노무현’ 사진 내건 평화당…정의당과 진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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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8-08 15:47:49
오늘(8일) 오전 9시 국회 민주평화당 당 대표실.
신임 정동영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입장하기 시작합니다. 평소 같으면 으레 침묵이 흐를 법한 시간이지만 갑자기 기자들이 술렁입니다. 예정에 없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기자들은 여기가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인지, 민주평화당 당 대표실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왜 평화당 대표실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등장했지?"
평화당 회의실에 걸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사진
어색한 침묵을 깨고 곧이어 당직자의 설명이 곁들여졌습니다. "오늘은 회의에 앞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걸고 기념사진을 먼저 찍겠습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갑작스러운 이벤트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지금까지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사무실에 걸려 있었을 뿐, 국회 내 다른 정당의 사무공간에 내걸린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두 전직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민주당 사무실에 사진이 걸려있는 것은 자연스럽고 암묵적인 약속이자, 관행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죠. 특히 호남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삼았던 평화당이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의 등장은 작은 충격으로까지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정동영 대표...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 인연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직접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이 새겨진 명판을 사진 밑에 달고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글씨가 선명한 명판 앞으로 자리를 옮겨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정동영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력이 있어 일견 이해가 가는 면도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평화당이 창당 초기가 아닌, 왜 지금에 와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대표실에 거는 걸까?'라는 의구심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오늘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평화당 사무실에 걸린 데 대해 국회 안팎에선 평화당이 정동영 신임 대표 취임 후 '진보 선명성'을 내세우면서 정의당과‘진보경쟁'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동영 대표는 지난 5일 당선 직후 "평화당을 존재감 있는 당으로 만들어갈 것"이라며 "현 정권이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이 나라에서 국민이 평화당을 바라볼 때까지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 가는 것이 평화당의 목표"라고 언급하면서 "민주당의 우클릭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라고도 강조했습니다. 향후 평화당의 이른바 '좌클릭' 행보를 예고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평화당의 이런 행보는 최근 낮은 당 지지율에서 비롯된 고육지책(苦肉之策)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있습니다. 실제 평화당이 비교대상으로 언급한 정의당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입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정의당 지지율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누르고 올라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소속의원 14명을 거느린 평화당이 원내 5석에 불과한 정의당보다 국민들의 지지가 낮다는 것은 신임 당 지도부로는 '빨간 불'이 켜진 위기상황처럼 인식될 수도 있을 겁니다.
당내 이견...지도부 선출 후유증부터 극복해야
신임 정동영 대표의 당찬 포부와는 달리, 당내에선 이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성엽 최고위원은 오늘(8일) 회의에서 "정의당과 민주당은 거의 붙어있는데 거기 평화당이 낄 자리는 없다, 협곡에 매달리지 말고 광야로 나가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선 당 대표가 선택받았어도 당내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 대표의 일방통행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는 언급이었습니다.
특히 최근 평화당 내에선 당원 데이터베이스(DB) 관리 문제와 여론조사 부실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공식회의 석상에서조차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그러면서 나온 단어가 '당내 화합이 우선'이라는 주문이었습니다.
다시 정의당 얘기를 잠시 해보겠습니다. 정의당은 아직 故 노회찬 의원 사망의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분위기지만, 지난달 말 신규 가입 당원이 5천 명에 이르는 등 지지세 증가가 눈에 띕니다.
여기에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게 된 심상정 의원은 올 정기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기치로 내걸며 선명한 '대안 야당' 도약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진보정당으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내건 평화당의 향후 진로는 어떻게 될지 주목됩니다. 평화당은 우선 오는 18일로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에 당력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새로 취임한 평화당 지도부가 내건 핵심 가치는 '민생과 정치개혁, 그리고 평화' 이렇게 3가지입니다.
신임 정동영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입장하기 시작합니다. 평소 같으면 으레 침묵이 흐를 법한 시간이지만 갑자기 기자들이 술렁입니다. 예정에 없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기자들은 여기가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인지, 민주평화당 당 대표실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왜 평화당 대표실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등장했지?"
평화당 회의실에 걸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사진
어색한 침묵을 깨고 곧이어 당직자의 설명이 곁들여졌습니다. "오늘은 회의에 앞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걸고 기념사진을 먼저 찍겠습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갑작스러운 이벤트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지금까지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사무실에 걸려 있었을 뿐, 국회 내 다른 정당의 사무공간에 내걸린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두 전직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에 민주당 사무실에 사진이 걸려있는 것은 자연스럽고 암묵적인 약속이자, 관행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죠. 특히 호남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삼았던 평화당이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의 등장은 작은 충격으로까지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정동영 대표...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 인연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직접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이 새겨진 명판을 사진 밑에 달고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글씨가 선명한 명판 앞으로 자리를 옮겨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정동영 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력이 있어 일견 이해가 가는 면도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평화당이 창당 초기가 아닌, 왜 지금에 와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대표실에 거는 걸까?'라는 의구심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오늘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 평화당 사무실에 걸린 데 대해 국회 안팎에선 평화당이 정동영 신임 대표 취임 후 '진보 선명성'을 내세우면서 정의당과‘진보경쟁'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동영 대표는 지난 5일 당선 직후 "평화당을 존재감 있는 당으로 만들어갈 것"이라며 "현 정권이 먹고 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이 나라에서 국민이 평화당을 바라볼 때까지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 가는 것이 평화당의 목표"라고 언급하면서 "민주당의 우클릭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라고도 강조했습니다. 향후 평화당의 이른바 '좌클릭' 행보를 예고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평화당의 이런 행보는 최근 낮은 당 지지율에서 비롯된 고육지책(苦肉之策)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있습니다. 실제 평화당이 비교대상으로 언급한 정의당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입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정의당 지지율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누르고 올라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소속의원 14명을 거느린 평화당이 원내 5석에 불과한 정의당보다 국민들의 지지가 낮다는 것은 신임 당 지도부로는 '빨간 불'이 켜진 위기상황처럼 인식될 수도 있을 겁니다.
당내 이견...지도부 선출 후유증부터 극복해야
신임 정동영 대표의 당찬 포부와는 달리, 당내에선 이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성엽 최고위원은 오늘(8일) 회의에서 "정의당과 민주당은 거의 붙어있는데 거기 평화당이 낄 자리는 없다, 협곡에 매달리지 말고 광야로 나가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선 당 대표가 선택받았어도 당내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당 대표의 일방통행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는 언급이었습니다.
특히 최근 평화당 내에선 당원 데이터베이스(DB) 관리 문제와 여론조사 부실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공식회의 석상에서조차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그러면서 나온 단어가 '당내 화합이 우선'이라는 주문이었습니다.
다시 정의당 얘기를 잠시 해보겠습니다. 정의당은 아직 故 노회찬 의원 사망의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분위기지만, 지난달 말 신규 가입 당원이 5천 명에 이르는 등 지지세 증가가 눈에 띕니다.
여기에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게 된 심상정 의원은 올 정기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기치로 내걸며 선명한 '대안 야당' 도약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진보정당으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을 내건 평화당의 향후 진로는 어떻게 될지 주목됩니다. 평화당은 우선 오는 18일로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에 당력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새로 취임한 평화당 지도부가 내건 핵심 가치는 '민생과 정치개혁, 그리고 평화' 이렇게 3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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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화 기자 hw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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