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나눠 먹을 물도 없다”…누구를 살려야 하나?

입력 2018.08.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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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캥거루 사살해도 좋다"

올해 호주의 겨울은 잔인하다. 오랜 가뭄은 살아있는 것은 모두 힘들게 해 호주는 그야말로 최악을 겨울을 나고 있다. 호주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뉴사우스웨일스는 주 전체가 메말라 있는 상태다. 뉴사우스웨일스의 7월 한 달간 강우량이 10mm에도 못 미친다. 현재까지는 53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다. 그러나 멜버른대 연구진은 이 상태로 더 지속되면, 이번 가뭄은 53년을 넘어 4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말라가는 땅에는 먹을 것이 없다. 마실 물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당장 농가에 가축들도 비상이 걸렸다. 호주 일부 지역들은 가뭄으로 가축들의 먹이가 부족해지자 먹이 경쟁자인 캥거루 보호정책을 완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캥거루를 보호했지만, 농가에 피해가 된다면 캥거루를 사살해도 좋다는 것이다.

호주는 캥거루 개체 수 조절을 위해 1년에 한 번 특정 기간에만 캥거루를 사냥할 수 있다. 하지만 캥거루로 인한 피해가 늘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니얼 블레어 뉴사우스웨일스주 일차 산업 장관은 성명을 통해 "농민들이 역사상 가장 메마른 겨울을 견디고 있다. 먹이와 물을 찾아온 캥거루들이 농가에 상당한 압박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많은 수의 캥거루가 물과 먹이를 두고 소와 경쟁하고 있다며 캥거루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캥거루떼, 잦은 출몰...인가 '습격'

캥거루들이 골프장에 들어와 풀을 뜯어 먹고 있다.캥거루들이 골프장에 들어와 풀을 뜯어 먹고 있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은 결국 캥거루의 무자비한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결정에는 이유가 있다. 호주 수도 캔버라는 최근 도로, 학교 운동장, 주차장 등 도심 곳곳에서 캥거루가 목격되고 있다. 캥거루떼가 도로로 뛰어드는가 하면, 가정집 마당에 출몰해 잔디를 다 뽑아 먹어버리는 것이다. 운동장에 난입해 뛰어다니기도 한다.

물론 호주에서 캥거루가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이 캥거루들이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인가로 몰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춥고 건조한 겨울 날씨 탓에 먹이가 부족해져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호주수도특별자치구 공원보존서비스의 대니얼 이글레시아스는 "겨울은 계절상 먹이가 없어 캥거루에게 힘든 시기인데, 올해는 가뜩이나 매우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는데, 서리가 내려 마른 풀마저 먹지 못하게 된 상태”라며 캥거루가 도심 지역에 출몰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캥거루의 잦은 출몰은 급기야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천 634건의 로드킬이 발생했다. 출퇴근길 운전자들은 도로로 뛰어드는 캥거루로 인해 차가 파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앞범퍼에 충격방지용 철제 골조를 부착하고 있다. 특히, 사람과의 충돌도 찾아지고 있어 캥거루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무자비한 죽음 VS 생존 위해 어쩔수 없어


호주지역 캥거루는 2016년 기준 4,500만 마리에 이른다. 호주 인구의 약 두 배 정도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정부의 완화 정책이 캥거루를 죽여야만 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농작물과 물, 사료가 부족해지면서 가축을 내다 팔거나 도축하는 실정인데, 캥거루를 보호하기 위해 가축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호주 농민들은 자신들이 기르고 있는 가축을 살리기 위해 건초 한 트럭에 1만 호주 달러(약 830만 원)를 쓰고 있다. 호주 정부는 5억 7,600만 호주달러(약 4,800억 원)를 긴급 구호자금으로 방출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살기 위해 인가를 찾은 캥거루를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는 잔인한 계절이다. 날씨를 탓할 수밖에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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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09 20: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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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캥거루 사살해도 좋다"

올해 호주의 겨울은 잔인하다. 오랜 가뭄은 살아있는 것은 모두 힘들게 해 호주는 그야말로 최악을 겨울을 나고 있다. 호주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뉴사우스웨일스는 주 전체가 메말라 있는 상태다. 뉴사우스웨일스의 7월 한 달간 강우량이 10mm에도 못 미친다. 현재까지는 53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다. 그러나 멜버른대 연구진은 이 상태로 더 지속되면, 이번 가뭄은 53년을 넘어 4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말라가는 땅에는 먹을 것이 없다. 마실 물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당장 농가에 가축들도 비상이 걸렸다. 호주 일부 지역들은 가뭄으로 가축들의 먹이가 부족해지자 먹이 경쟁자인 캥거루 보호정책을 완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캥거루를 보호했지만, 농가에 피해가 된다면 캥거루를 사살해도 좋다는 것이다.

호주는 캥거루 개체 수 조절을 위해 1년에 한 번 특정 기간에만 캥거루를 사냥할 수 있다. 하지만 캥거루로 인한 피해가 늘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니얼 블레어 뉴사우스웨일스주 일차 산업 장관은 성명을 통해 "농민들이 역사상 가장 메마른 겨울을 견디고 있다. 먹이와 물을 찾아온 캥거루들이 농가에 상당한 압박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많은 수의 캥거루가 물과 먹이를 두고 소와 경쟁하고 있다며 캥거루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캥거루떼, 잦은 출몰...인가 '습격'

캥거루들이 골프장에 들어와 풀을 뜯어 먹고 있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은 결국 캥거루의 무자비한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결정에는 이유가 있다. 호주 수도 캔버라는 최근 도로, 학교 운동장, 주차장 등 도심 곳곳에서 캥거루가 목격되고 있다. 캥거루떼가 도로로 뛰어드는가 하면, 가정집 마당에 출몰해 잔디를 다 뽑아 먹어버리는 것이다. 운동장에 난입해 뛰어다니기도 한다.

물론 호주에서 캥거루가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이 캥거루들이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인가로 몰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춥고 건조한 겨울 날씨 탓에 먹이가 부족해져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호주수도특별자치구 공원보존서비스의 대니얼 이글레시아스는 "겨울은 계절상 먹이가 없어 캥거루에게 힘든 시기인데, 올해는 가뜩이나 매우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는데, 서리가 내려 마른 풀마저 먹지 못하게 된 상태”라며 캥거루가 도심 지역에 출몰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캥거루의 잦은 출몰은 급기야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천 634건의 로드킬이 발생했다. 출퇴근길 운전자들은 도로로 뛰어드는 캥거루로 인해 차가 파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앞범퍼에 충격방지용 철제 골조를 부착하고 있다. 특히, 사람과의 충돌도 찾아지고 있어 캥거루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무자비한 죽음 VS 생존 위해 어쩔수 없어


호주지역 캥거루는 2016년 기준 4,500만 마리에 이른다. 호주 인구의 약 두 배 정도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정부의 완화 정책이 캥거루를 죽여야만 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농작물과 물, 사료가 부족해지면서 가축을 내다 팔거나 도축하는 실정인데, 캥거루를 보호하기 위해 가축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호주 농민들은 자신들이 기르고 있는 가축을 살리기 위해 건초 한 트럭에 1만 호주 달러(약 830만 원)를 쓰고 있다. 호주 정부는 5억 7,600만 호주달러(약 4,800억 원)를 긴급 구호자금으로 방출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살기 위해 인가를 찾은 캥거루를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는 잔인한 계절이다. 날씨를 탓할 수밖에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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